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책의 번역본 정보를 찾지 못하여 원서에 국문 서평을 게재하는 점 양해바랍니다>
미치 앨봄. 작가의 이름이 왠지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저자였습니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4천만 부가 팔려나간 전작 이후 12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작품입니다. 죽음이라는 인생의 깊고 진지한 물음을 소재로 삼았던 그의 전작에 이어 저자이자 주인공으로서 그에 대한 경외감이 더욱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Have Faith 라는 아이티의 보육원을 운영하기 위해 미치와 그의 아내 재닌 저자 부부가 쏟는 연민과 헌신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2010년. 단 1분 사이에 전쟁의 참화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대지진이 발생하여 아이티를 초토화합니다. 졸지에 모든 것을 잃고 고아가 된 어린아이들은 무너진 집터 그늘에서 잠을 청하며 기아선상의 목숨을 겨우 이어갑니다. 지진 이후 이들에게 피난처, 학교, 옷, 음식, 의료,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이 필요함을 알게 된 저자는 팔자에 없던 보육원 운영을 떠맡게 됩니다. 친자녀가 없었던 저자 부부는 무려 고아 40명의 가족이 되어줍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치카 쥔은 대지진 3일 전에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극빈의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세 살 되던 해 그녀의 어머니가 남동생을 낳으며 죽었을 때,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보육원에 맡겨집니다. 자존심이 강하고 활기차며 당당한 이 꼬마는 보는 이마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용감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즐겁게 하며 곧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가 됩니다. 하지만 5살 때, ‘아이티에서는 아무도 도울 수 없다.’라는 말과 함께 희귀성 뇌종양 진단을 받습니다.
무척 쇠약해져서 휠체어에 매인 몸이 됐는데도 교수님은 아주 예리하게 날 꿰뚫어 보시고 말씀하셨다. “죽어간다는 건 수많은 슬픈 일 중 하나일 뿐이야, 미치. 하지만 불행하게 사는 건 문제가 다르지.” (97쪽)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당시 40대였던 저자 부부는 치카를 치료하기 위해 디트로이트로 데려옵니다. 그들은 치카가 아이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미국 의사들이 치카를 완치시켜 주기를 희망했습니다. 치카는 치료제를 찾기 위해 2년간의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나면서 그들의 가정과 삶의 일부가 됩니다. 미치와 재닌 부부는 치카에게 가정과 희망, 안정을 주었고 무엇보다 그 나이 때 어린 소녀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주었습니다. 치카의 무한한 낙천주의와 유머는 미치에게 아이를 돌보는 기쁨을 가르쳐 주면서,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랑을 바탕으로 맺어진 관계는 결코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네가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이란다, 치카. 그건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야. 뭔가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지. 난 그걸 너에게서 배웠다. (110쪽)
짧지만 세상에 사랑을 남기며 많은 이들을 감동하게 한 이 책은 당찬 어린 소녀 치카에게 보내는 헌사입니다. 동시에 아름답고 감성적이며 진심 어린, 강렬하게 가슴을 적시는 회고록입니다. 근래 남성 호르몬 분비가 적어져 종종 감성적인 순간이 잦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이를 낳아 키워본 아빠의 심정을 어찌 그리 잘 자극하는지 마치 내 아이를 키우며 울고 웃던 장면과 겹치는 것 같아 몰래 울고 웃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이 책은 아기를 키우는 부모로서 느낄 수 있거나 느꼈던 모든 감정을 저 바닥으로부터 고스란히 끌어올려 줍니다. 직접 아이를 낳아 키워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신과 치카와 그의 아내가 어떻게 사랑스러운 가족으로 재탄생하는지 모든 과정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묘사해 나갑니다. 글을 읽는 제삼자로서 그렇게 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하나의 공동체로 엮어내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공감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더 좋게 변화시켰는지 간단명료하고 개방적인 화법으로 말합니다. 더불어 이 활기찬 아이에게 아빠가 된 것에 대한 기쁨, 친아버지에게 치카를 다시 소개했을 때의 두려움, 그녀가 죽었을 때 느꼈던 고통과 슬픔 역시 공유합니다. 그는 치카가 맺어가는 아내와의 관계에 경탄하며, 다른 어른들과도 쉽게 소통하며 연결되는 점에 놀라움을 전합니다.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인 이 회고록은 사랑에는 아무런 경계가 없으며 민족, 종교, 교육, 돈 등 그 무엇도 방해할 수 없음을 역설합니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있다면 ‘가족은 예술품과 같아서 많은 재료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표현으로 압축될 것 같습니다. 모처럼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는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장편소설 #치카를찾아서 #아이티대지진 #미치앨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