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럭이는 세계사 - 인간이 깃발 아래 모이는 이유
드미트로 두빌레트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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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 덕후가 알려주는 국기에 대한 모든 것 그리고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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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 - 트럼프 2.0, 미국이 만드는 세계의 명암
문정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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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 몸매에 망토를 걸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퍼 히어로의 이미지는 오랫동안 미국의 대외정책을 정당화하는 상징으로 기능해왔다. 정의를 위해 싸우고, 억압받는 이들을 구제하며, 혼란 속에서 질서를 회복하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마블과 DC의 화려한 스크린 속 영웅들은 세계 무대 위에서 미국이 자처해온 외교적 역할을 은유한다. 그러나 현실의 국제사회에서 미국은 종종 그 '영웅 서사'에 걸맞지 않은 모습으로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빅 브라더'로서의 과도한 개입, 이중잣대, 자국 이익 우선의 정책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수많은 외교적 실패를 초래해왔다.

 

미국의 외교는 자주 '인권 보호',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를 앞세운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은 수많은 국가에서 개입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변질되어왔다. 베트남 전쟁, 이라크 침공, 아프가니스탄 주둔은 그 대표적 사례다. 초기에는 악의 축에 맞선 정의의 전쟁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본질은 자국 중심의 전략적 계산임이 드러났다.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 정치적 공백, 극단주의의 확산은 해방이 아닌 혼란을 낳았다. 수퍼 히어로의 망토는 점점 더 무거워졌고 세계는 미국을 구원자가 아닌 간섭꾼으로 보기 시작했다.


미국의 외교정책에는 눈에 띄는 이중잣대가 존재한다. 인권을 이유로 특정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한편, 자국의 이익과 결부되었을 때 침묵하거나 오히려 그 정권을 지원한다.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국가들과의 밀착된 관계가 그 대표적인 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미국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외면한다. 이러한 선택적 정의는 미국의 외교적 신뢰를 훼손하며, 세계 질서의 수호자가 아닌 '편파적 심판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한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등장한 빅 브라더는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존재다. 미국의 글로벌 정보망, 동맹국조차 대상으로 삼은 스파이 활동, 경제 제재를 통한 압박 외교는 이와 흡사하다. 기술과 정보력을 앞세운 이러한 방식은 동맹국과의 신뢰를 위협하고 신냉전적 긴장을 심화시킨다. 강대국의 책임 있는 외교보다는 패권을 유지하려는 집착에 가까운 이러한 접근은 오히려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된다.

 

미국 외교의 특징을 말하느라 서설이 길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외교 분야의 '어벤져스급' 책이다. 강렬한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데,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은 왜 외교만 했다고 하면 이리저리 삐걱대고 국제사회에서 비난받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딱 맞는 답을 던진다. 국제정치 분야에서 이름난 석학 11명이 모여 미국 외교의 구조적인 문제를 시원하게 파헤친다. 읽다 보면 답답했던 속이 좀 뚫리는 기분이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핵심을 찌른다. "도대체 미국은 왜 외교에서 자꾸 실패를 반복할까?" 이 물음에 답하려고 저자들은 크게 세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미국 외교의 민낯을 들춰낸다.

 

1. 북한 핵 문제: 고집불통 외교의 한계

가장 먼저 등장하는 건 역시 북한 핵 문제다. 국제사회에서 언제나 뜨거운 감자인 이 주제에 대해, 로버트 갈루치 전 6자회담 대표는 미국이 제재와 압박만 고집하다가 결과적으로는 '핵 없는 북한'이 아니라 '핵을 가진 북한'을 만들어냈다고 쓴소리를 날린다. 너무 강경하게만 나가다 보니 북한을 점점 더 구석으로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쥐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에게 덤비는 법이다.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도 "잡을 기회가 있었는데 계속 놓쳤다"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결국 미국 외교는 너무 경직되어 있어서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외교의 문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일이 반복됐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같은 동맹국들은 이제 미국만 바라볼 게 아니라, 자체적인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우리도 눈치만 보지 말고 센스 있는 외교 한번 해보자는 거다.

 

2. 미국 외교 시스템: 고장이 반복되는 낡은 기계

두 번째로는 미국 외교 시스템 자체의 문제다. 찰스 쿱찬 교수는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실수가 계속되는 이유가 단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낡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 외교를 자꾸 같은 자리에서 멈추는 낡은 자동차에 비유한다. 월터 미드는 보수 외교정책이 정통 보수, 네오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까지 각종 이념이 뒤섞인 채 방향성을 잃었다고 말한다.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미국이 자유주의 질서를 지나치게 밀어붙이다가 오히려 신뢰를 잃었다며, 이제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미국 외교는 단순한 실수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더 유연하고 실용적인 개혁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3. 글로벌 현안에 발목 잡힌 미국 외교

세 번째 이슈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굵직한 사건들이다. 미중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사태, 기후변화까지. 수잔 손튼 전 국무부 차관보는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 구도를 너무 키우다 보니 문제 해결보다 갈등을 조장하는 쪽으로만 흐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칼 아이켄베리 전 주한 미국대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사태를 다루는 방식에서 윤리적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도덕적 지도력도 점점 힘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비노드 아가왈 교수는 미국 외교가 국내 정치에 너무 휘둘리다 보니 제때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란다 슈뢰어스 교수는 기후 문제 대응에서도 미국이 리더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요약하자면, 미국은 글로벌 리더라는 이름에 걸맞는 외교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다극화, 복합위기, 문화적 다양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과거처럼 한 국가가 정의를 독점하거나, 모든 문제에 개입하려는 접근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국이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수퍼 히어로적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른 국가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존중하며, 자신 역시 국제 규범에 의해 평가받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세계는 더 이상 자칭 영웅이 아니라, ‘겸손한 파트너를 원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미국 외교가 문제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는 데 있다. 각 분야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은 문제를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결 방향까지 고민하게 된다. 또한 미국 지도자들에게만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니다.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도 "이제는 무작정 미국 따라가기만 하지 말고, 우리만의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교는 결국 자기 이익을 지키는 전략 게임이다. 유쾌하면서도 뼈 있는 말들로 가득한 이 책을 국제정치나 외교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하다. 미국 외교의 실패를 진단하면서도 비판에 그치지 않고 방향까지 제시해주는 이 책은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외교 길라잡이라고 할 수 있다.

 

#메디치 #문정인 #미국외교는왜실패하는가 #국제정치 #국제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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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한 마리 새 - 정경심과 영미시 함께 읽기
정경심 지음 / 스토리두잉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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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6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약 400년에 걸친 영미시 61편을 엄선하여 번역하고 해설한 영시 모음집입니다. 엘리자베스 1세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삶과 고난, 희망을 주제로 한 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카르페 디엠 (이 순간을 살아라): 삶의 찬란함과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는 시들을 담고 있습니다.
2부 덧없는 세상을 위한 기도: 삶의 무상함과 죽음, 상실에 대한 성찰을 담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3부 결국, 사람이 희망이다: 인간의 내면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용기를 주제로 한 시들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시마다 자신의 관점과 언어로 해설을 덧붙여 독자들이 시의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특히, 에밀리 디킨슨의 시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에서 책 제목을 따왔으며, 이 시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이 책은 단순한 시집을 넘어,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 녹아든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저자는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다시금 시의 세계에 몰입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위로와 깨달음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이 책을 집필하였습니다. 그녀의 해설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 시인의 삶과 시대적 배경까지 아우르며 독자들에게 풍부한 이해를 제공합니다. 시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친절하게 다가가며,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위로와 용기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특히, 에밀리 브론테와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통해 희망의 다양한 얼굴을 조명하며,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로서 지난 몇 년간 사회적으로 떠들썩했던 이른바 '조국 사태'로 인한 극도의 법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자녀의 대학 입시 관련 의혹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며, 장기간에 걸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엄청난 심리적 스트레스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을겁니다. 개인적 삶이 완전히 공개되는 상황에서 건강 문제까지 겹쳐 여러 차례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신체적, 정신적 고통 또한 매우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도 저자는 학자로서의 본연의 자세와 연구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꾸준히 학문적 탐구를 이어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오랜 관심 분야였던 영미시를 심도 있게 다룬 이 책을 출간하며 학문적 성과를 냈습니다. 이는 그녀가 극심한 개인적 고난과 사회적 압박 속에서도 지적 활동과 연구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매우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영미시를 주제로 한 이 책은 깊은 통찰력과 감수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 만큼, 저자의 학문적 역량과 성실함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이는 단지 학문적 결과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지식인의 진정한 책임감과 용기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아 마땅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히 연구를 수행한 저자의 노력과 정신력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줄 것입니다.
영문학이 뭔지 잘 모르던 학부 시절 이 책처럼 상세하고 친절한 배경 설명을 곁들여 배웠더라면 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미시를 처음 접했던 당시에는 졸업하고 취업하기 바쁜 내 인생에 시가 대체 무슨 소용이냐며, 그야말로 한 번 배우고 지나갈 대수롭지 않은 과제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그러나 나이 들어 세상을 더 경험한 후 시야가 넓어지고 시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다시 접하게 된 시라는 문학 장르는 새로운 감흥으로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원숙해졌다기보다는 호르몬 분비가 역전된 탓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영미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삶의 어려움 속에서 위로와 희망을 찾으며, 문학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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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쓰다 - 지혜의 말 필사책
스리 오로빈도 엮음, 루미 옮김 / 스토리두잉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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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개

이 책을 엮은 스리 오로빈도(Sri Aurobindo, 18721950)는 인도의 철학자, 시인, 요기이자 독립운동가로, 정치적 혁명가에서 영적 지도자로의 전환을 통해 현대 인도 사상에 깊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1872815일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난 그는 7세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세인트 폴스 스쿨과 케임브리지 대학교 킹스 칼리지에서 고전학을 전공했다. 그는 인도 민족주의 운동에 관심을 가지며 학창 시절부터 정치적 의식을 키워갔다. 1893년 인도로 귀국한 그는 바라다 주의 마하라자 아래에서 공직에 종사하면서도 인도 국민회의와 벵골의 아누실란 사미티 등에서 활동하며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신문 '반데 마타람'의 편집자로서 영국 식민 지배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전개했고 이로 인해 체포되어 알리푸어 감옥에서 1년간 갇히기도 했다. 감옥에서의 체험은 그의 삶에 전환점을 가져왔다. 1910, 그는 정치 활동을 중단하고 프랑스령 퐁디셰리로 이주하여 명상과 요가에 전념했다. 이곳에서 그는 인간의 의식과 삶을 신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통합 요가(Integral Yoga)'라는 독자적인 영적 실천법을 개발하였다. 정치와 영성을 아우르는 삶을 통해 인간 의식의 진화와 사회의 영적 변화를 추구하였으며, 그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 책 속으로

이 책은 손으로 따라 쓰는 필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책이다. 역사상 시대와 종교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는 위대한 스승들의 지혜로운 말들을 한 권에 모았다. 여러 문화권에서 오랜 시간 동안 전해 내려온 소중한 가르침들이 담겨 있다. 예를 들면 힌두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 도교, 유대교, 수피즘과 같은 다양한 종교뿐만 아니라 고대 철학자들의 깊은 통찰을 담은 문장들도 함께 들어 있다. 단순히 듣기에 좋은 말들을 모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문장들을 통해 삶과 인간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구성되었다. 그 안에는 삶의 의미, 사랑, 고통, 자기 발견, 신에 대한 깨달음 등 우리가 모두 고민하는 보편적인 주제들이 가득 담겨 있어, 읽는 이에게 평화와 정신적인 성장을 선사하고 있다.

 

1.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지혜의 안내서

이 책은 동서양과 과거, 현재를 가리지 않고 위대한 사상가들의 말을 신중하게 선택하여 모은 선집이다. 마치 캄캄한 길을 걷는 사람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작은 등불과 같으며, 각 문장은 간단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다양한 문화와 시대에서 나온 말들이지만 놀랍게도 그 안에 담긴 진리들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혜로 연결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와 종교의 경계를 넘어 인류가 공유하는 진리를 느끼게 되고, 모든 지혜가 결국 하나로 통합됨을 깨닫게 될 것이다.

 

2. 손으로 따라 쓰며 깊이 생각하기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에게 직접 손으로 문장을 따라 쓰도록 안내한다는 점이다. 책에 실린 짧지만 깊은 의미가 담긴 한두 줄의 격언을 직접 손으로 옮겨 쓰면서 독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문장을 이해하고 마음에 새기게 된다. 예를 들어, "사랑은 신이 쓰는 또 다른 이름이다" 또는 "진정한 변화는 내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와 같은 문장들을 천천히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문장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필사하다 보면 저절로 그 문장이 내 안에 스며들어 마치 자신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단순히 글자를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을 탐구하고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특별한 명상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일주일 정도 꾸준히 따라 써 보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 명상과 영성을 위한 다양한 도구

이 책은 특정 종교나 신념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종교와 철학의 가르침에서 중요한 지혜들을 골라 독자들이 편견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불교의 깊은 명상법, 기독교의 조용한 묵상법, 힌두교의 자기성찰, 이슬람의 내면의 평화, 도교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 등 여러 종교가 공통으로 말하는 지혜들을 한 권에 담은 것이다. 독자들은 각자의 종교적 배경이나 개인적인 신념과 상관없이 다양한 가르침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문장들은 일상의 작은 명상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 종교적인 강의, 모임 등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읽는 책을 넘어 실생활에서 영적인 성장을 돕는 훌륭한 안내서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단순한 격언 모음집을 넘어서서 독자가 직접 필사하면서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느끼는 살아 있는 지혜의 도구이다. 하루에 몇 문장씩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따라 쓰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정한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많은 독자에게 내면을 밝히는 영적인 안내자이자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리라 믿는다.

 

#스토리두잉 #마음에쓰다 #필사책 #격언모음 #스리오로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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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생후배선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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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있는 과학 서적은 마치 출퇴근 시간의 버스처럼 독자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요즘처럼 뇌과학 열풍이 뜨거운 시대엔, 이 책이 그 인기몰이 버스에 탑승한 것 같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얼마나 유연한지, 그리고 우리 인간이 왜 이렇게 다재다능한지에 대한 놀랍고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비결은 바로 '생후배선(livewiring)', 즉 우리의 두뇌가 상황에 따라 즉석에서 배선을 갈아 끼우듯 자신을 재구성하는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두뇌를 컴퓨터 배선처럼 비유하는 감각은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물론 뇌가 '입력에 따라 변화하는 자기 적응 시스템'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새로운 것이 없다. 하지만 이 변화가 얼마나 빠르고 극적인지는 최근 들어서야 주목받고 있다. 뇌의 절반을 제거했음에도 정상적으로 성장한 어린 매슈부터 방의 조명 변화에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응하는 놀라운 사례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심지어 언어 습득의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쳐버린 아이들이 이후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안타까운 사례도 등장한다.

책의 중심 개념인 생후배선과 뇌 가소성은 둘 다 뇌의 발달과 변화에 관련되어 있지만, 적용 시점과 방식은 다르다. 생후배선은 어린 시절에 뇌가 외부 자극을 받아 뉴런 간 연결을 빠르게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이 시기에 언어나 운동 기능의 기반이 만들어진다. 반면 뇌 가소성은 평생 계속되어 학습과 경험에 따라 신경망이 계속 바뀌게 만든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뇌 손상 후 회복 과정에서 중요하다. 한마디로 생후배선이 초기 설계라면, 뇌 가소성은 평생 업그레이드되는 펌웨어 업데이트 같은 셈이다. 책에서 제시한 7가지 요점은 뇌의 신비를 아주 재밌고 명쾌하게 정리한다.

 

1. 뇌는 필요에 따라 스스로 재구성할 수 있다.

어린 매슈는 심각한 발작으로 뇌의 절반을 떼어냈지만, 3개월 후엔 누가 봐도 뇌의 반쪽이 없다는 걸 눈치챌 수 없었다. 약간의 불편을 빼면, 뇌가 알아서 빈자리를 채운 것이다!

 

2. 뇌는 어떤 감각이라도 처리할 수 있다.

1960년대 실험에서 한 시각장애인은 등에 달린 압력 장치로 시각을 대신했고, 이틀 만에 사물을 식별하기 시작했다. 등으로 보는 세상이라니, 참으로 신기하다.

 

3. 뇌는 어떤 신체든 작동법을 습득한다.

두 발로 태어난 개 페이스는 사람처럼 걷고, 팔 없이 태어난 양궁 선수 매트는 발가락으로 화살을 정확히 쏘는 신기록을 세웠다.

4. 뇌는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적응한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펄만의 뇌는 일반인과 확실히 다르다. 뇌도 중요하다고 느끼면 적극적으로 개조하는 모양이다.

 

5. 뇌는 우리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는 잠궈둔다.

1980년대 IBM 로고에 갑자기 빨간색이 추가됐다는 이상한 착각 사건이 있었다. 물론 로고는 변한 적 없었다. 사람들의 뇌가 너무 익숙한 이미지를 임의로 바꿔버린 것.

 

6. 나이가 들수록 뇌 가소성은 감소한다.

어린 나이에 뇌의 절반을 잃어버린 매슈는 회복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런 극단적인 적응은 어렵다. 뇌가 점점 덜 유연해지기 때문이다.

 

7. 오래된 기억은 최근 기억보다 더 강력하다.

1960~1980년대 출생한 사람들의 공감각 패턴이 당시 유명한 알파벳 자석 세트와 일치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평생 유지된 셈이다.

 

감각을 잃어버린다는 건 확실히 큰 불행이다. 그러나 만약 잃어버린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흥미로운 가능성은 세 가지 중요한 문제를 낳는다. 첫째,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기술 접근이 불균등하면 이미 존재하는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둘째,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에 대한 정의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셋째, 자아 정체성과 윤리적 동의 문제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본인의 동의 없이 기능 강화가 이루어진다면 윤리적 논란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기존의 고정된 뇌 개념을 뒤흔들며 인간의 뇌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적응력이 뛰어난지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작품이다. 뇌를 단순한 회로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연결망으로 설명하며, 우리가 학습하고 경험할 때마다 신경망이 재조직된다는 점을 생생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더불어 신경 가소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감각 대체 기술, 신경재활, 인간 인지 능력의 확장 가능성 등 현대 뇌과학이 제시하는 혁신적인 미래를 제시한다. 특히 뇌가 특정한 입력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생후배선의 특성을 지녔다는 점은 신경과학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교육, 의료 분야에도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뿐만 아니라 인간의 학습과 창의성, 그리고 미래 기술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에게 필독서가 될 것이다. 우리의 뇌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적응하는 유기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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