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하는 인간, 호모 프로스펙투스 - 오직 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한다
마틴 셀리그먼 외 지음, 김경일.김태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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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저자 마틴 셀리그먼이 "긍정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42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모든 사람이 긍정 심리학에 관심을 두게 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교육자이며 심리학 분야의 선도적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14년 동안 펜실베니아 대학의 임상 훈련 프로그램 소장을 지냈으며, 그의 작품은 주로 학습된 무력감, 긍정 심리학, 우울증, 회복력, 낙관, 비관주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비관주의자들은 좋지 않은 일이란 오래 가는 법이고, 그들이 하는 모든 일에 악영향을 미치며, 그 모든 원인은 그들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역경에 처한 낙관론자들은 불행에 대해 반대로 생각한다. 그들은 패배가 단지 일시적인 좌절이나 도전일 뿐이며, 그것의 원인은 이 한 가지 경우에 국한되어 있다고 믿는다. 결국은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시각일 뿐이라는 얘기다.


우리 귀에 익숙한 호모 사피엔스라는 명칭은 ‘현명한 사람’을 의미하지만, 인류의 특징에 대한 묘사라기보다는 자랑에 가까우므로 모든 인류에게 적절한 꼬리표는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을 현명하게 만드는 걸까? 우리가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언어, 도구, 협동, 문화 등 다양한 대답들이 제안되었지만, 그 어떤 것도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종을 가장 잘 나타내는 특징은 과학자들이 이제 막 인정하기 시작한 ‘전망 능력’이다.

우리는 미래를 생각함으로써 현명해졌다. 인류의 유일한 선견지명으로 문명을 창조했고 사회를 지탱해왔다. 전망은 보통 우리의 정신을 고양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을 평가하거나 국가를 걱정하는 것처럼 우울증과 불안의 근원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노력을 통해 현명해지기도 하지만, 지혜를 얻기란 그리 쉽거나 저절로 되는 일도 아니다. 지혜를 얻으려면 가장 좋고 가장 기능적인 방법으로 앞으로 닥칠 일을 ‘전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책은 올바른 용어로 ‘호모 프로스펙투스’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삶은 매일 매 순간 이겨야 하지만

죽음은 단 한 번만 이기면 된다.“ (35쪽)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도전적 상황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듯, 전망은 사람들에게 경쟁적 우위를 부여하며 활동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망은 또한 인류 진화의 산물이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기대하면서 앞을 본다. 어떤 생물이라도 경쟁자를 이겨야 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전망은 또한 정보, 학습 및 기억 코딩의 핵심이다. 인간의 기억은 역동적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과거를 재평가하고, 재구성하고, 새로운 무게를 부여한다. 전망은 의사 결정과도 관련이 있다. 일어날 일과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상상함으로써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각각의 상황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시험하기도 한다. 이렇듯 전망은 다른 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오롯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다.


심리학의 많은 부분은 현재 순간의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경험을 순간순간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느냐이다. 심리학은 또한 인간의 사고와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뒤돌아보면서 과거로부터 과도한 영향을 받았다. 우리의 정체성은 지난 세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유전 프로그램과 우리가 일평생 축적한 경험과 기억의 혼합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마틴 셀리그먼에 따르면, 우리는 미래의 영향을 과소평가해 왔다고 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예측적’이며, 전망은 인간의 성공적인 번성에 초석이 되는 사고와 행동의 지도로서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동료 심리학 교수인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철학 교수인 피터 레일턴, 찬드라 스리파다와 함께 쓴 이 책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더 큰 이해를 위해 심리학의 렌즈를 미래로 돌리려는 시도이다.

인간의 기억에 대한 전격적인 연구는 우리의 마음을 바라보는 방식에 몇 가지 흥미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억을 과거의 경험을 기록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지만, 많은 연구 결과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결함이 있을 수 있고 얼마나 쉽게 다시 쓰여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억이란 빈약하기 짝이 없는 단순한 기록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기억의 역할임을 제안한다. 우리의 기억은 일어난 일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아니라, 우리를 다음에 이어질 생각과 행동으로 인도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라 말한다. 기억은 행동하기 위해 존재한다. 일례로 치매 환자의 행동이 굼뜬 이유는 다음 순서로 이어질 내용을 기억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이라 생각하기 쉬운 우리의 감정은 미래를 향한 표지판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감정적 반응(두려움, 분노, 후회, 슬픔 또는 기쁨)은 몸 안에서 본능적으로 경험되며, 단순히 지금 존재하는 것 또는 이전에 있었던 것에 대한 반응을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가올 일을 대비하도록 한다. 미래 이론이 혁명적인 이유는 인간의 행동이 감정에 의해 인도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예측된 감정에 의해 인도된다는 시각에 있다. 우리의 감정적 경험은 우리의 선택과 경험이 미래에 어떻게 느껴질지를 더 잘 예측하도록 도와주며 우리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한다.


그런 점에서 11장에 언급되는 창의성과 노화에 관한 새로운 관점은 매우 흥미롭다. 인간이 나이가 들면서 창의성과 인지 기능이 어떻게 쇠퇴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심리학적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이 장에서는 창의성의 진화적 이점을 논의한다. 우리는 경제적 안정을 확립하고 혁신을 추진하여 자손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창조하려 한다. 인류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적인 능력으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의 대물림을 통해 미래에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이다. 저자들은 과거와 현재에 초점을 맞춘 심리학적 연구들이 실제로 얼마나 오래된 것인가를 보여주면서 우리의 뇌가 미래의 기계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는 매우 설득력 있는 논쟁에 몰두한다. 심리학과 철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이 분야가 좀 더 개방되고, 이 이론에 좀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으며, 우리 앞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음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호모프로스펙투스 #웅진북적북적 #마음의작동원리 #마틴셀리그먼 #전망하는인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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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
정동호 지음 / 책세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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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당시 새로운 힙합 음악의 선두주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듀스(Deux)는 그들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굴레를 벗어나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던 그 모든 위선들

(! 나의 감춰졌던 위선)

나에게 씌워진 굴레를 모두 다 벗어버리고...“

 

이 노래의 주인공인 남성은 여성의 진정한 사랑과 그 위대한 힘 앞에 무릎을 꿇고 새롭게 태어나는 마음으로 진실한 삶을 시작하겠노라 다짐한다. 아마도 또래 친구들은 갑작스레(?) 변한 남성의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함께 어울려왔던 독신남으로서의 자유보다 남녀가 둘만이 함께 하는 아름다운 구속을 추구하는 데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 남성에게 초래된 변화의 원인은 앞으로 제한적인 자유를 누리도록 허락될 것을 알면서도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을 시험해 보고픈 본능적인 자유 정신이라 하겠다. ‘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관점이 또는 그녀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또래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진정 정의로워지려면 눈을 똑바로 뜨고 

달라지는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눈먼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정의를 추구하되 그 위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서양 철학 사상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라 일컫는 이가 바로 니체다. 그는 구습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정신을 깨우고자 노력했던 철학자였으며, 살아 있는 존재가 억압과 구속으로 위축되는 것을 마치 자기 일처럼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니체가 말한 힘에의 의지는 종종 누군가를 억압하려는 권력욕으로 오해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생산력, 혹은 유쾌하고 쾌활한 삶의 생명력을 의미한다. 니체는 차라투스투라의 입을 빌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생산력과 생명력을 억압하는 모든 구속과 저항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철학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니체의 여러 저서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책은 역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고리타분한 이론서가 아닌 논문 또는 격언의 형식으로 저술된 그의 책들은 처음에는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했고, 따라서 그는 문학적 형식으로 자신의 철학을 알리고 싶었다. 그의 예측과 같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후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고전이 되었고 심지어 훗날 세계 대전을 일으켰던 독일 국가 사회주의자들의 교과서로 신봉되어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오도되기도 하였다. 좀 더 나은 이해를 위해 이 해설서를 쓴 저자는 원저와의 비교를 권유하고 있다.

 


저자는 니체 철학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세상의 가치는 우리의 해석 속에 있고, 지금까지의 해석들은 우리가 힘을 증가시키기 위해 생명, 즉 힘에의 의지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관점주의적 평가들이다. 인간의 모든 향상은 편협한 해석의 극복을 수반한다. 힘의 강화나 증가는 새로운 관점들을 열어놓고, 새로운 지평들을 믿게 한다. 자신의 생명력, 즉 힘에의 의지를 보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에 해당하는 해석을 자신과 세계에 적용함으로써 힘에의 의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곧 신의 죽음, 가치 전도,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허무주의, 자연으로의 회귀, 위버멘쉬라는 주제로 압축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간은 저마다 새로운 세계를 구성할 수 있는 해석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생물들과는 달리 인간만이 단기적인 관점의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오직 인간만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며,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생애를 통해 그러한 일을 지속해서 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10만 년간 인류가 동굴에서 나온 이후 생물학적으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나 세상을 달리 보는 능력 덕분에 오늘날과 같은 문명을 이루었으며, 그런 이유로 인간에게는 다양한 해석 체계들의 변화인 역사가 존재한다. 인간이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들을 창조하려는 이유는 기존의 해석 체계가 힘에의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음을 직감하기 때문이며 인간은 힘에의 의지를 강화시켜 줄 새로운 해석 체계를 염원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사물에 가치를 부여한다라는 니체의 말은 사물에 부여된 가치가 곧 새로운 해석 체계, 혹은 새로운 관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가치 평가 수행자이자 창조자로 정의된다. 오직 창조자만이 자신의 삶을 보존할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 그는 기존의 해석 체계를 끊임없이 파괴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기 때문에 창조자는 현실을 부정하는 허무주의자로 보이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허무주의자란 자신의 힘에의 의지가 약해지는지도 모르고 기존의 해석 체계를 답습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요즘 미디어에 매일 등장하는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답습을 넘어 선사시대에서 쑥과 마늘을 들고 바로 건너온 듯한 인물도 있고 그런 인물을 지지하는 무리도 적지 않아 허무하기 짝이 없다.

 

차라투스트라는 사람이라는 돌을 가차 없이 깨부수어 

위버멘쉬를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사람들 내면에 있는

 가능성을 일깨워 모두가 위버멘쉬가 되게 하려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 인간은 기존의 틀 속에서 사회적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끊임없이 그 틀을 해체함으로써 자유를 추구하는 이중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엄밀히 말해 힘에의 의지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해석 체계를 창조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기존의 해석 체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새로운 해석 체계를 세우려면 주변으로부터의 질시를 견디고 고독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차라투스투라는 누군가 세워 놓은 해석 체계로 세상을 살아왔지만, 자신만의 해석 체계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만이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바로 초인으로 일컬어지는, 듀스의 노래처럼 굴레를 벗어나 자신을 극복해온, 앞으로 극복해가는 위버멘쉬아닐까.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의 일독을 권한다.


 

#해설서 #차라투스투라는이렇게말했다해설서 #서양철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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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설서
정동호 지음 / 책세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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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극복해온, 앞으로도 자신을 극복하는 위버멘쉬가 되라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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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하는 인간, 호모 프로스펙투스 - 오직 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한다
마틴 셀리그먼 외 지음, 김경일.김태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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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하는 인간만의 능력과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인간만이 불안을 곀는 이유를 최신 심리학과 철학 뇌과학을 통해 살펴볼 절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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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포이트리
좌용주 지음 / 이지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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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문과와 이과로 구별되던 고등학교 교육과정에는 계열별로 나뉘기 전인 1학년 때 과학 과목 4종 세트, 즉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골고루 가르쳤고 2학년부터 심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또는 유리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현행 교육과정에 비하면 넓고 얕은 다양한 교과목을 접하게 하려는 당시로써도 괜찮은 취지였다.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수학에 영 재미를 못 붙였던지라 스스로 전형적인 인문계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수학적 요소가 큰 물리와 화학은 한 달도 채 안 되어 이해의 한계가 금방 다가왔던 반면, 이야기보따리가 큼직한 생물과 지구과학은 제법 따라갈 만했다. 지금은 융합과 통섭을 말하면서 과목 간의 연계성을 재조명한다지만, 우리가 과학이라 부르는 모든 내용이 지구의 생성 과정에 한데 섞여 있듯 결국 과학은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과목 선택 방식은 편협한 시각과 지식의 불균형을 자초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일전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오는데 웬 남성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60대로 보이는 어느 남성이 유인물을 나누어 주면서 이렇게 외친다. “원숭이가 진화되어 인간이 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아니,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렇게 시대에 뒤처진 이야기로 종교를 권한단 말인가. 인류는 이미 50년도 더 전에 달 탐사를 마쳤고, 무인 우주선 호라이즌 호가 명왕성을 지나쳐 머나먼 우주에서 자동파괴될 예정이었으며, 최근에는 3일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도 있는 데다 인류의 화성 이주 계획이 공공연히 논의되는 지금은 21세기이다. 곧장 달려가 그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을 과감히 지적하며 인간과 원숭이의 공통조상 (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에 대해 올바로 알려주고픈 병적인 욕구가 일었다. 그러나 곧 그가 내 말을 듣고 순순히 긍정할 확률은 비행기를 타고 가다 낙뢰를 맞아 추락사할 확률보다 적으리라는 생각에 가던 길을 마저 가고 말았다.

 



우주는 대체 어떻게 생겨났을까?’, ‘저 달은 왜 항상 지구를 바라보고 있을까?’, ‘지구가 둥글다고 하는데 누가 어떻게 알아낸 걸까?’ ‘태양계에서 왜 지구에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것일까?’ 전철역의 그 남성은 아직이겠지만, 자연과 사물의 작동원리를 대강 눈치챈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던져볼 만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런 궁금증을 품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하지만,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서고자 한다면 그는 필시 위대한 사람일 것이다. 다행히도 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독서를 통해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면서 과학이란 이러한 자연스러운 질문의 해답을 얻기 위해 인류가 기울였던 노력의 역사이며,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무모한 실험과 가설검증 등을 통해 확립된 가장 신뢰할만한 업적임을 알게 되었다. 특히 지구과학의 경우 대체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묻는 커다란 질문(Big Question)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과 너무나도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이 커다란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인 우주, 지구, 생명 등 가장 오래된 기록을 보는 가장 새로운 시선이며 지구(geo)를 노래하는 서사시(poetry)임을 표방한다. 다만 지오포이트리는 확실하게 검증된 사실의 묘사가 아니기 때문에, 무모하고 도전적이며 때로 비현실적이라 공격당하기 쉬운 감춰진 진실에 대한 포장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이야말로 의도되지 않았지만 마치 의도된 결과가 나온 것 같은 지구의 생성 과정을 닮았으며 오늘날까지 인류가 쌓아온 과학 지식의 생성 과정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이 책을 전공 서적이 아닌 일반 교양서라고 밝힌다. 분명 전공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운 수준의 교양이라 하기에는 깊이가 있다. 굳이 따지자면 고등학교 지구과학2 교재로 무난하달까. 그의 화법에서 기교를 부린 말재간이나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 같은 양념은 느껴지지 않지만, 읽을수록 질리지 않고 된장찌개처럼 구수한 맛이 나며 저자의 학자다운 자긍심이 느껴진다. 책 뒷부분에 본문에 등장하는 전문 용어를 별도로 정리 제시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 한편, 참고문헌이 상당량 수록되어 내용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혹시 지구과학에 진심인 독자가 아니라면 약간 높은 가격에 선뜻 구입하기를 망설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전 이상으로 충실한 설명과 양적으로도 풍부한 시각 자료를 곁들여 한 권으로 읽는 지구과학의 정수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지구과학에 관한 최신의 이론, 지구의 탄생과 변화 과정, 생명의 출현과 진화, 그리고 외계 행성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시기 바란다. 적어도 한동안은 이 분야의 다른 책에 눈을 줄 것 같지 않다.

 


#지구과학 #지오포이트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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