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경제학 - 맨큐의 경제학 이데올로기를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스티븐 A. 마글린 지음, 윤태경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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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그들의 열정이 진실의 반대편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 상호작용을 규제하는 장치로서 시장을 정당화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 인간이란 무한한 욕구를 지녔고 본래 이기적이며 합리적인 계산기일 뿐이며 유일한 중요 공동체는 민족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시장 관계가 결과적으로 공동체를 잠식한다고 말한다. 축사가 불타버려 재산 손실과 좌절감에 무력해진 어느 공동체의 가족이 있다고 하자. 예전 같으면 이웃 사람들이 뛰어들어 화재를 진압하고 음식을 나누며 위로를 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헛간을 잃은 농부는 이제 보험회사의 관심 고객이 되어 그들에게 의존한다. 보험이 공동체의 헛간을 키우는 것보다 자원을 조직 편성하는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상호주의에서 시장 관계로 전환되면서 공동체의 구성 요소인 사회적-인적 유대관계는 점점 약화된다.

 

기본적으로 개인들은 서로 고립되어 있고 사람들의 소비 여력을 기준으로 정체성을 규정하듯, 경제학은 사회적 연결고리가 빈곤한 세상을 정당화하는 방법을 적용해왔다.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지난 4세기 동안 발전을 거듭해온 이 경제 이념은 이제 세계 각국에서 지배적인 신념이 되었다. 저자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 이념이 조장해온 우리 삶의 불균형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은 과연 이단의 과학인가? ‘우울한 과학이라는 경제학의 별칭은 19세기 영국의 역사가이자 작가인 토마스 칼라일에 의해 처음 도입되었다. 이 우울한 특성은 그 이후로도 지속하였고 학계와 비학계 모두에게 대중적인 용어가 되었다. 저자는 경제학이 '분열적'인 이유가 공동체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언뜻 보기에 이러한 저자의 발언은 좀 의외일 수 있다. 왜 경제학 같은 특정 지식의 영역이 공동체의 파괴에 이바지하는 것일까? 그가 말하는 '경제학의 관념론'은 사리사욕을 지향하는 개인과 시장 체계를 모두 육성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지금의 세상을 돌아보자. 자율규제 체계로 정의되는 시장이 자원을 할당하고 가격을 책정하며 소득분배를 결정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의 공동체를 위한 공간은 없다. 사회적 유대와 상호 부조를 받는 대신 보험, 간호, 건강 등의 의료 서비스가 재화로 거래되면서 비인격적인 시장 관계는 상호주의라는 개인적 관계로 대체된다. 다시 말하자면 경제학이 공동체를 해체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공동체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공동체의 상실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가? 일견 사람들은 공동체가 그들의 구성원들에게 구속력 있는 제약을 가하기 때문에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구성원의 수가 적정선으로 줄어들면 그만큼 자유롭고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등장할 정도로 이 행성의 인구는 늘어나고 재화는 부족해졌다.

 

공동체가 약해지면 개인의 자유는 증가할 것이다’. 이 명제를 명시적으로 돌아보는 대신, 저자는 이를 거부할 만한 모든 요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공동체는 일부 경제 모델에서 말하는 이타주의와 동격이 아니며, "생명에 형태와 풍미를 주는 관계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일종의 사회적 접착제"로 정의된다. 그것은 우리 정체성의 필수적인 요소로서, 우리가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핵심이다. 공동체는 경제와 정치뿐 아니라 사회성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래에 대한 공통의 비전과 공유된 기억을 제공함으로써 세대 간의 연속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는 공동체의 상실이 곧 우리 정체성의 해체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지배적인 경제 이론이 공동체에 미치는 처참한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심리학, 인류학, 철학, 사회학, 역사학 등 다른 지식의 분야를 바탕으로 독자를 정교하고 매혹적인 분석으로 안내한다. 분석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며, 저자의 주제와 관련된 모든 주요 사안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비정통적, 달리 말해 비주류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주류 경제 이론에 반대되는 명확한 주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자 자연스러운 관전 포인트이다.



 

저자가 공동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일부 비정통적 경제학자들의 진지한 노력을 실제로 분석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의외다. 경제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비평을 훌륭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저자는 내부적 비판을 경시해 왔으며 아마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말하는 경제적 불협화음의 한계로 인해 세상은 다시 주류 경제학 내부의 이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살짝 비틀어 보는 새로운 시각의 경제학을 표방하는 이 책의 논의 가운데 공산주의에 대한 분석을 다루지 않은 것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산주의는 사람들을 이성적 개인이나 한 국가의 시민으로 정의하는 대신 주로 종교적,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요 쟁점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추진하는 세계화의 가속과 함께 어떻게 공산주의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져도 좋을 것 같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통적 공동체가 훼손되는 동시에 새로운 공동체가 공산주의의 이념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시장의 확장으로 공산주의가 재등장한다면 이러한 확장이 오래된 지역사회를 파괴하는 한이 있더라도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는 어떻게든 생성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러한 맹점에도 불구하고 주류 경제학과 공동체의 파괴 사이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실증 실험은 유혹적이고 설득력이 있으며 전반적으로 잘 문서화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세상에 영원불멸한 이론이나 학문은 없다. 유기체처럼 경제도 성장하고 변화한다. 새로운 환경에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맨큐 경제학으로 대변되는 주류 경제에 익숙해진 시각 역시 절대 불변일 수 없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공동체 경제학이 아직은 우리나라 경제 여건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에 추이를 지켜보는 감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저자와 함께 주류 경제로부터 한발 물러나 냉철하게 관찰하는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를 표하며 경제를 알아야 하는 모든 독자 제위들께 일독을 권한다.

 


# 경제사상과이론 # 공동체경제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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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나는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 공허함에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키기 위한 마음 공부
박성만 지음 / 빌리버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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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이가 들면 저절로 지혜로워지는 줄 알죠? 천만에요. 더 고집스러워지고 괴팍해집니다. 자기 생각에 갇혀 살아요. 그게 다 마음공부를 게을리해서 그런 겁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전직 학교 이사장이었던 어느 어르신의 일갈이다. 사람은 저절로 지혜로워지지 않는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려 넋두리라도 할라치면 꼭 주위에서 이런 말이 들려온다. ‘자기가 아직도 20대인 줄 안다니까?’ 여전히 20대처럼 의욕을 가지고 일한다는 뜻이니 이거 왜 이래, 나 아직 안 죽었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해서 꼭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확한 상황 파악은 아닌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나 때는 말이야를 반복하는 꼰대가 되어가나 싶다. 그래서 저자는 삶의 원리를 겸손이라고 말한다.

 

꼰대는 삶이 아닌, 자신의 말에 귀감을 삼으라고 한다. ‘나 때는 말이야는 삶의 무대에서 물러나는 것에 보상을 받으려는 것이다. ‘나 아직 살아있어라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이다. 실은 서서히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사람이 땅으로 내려와 흙처럼 되어 겸손해지는 것이 삶의 원리다. (98)

 

이제 50 고개를 넘어가니 몸과 마음에 많은 변화가 찾아온다. 가장 많은 근육량을 자랑하던 허벅지가 얇아지면서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식사량은 거의 그대로인데 대사량이 적어지니 자연히 체중이 신경 쓰인다. 40대 중반에 진작 찾아온 노안으로 가까이 있는 글자를 읽으려면 안경을 썼다 벗기를 반복해야 하니 성가시기 이를 데 없다. 체력이 떨어지니 업무 집중력과 의욕도 예전만 못하다. 그러나 노안이 왔다고 해서 서글퍼할 일만은 아니다.

 

진리는 문자에 있지 않다는 선불교의 개념처럼, 노안은 문자의 틀에 갇힌 생각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뜰 때가 왔다는 신호이다. (250)

 

몸은 현재에 있으면서 마음은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면 저자가 말하는 현재를 사는 세 가지 원리에 더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는 첫째, 좋았던 일을 기억하고 둘째,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셋째, 좋거나 나쁜 일에는 반드시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저자는 지금까지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집중해 왔다면, 생애 후반기에는 이성과 감정으로 나를 어떻게 들여다볼 것인가를 생각하자고 한다.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것이 미천하다고 서러워하거나 공허함에 시달릴 필요가 없으며,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마음의 태도만 바꿔도 자신을 잘 지켜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풍부한 심리치료 임상경험의 결과와 학문적 바탕을 토대로 한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50 이후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생애 후반기를 건너가는 낯설고 새로운 시선을 설명하며(1), 공허함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기술을 공개하며(2), 진짜 자신을 만나러 가는 시간을 가져보고(3),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한 원칙을 소개하며(4), 몸과 마음과 병을 바라보는 관점(5)을 제시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간에 명성을 크게 얻었던 드라마와 영화 다수를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봐야 할 작품들로 소개하며 각 작품의 감상평을 부록으로 실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간결하고 차분한 저자의 문장력에 깔끔한 편집은 덤이다. 옆집 아짐과 아재에게 일독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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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 인류의 역사를 이끈 50가지 식물 이야기
스티븐 해리스 지음, 장진영 옮김 / 돌배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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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언제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마약 밀매상이 되었을까? 암 치료에 자주 쓰이는 나무가 있다던데? 일상적으로 쓰이는 조미료이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거래되는 향신료는 무엇인가? 이 흥미로운 질문들은 모두 식물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선사시대부터 식물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였다. 아침 침대맡 커피를 내리기 위해 볶는 커피콩에서부터 인간의 단백질원인 동물에게 먹이로 주는 풀, 자동차의 타이어에 사용되는 원료를 제공하는 고무나무까지, 우리는 거의 모든 면에서 식물에게 기대왔다. 이 광범위하고 매력적인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말해주듯, 식물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심오하고 종종 예측하기 어렵기까지 하다.



 

영국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의 교수이자 식물학자인 저자는 무역, 여행, 정치, 화학, 의학 등의 역사를 통해 서구의 부흥기에 큰 역할을 했던 50가지 식물을 연대기별로 살펴본다. 식물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식량원이다. 보리와 밀 같은 작물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애용해온 주식이었고, 오일 팜과 같은 종류는 서구 세계에 상대적으로 늦게 도입된, 말하자면 새내기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식물을 이용하는 방법 또한 극적으로 바뀌었다. 서구의 저녁 밥상에 흔히 오르는 비트는 한때 나병 치료에 효과적인 약재로 여겨졌고 현재는 지속 가능한 바이오 연료의 원천으로서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환각 성분을 지녀 마취제와 진정제로 쓰였던 맨드레이크와 유럽 염료업계의 대표주자였던 대청은 화학약품에 밀려 앞으로의 쓰임새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식물은 또한 우리의 가장 보편적인 질병 중 일부에 대한 강력한 치료제로 쓰이기도 한다. 일례로 주목의 껍질에서 추출한 성분은 흔히 암을 치료하는 데 애용되기도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50가지 식물의 이해를 돕는 그림 자료가 충실히 제공되기는 하나, 아쉽게도 단색으로 확대된 것이다. 실제 크기와 색감을 가늠하는데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인류에게 엄청난 이바지를 하고도 그 보답으로 약간의 물과 보살핌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가지와 뿌리를 지닌 식물 친구들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줄 도감이자 자기소개서이다. 처음부터 목차대로 내리읽기보다 관심 가는 식물부터 읽기 편하도록 구성되어 가독성을 높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식물에 대한 저자의 지식과 배경 설명이 해박한 데 대해 감탄만 하다가 책을 덮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의식 있는 석학답게 50가지 식물을 소개할 때마다 본문 끄트머리에 식물계에 생태 교란을 일으키며 약탈자로서 군림해 온 인간의 오만함을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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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그거 별거 아냐
이만기 지음 / 경향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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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는 생활이지만 강사에게는 생존이다."

 

교수자 세계에서는 학습자를 가르치는 입장은 비슷한 것 같지만 의외로 닮지 않은 구석이 많다그 일원인 필자에게 가장 와 닿는 문구를 고르라면 단연코 이 문장을 꼽고 싶다생활이든 생존이든요즘 세상의 모습을 소리 없이 그러나 가장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정면충돌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학교와 학원가를 비롯한 교육 분야 아닌가 싶다기존의 대면 수업을 고수해오던 공교육 학교 현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온라인으로 활성화되어 있던 사교육 업체들을 벤치마킹 해야할 처지였고학습보다 방역이 더 중요해지면서 교실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바빴다이렇게 되면 학습자의 관점에서는 누가 더 편의를 제공하는 교수자일지 답은 명확해진다.



 

표지의 작은 제목처럼 이 책은 스타 강사가 되는 법을 공개하고 있다유명 강사 이만기의 40년 강사생활 비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자신감의 표현이자 녹록지 않은 세월의 흔적이다간결하고 짧은 문장으로 쉽게 읽히지만가벼이 넘어가기에는 자꾸만 뭔가 목에 걸린다최고를 지향하는 강사에게 필요한 요점을 군더더기 없이 콕콕 짚어주기 때문에 작고 가볍고 밝은 색채임에도 그 내용은 묵직하게 다가온다교수자로서의 행동강령을 이토록 간결하고 힘있게 서술한 책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교수자라면 누구나 출중한 강의 실력을 갖추고 싶겠지만현실 세계에서는 누구나 다 스타 강사가 될 수도 없고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다그러나 이 책은 기본 그 이상을 갖추어 스타 강사의 반열에 오른 저자 본인의 경험으로 쓰였기 때문에이쪽 세계에서는 표준을 제시하는 것과 동등한 역할을 한다그 가운데서도 교수자의 금기사항으로 제시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60가지’(210)는 대단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학습자의 권익을 철저히 보호하는 프로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동시에평소 수업 중 무심코 행동하던 안 좋은 습관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돌아보게 한다.



 

때로 우리는 공교육 당국이 사교육을 경쟁자 또는 적대적 협력자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을 받는다교육과 자본이 결합한 바람직하지 않은 현실의 끝판왕인 사교육을 거대 공룡처럼 조직화한 공교육이 능가하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오랜 시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공교육이 지향하는 바를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당장 눈으로 확인되는 성과가 제시되는 사교육을 마다할 학부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

 

교육을 서비스업이라 말하는 젊고 활기찬 스타 강사들과평균 연령만큼이나 높아지는 세대 격차와 형식적으로 학생을 대하는 교사들은 비교당하기 좋은 소재이다물론 어느 쪽이든 달의 뒷면처럼 어두운 부분은 있겠지만적어도 공교육이 사교육에 뒤처지거나 사교육 이상의 것을 제공하여 자연스레 격차를 극복하고픈 것이라면교원 숫자를 줄이거나 형식적인 공문 내려보내기로 일관할 게 아니라 이 책처럼 훌륭한 교수자를 위한 현실적 지침과 장비를 보급하고 기대할만한 원격강의가 실현되도록 일선 교원들에게 아낌없이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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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감정 - 나쁜 감정은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랜돌프 M. 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최재천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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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현대 세계를 맨정신으로 살아가려면 더 많은 정신적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유럽에서는 인구의 38%가 매년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 이는 정신 질환 경험자로 보고된 전 세계 대학생의 35%와 유사하다. 믿을 만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7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거의 5만 명 이상이 자살로 사망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88,000명과 알코올 중독 사망자 약 50,000명의 수치는 별개다. 모든 진화론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꼭 일만 하다가 죽도록 진화된 느낌이다.

 

만약 삶의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목표가 고통을 피하는 것이라면,

인간은 그 목표에 가장 부적합하게 적응한 존재일 것이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정신의학은 의학의 여러 분야 가운데 의외로 가장 느린 진전을 이루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다른 의료진들과 달리 자신의 진단을 확인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생물학적 검사 절차를 밟지 않는다. 사실, 정신과 진단의 전반적 개념은 골치 아픈 사안이기도 해서 수십 년 동안 정신과 치료에 큰 진전이 없었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조차도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수가 안 그래도 충분치 못한 관리 시스템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분명히 정신의학은 실적이 저조하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정신과 의사들은 그들만의 규칙을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겸 연구 과학자 랜돌프 M 네스는 이 책에서 진화적인 틀을 기반으로 정신 질환을 찾아내는 설득력 있는 사례를 들고 있다. 현명하게도 이 책은 '진화 정신의학 변방에서의 시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 정신의학의 실천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지 아직 확정하기는 이르지만, 다윈주의의 명백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합리적으로 낙관할 수 있다.

 

처음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도전하라. 그래도 안 되면 다시 해보라.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둬라. 바보처럼 그 일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

- 천재 코미디언 W. C. 필스

 

그는 감정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유전자의 생존과 전달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선택'됐다고 주장한다. 유리한 상황에서의 기분 상승은 개인들이 기회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반면 상황이 불리할 때 가라앉은 기분은 위험의 감수와 노력의 낭비를 줄이고, 목표와 전략을 수정하도록 해준다. 불행히도 기분은 조절이 잘 안 되는 특성이 있고 우리는 매일 기분의 널뛰기를 경험한다. 이는 좋은 기분뿐만 아니라 나쁜 기분에도 적용된다. 지나치게 좋은 기분(조증)은 지나치게 나쁜 기분(우울증)만큼이나 우리를 금방 지치게 한다.

 

불안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은 궁극의 진리를 배운 것과 같다.

- 쇠렌 키르케고르, <불안의 개념>

 

어떤 감정은 특히나 조절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불안은 우리의 조상들이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장치였으나 저자가 말하는 "연기 탐지원리"에 따라 작동한다. 연기 감지기는 보통 대단히 민감하며 불에 탄 토스트에도 반응할 수 있다. 이런 사소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것이 실제로 불이 일어났을 때 뒤늦은 화재경보에 피해를 보는 것보다 더 낫다. 지나친 반응으로 얻는 이점이 무시했을 때의 기회비용보다 훨씬 더 크다. , 허위 경보를 자주 경험하는 것이 포식자에게 당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뜻이다. 왜 우리에게 좋은 이유로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고 불안장애는 왜 그렇게 흔한지를 이해할 수 있다.

 

슬픔과 우울증의 관계는 정상적인 성장과 암의 관계와 같다.

- 루이스 월퍼트, <독이 되는 슬픔>

 

특정한 감정이 어떻게 선택되고 어떤 목적을 위해 유용했는가를 묻는 저자의 질문은 매우 획기적이다. 사람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그들은 보통 계속 버텨 보라고 권고받는다. 사실 끈기 자체는 가치 있는 속성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지만,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 단순히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우울증은 때로 우리의 목표가 달성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아마도 수렵 채집 시대의 우리 조상이 열매 대부분이 이미 소비되어 더는 수확이 어려운 시기에도 계속 열매를 찾아다녔더라면 별다른 재미를 못 보았을 것이다. 때로는 동기부여가 감소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일 때도 있다. 수 세기 동안 정신질환자의 오명을 초래했던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전통적인 경계가 흐려지기도 한 덕분에 이런 접근법은 철학적인 매력을 지닌다.

 

"만약 남자들이 오르가슴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생식 성공 가능성은 감소했을 것이다." -데이비드 젝스턴

 

진화 정신의학은 성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예를 들어 남성은 조루증이 생기는 반면 여성은 오르가슴이 지연되거나 오르가슴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 이 차이는 분명히 진화 압력에 의해 형성되었다. 여성이 빠르게 절정에 이르고 오르가슴에 따라 '감성'의 순간이 이어진다면 지속적인 성교를 불편하게 만들어 임신이 어려워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남성이 오르가슴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이것 또한 생식 성공 가능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성별 간의 오르가슴적 불균형은 진화가 유전자의 전달에 관한 것이지 개인의 만족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부분이다.

 

인간이 할 수 없는 행위를 빼면 부자연스러운 성행위란 없다.

- 앨프리드 킨제이

 

여러 해 동안 프로이트 심리학은 주류 학자들에 의해 거부되었다. 그러나 진화 정신의학은 억압과 같은 정신분석적 방어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제공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기적인 동기를 감추기 위해 우리 자신을 속일 필요가 있다. 언짢은 생각이 우리의 인식과 거리를 유지한다면 우리는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충족되는 우리 욕망의 개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욕망 일부를 무의식으로 쫓아 보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어떤 아이디어가 처음에 말도 안 된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그 아이디어는 별것 아니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 책은 진화 정신의학의 역사, 발전, 시사점을 다룬 훌륭하고 시의적절한 설명서이다. 비록 정신의학은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약간의 다윈주의적 도움만 얻을 수 있다면 그 미래는 매우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진화 정신의학이 지금까지의 연구 의제를 다듬고, 논란을 해결하고,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영감을 제시하여 필자와 같은 일반인들이 정신 질환을 더욱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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