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장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
EBS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시장이 이 책의 소재인 만큼 우선 시장을 뜻하는 영어 단어 market의 어원을 찾아보았다. 고대 유럽에서는 전리품이나 도둑질한 장물이 주로 시장에 나와 거래되었기 때문에 merce에서 시장을 뜻하는 market으로 파생되었다. 용병을 뜻하는 mercenary, 태양계의 행성인 수성이자 로마신화의 도둑과 상업의 신을 뜻하는 Mercury도 같은 어원이다. 고대 유럽의 시골은 개인이 아닌 마을별로 경제 단위를 이뤘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공동으로 농사짓고, 수확물은 마을 공동 창고에 보관했다가, 필요한 만큼씩 가져다 썼다. 서비스업의 개념도 없던 때라 뚜렷한 전문 직종은 없었고, 함께 농사짓는 마을 사람 중 대장장이가 있어 대가 없이 이웃들의 농기구를 고쳐주었다. 대장장이는 마을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으로 만족했다. 만약 자기네 마을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건이 필요해지면, 시장으로 교환하러 가지 않고 그 물건을 생산하는 옆 동네로 선물을 보냈다. 그 동네 사람들은 선물의 의미를 눈치채고 이웃 동네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답례 형태로 챙겨 주는 방식으로 물물교환을 했다. 하지만 도둑질한 장물은 최대한 원래 주인 눈에 띄지 않는 먼 곳에 내다 팔아야 했다. 또 용병들은 전쟁에 참여한 대가로 돈이 아니라 전리품을 받았는데, 자기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은 내다 팔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야 했다. 빼앗은 물건이 라틴어로 merce였다. 시장에서는 주로 이런 물건을 교환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장을 market이라 불렀다. 실제로 로마신화에서 merce의 신을 뜻하는 Mercury는 도둑들의 신이면서 상업의 신을 겸했다고 한다.


시장을 주제로 한 사진 책이 드문 것처럼 이 책을 쓴 저자의 이력 또한 특이하다. 중학생 될 나이에 서울 유학을 왔고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후 유명 중식당 주방에서 요리를 배웠으며 지금은 중국요리 연구가이자 대학교수가 되어 중국 전통조리를 가르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서전 성격의 음식 전문 서적도 출간하였다. 이 책은 EBS에서 저자가 참여하여 진행한 세계 테마기행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사진 책으로 엮은 것으로 동서양 여러 나라의 시장 풍경과 사람 사는 모습이 날것 그대로 담겨있다.


시장에 관한 추억은 삶의 순간이 기억나는 독특한 공간이며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좀처럼 느껴보지 못할 아날로그 감성을 남겨준다. 시장에는 사람이 있고 삶이 있으며 힘찬 에너지의 물결을 느낀다. 시장이 치열하게 사는 인간 삶의 단면인 이유는 가족을 배부르게 먹이고 따뜻하게 입히고 싶은 인간의 공통된 목표가 발산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 힘겨울 때는 시장에 가라는 말이 있다. 생동감을 느끼며 다시 삶을 꿈꾸라는 뜻이 아닐까. (본문인용)


하지만 시장이 늘 낭만적이거나 추억 속의 장소만은 아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편찮으신 어머니를 대신하여 자전거로 장을 보러 다녀야 했던 필자에게 다가오는 시장의 느낌은 살가움보다 창피함이 더 컸다. 동네를 쏘다니며 놀기 바쁜 또래의 사내아이라면 아무도 하지 않았을 장보기 심부름을 누가 볼세라 늘 신경 쓰며 다녀야 했는데, 어느 더운 여름날 자전거 짐받이에 싣고 오던 수박이 굴러떨어져 박살이 나던 순간 이를 목격한 옆집 또래 여학생의 웃음을 참던 표정이 차마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외국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시장에 들러보라는 조언을 듣는다. 저자는 인간의 먹고사니즘을 대변하는 시장은 이방인의 삶에 들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며, 현지인들이 무엇을 먹고 입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 정보는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보다 훨씬 정확한 법이다. 클릭 한 번이면 장 본 물건이 바로 집으로 배송되는 편리한 요즘, 재래시장은 상대적으로 어지럽고 복잡하고 소란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치열하게 살아가는 인간적인 삶의 모습만큼은 가상세계에서 느껴보지 못할 독특한 요소이다. 이 책은 보기에도 맛깔스럽게 진열된 과일, 알록달록 모양도 이쁜 옷가지, 허기를 달래줄 먹음직스러운 길거리 음식, 북적거리는 뒷골목 풍경, 산더미처럼 쌓아둔 형형색색의 상품, 어깨 부딪히며 걷는 사람의 물결과 그 너머로 물건값 흥정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풍경을 담고 있다. 카트 운전하기 바쁜 대형 상점에서의 주말 쇼핑과 인터넷 가격 비교와 검색 구매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재래시장은 불과 20년 전 삶의 현장이었음을 되새겨 본다.


#세상의시장 #인문교양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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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시장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
EBS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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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 가면 가장 먼저 가게 되는 체험 삶의 현장,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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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과학 한 움큼
장수길 지음 / 전파과학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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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평>

달 뒷면이 외계인들의 전진 기지이다, 또는 인류가 실제 달에 간 적이 없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하여 달에 관한 진실이 늘 궁금하던 차에 정확한 얘기를 들어 볼 수 있겠다 싶어 기대된다.


어릴 적 동산 위에 뜬 쟁반 같은 둥근 달을 보면서 달에 토끼가 사는데 방아 찧는 일까지 한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 놀라워했던 순수의 시대를 기억한다. 하지만 네 살만 되어도 산타 할아버지가 사실은 산타로 위장한 아빠임을 일찌감치 깨달아 버리는 요즘 영악한 어린이들에게 그렇게 말했다가는 허황한 소리 지껄인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달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학과목으로 배우기 시작한 고등학생 무렵부터는 그나마 가끔이라도 쳐다보던 달을 더더욱 외면하기 시작했는데, 지구과학 시간에 배우는 내용이 처음에는 흥미로웠으나 평가를 받게 되는 시험 과목으로 다가오자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만약 당시에 현직 과학 교사가 쓴 이런 달달~한 달 전문 설명서를 교과서로 채택했더라면 좀 더 자주 달을 바라보며 친하게 알고 지내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야말로 상식선에서 달에 관해 가져볼 만한 질문과 답변을 모두 제공하는 달 신상명세서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 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를 묻는다면, 지구 생성 초기에 화성 크기의 거대한 행성이 지구에 충돌했고 그때 생긴 파편이 뭉쳐져 달이 되었다는 충돌설(자이언트 임팩트설)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고 답한다.(17) 또한, 달에 정말 토끼가 사느냐고 묻는다면, 달 생성 초기 주변의 무수히 많은 운석과의 충돌로 마그마 상태였으나 이후 충돌이 뜸해지면서 서서히 식어갔으며, 이후에도 지속된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현무암 성분의 용암이 달의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가 어둡게 보인 것으로 이를 달의 바다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41) 이 외에도 달의 질량 계산법, 61인 달과 지구의 중력비 산출법, 운석 구덩이로 달 표면이 고르지 못한 이유, 달 표면의 오른쪽 아랫면이 유난히 밝아 보이는 원인, 달이 차고 기우는 원리, 일식과 월식 현상, 밀물과 썰물, 세차운동 등을 상세한 그림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달 자체에 관한 과학 지식 이외에도 메밀꽃 필 무렵, 정읍사와 같은 대표적인 우리 문학 작품을 비롯하여 쥘 베른의 달나라 탐험기에 등장하는 달에 대한 인간의 정서, 달을 국기에 사용하는 이슬람 문화권 나라들의 지리 역사적 배경, 아폴로 11로의 우주 비행사였던 마이클 콜린스의 저서 Fly To The Moon에 묘사된 달 탐사 우주인들의 애환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달 탐사 조작설에 관한 사실 등에 있다. 특히, 세간의 여러 음모 이론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저자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단호하고 명쾌한 목소리로 답변한다.

과연 인류는 달에 간 적이 없는 것인가? 19697월에 있었던 최초의 달 착륙 영상은 지구로 중계되어 세계 수백만 명이 지켜본 분명한 사실이다. 한둘은 몰라도 모두를 속일 수는 없다.

진공 상태에서 펄럭이는 성조기는 진짜인가?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땅에 깃발을 꽂는 순간 발생한 반동으로 깃발에 주름이 간 것이다. 주름이 유지된 이유는 달의 중력이 지구의 1/6이라서다.

별빛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은 조작인가? 달의 표면은 태양광을 반사하기 때문에 사진에서 매우 밝게 보인다. 밝은 빛 때문에 상대적으로 별빛은 어두워 보인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사진에서 별을 볼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며, 이렇게 약한 별빛을 사진에 담으려면 카메라의 노출을 좀 더 길게 했었어야 했다.

달에 남긴 발자국은 가짜다? 레골리스라고 불리는 달 표면의 토양은 암반 위에 먼지처럼 뒤덮여있는데 표면이 부슬거려 밟으면 쉽게 눌린다. 이 토양 입자는 잘 뭉치기 때문에 발을 떼어도 신발의 바닥 면은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달에는 공기도, 바람도 없으므로 앞으로 수백 년간 발자국이 남아있을 것이다.

우주 비행사가 방사선에도 무사하다? 반 알렌대라고 알려진 방사선 벨트는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 간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며 우주 경쟁 초기 단계에서 과학자들이 염려했던 것 중 하나로 우주 비행사들이 치명적인 수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나사에 따르면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들이 달로 가는 여정 중 방사선 벨트에 머무른 시간은 채 두 시간이 되지 않는다. 방사선이 최대치에 이르렀던 곳에서는 5분 이내로 머물렀으며 영향을 받을 만큼 오랜 시간 머물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말 달에 간 적이 없다면 당시 미국의 최대 경쟁자인 소비에트 연방은 왜 침묵했을까? 만약 달 착륙이 가짜라면 냉전 시대에 미국과 대척하며 자신들도 사람을 달에 보내기 위해 극비 계획을 진행했던 소비에트 연방이 가만히 있었을 리 없다. 소비에트 연방은 이를 밝힐만한 동기도 있고 능력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었으므로 반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저자가 지난 30여 년간 지구과학 교사로서 과학의 본질은 재미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가르쳐온 달 전문가로서의 깊은 지식과 경험을 담았으며, 학생을 비롯한 성인들도 알아듣기 쉽고 익살스러운 눈높이 화법과 풍부한 시각 자료를 곁들인 설명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 적어도 달에 관한 질문이라면 더 이상의 교과서는 필요치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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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 - 불가해한 우주의 실체, 인류의 열망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유영미 옮김, 이희원 감수 / 갈매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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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하루를 살아가느라 바쁜 시대에 우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만끽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우리 머리 위를 돌고 있는 별들은 태곳적부터 계속 움직이고 있었지만 제대로 바라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유행병 때문에 갇혀 지내던 많은 지구인은 이제 예전으로 돌아가 그토록 간절히 갈망하던 삶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 하늘을 더 자주 쳐다보게 되었다. 따라서 요즘 천문학 관련 도서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침 독일의 박식한 천문학자이자 성공적인 과학 블로거인 저자가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고 싶어 하는 모든 독자를 위해 맞춤식 천문학 입문서를 내놓았다. 100개의 별 이야기가 담긴 우주의 역사를 통해 그는 자신이 연구해 온 별들의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비롯하여 생명과 우주의 모든 것들을 말하고자 한다. 100개의 별이라니, 사실 대략적인 소개만 하더라도 상당한 분량이다.

 

베들레헴의 밤하늘에 빛나던 별을 따라 어느 마구간을 찾아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던 세 동방박사의 이야기를 처음 듣던 날부터 지금까지 딴전 피우기에 능한 필자는 궁금한 게 있었다. 저 하늘에 별은 도대체 몇 개나 될까? 가이아 우주 관측소에 따르면 2018년 현재 공식 등재된 별은 16억 9,291만 9,135개로 별의 이름은 ‘GAIA DR2’라는 약자와 19자리의 수로 표시되며, 그 가운데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별은 9,095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저자는 이 숫자가 하느님이 아니라 1956년 예일 대학교의 천문학자 도리트 호플리트가 세었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천체 망원경으로 지구 바깥에서 별이 생성 소멸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누구라도 반드시 그렇게 강조할 것 같다. 별에서 온 우리는 별로 돌아갈 것이고 별을 생각하는 시간은 인류와 우주의 역사와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말하는 저자는 100개의 별 이야기와 함께하는 우주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태곳적부터 변함없이 똑같은 별을 바라보며 별도 달도 다 따다 주겠다고 세상 불가능한 허풍을 반복하던 인류의 조상은 민족마다 다른 이름을 붙여가며 별에 대한 별다른 애정을 표현해왔다. 예컨대 독수리 자리의 알파성(어느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을 고대 아랍의 천문학자들은 날아다니는 독수리의 뜻인 알타이르로, 일본에서는 히코보시, 중국과 한국에서는 견우성이라 부른다. 천문학에 밝았던 아랍의 천문학자들이 고대 그리스의 지식을 바탕으로 확장하고 번역한 아랍어를 다시 중세 유럽에 와서는 아랍어로 된 별 이름을 받아들였다. 분류를 목적으로 명명된 별 이외에 인류의 애정이 담긴 공식 명칭이 있는 별은 불과 330개뿐이란 점은 약간 의외다. 2,600년 이전에 탄생한 중국의 견우와 직녀의 음력 7월 7일 칠석(일본에서는 다나바타 마쓰리 축제) 설화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낭설이라 일축하기 전에 본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특질을 잘 반영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처럼 이 책은 흥미로운 별의 정체와 발견의 역사를 천문학적 용어로 소개하는 ‘별 이야기’ 그리고 별을 바라보며 살아온 인류의 ‘별에 얽힌 이야기’를 저자의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풀어내고 있다. 별의 생성과 소멸 및 인간의 몸속에 함께하는 별의 구성 요소이자 흔적인 우주 먼지, 지금 이 시각도 팽창하고 있는 우주 이야기를 읽다 보면 천문학 분야에는 비단 우주과학 용어뿐 아니라 이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데 물리,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의 영역이 모두 녹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블랙홀은 어떻게 생성되는지, 공룡은 왜 멸종했는지 같은 흥미로운 소재도 자세히 설명해준다. 마치 큰 상자에 담긴 소포장 과자처럼 간략하고 독립적인 100개의 별 이야기 속에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담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기권에 올려둔 허블 망원경 덕분에 가능했던 획기적인 발견 이야기는 몹시 흥미롭다. 1862년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의 흔들림을 포착하였을 때 망원경 제작자의 아들인 알반 그레이엄 클락이 처음으로 백색왜성을 발견한 것이나, 2017년 남극에 있는 거대한 얼음 큐브가 어떻게 멀리 떨어진 은하계 활동의 중심인 블라자르를 찾아낸 것, 그리고 은하 중심부에 초거대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하고 처음으로 촬영한 사례 등이 그러하다.

 

결론적으로, 먼저 하늘을 보여주어야 읽어내기도 가능할 것 같은데 별의 생김새를 묘사한 그림, 사진, 도표 등의 시각 자료가 전혀 없어 천문학을 보여주는 대신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점은 조금 아쉽다. 별들 사이를 여행하는 동안 저자는 특유의 혁신적인 과학적 통찰력 외에도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에서 헨리타 스완 레비트,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에드윈 허블에서 세실리아 페네에 이르기까지 별을 사랑하다 간 사람들의 삶 역시 충실히 묘사하고 있다. 사실에 근거한 그의 화법은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사려 깊으며 익살스러우면서도 독창적이다. 그를 따라 별자리 여행에 나서는 독자는 절대 후회할 틈이 없을 것이다.

 

#천문학 #별자리 #갈매나무출판사 #100개의별우주를말하다 #플로리안프라이슈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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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30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페이퍼!‘우리는 모두 별에서 온 그대‘ 죠이스터님 문구에 감탄이 !!이책을 읽다보면 100가지 별에 관한 이야기에 빠져들것 같은데 시각적인 자료나 사진이 없다니 ㅜ.ㅜ 북두칠성모양은 알지만 실제로 두눈 번쩍뜨고 ◕‿◕하늘 높이 반짝이는 별들 속에 북두칠성 찾지 못하는 1人 오늘 밤 빛나는별 한번 찾아봐야 겠어요.^.^

jyooster 2021-02-08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
아만다 리틀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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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평>

영화 '설국열차'에서 식량 공급이 매우 제한적인 여건에도 불구하고 앞칸 사람들은 호의호식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지만, 뒤 칸 사람들의 주식이자 유일한 먹거리인 단백질 덩어리의 재료가 사실은 바퀴벌레였다는 다소 '충격적인' 장면을 기억한다. 자본과 인지능력에 이어 음식마저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하는 염려와 함께 세계 인구의 절반이 굶주리는 현실을 고발한 장 지글러의 미래 고발정신이 이 책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식량 공급 여건의 변화>

최근 ‘기후 변화’에서 ‘기후 위기’라는 거창한 환경 용어가 우리 귀에 익숙해지고 있다. 극지에서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전 인류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실제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바로 식량원에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 조건이 더 빈번해지면서 세계의 농작물은 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매일 먹는 과일과 채소, 커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부족해지고 이용 가능한 식자재 가격은 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여 2050년이면 100억 명에 이르고 특히 아프리카와 중국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조건에서 지속적이고 공정한 식량 생산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딜레마를 안게 되었다. 세계는 과연 인구 폭증에 따른 식량의 가파른 수요 증가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여기에 우리의 먹거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가야 할지를 생각해볼 당위성이 있다. 그래서 저자는 내일 당장 우리가 먹을 음식을 보장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해결책들을 살펴보며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러한 변화를 우리의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한다.



사실 현대적인 농업 기술 덕분에 인류는 생태학적 위기에 중요한 이바지를 하고 있던 셈이다. 인류 역사상 농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뛰어난 생산력을 지녔다. 현대적인 기계와 첨단 살충제, 그리고 인간이 길들인 씨앗의 도움으로 재배할 수 있는 음식의 양은 상당량 증가하였고 생산성 향상으로 비용이 절감되었다. 모든 농업 혁신은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더 신뢰할만한 농작물을 생산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지녔으며, 절박한 수요 충족에 그쳤던 자급자족 국가들도 이익 지향적인 산업 대국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새로운 살충제, 관개 기술, 그리고 잡종 씨앗이 합쳐진 녹색 혁명으로 이어져 전 세계 식량 공급을 200%나 증가시켰다. 그러나 성공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녹색 혁명은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를 낳았다. 과도한 비료, 제초제, 살충제 사용으로 수생생물, 상층토양, 벌과 같은 유익하고 생산적인 곤충들도 피해를 보았고 농작물에 해로운 곤충들은 기존의 살충제에 내성을 갖게 되었다. 농부들은 해충을 없애기 위해 더욱 강력한 화학물질의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목표했던 식량 증산에도 불구하고 분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녹색 혁명의 가장 큰 실패일 것이다. 대량 생산되는 식량에도 불구하고 세게 8억 이상의 인구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공급망은 여전히 비효율적이며,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약 3분의 1이 낭비되고 있다. 이러한 녹색 혁명의 맹점 때문에 일부 지속 가능한 식품 옹호자들은 전체 구조를 해체하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친환경 농법에 대항하는 화학물질 사용과 유전자 조작을 거부하자는 것으로, 이론상으로는 논리적이지만 완전히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적어도 현대적인 농업 기술 덕분에 농업과 관련된 비용이 현저히 감소하여 훨씬 더 저렴하게 식량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술 사용을 중단한다면 더 비싼 음식을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가난한 공동체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첨단 기술과 재래식 농법을 함께 아우르는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물과 식량 생산 문제>

물은 식량 생산에 절대적인 요인이다. 물이 없으면 어떤 작물도 자랄 수 없으며 동물도 마찬가지다. 극심한 가뭄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수자원이 고갈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대륙이 영향을 받는다. 이 문제에 가능한 답은 유전자 변형 유기체, 즉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를 생산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대부분 특히 서구에서는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꼭 부정적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한 전 세계 과학 단체는 GMO가 인간의 건강에 그리 위협적이지 않으며 세계 많은 지역에서 GMO의 알려진 위험 요소보다 이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인 예로, 여러 아프리카 나라처럼 식량 불안과 싸우던 케냐가 있다. GMO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던 케냐 정부는 유전자 변형 옥수수에 대한 성공적인 연구 덕분에 2012년 집중적인 논의를 거쳐 제품 일부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해충과 가뭄 모두에 내성을 갖도록 고안된 옥수수 씨앗 덕분에 식량 자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작물을 설계하는 것은 전쟁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 다른 과제는 관개를 통해 비옥한 농지의 새로운 영역을 만드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선구자로 떠오른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황량한 사막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담수화, 폐수 재활용까지 포함한 첨단 관개 기술 덕분에 농업 자급자족률이 95%에 이른다. 물이 매우 귀해 물 한 방울도 아껴 써야 하는 이스라엘은 물 공급망의 모든 측면을 감시하는 소프트웨어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아무리 사소한 누수라도 감지하도록 설계된 송수관 덕분에 물 손실률은 10%에 그쳐 매년 30% 이상의 물을 잃는 미국과 비교된다. 이스라엘의 송수관 기술은 매우 인상적인 성공이지만 비용은 엄청나다. 전 세계 도시들이 이를 훌륭한 사례로 받아들이기는 하나, 높은 유지비용은 우리가 여전히 더 적은 물로 더 많은 음식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농경지 감소 문제>

세계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현존하는 농경지 면적은 줄어들고 있는데 중국 같은 나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전체 국토 면적은 매우 넓지만 10억 이상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경작지는 매우 부족하다. 경작지 부족의 해답은 실내 농업에서 찾을 수 있다. GMO가 개발되면서 농작물을 생산하는 환경 역시 로마인이 개발했던 온실 같은 실내로 바뀌는 추세이며, 오늘날 실내 농업은 그보다는 더 진보했다. 설계가 간단하고 기술력이 낮은 구조물에서부터 첨단 기술로 기후를 조절하는 수직 농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네덜란드에 있으며,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온실 개발을 이끌고 있다. 최근 유기농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실내 농장의 인기도 높아졌다. 뉴저지에 본사를 둔 에어로팜과 같은 수직형 농장은 살충제를 쓰지 않으며 야외 농장보다 훨씬 적은 물과 비료를 사용한다. 식물 뿌리가 공기 중에 자유롭게 흔들리고 영양분이 가득한 안개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토양이 필요 없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실내 농장은 여전히 몇 가지 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작물 성장에 필요한 인공조명은 에너지 소비를 크게 증가시킨다. 스페인 알메리아의 풍경화 같은 온실들은 수천 톤의 플라스틱과 농업 폐기물 제조자로 비난받고 있다.



<기술 혁신에 뒤처지는 육류 산업>

30억 명 이상의 인구에게 지배적인 단백질 공급원은 뜻밖에도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등의 육류가 아닌 해산물이다. 현재 단백질 공급 시장의 모든 부문에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보장하기 위해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비록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지만, 공급 가능한 식량의 비율은 겨우 2%에 불과하다. 어업 관계자들은 식량의 미래가 바다 아래에 있다고 믿고 있지만, 어업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중국 어선단의 무모한 싹쓸이 남획과 수온 변화 등으로 많은 어종이 절멸 위기에 놓여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양식업이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여 만든 새로운 폐쇄 환경 시스템을 갖춘 노르웨이 연어 양식장이 있다. 외부 기생충과 주변 생태계의 폐기물뿐만 아니라 산성화 수질과 수온 상승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세계적인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부상하였다.

물고기 양식은 육지 동물 사육에 비해 많은 이점이 있다. 한 가지 예로, 물고기는 그들 스스로 상당히 적은 음식을 소비한다. 연어 1Kg을 생산하려면 약 1Kg의 사료가 필요하지만, 소고기는 약 7Kg의 사료가 필요하다. 게다가 가축과 관련된 탄소 발자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5%를 차지한다. 방목 관리나 가축 복제 실험 등의 영향을 줄이는 데 친환경 사육법을 사용하려고 하나, 고가의 비용 탓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극복하기 어렵다.

육류 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전환점에 있다. 임파서블 버거와 같은 식물에 기반을 둔 ‘대체 고기’는 최근 판매량이 늘었다. 실리콘 밸리에 기반을 둔 멤피스 미트는 급진적인 예 가운데 하나이다. 줄기세포 생물학자에 의해 공동 설립된 멤피스 미트는 실험실에서 실제 소의 복제된 근육, 지방, 결합 조직 샘플에서 고기를 배양하고 있다. 실험실의 초청으로 실제 시식해본 저자는 그 맛이 우리에게 익숙한 쇠고기나 가금류와 비슷하다고 전한다. 이러한 시도는 매우 훌륭하지만, 동물 없는 대체육류로 동물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며 특히 개발도상국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결과적으로, 육류 산업을 보다 인간적이며 환경친화적, 효율적인 산업으로 만들려면 기존 육류 생산자들의 관습을 개선하고 보다 향상된 방법으로 동물을 대우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렵지만 극복 불가능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 문제>

앞서 언급처럼 음식물 쓰레기 발생은 녹색 혁명의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 중 하나였다. 미국에서만 매년 5천 2백만 톤의 음식이 버려진다. 그럴 뿐만 아니라 상품화되기 전 폐기되는 양은 천만 톤에 이른다. 이 문제의 해답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음식은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버려진다. 역설적이게도 더 건강하고 신선하게 먹겠다며 미학적이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낭비된다. 이렇게 먹어도 괜찮지만 버려지는 ‘못난’ 식재료를 모아 무상으로 분배하는 푸드 뱅크 제도는 식량 회복의 좋은 사례다. 이 덕분에 팔리지 않은 음식을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 한편 가정에서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 냉동 상태의 과일과 채소를 구입하는 방법이 있겠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음식의 낭비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되는 단계는, 비록 현재는 매우 효율적이지 않지만, 음식물 퇴비를 만들어 비료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맺는 말>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인구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환경 문제 역시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대처하기 쉽지 않다. 현재 우리가 식량을 수확하는 재래식 농법으로는 식량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세계의 임박한 식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술 혁신으로 식량 시스템을 ‘재창조’하거나 혹은 산업화 이전의 유기 농업으로 복귀하여 식량을 발명하는 등 우리의 현실에서는 일률적인 접근법을 취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를 타개하려면 현행 농업 기술을 재고하고, 가장 전통적인 방법을 응용하여 최신 기술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다행히도 먼 앞날을 내다보는 농부들과 과학자들 그리고 발품을 아끼지 않고 세계를 누비며 식량 문제를 집중적으로 탐구한 저자의 노력 덕분에 누구도 굶지 않을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미 많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며, 지속 가능하고, 영양이 풍부하며, 탄력적인 방법으로 증가하는 식량 수요를 충족시킬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식량위기 #지구환경 #음식의모험가들 #세종서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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