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으키는 글쓰기 - 인생 중반,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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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저자의 이름을 보고 남성인 줄 알았는데 여성이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같은 학번 동갑내기임을 알게 되었을 때, 언젠가 책 한 권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던 나는 동년배가 쓴 책을 이렇게 읽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순간 스쳐 갔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만의 삶을 담은 글쓰기는 몇 살 나이 먹지도 않았던 고등학생 때 끄적이던 일기가 마지막이었음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와중에 나 자신과 내 삶을 차분하게 돌아보게 해주는 글쓰기를 다룬 이 책을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은 저자의 하고픈 말을 읽어주는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글을 쓰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독자가 자신에 대해 쓰고, 다시 읽고, 새로이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보게 할 의도로 제작되었음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일상을 보살펴야 새로운 하루가 더 반갑다는 1, 나의 호불호를 찾아 적음으로써 마음을 이해한다는 2, 내 삶의 중요한 퍼즐 조각을 맞추며 실패를 위로하는 3,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픈 말을 들려줌으로써 과거를 재발견하는 4, 그리고 작고 사소한 변화를 이뤄감으로써 내일을 기획하는 5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각 장의 말미마다 나를 위한 글쓰기 가이드가 실려 글쓰기가 서툰 독자들을 위해 대단히 쓸모있는 조언을 주고 있는데, 글쓰기 주제로 제공되는 대부분의 분량을 제외하면 저자가 전달하고픈 핵심이 사실상 이 부분에 응집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글을 통해 자신에게 말을 거는 작업은 지금까지 몰랐던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해줄 가능성이 높고, 글을 쓰는 동안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마음 달래는 효과가 있으며, 글쓰기를 통해 내 감정과 생각을 다시 발견함으로써 지극히 평범하고 특색 없다고 여기던 나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으며,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일이므로 결국은 남과는 다른 내가 표현되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또한, 글쓰기 초보에게는 우선 글로 전달하고픈 핵심 문장을 구성한 다음, 어떤 내용을 다룰 것인지 순서를 정하면 글의 처음과 끝을 어떻게 구성할지 방법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렵다면 잘 써진 글의 구성을 모방하는 것도 훌륭한 글쓰기 방법이 됩니다. 써 놓은 글은 순식간에 읽을 수 있지만 글로 쓰이기까지 궁리하고 고민하는 시간이야말로 훌륭한 자기성찰임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학생들의 글쓰기를 지도하듯 따뜻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자신을 다잡기 쉽지 않은 세상에서 글쓰기를 실천하는 독자의 건승을 빌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글쓰기의 길에 들어서는 독자들도 저자의 응원에 힘입어 생전 써보지 않던 삶의 이야기를 적어봄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하고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이 점차 대견하게 느껴지는 부작용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갈매나무출판사 #나를일으키는글쓰기 #이상원 #매일조금씩글쓰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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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편의점 : 문학, 인간의 생애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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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런 인생의 가장 근원적인 물음을 커다란 질문(big question)이라 부른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 질문에 과학이 답변하더라고 말하는 책을 우연히 접하고 저자와 함께하는 자리까지 쫓아가 대화를 나누어본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들었던 답변이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 천문학 등 과학적인 시각과 견해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비교적 젊은 세대 인문학자인 저자가 25권의 고전을 통해 본 인문학적 시각의 답변을 들어볼 차례입니다. 똑같은 질문에 색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다는 자체부터 흥미롭습니다.

 

미래를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 늘 예측 불허의 상황에 처하게 되지만, 우리가 살아온 인생의 과정이 결국엔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입니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우선 이 책에서 제시하는 25권의 고전 가운데 제대로 읽은 작품이 열 손가락에도 꼽히지 않는 부끄러움을 뒤로한 채 구성상 특징을 살펴봅니다. 저자는 마치 어린이가 성장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인생경로를 거쳐 가듯 인생의 각 주요한 시기적 특징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배치하고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함께 생애 주기를 맞아 주인공의 삶 속에 투영되는 질문을 독자에게 제시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고전일까요? 고전은 시대, 나라, 환경, 사회가 모두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며 여기에는 인간 본성의 핵심과 사회 시스템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생을 언어로 남긴 고전을 톺아보면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모습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고전 가운데도 문학을 살펴보면 결국은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인간을 이해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타인의 본성을 들여다보고 통찰함으로써 저자는 독자들이 인생을 돌아보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꾸려가는 힌트로 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누구나 악이 될 수 있는 상황을 타개하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상황을 알려 하고, 이념이나 사람을 무조건 따르지 말고

판단해야 한다. -한나 아렌트

 

인간의 생애를 8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각 영역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구성하였으며 도입부에 작품의 대략 줄거리와 주제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개츠비가 왜 위대한 인물인지, <호밀밭의 파수꾼>이 왜 시대를 뛰어넘는 명저인지, 악마를 일컫는 용어 바알제붑에서 착안한 제목 <파리 대왕>이 붙은 이유는 인간 본성에 숨은 악마성 때문이었다는 등, 작품의 이해를 도와주는 알뜰한 지식을 아낌없이 제공합니다.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제목만 들어도 누구나 알아들을 만한 명작들입니다. 저자의 시원시원한 말투와 재미난 설명 덕분에 순식간에 읽히기도 하였지만, 어느 독자라도 완독 후 도입부를 다시 들춰본다면 25권의 고전 내용이 새롭게 다가옴을 느끼기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책에서 작가가 써놓은 메시지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읽고 싶은 메시지를 읽는 게 아닐까. 결국, 주변을 황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의 비밀은 자기 내면의 성장에 있다. (279)

 

가장 큰 영감을 주는 부분은 죽음이라는 단 하나의 확실한 미래를 다룬 7부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소개합니다. 온다는 기별만 보내오지만 정작 오지 않는 고도의 다른 이름은 죽음으로, 이반 일리치가 보여주는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죽음의 5단계를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산 날보다 앞으로 살날이 더 적어지는 인생의 시점을 지나고 보니 죽음을 기다리고 맞이하는 자세가 대단히 고무적인 소재이며 다가오는 느낌은 이전보다 훨씬 더 구체적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며 인생을 사는 것이 아주 바람직하다는 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매우 드문 경우지만 즉석에서 죽음을 주제로 책 여백에 꽤 긴 메모를 하게 만들기도 하여, 그 전문을 실어봅니다.

 

벌써 두 달째,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병석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친구가 있습니다. 연명 치료도 거부한 그는 나를 비롯한 여러 친구에게 이미 작별 인사를 해 두었습니다. 미련도 슬픔도 모두 마음속에서 정리해 놓았으며 본인의 이러한 자세에 친구들 또한 더는 감정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의 고도(죽음)는 우리의 고도보다 다만 조금 더 일찍 오고 있을 뿐입니다. 사그라드는 그의 목숨 빛에 또 한 가지 인생의 진실을 배웁니다. 아직 갈 길이 남은 친구들과 모이는 날, 그의 죽음을 기다리는 자세를 안주 삼아 한 잔 기울일 테지요. 언젠가는 그와 다시 만나리라 생각하니 그의 예정된 죽음이 이제 더는 서럽지 않게 다가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개인에게는 개별적이고 독특한 경험이지만,

전 인류적으로 보자면 늘 반복되는 하나의 프랙탈(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 구조일 수 있다. (371)

 

결과적으로 앞서 제시했던 커다란 질문에 대하여, 자료와 실험을 기반으로 우리의 생물학적 정의와 정체에 대한 분석이 과학적 답변이라면, 문학적 답변은 이야기에 살고 죽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가장 인간다울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요.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가장 큰 의미를 지닌 인생의 정수이며 그 자체로 아름답게 빛나는 행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바로 지식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채우고 후식으로 만 원에 네 캔짜리 맥주로 목을 축이면서 말입니다.


#인문교양 #지식편의점 #리뷰어스클럽 #서평단 #흐름출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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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편의점 : 문학, 인간의 생애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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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근원, 정체, 미래를 묻는 Big Question의 문학적 해답을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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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인생의 문장들
데구치 하루아키 / 더퀘스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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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무얼까 생각해 봅니다. 영향을 주었다 함은, 그로 인해 나의 생활에 눈에 띄는 변화가 왔으며 그 이후에도 지속해서 변화된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스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향력의 주체는 만나기 전과 후를 판이하게 바꿔놓은 배우자(사람)이며, 두 번째는 배우자와 함께 한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이후 인생의 진로가 바뀐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으며(또는 못하였으며), 세 번째로는 최근 작정하고 읽어 서평집을 내보기도 했던 책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이는 저자가 말하는, 사람이 배울 수 있는 3가지 방법이기도 합니다.

 

내가 인생을 안 것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 아니라

책을 만났기 때문이다. -아나톨 프랑스

 

저자는 무려 1만 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58세에 직장에서 입바른 소리로 좌천된 시기에도 생각을 집대성한 책을 내었으며, 개방적인 운영방식으로 창업한 보험회사를 상장기업으로 만들기도 했으며, 은퇴한 삶을 살기 바쁜 70세 이후에도 대학의 학장으로 일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습니다. 실로 대단한 지력과 노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축적된 지혜를 인간들은 문자와 책을 통해 후손에게 전수해왔습니다. 저자는 그 가운데서도 주관적인 기준으로 골라 뽑은 지혜의 정수를 선보입니다. 전체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고마운 마음으로 인생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보여주고,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와 관계의 지혜를 전하고, 더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요령을 익히고, 세상을 배우고 나를 성장시키는 방식을 알아보며, 즐거운 밥벌이와 직장에서의 생존법도 배우고, 끝으로 한 사람의 독립된 개체로서 꿋꿋이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힘을 키워줍니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마르틴 부버<나와 너. 대화>

 

저자는 사람의 인생관을 형성하는 데에 작용하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그 가운데에도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교양 혹은 지식이며, 아는 경험이 쌓일수록 세상의 다양한 이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해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깊어질수록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상황을 좀 더 명확한 시선으로 볼 수 있으며, 어떤 사건이 벌어져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아주 사소한 일을 두고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기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하기도 하지만,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일상에 사실 이 정도의 생활 기술이면 필요충분조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이 죽기 전까지 그를 행운아라고는 불러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헤로도토스 <역사>

 

누구나 한 번뿐인 인생이니 기왕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살다 가자는 말에는 나이가 들수록 공감대가 커집니다. 특히나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면 불평과 질투와 좋은 평가를 바라는 마음을 삼가라고 조언합니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인생의 시간을 이렇듯 허비하고 살아왔음을 솔직히 인정하니 마음은 가벼워집니다. 앞으로의 인생을 더 알차게 보낼 방법을 이렇게도 깨우치게 됩니다.

 

너희 인간은 어차피 가련한 것들이지만 실로 강력한 무기 하나는 갖고 있지. 바로 웃음이야. -마크 트웨인<불가사의한 이방인>

 

저자는 인생을 살아가는 수월한 방법, 요즘 말로 꿀팁을 아끼지 않습니다. 예컨대 정말로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도리어 인간관계가 편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정말로 어려울 때 나를 도와줄 친구를 하나라도 만나기란 극히 드문 일이고, 실제 지금까지 그렇게 나를 도와주거나 내가 친구를 도와준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절친한 친구 하나 없으니 인생을 잘못 살았다 자책하기보다는 세상의 이치를 자연스레 받아들이자는 뜻으로 읽힙니다.

 

한 잔의 술은 재판관보다 더 빨리 분쟁을 해결해준다.

 -에우리피데스

 

가벼운 분량으로 부담 없이 읽히면서도 한 잔의 술을 멋진 친구에게 비유하는 등 이 책은 인류의 지혜가 담긴 짤막한 명언들로 많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진정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당신이 챔피언이라 말해주고 싶습니다.

 

#인문에세이 #인생의문장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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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인생의 문장들
데구치 하루아키 / 더퀘스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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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여 권 고전에서 뽑아낸 인생 문장 38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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