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박현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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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강압으로 법대에 진학하지만, 실제 하고팠던 일은 바이올린 제작자였으며 음악에 관한 관심으로 악기 제조회사의 홍보부장으로 일하는 주인공 이청. 아내의 말은 물론 회사 동료들 말도 귀담아듣지 않고 알았다고만 건성으로 대답하는 버릇으로 생긴 그의 별명은 이토벤이다.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퇴사하여 악기 대리점장이 되었으나 개업하기로 한 전날 쓰러져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아내와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나가도록 자신에게만 몰두했던 그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폐증 증세를 보이는 아들에게 직접 제작한 바이올린을 남겨주리라 결심하고 강원도의 공장으로 내려가 그곳 사람들과 부대끼게 된다. 뇌종양이 오른쪽 청신경을 눌러 말년의 베토벤처럼 청력을 거의 잃으면서 말하는 사람의 입술을 읽는 독순법으로 겨우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 그는, 약해진 청각 기능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진심으로 타인의 말을 듣는 사람으로 변모한다.

 

재정적 난관에 부닥쳐있던 회사는 우여곡절 끝에 이토벤과 공장 3팀이 연구 개발한 신공법으로 개선된 성능의 바이올린 대량생산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활로를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장은 금전적 이익보다 더 소중한 경청의 위력을 깨닫게 된다. 이토벤은 회사 창립 20주년 연주회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후 아들의 바이올린 연주 장면을 소리로만 접하며 생을 마감한다. 자신과 너무나도 닮은 아픔을 겪는 아들에게 그는 모든 걸 다 내어주고 싶었다. 마치 사람에게 과일부터 그늘, 놀이터, 목재까지 제공하고 베어져 사라진 후에도 그루터기마저 쉬어 갈 의자가 되어주는 나무와도 같은 감동적인 모습에서 우리의 굴곡진 인생을 보게 된다.

 

이 책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전화위복 소재를 잘 섞어 만든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아무리 훌륭한 격언과 말씀이라도 듣는 이의 처지에 따라 온전히 전달되기 어려운 점을 생각하면, 구성면에서 경청을 소재로 한 편의 이야기로 엮어낸 부분은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잘 짜인 줄거리로 실제 영화나 드라마의 각본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한편 그가 열악한 환경에서 바이올린을 만들면서도 독순법 치료를 위해 구 박사와 메시지로 대화를 주고받는 내용은 사실 독자들에게 경청을 잘 설명하는 장치로 쓰였다.

 

우리는 대부분 상대의 말을 듣기도 전에 미리 나의 생각으로 짐작하고 판단하곤 합니다. 상대의 말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빈 마음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텅 빈 마음이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나의 편견과 고집을 잠시 접어 두라는 의미입니다. (p67) 사실 청각 기능과 듣기 능력은 동일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마치 육체적으로 청각 기능에 이상이 없으면, 누구에게나 듣기 능력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요. (p82)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의 구조 가운데 현의 울림을 키워주기 위해 비어있는 공간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의 울림을 비유한 것으로, 다른 등장인물의 이름과 같이 공명통 혹은 사운드박스로 표현된다. 사람들 사이에 진실이 울리게 하려면 마치 악기의 공명통을 잘 다듬어야 하듯이 마음을 비우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기 말을 들어주고 자기를 존중해주며, 이해해주는 것이다.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진심이 담긴 칭찬을 받은 사람은 예외 없이 마음의 문을 여는 법이다. 모든 것을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경청을 실행하기 위한 행동강령을 제시한다.


공감을 준비하자

상대를 인정하자

말하기를 절제하자

겸손하게 이해하자

온몸으로 응답하자

 

무엇을 하든 사람이 혼자의 힘으로는 성공할 수 없음을 깨닫는 요즘, 이제는 나의 성공을 도모하려면 남을 먼저 도와야 한다는 말을 실천해 볼 때이다. 성공하는 사람 대부분이 다른 사람을 성공하게 하는 사람이고, 성공하는 조직은 다른 조직을 살리는 조직이므로 그러한 성공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대인 관계의 대부인 데일 카네기도 그의 저서에 경청의 중요성을 언급하였고,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서도 이야기를 잘 들어준 상대가 나의 편이 되는 일화를 보여준다.

 

말하기는 지식의 영역이지만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으로, 남의 말을 경청해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동시에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름길이며, 우리가 타인을 경청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바꿔주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그러니 온 정성을 다하여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타인의 마음에 귀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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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해우소 - 중2병의 진짜 원인과 치료법
유선종 지음 / 이너브리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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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와 작가가 만나고 보니 동명이인이다. 같은 한자를 쓰는 희귀성씨에 같은 돌림자를 써 항렬마저도 같다. 게다가 서로 알게 된 바로 연락하여 다음 날 식사와 차를 나누며 졸지에 심층 인터뷰를 하게 되는 경우의 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들은 이름뿐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에 관한 생각도 많이 닮아있었다. 걱정거리를 해결한다는 뜻으로 해우소로 명명하였다 한다.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로서 리뷰어는 한국에서, 작가는 일본에서 지난 10여 년을 보냈다. 제반 교육문제에 관한 한 한국이 그들만의 리그전이 벌어지는 숲이라면 일본은 숲 밖의 메이저 리그 세상이다. 숲속에 머물면 기껏해야 눈앞의 나무만 보일 뿐이지만 숲을 벗어나 높은 곳에 오르면 숲 전체가 보이는 법이다. 숲속에 살던 리뷰어가 산불에 쫓겨 다니며 아이들에게 나무 오르는 법을 가르치느라 정신없던 반면, 개인 사정상 숲을 떠나 있어야 했던 작가는 바로 그 덕에 숲속 넓은 공터와 물 맑은 샘터가 어디쯤 있으며 산불이 났을 경우 피신 경로를 봐 두는 등 넓은 시야로 숲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다 무너져 가는 숲속 생태계를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작가는 생태계 복원을 위해 연달아 두 권의 책을 냈다.

 

사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인 나는 우리 애들이 삼성 간다 할까 두렵다의 개정 증보판으로 첫 출간 이후 한 해가 지나기도 전에 분량과 글감 면에서 한층 더 많은 자료를 보충하고 내용의 깊이를 더하여 내놓은 것이다. 제목만 보면 마치 중2병 보고서 같지만, 사실은 대한민국 교육 사안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담은 생각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고통의 감내와 치유가 환자의 몫이라면 적절한 진료와 치료는 의사의 몫이다. 이날 4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의사는 환자의 열띤 증상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담아듣는 모습이었다.

 

전체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북한도 무서워 못 내려온다는, 2병으로 통칭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적나라한 교육 현상의 원인, 평생 가는 후유증과 해결책을 찾아보고(1), 단군 이래 가장 많은 학습량에 시달린다는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교육이란 이름의 학대를 살펴본 후(2),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으나 현실 세계에 꼭 필요한 생각들을 담았으며(3), 마지막으로 플레이파크, 거꾸로 교실, 국제 바칼로레아, 자유 학원 등 성적과 지식 습득이 아닌 배움을 통해 개인의 능력 발견과 계발이 행해지는 외국의 좋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4).

 

교육인도 교육학자도 아니지만, 저자의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은 이 책의 구성에도 많이 반영되어 보인다. 서적도 상품인지라 도서 대부분이 출판 비용을 고려하여 단색이거나 기껏해야 2도 인쇄가 일반적이지만, 250쪽이 채 안 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눈에 잘 띄는 산뜻한 색상들의 소제목, 컬러판 사진 인쇄물, 다양한 형태의 도표와 그림들을 배치하여 가독성과 이해도를 높여준다. 또한,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주요 문단의 글씨체에 진한 색상과 기울임 효과를 주어 논점의 요지를 파악하기 쉽게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저자는 탄생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우리 아이들은 모두 영혼을 지닌 작은 우주이며, 자신을 발견할 기회를 빼앗기고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무모한 학업 경쟁에 내몰리는 희생양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현재 노년 인구는 늘고 있지만 취학과 경제인구는 줄어드는 현실을 볼 때 특히 청소년 시절부터 인생의 즐거움을 배우지 못하면 자신을 찾아가는 머나먼 인생길이 고역일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교육 당국을 비롯한 기성세대가 진정으로 어린 학생들이 미래에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동량이라 생각한다면 이들에게 진지한 자아 탐구를 위해 학교가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필기고사 없이 수행평가로 대체하는 중학생 자유 학년제는 여력 있는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학력의 양극화만 키울 뿐, 진로 탐색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진학 이후 하향 평준화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교육이 시대의 흐름을 뒤쫓아가지 못함을 자조하는 표현으로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라고 한다. 학교 현장과 이후의 개인의 삶에서 드러나는 교육문제는 단순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껴안고 가야 할 문제이다. 적어도 교육에 관해서 만큼은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함께 수고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할 필요가 있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의 교육환경을 걱정하고 자녀들의 아름다운 성숙을 염려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일독하실 것을 삼가 권유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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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프리랜서 번역가 일기 - 베테랑 산업 번역가에게 1:1 맞춤 코칭 받기
김민주.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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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생활을 접고 이제 막 번역의 세계로 입장하는 미영과 번역 관련 서적을 내기도 한 경력 5년 차의 고참 하린이 번역에 관한 질문과 답변을 이메일로 주고받는 형식으로 구성된, 초보 번역가들에게 실제 도움이 될만한 안내서를 내놓았다.

 

십수 년 전 필자는 아기들 간식값을 벌어본답시고 그야말로 맨땅에 박치기 식의 프리랜서 번역 부업으로 1년 내내(한 달 아님) 고생하고 무려 백만 원을 벌어본 적이 있다. 무역 서신부터 화장품 광고문까지 다양한 종류의 번역을 해 볼 수 있었고 전문 번역회사의 샘플 테스트도 받아볼 수 있었던 점은 좋았으나, 번역의뢰와 수입이 불규칙 한대다가 가사와 육아에 지쳐 오래갈 형편이 못되었다. 만일 당시 이 책을 먼저 접했더라면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분야든 이제 막 새로 참여하는 이들은 정보력 부족으로 마땅한 도움을 받을 방법조차 몰라 마냥 헤매가며 경력을 쌓아야 하는 처지다. 만일 정확히 이러한 입장의 독자라면 노련한 멘토의 도움을 얻어서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적잖이 피해갈 수 있겠다. 번역 일감을 얻을 수 있는 사이트, 이력서 작성법, 번역용 프로그램 소개, 업계의 현황과 특징 등 일대일 이메일 상담의 형식으로 새로 접하는 정보를 상세히 소개하는 한편, 번역 새내기의 일상 속 대화체와 일기체 형식이라 한 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한편 이 책의 부제에 빨간 동그라미와 별 표시가 붙은 산업번역이라는 용어에 잠시 주목해 보았다. 산업인가? 관광, 패션, IT, 기계 안내서, 영양성분표, 제품 설명서, 마케팅 문구와 같이 일반 사용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수많은 영역을 지칭하며, 전공 서적이나 문학 작품 종류를 제외한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산업 번역 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외국어가 존속하는 한 지속 창출되며 진출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새로이 진입을 시도하는 인력들을 대상으로 필자의 경험처럼 초벌 번역이라는 미명하에 저렴하게 재능을 이용당하는 부작용 또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린멘토의 말처럼 번역가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 외국어 실력을 갖춰야 하며 꼼꼼함과 성실함, 강한 책임감과 시간 약속 엄수 등의 자질이 요구된다. 번역가를 처음 시작할 때 좋은 자질과 태도로 길든다면, 그리고 하얀 전쟁으로 유명한 안정효 번역작가님의 언급처럼 무엇보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마음가짐을 지닌다면 오래도록 지치지 않는 부업이 되어 줄 것이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누구처럼 부업이 전업으로 바뀔는지. 번역가를 꿈꾸는 모든 분께 참고도서로 이 책을 추천하며, 이 바닥(?) 유경험자로서 격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번역 #초보프리랜서번역가일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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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계보다 특별할까? - 포스트휴먼의 시대, 우리가 생각해야 할 9가지 질문
인문브릿지연구소 지음 / 갈라파고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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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공학이 발전할수록 인간 본성에 더욱 더 많은 본질적 질문을 던져줄 책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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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전쟁 - 많은 일을 하고도 여유로운 사람들의 비밀
로라 밴더캠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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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학생 시절에는 시간을 관리하는 ‘플래너’를, 직장인이라면 ‘다이어리’ 정도는 사용해 본 경험들 있으시리라. 학습 계획을 적든, 거래처와의 업무 내용을 적든 이렇게 하는 데에는 시간을 적절히 잘 관리하고픈 공동의 욕구가 깔려 있을 것이다.

서울에 살던 필자는 고교생 때 버스로 30분 거리를 통학했다. 수학은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영어 과목은 좋아해서 늘 손바닥 반 정도 크기의 영어 단어장을 들고 다니며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뿐만 아니라 화장실에서 일 보는 시간조차도 단어를 외우곤 했다. 자칫 버려지기 쉬운 자투리 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모두 합쳐보니 하루 두 시간 정도를 버는 셈이었다. 남들처럼 따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내어 적고 외울 필요가 없었다. 남들 보기에 별로 공부하는 것 같지 않은데 시험을 보면 늘 반에서 상위권을 다투었다. 그 습관이 결국은 오늘날의 밥벌이로까지 이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시간을 할애하라고 말한다. 적극적인 선택과 집중으로 시간을 사용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여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효율성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이겠으나 수학은 버리는 대신 영어를 택하여 집중한 결과가 그것이다. 학력고사 세대였으니까 망정이지 요즘 그렇게 했다가는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장담은 못 하겠지만.



이 책의 원제 Off the Clock의 사전적 의미는 근무 중이지 않거나 느긋한 시간을 뜻하며, 말 그대로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을 위한 지침이자 안내서이다. 네 아이의 엄마인 저자의 일화들을 곁들여 900명의 시간 관리를 추적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실천적 방안을 고민하였다. 또한, 지금까지 여러 권의 시간 관리 저서를 낸 점이나 천만 명이 보았다는 저자의 TED 강연 영상에 언급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미국 현지에서 시간 관리에 관한 강연과 집필의 수요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그만큼 사람들이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역설로도 읽힌다. 어쨌든 저자는 의식적인 선택과 노력으로 실행한 일에 걸리는 시간과 그냥 소소하게 무의미한 행위로 흘려보내는 시간의 인식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시간 인식의 높고 낮음을 인지하는 것이 시간 관리와 행복으로의 출발점임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을 가진 사람들은 행복이 애써 쟁취할 만한 가치 있는 목표라는 것을 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곧 삶을 어떻게 사느냐와 귀결된다.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게 보낸다는 의미가 된다. (p.169)

대개 우리는 시간에 쫓기면서도 어떻게 하면 업무의 압박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일을 완수하려면 세상 급한 일 없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러나 가장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이 활용했던 반 직관적인 7가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정신없이 바쁠 때도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줄 시간 인식의 전환을 역설한다. 다음과 같이 이를 잘 활용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 급식 지도에 시간을 덜 할애하고 교사들의 업무시간을 확보하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 여러 대륙을 오가며 다수의 업체를 운영하면서도 회의 없는 여유시간을 즐기는 경영자

- 이른 아침 와플 가게에서 업무에 집중한 후 종일 느긋하게 열린 마음으로 직원을 대하는 최고 경영자

- 이것저것 손대어 정신없다가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함으로써 창의력 정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생산성의 정점에 다다른 예술가


저자는 지금까지 통제 밖이었던 인생의 시간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 작성함으로써 직장생활, 대인관계 및 개인의 행복감을 한 차원 높여줄 전략을 제시하는 한편, 가령 1주일 단위의 한정된 시간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면 업무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느긋한 사람들의 사례와 같이 누구나 생산적이면서도 즐거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 뒷부분에 실린 실천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내 시간을 추적한다 – 30분 단위의 범주별로 시간일지를 기록함.

2. 나에게 최적화된 시간을 디자인한다 – 이상적인 하루의 현실을 그려 봄.

3. 기억할 만한 일들로 시간을 채운다 – 기억을 환기하는 시간을 만듦.

4. 빈 시간을 채우지 않는다 – 뭔가를 하지 않는 시간을 즐김.

5. 서두르지 않는다 – 일상 속의 작은 휴가 시간을 가짐.

6. 행복을 위해 투자한다 – 가장 행복한 순간을 하루의 시작으로 설정.

7. 조금씩 꾸준히 한다 – 하루 10분 운동, 200자 글쓰기.

8. 사람과 보내는 좋은 시간의 가치를 안다 – 인간관계에 투자.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는 서구인들의 시간 개념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불교의 윤회설과 같이 동양인들이 나선형의 반복적인 시간관을 지녔다면, 서양의 시간관은 서구 문명에 깊은 흔적을 남긴 기독교의 직선적 시간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힘을 유일하며 또한 반복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믿음을 통해 시간을 과거와 미래 사이에 뻗쳐있는 직선적인 경로로 보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문법의 ‘시제’에 대한 설명이야말로 직선적 시간관을 가장 잘 표현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같은 직선적 시간관은 18세기 서구의 진보적 역사의식과 결합하면서 더욱 구체화 된다. 철학자 니체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양은 '피안과 영원의 모래 속에 코를 박고' 있기를 거부하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지상 왕국 건설에 매달렸던 것으로, 특히 자연과학의 발전은 서양의 근대적 시간관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끼쳤으며 뉴턴은 그 상징적 인물이다. 그의 수학적 시간관은 결국 시간을 공간화했으며, 시계의 발명은 그 물리적 표현에 지나지 않았다.

서양의 이 같은 시간관은 오늘날 타율적이고 체제 순응적인 인간을 탄생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인들은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할 정도로 자신도 모르게 시간을 내면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1주일 168시간을 어떻게 잘 쪼개어 쓸 것인가를 묻는 동영상을 보고 치밀하고 계획적인 시간 운영방식에 공감하면서도 ‘왜 꼭 그래야만 하는지’를 묻는 독자도 있을 법하다. 비록 동서양의 시간관이 출발점부터 다르기는 해도 우리 독자들께서는 시간 관리 방법을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 어울리는 방식으로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하시리라 믿는다.




마음챙김은 시간을 준다.
시간은 선택을 준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선택은 자유로 이어진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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