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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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현재진행형인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을 예견했다고 하여 전 세계 역주행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화제가 된 책을 만나보았다. 중국 우한 시 외곽의 RDNA 연구소에서 유출된 높은 치사율의 인공생성 바이러스라는 공통점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2차대전 이후 여전히 세균전 실험과 국비 경쟁 같은 냉전 분위기가 남아있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가적 상상의 산물이자 소설 속 설정이며 아무래도 장르의 특성상 흥행을 의식하여 다분히 상업화된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딘 쿤츠라는 걸출한 서스펜스 작가를 이제라도 접하는 계기가 된 점은 고마워할 만하다.

 

정확히는 1981년에 출간된 이 초기작의 줄거리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은 불행이 닥치기 전 무려 16회나 동계 산악 야영 여행을 무사고로 이끈 노련한 지도자에게 아들을 딸려 보낸 엄마가 사고 이후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고자 온갖 역경을 헤쳐가게 만드는 모성에 있다. 녹음기, 디스켙과 같은 추억 속의 단어들이 40년의 세월 격차를 알려주는 점 외에는 미국 국내 텔레비전의 드라마 각본으로 기용될 만큼 작품의 구성이 탄탄하고 읽어나가는 속도감 또한 경쾌한 작품이다.

 

작품 도입부는 야영 지도자와 참가자 전원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아들의 시체조차도 확인할 수 없어 갈수록 슬픔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주인공 크리스티나 에반스는 칠판 글씨, 인쇄기의 출력물 및 다양한 신호를 접하고 엄마만의 감각을 통해 생존 사실을 알려오는 아들의 생존을 확신하게 된다. 이혼 이후 절치부심하여 성공한 공연 제작자로 거듭나면서 알게 된 인생의 친구이자 연인인 변호사 앨리엇 스트라이커와 함께 아들의 소재를 찾아 나서면서 서스펜스 장르 특유의 빠르고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진다.

 

줄거리 스포일러 대신(?) 등장인물을 간략히 소개해본다.

크리스티나 에반스 대니의 엄마, 이혼녀이자 주인공.

마이클 에반스 대니의 아버지이나 이혼남. 판도라 프로젝트의 1호 희생자.

앨리엇 스트라이커 육군 정보부 출신의 변호사, 티나의 연인이자 동반자

대니 티나의 아들. 인공 바이러스 노출의 생존자이자 피실험 대상

빈센트 판도라 프로젝트에 고용된 암살자

알렉산더 판도라 프로젝트의 책임자

 

코로나19는 예견되었다?

South China Morning Post에 의하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생물학 무기는 애초 1981년 원전에서는 러시아 지명인 고르키-400으로 명명되었으나 1989년 재출간 시 우한-400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또한, 최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발한 것은 사실이나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에 대한 발상은 출처 미상의 SNS에 의한 음모이론이며 중국 당국과 서방세계 과학자들이 극구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2003년 대유행했던 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의 사촌격이며 박쥐를 숙주로 하는 이 바이러스의 정확한 출처를 밝히려 애쓰고 있으나, 인간 감염의 전 단계인 중간숙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다른 점?

최근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 후 5일부터 증상이 발전되고 14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본격 발병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주요 사인은 폐 세포 괴사에 의한 호흡곤란이다. 우한-400 바이러스는 노출 즉시 하루 만에 사망하며 주요 사인은 뇌세포 감염에 의한 기능 부전이다. 기저 질환자와 노년층에 집중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치사율은 3~4%인 반면, 우한 바이러스는 100%이며 인체 밖에서는 생존 불가로 설정되어 있다.

 


옥에 티 지적질?

개인적으로 외국 작품을 접할 때마다 아무래도 번역물이다 보니 번역체에 먼저 관심을 두게 되는데 이 작품의 상황 전개, 심정 표현, 배경 설명 부분의 번역은 상당히 매끄럽다. 그러나 은어와 욕설 또는 명령형이 더 어울릴 듯한 긴급하고 적대적인 상황에서 ~하오, ~했소, ~입니까? 와 같은 어색한 경어체 표현은 서스펜스 장르의 특성을 흐리게 하며 빠른 내용 전개를 따라가는 재미를 떨어트린다. 예컨대, 판사에게 대니의 무덤을 열어 볼 권한을 요청하는 앨리엇과 그를 제거하기 위해 판사가 파견한 비밀경찰 암살자들은 목숨이 오가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격식 차린 공손한 말투로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그러하다.

 

독특한 소재?

저자는 현실적인 공포를 초자연적인 현상 속에 녹여내는 독특한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고 하며, 이 작품에서는 대니에게 투여한 바이러스 주사의 부작용으로 생겨난 염력(psychokinesis)을 액션의 주요 소재로 사용한다.

 

돋보이는 조연?

최악을 피하되 차악과 공존하는 법을 설파하는 톰비 박사는 의사로서의 생명윤리 의식을 지키려 애쓰는 인물로 그의 인도주의적이고 양심적인 언행은 인상적이다.

 

차기 흥행작의 모태?

대니의 존재는 이후 등장하여 유명한 생물학적 위협(bio-hazard)을 소재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 유일 생존자의 항체가 해독제로 쓰이는 플롯을 연상시킨다.

 

추천사?

서스펜스 장르의 애독자라면 코로나바이러스를 예견했다는 심령술사의 예언서 같은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마시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매혹적인 저자의 작품 세계에 딱 두 시간만 빠져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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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스페이스 -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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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은 우리를 아프게 하는가? 우리 주변의 산만함과 왜곡, 괴상한 색상과 소음 등이 우리 마음속 치유 작용을 자극할 수 있다면, 우리를 치유할 힘 역시 지니지 않았을까? ‘힐링 스페이스의 저자는 자신의 질문에 놀랍도록 풍부한 몸과 마음, 인식과 장소의 관계에 관한 연구로 화답하고 있다.

 

저자는 감각과 감성, 면역체계 사이의 복잡한 작동 관계를 밝혀주는 발견물 속으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그 첫 사례는 1980년대에 유려한 풍광을 갖춘 병원의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빨리 치유됨을 발견한 연구자의 이야기다. 어떻게 좋은 경관이 치유를 가속할까? 저자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디즈니 놀이공원, 프랭크 게리 센터, 미로 정원 등 감각의 신경생물학을 탐구하는 일련의 장소와 상황을 통해 주변 환경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유발 또는 감소시키고 불안을 유도하거나 평온을 심어주는가를 탐구한다.


 

물리적 공간이 인간을 치유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제시하며 저자는 앞날이 매우 밝은 신경건축학 분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도입부에서는 환경과 치유 사이의 연계성을 탐구하는 연구의 소개를 시작으로 감각의 작동방식과 신체 기관과의 상호작용을 알려주는 생리학적 용어 설명으로 이어진다. 이어 다음 장을 감각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특정한 연구 분야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곁들여 시각, 음성, 감각과 후각을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오랫동안 쾌적한 환경이 치유에 미치는 영향을 연관 지어 생각해오기는 했지만, 마침내 과학자들이 두뇌와 면역체계 사이의 연관성을 확립하여 신경학과 면역학 분야에 많은 진전을 이룬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제는 과학적 자료를 확충함으로써 치료의 공간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경험 역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증거들을 속속 발견하고 있다.

 

다음 전개부에서는 공간이 감성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감각은 공간 인식 능력을 키워주는데 이는 곧 감성의 생성을 의미한다. 예컨대 미로를 지나는 동안 짜증이 유발되는 반면 미궁을 걷는 동안에는 믿을 수 없으리만치 차분해지는 경험이 그러하다. 또한, 특정한 장소가 기분을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즈니 월드의 중심지에서 루르드의 치유 동굴까지, 번잡한 도시의 거리에서 밝게 색칠한 방까지, 우리가 머무는 장소는 감성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치유의 속도까지 좌우한다. 저자가 양질의 연구 결과와 이야기를 적절히 잘 버무린 덕분에 독자들은 장소와 신경생물학 그리고 감성의 복잡한 연결 관계를 쉽사리 이해할 수 있다.

 

결말 부에서는 치유 명상과 기도, 질병의 진화와 감염 통제, 병원과 치유 공간 등을 포함한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역사 속 명소를 과학적으로 관찰하면서 스트레스, 고립, 신념, 명상과 습관적 동작 등이 치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한편으로 저자는 현재에 영향을 주는 과거를 주제로 하여 우리의 행동이 미래의 건강한 사회 형성에 도움 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에 관여했던 집단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동시에, 도시 계획, 가구 설계, 병원 건축 같은 치유 요소의 일상생활 도입을 말하고 있는데, 그 목적은 물론 건강과 장수를 위함이다.

 

과학적 연구와 생리학적 작용의 조합, 그리고 탁월한 디자인의 독특한 표본과 흥미로운 역사의 조합으로 이 책은 과학자와 건축가뿐만 아니라 보건 산업 관련자나 심지어는 문외한에게도 훌륭한 읽을거리이다. 공간과 생리학 그리고 전반적인 건강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더할 나위 없는 논의를 제공하는 다양한 주제가 정교하게 잘 엮여있다.

 

우리의 감각이 우리를 치유의 장소로 이끄는 것이라면, 우리가 처한 자연적 입지는 당연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환경의 건강은 개인의 건강에도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이 책에 서술된 발견물들은 치유의 촉진과 모두의 건강을 위해 병원과 지역사회의 설계 가능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저자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감성과 물리적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건강과 치유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깨달음으로써 몸과 마음이 모두 괴로운 환자들을 이롭게 하자는 것으로, 치유 공간을 마련하는 연구를 통해 그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건강과 치유 면에서 신경건축학이 인간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은 굉장히 매력적인 한편, 병원과 요양원, 연구소 등을 건축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저자는 이를 현실화하려면 건축 관련 정책 결정권자들을 설득하여 건강한 공간의 필요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우리에게는 각자의 삶에 치유 공간을 만들어 낼 여력이 있음을 믿는다는 말로써 글을 맺고 있다.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을 치유하는, 여러분의 공간은 어디인가?

내가 머무는 곳이 나를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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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사회 - 어설픈 책임 대신 내 행복 채우는 저성장 시대의 대표 생존 키워드
전영수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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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가 스스로 제 살길을 도모하다.

 

지금보다 더 세상 물정에 어수룩하던 사회 초년생 시절, 제법 규모와 형식을 갖춘 직장인 영어공부 모임에서 결혼제도를 주제로 토론을 하게 되었다. 만만치 않은 영어 구사력과 탄탄한 논거로 어쭙잖은 상대는 당차게 물리치는 모습에 호감을 느끼던 중, 기회를 보아 차 한잔의 대화를 제안했더니 흔쾌히 수락한다.

 

결혼이란 개인의 선택이기는 하나 두 집안 간의 새로운 만남이니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필자의 의견과는 달리, 이 동년배 여성의 발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동네 가게에서 생필품을 사더라도 유통기한 제조원 영양성분표를 따져보기 마련인데 하물며 그토록 중차대한 인륜지대사를 결정하려면 상대와 동거 기간을 가져보고 난 후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이 당찬 여대 졸업생의 주장을 딱히 반박하지 못하고 어물쩍 긍정으로 넘어가고 말았지만, 아무리 동시대를 살더라도 외형적 매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시대를 앞서가던 그의 생각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자신을 발견하였다. 20년도 더 지난 오늘날이야 동거 후 결혼이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추세이지만 당시 필자의 생각은 반복 학습의 결과로 대가족을 우선하는 아버지 세대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가족 제도의 급격한 세태 변화에 둔감하였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나라는 가정의 결성부터 구성원의 재생산 및 생을 마감하는 단계, 즉 사회 통념상의 순서와 과정이 포함된 생애 주기에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 사회구조이자 바람막이로 인식되던 ‘41가구가족 형태가 흔들리면서 행복의 원천이라는 전통적 개념이 짧은 기간 내에 재정의되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각자도생 출현의 바탕에는 저성장 기조의 사회 분업구조와 이기심의 발로가 아닌 합리적이고 진지한 선택이라는 인식 변화가 한 몫 거들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형태로 활발한 가족 재구성을 유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례로 혼밥, 혼술, 혼영 등의 용어들은 점점 단세포 화하는 1인 가구 세태를 반영하고 있으며 본인다운자아를 찾아가려는 현대인들의 적극적인 인생 실험으로 해석된다.


 

전체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한 사람의 위기가 전체의 위기가 되는 사회구조 취약성의 배경 설명을 시작으로(1) 세대 불문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개인화 추세를 들여다보고(2) 결혼이란 이름의 가족 구성 제도의 급격한 변화상을 말하며(3)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족 제도의 발전적 해체와 재구성 사례들을 살펴보고 있다(4).

 

저자는 해외의 각자도생 공존법사례들을 제시하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가족 제도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책의 분량은 적은 편이지만 다양한 인구 통계와 날카로운 세대 분석으로 이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사회학자답게 저명한 학자들과 이론들을 쉽게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려는 의도가 돋보인다.

 

한편 저자는 각자도생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연령대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 청년층 (10~39, 36.4%)

대부분 부모보다 가난해질 미래가 사실상 확정된 최초 세대이다. 돈벌이조차 힘든 현실이므로 졸업-연애-결혼-출산-양육의 표준적인 삶의 경로를 수정할 수밖에 없으며 효도는 본인의 형편이 나아지는 훗날로 연기한다. 부모 세대에 추구하던 산업화 민주화도 끝났으므로 후속 세대인 청년을 설명하는 건 다양화뿐이다.

 

2. 중년층 (40~69, 44%)

고용, 가족, 심리, 질환, 사업의 다섯 가지 위기에 직면하였으며 아무리 평범한 중년이라도 한두 가지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데 한 가지라도 걸리면 나머지로의 전염은 시간문제다. 자녀 양육과 부모 공양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다. 늦은 출산으로 50대에도 사교육비에 휘청이고 독립이 늦는 자녀의 생활비 지원과 부모의 간병 문제를 피할 수 없다.


3. 노년층 (70~ , 10.5%)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유투버 박막례 여사, 시니어 모델 김칠두, 할담비로 불리는 춤꾼 지병수 등의 사례처럼 늙음에 맞서 스스로 인재임을 증명하고 생산성을 증빙함으로써 노년=도전의 새로운 신노년층 등식을 완성하는 추세이다.



 

이와 같은 사회의 흐름은 각자가 행복을 추구하고픈 본능에 충실한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주의가 앞서 발달한 해외 국가들로부터 대한민국이 가장 급진적으로 개인화된 국가라는 평을 듣는 오늘날, 나와 가족의 행복이 보장되어야 사회 전반이 고루 안정적일 수 있다는 저자의 역설을 통해 한국 사회의 행복 실험은 건강한 동시에 적극적이며 확장적임을 엿볼 수 있다.

 

결국, 행복의 추구란 우리는 어떻게 살고 죽을 것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의 답을 사유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제도를 정비하여 새로운 인식을 가능케 하려면 경쟁 위주보다 다양성 인정을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성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저자는 앞으로 각자도생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실험이 더욱 퍼져나가리라 예측하는 한편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커지기를 열렬히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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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앨런 그린스펀.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지음, 김태훈 옮김, 장경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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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미국 자본가들의 관점에서 이 책을 소개하자면전설적인 연준 위원장부터 누구나 알만한 이코노미스트 잡지 편집자 겸 역사가에 이르기까지다 떨어져 기워입던 식민지 시대의 누더기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부와 혁신의 성장 동력에 이르는 미국 자본의 발전상을 노래한 대서사시라 칭할 만하다이 책은 2018년 파이낸셜 타임스와 맥킨지 비즈니스 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참고로 맥킨지 비즈니스 어워드는 실용적이고 획기적인 경영이론을 표창하기 위해 1959년에 제정되었으며해마다 경영계와 학계의 저명한 지도자들로 이루어진 외부 심사위원단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뛰어난 기사를 선정하여 수여한다.


전설적인 경력을 시작으로 저자는 미국 경제의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까지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너머까지 알고 싶어 하는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의 소유자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유기체처럼 흥망성쇠를 반복하는 미국 경제를 이해하는 교과서적 방법론을 정립한 그는 특히 혁신의 난제인 생산성 성장에 관한 질문즉 혁신은 어디서 시작되며 사회 전반에 확산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보다 민주적으로 퍼진 혁신의 열매를 거두는 시기가 있던 반면 지금 같은 시기는 왜 그렇지 못한가?’와 같은 질문의 해답을 깊이 연구하였다.




저자가 평생에 걸쳐 씨름을 벌여왔던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지난 역사의 과정에 미국 경제를 움직여 온 결정적 동력이라는 핵심어로 압축된다이코노미스트 기자이며 역사가인 에이드리안 울드리지와의 협업으로 저자는 광활한 풍경내로라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업적성공적인 돌파구계몽적 사상과 형편없는 도덕적 실패담 등이 포함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 안에는 남북전쟁 이전 남부지역 경제의 기반이었던 노예 역할부터 루스벨트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뉴딜 정책의 실제로는 미미했던 성과자유무역 개방을 위해 전혀 자유롭지 못했던 미국 정부의 강압적 영향력 행사에 이르는 모든 중요한 논란거리도 들어있다자본 축적을 위해 악용되었던 노예제도원주민 학대와 이주민 착취 등 역사의 그늘 속에 묻혀간 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인정하게 되는 분명한 사실은 미국을 유례없이 강력하고 융성한 국가로 만든 원동력은 수백만 평범한 미국인들이 뿜어낸 비범한 생산적 에너지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사실 저자가 주장하는 가장 큰 미국적 특징은 창조적 파괴와 그 결과에 대한 독특한 관용에 있다예전의 문물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생각에 따라 끊임없이 동요하며 새 문물에 길을 내어주는 것이다때로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지만이 창조적 파괴는 거의 모든 미국인을 불과 몇 세대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의 시민들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생활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정의감과 인간 존엄성이 변화의 고통을 정면으로 맞이하는 선구자들을 보호할 수 있어야 마땅하겠지만미국인들은 언제나 이득에는 수고가 따름을 수용하였으며 이러한 유산의 인식이 있어야만 그들이 맞섰던 도전이나 자랑해마지않던 국운 상승이 퇴색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하지만 지금 이 시대 미국의 생산성 성장은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며 다시금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다과연 미국은 빅 브러더로 불리던 세계적 주도권을 지속할 수 있을까아니면 자칭 미국보다 덜 민주적인(?!) 국가들에게 어쩔 수 없이 주도권을 양보할 것인가미국이 당면한 가장 절박한 이 질문에 역사의 교훈을 적용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기는 다시 없어 보인다.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실크 스타킹을 가질 수 있었다. 자본주의는 가난한 여공도 그 스타킹을 신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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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렇게 화냈어야 했는데! - 적재적소에 전략적으로 화내는 33가지 방법
가타다 다마미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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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화는 내는 순간 사라진다화는 참을 때 더 커진다.” -에밀리 디킨스


가끔 외국인 친구들로부터 한국인들은 평화를 사랑해서 그런지 화를 잘 참는 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상당히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느끼는 분노는 민족성이나 개인의 기질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것 같다. 분노 사회, 불안 사회, 불공정 사회라는 말로 에둘러 분노를 표현하지만 화를 참아봐야 얻는 것이라고는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다.


 

화를 참으면 성공한다는 말은 거짓이고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럼 언제 어떻게 분출한담? 적재적소에 전략적으로 분출하여 순기능을 얻기란 쉽지 않은 법인데, 어느 정신과 의사가 30년 임상경험을 통해 밝혀낸 33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모 아이스크림 메뉴보다 겨우 두 개 더 많다.

 

이 책은 작고 휴대가 간편한 문고판 분노 표출 지침서로 그야말로 군살 빼고 핵심만 담았다. 무엇보다 분량이 적어 언제 이 두꺼운 책을 다 읽겠냐는 독자의 분노를 미리 방지하고 있어 일단 건강에 유익해 보인다. 내용은 화내지 않는 사람은 손해를 보며(1), 분노의 진짜 원인을 찾지 못하면 매일 화만 날 뿐이고(2) 직장에서 화 분출 요령(3), 가족과 친지, 지인과 이웃으로 인한 화 다루기(4), 이렇게 해도 화가 다스려지지 않을 때(5)로 구성되었다.

 

저자가 분노의 양팔 저울이라 이름 붙인 기준에 따르면, 현실 생활에 적응하기 위하여 욕구의 충족을 연기하거나 단념하는 심리상태인 현실원칙’, 또는 고통보다 쾌락을 추구하고 본능적인 충동에 따라 즉각적, 직접적 만족을 얻으려는 심리상태인 쾌락원칙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화를 분출함으로써 무엇을 얻고 잃을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또한 전략적으로 화를 표출하기 위한 3단계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분노를 느낀 순간 그 감정이 분노임을 자각한다. 둘째, 분노의 원인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인지, 자신의 이익을 침해당했기 때문인지, 혹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것인지를 분석한다. 셋째, 위에 언급한 분노의 양팔 저울을 기준으로 분노의 표출 여부를 결정한다. 현실적으로 화를 내게 되는 상황은 예고 없이 오는 법이라 이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려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쨌든 화를 표출하더라도 그 방향 역시 중요하다. 억눌렸다가 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분노의 방향이 내부로 향하면 자해가 되겠지만, 외부로 잘만 분출되면 엄청난 성공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저자의 경우 방송 직전 자신의 글이 의도적으로 삭제당하는 모욕을 당한 후, 보란 듯이 성공하여 몇십 배로 갚아주겠다는 분노에 전례 없이 원고 집필에 집중한 결과 베스트셀러를 내게 된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사람을 화나게 하는 감정 속에는 깊은 슬픔, 두려움, 선망과 질투, 과대평가 등의 요인이 있으며 이를 마음속으로 잘 알아채야 화를 다스릴 수 있다면서, 우리를 화나게 하는 분노유발자 다섯 가지 유형,즉 항상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득형, 자기 자랑과 우월감을 확인하는 자기애형,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삼는 선망형,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전가하여 몰아세우는 부인형, 엉뚱한 대상에게 화풀이하는 치환형을 제시한다. 아울러 실생활에서 분노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한 대처법으로 회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를 권하고 있다.

 

결국, 분노를 잘 표출해야 하는 이유는 행복한 생활을 누리기 위함이다. 자신에게 화를 돋우는 분노유발자는 고쳐 쓸 수 없으니 잘 피해 다니되,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주지시키고 있다. 한편 친구이면서도 주종 관계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인물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처음 등장했던 프레미(fremy = friend + enemy)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성장 과정에 프레미였던 어머니와 친할머니에게 보란 듯이 행복하게 잘 살아줌으로써 행복이야말로 최고의 복수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인생 뭐 있겠나. 독자 여러분, 건강하게 분노하고 행복하게 삽시다.

"화는 내는 순간 사라진다. 화는 참을 때 더 커진다." -에밀리 디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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