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과학 대처법 - 유사과학,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는 똑똑한 회의주의자를 위한 안내서
스티븐 노벨라 외 지음, 이한음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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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살면서 이따금 자신의 귀가 매우 얇다거나 팔랑귀라는 힐난을 듣는다. 남의 말에 혹해서 곧잘 속아 넘어가거나 근거 없는 소문, 광고, 정보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 결과 종종 금전적 손해를 비롯한 사기를 당하거나 사람을 잃기도 하고, 자기 소신을 믿는다며 고집을 부리다가 제 꾀에 넘어가기도 한다. 심지어 우리 주위에 매우 똑똑하다는 사람들도 이상한 믿음에 자신을 가두거나 자발적으로 합리적 의심을 거두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대체 왜 이런 걸까? 우리에게는 각자 신성한 소(sacred cow), 비논리적으로 맹신하며 반대되는 어떤 증거도 받아들이지 않는 생각의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재미난 것은 누구나 이러한 영역을 지녔으면서도 자신은 항상 옳으며 남의 말에 귀 기울이려 들지 않는 성질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제안하는 강력한 해법은 회의론자들과 맹신자들 사이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찾고 거기서 새로이 연관성을 찾는 것이며, 저자들은 그들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가는 길을 찾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과학은 논리 및 철학과 결합되어 있다. 논리와 철학은 적어도 내부 모순이 전혀 없음이 확실해질 때까지 무언가를 진정으로 아주 꼼꼼하게 조사하는 사고방식이다. (서문 12)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과학적 회의론 자체의 의미에 대한 논의로 시작되며, 특히 이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각 장은 주제에 대한 짧은 설명으로 시작되며 주제를 뒷받침하기에 매우 적절한 과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등의 인용구를 곁들인다. 주제별로 잘 세분된 목차를 통해 찾고자 하는 세부사항을 쉽게 확인할 수도 있다. 이 책의 전반부는 우리의 감각에 대한 신뢰도, 인지적 편견, 논리적 오류, 과학과 사이비과학의 차이 등을 다룬다. 이 부분은 비판적 사고와 회의론의 핵심 기술을 다루며, 우리가 자신을 속일 수 있는 과도한 방법들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사실, 책 전반에 걸쳐 이어지는 주제는 오류 가능 주의(틀릴 수 있는 믿음이라고 하더라도 이러저러한 기준만 만족한다면 지식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의 개념이며, 우리가 어떻게 편향되고 논리적으로 잘못된 사고에 휩쓸리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들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키듯 이는 우리가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며, 자신을 회의론자로 자처한다고 해서 편견으로부터 면역력을 지닐 사람은 아무도 없다. 후반부는 유사 저널리즘, 유사 과학이 피해를 주거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비판적 사고력의 실제 적용과 유사 과학적 아이디어와 맞닥트렸을 때 설득력 있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조언으로 끝맺는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과학적 회의주의와 비판적 사고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이며, 여기서 회의주의자란 과학과 비판적 사고를 옹호하는 사람을 뜻한다. 우선 과학적 회의론의 개념과 그 중요성에 대한 소개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만들어내거나 가지고 있는 주요한 추론과 인지적 결함인 과학 대 사이비 과학을 구별하는 문제를 탐구한다. 그런 다음 독자들이 비판적 사고 기술에 대해 배운 내용을 연습할 수 있도록 실제 사례를 제시한다. 또한, 이 주제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논리적 바탕과 사람들이 결론에 도달하고 결정을 내리며 서로 논쟁하는 방법 그리고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 유념해야 하는 이유를 차분히 설명한다. 세간에 비범하다고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역사적 사건들, 현존하는 일부 사이비 과학, 그리고 그러한 주장이 과학적 회의주의와 비판적 사고의 영역에서 왜 관련자들의 개인적인 경험이 담겨 있지 않은가를 말한다.



 

이 책의 어조는 매우 명확하고 읽기 쉬우며 많은 예시를 제시함으로써 있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도입 부분이 매우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갈수록 더 풍부해지는 예시를 만끽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기본적인 심리학 및 과학 용어를 주제별로 펼쳐 보기 좋게 구성되었으며, 예시를 활용하여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사전의 역할로도 훌륭하다. 예를 들어, 더닝-크루거 효과는 항상 명심해둘 만하다. 이 효과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빚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무능한 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지를 인정하지 못한다. 이는 흔히 발견하는 전문가의 역설로, 자신의 전분 분야가 아닌 다른 모든 분야를 거의 모르는 것만큼 자신도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뜻이며, 우리가 세상을 공부하는 공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지식의 가장 강력한 적은 무지가 아니라, 안다는 착각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과학적 사고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의 현실감각이 얼마나 틀리기 쉬운지, 기억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우리가 실제로 세상을 관찰할 때 증거가 없는 한 어떤 것도 절대 고집스럽게 확신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알게 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만 제외하고 영원한 것은 없으니 자신의 오래된 사고방식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새롭고 더 나은 증거를 접한다면 물론 생각을 바꾸는 게 좋겠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우리는 매일 우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깨우친다.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우리는 그에 따라 시야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또한 회의적이어야 할 필요도 있다. 만약 어떤 정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엄격하게 검증되어야 하며 때로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도 있다. 이는 연구와 과학의 모든 측면에 해당하며, 새로운 주장이 나타나더라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더 많은 증거가 확보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또한 자신이 아는 바와 믿는 바에 대해 매우 겸손해지는 법을 배운다. 나의 세계관이 일정한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봄에 따라 나의 마음이 새로운 증거로 채워지는 순간 바보가 되는 느낌을 떨쳐내며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의 참된 욕망은 진실을 아는 것이며, 종종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실의 기준 또한 변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우리는 우주가 무한히 매력적이고 놀랍다는 점을 알게 되며 우리가 매일 배울 수 있는 모든 놀라운 것들에 경외심을 갖게 된다.

 

아마도 이 책은 칼 세이건의 <악마의 세계> 이후 비판적 사고와 회의론에 관한 최고의 책 중 하나일 것이다. 강황으로 습진을 치료하는 민간요법이 왜 권유 사항이 아닌지를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 21세기에도 인간은 여전히 사이비 과학에 잘 속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이 책처럼 인간 심리의 반복적인 실수에 대한 끊임없는 폭로가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복잡한 문제들을 탐색하면서 독립적인 사고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 심리학, 논리, 그리고 과학의 모든 분류를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피상적인 사고, 음모론, 사기, 오류, 가짜 뉴스 등 잘못된 정보로 가득 찬 세상에서 진실을 갈구하는 독자들에게 환영할만한 탈출구가 되어줄 것이다.


#자연과학 #나쁜과학대처법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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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과학 대처법 - 유사과학,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는 똑똑한 회의주의자를 위한 안내서
스티븐 노벨라 외 지음, 이한음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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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의 신성한 소(sacred cow), 즉 ‘비논리적으로 맹신하며 반대되는 어떤 증거도 받아들이지 않는 생각의 사각지대’를 들여다보는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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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벤자민 드레이어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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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네 가지 기능 가운데 읽고 듣기는 수동적 기능으로, 쓰고 말하기는 능동적 기능으로 분류된다. 그 가운데 가장 어려운 기능은 단연코 쓰기다. 작문이 가능해지면 나머지 기능은 거의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정도다. 게다가 한국어도 아닌 영어를, 취미도 아닌 생계 수단으로 작문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해당할까? 모르기는 해도 영자 신문기자, 외교관, 해외 영업직, 교수, 작가, 기업가 등 해당 직군을 다 합쳐봐야 인구의 0.05%도 안 될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제목처럼 오로지 영어 글쓰기만을, 그것도 기본 원칙부터 차근차근 다루고 있다. 자처럼 출판 교열자이거나 문법학자라면, 또는 정말로 영어 자체에 관심이 많거나 작문 실력의 향상이 필요한 경우라면, 왜 이제야 세상에 나타났느냐는 애정 어린 원망을 듣기에 충분할 것 같다.


영어는 규칙적으로 쉽게 통제하거나 규제할 수 없다. 영어는 규범화 과정 없이 영국 제도에 외국인들이 발을 들일 때마다 새로운 문형과 어휘를 흡수하면서 발전했고우리 미국인들이 수백 년에 걸쳐 장난질 치며 훼손한 건 물론이다무정부 상태로 진화를 거듭했다. 강제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데, 있지도 않은 법을 강제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23)



오늘날의 영어 문법은 성, 시제, , 수 등의 문법 요소가 형제 격인 유럽 언어보다 단순해 보인다. 소유격만 해도 영어는 my, your, his/her, their, its 5개인데 비해 프랑스어는 인칭과 성, 수를 구별하여 mon, ma, mes, ton, ta, tes, son, sa, ses 9개로 세분되어있다. 그러나 영어보다 언어 규칙이 엄격한 프랑스어는 변형과 예외가 적은 편으로 문법만 놓고 보자면 영어보다 배우기 수월하다. 영어의 불규칙성이 커진 데에는 노르만족, 게르만족, 프랑크족 등의 외세가 영국 원주민 켈트족을 지배하던 당시에 끼쳤던 언어 역사적 배경이 한몫한다. 더욱더 가깝게는 보스턴 차 사건 이후 미국에 정착한 개척민들의 영어가 모국으로부터의 간섭을 덜 받게 된 결과 오늘날 의미, 철자, 용례가 달라져 소통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변형되었다.

 

단어가 글을 이루는 살과 근육, 뼈대라면 문장부호는 호흡이다. (40)

 

이 책은 미국 랜덤하우스의 교열국장 벤자민 드레이어가 교열 작업 중에 발견한 작문 오류를 집대성한 것으로, 다소 익살스럽고 흥미로운 어조로 피해야 할 일반적인 철자 실수를 비롯하여 문장의 가독성과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글을 단순화하고 조이는 일을 다룬다. 그는 유명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많은 실수와 오해들을 다루면서, 작가들이나 작품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기도 하고, 보편적인 글쓰기 지침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글쓰기의 모든 걸 알려주겠다며 가르치려 들거나 작문법 종결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30년 교열자 경력을 통해 발견하고 축적한 다수의 오류를 제시함으로써 영어 작문이 필요한 이들에게 마땅한 도구를 제공한다. 그의 설명 방식은 교열자로서 겪었을 남모를 고생과 치열한 고민을 담은 동시에 칭찬받을 만한 재치도 겸비하고 있으며, 일방적인 비판이나 힐난이 아닌 매우 절제된 방식의 유머로 코딩되어 있다.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편집하고 교정하는 일이 얼마나 멋진지 뽐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작가들에 대한 존경심 또한 빠짐없이 표현하고 있다.

 

Here’s one of those grammar rules that infuriate people.

사람들을 격분시키는 문법 규칙들을 하나 알려주겠다. (120)


 

저자는 대부분 사람이 철자와 구두점은 물론 문법과 표기법을 경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역시 문법이 싫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영어의 적절한 사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문장 구성, 구두법, 단어 선택 등의 세부사항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저자의 정성이 고마울 따름이다. 영어 전공자조차도 미처 몰랐던 지독하게 까다로운 내용을 다루면서도 현학적이고 답답하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저자의 어조는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강렬하면서도 거의 모든 페이지에 달린 각주를 통해 경쾌하게 사안에 접근한다. 그는 글쓰기와 편집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여러 사안을 오해하기도 했으며 교열자 특유의 고집으로 작가들의 원성을 산적도 많았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오류를 바로잡으려면 아무리 말 많고 탈 많아도 교열 작업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하는 걸 보면, 그는 천성이 타고난 교열자인 것 같다.


맞춤법, 문장부호, 문법 등의 기초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방대한 기술적 작업을 제쳐 두면, 글에 특정한 표기 원칙을 적용하는 문제는 글을 경청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경청하는 교열자란 작가의 의도를 훤히 꿰뚫어 글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경지에 이를 정도로 작가의 목소리에 열중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141)

 


대부분 편집자와 마찬가지로 그는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 매끈한 문장의 흐름, 전체적으로 잘 구성된 글이 주는 원초적 즐거움에 감동한다. 독자 취향에 따라 저자가 선호하는 교열 방식에 선뜻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교열자의 영혼을 갈아 넣는 지루한 작업 과정을 통해 개별 단어의 의미는 물론 철자의 뉘앙스까지 세세히 일러주는 그의 세심함에는 찬탄을 금할 수 없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철자법 차이점을 논하면서, ‘미국 회색과 영국 회색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으로, 전자는 빛나다 못해 거의 은빛 광택이 나지만 후자는 더 무겁고, 칙칙하고, 촉촉하다고 말한다. 단어 하나에도 미국과 영국의 기후조건이 다르다는 뉘앙스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영어에 관한 많은 재미있는 사실과 함께 문법과 문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이 책은 영어 학습자들과 특히 새내기 편집자들을 위한 훌륭한 자료집이자 영어 학습 사전이다. 영어 글쓰기의 규칙을 명확하고 우아하게 정해 줄 뿐만 아니라 올바른 글을 원하는 작가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글쓰기 영역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표준화된 언어 사용 규칙(규범성)과 사람들이 실제로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서술성) 사이의 간격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규칙이 있는 한편, 지켜지지 않아도 되는 규칙 역시 있음을 인정한다. 이러한 입장은 영어가 불규칙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다면, 영어 사용자들 역시 그렇게 해서 안 될 게 뭐냐는 그의 질문 속에 녹아있다. 기존의 문법 체계에서 어긋나더라도 절대다수가 사용하면 대세가 되었다가 언젠가는 사라지듯, 언어 역시 유기체와 닮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맞춤법 검사기는 기막힌 발명품이지만 틀린 철자만 고쳐 줄 뿐 맥락과 무관하게 잘못 쓴 단어는 잡아내지 못한다. 교열 작업의 대부분이 이런 오류를 잡아내는 일인데, 장담컨대 최고의 작가라는 사람들도 이런 실수를 범한다. (219)


끝으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을 흡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래도 굳이 내용을 선별해서 읽고픈 독자에게 조언하자면,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첫 세 장은 정독하시기를 권해드린다. 간결한 영문을 만드는 법과 영어 글쓰기의 원칙과 비원칙 그리고 문장부호를 사용하는 67가지 방법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접하기에 앞서 전체 분량과 내용의 세밀한 정도를 고려해 보시면 좋겠다. 글쓰기와 편집에 관한 지혜를 간결하게 압축했다기보다는, 저자가 수십 년 동안 교열자로서 작업했던 내용을 모아놓은 일련의 장황한 아이디어로 읽힐지도 모르겠다. 영어 글쓰기의 기초를 다룬 20개의 목록이 유익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기는 하나, 분명한 것은 글쓰기 요령이나 스타일 또는 문법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 참고서는 아니란 점이다. 영어 글쓰기의 지침이 필요하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이 책을 곁에 두시기 바란다.

 

 

#영작문 #교정이필요없는영어글쓰기 #영작지침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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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벤자민 드레이어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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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관한 많은 재미있는 사실과 함께 문법과 문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이 책은 영어 학습자들과 특히 새내기 편집자들을 위한 훌륭한 자료집이자 영어 학습 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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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인지조절의 뇌과학
데이비드 바드르 지음, 김한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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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번만 실행해도 거듭할 필요가 없는 뇌의 자동화 기능 덕분에 아침 식사를 차려 먹거나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과정을 일일이 계획하거나 되새기지는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 상상만 했거나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 잘 대처하고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나이가 들면 과거를 기억하려 애쓰는 걸까? 미국 브라운 대학의 인지학, 언어학, 심리학 교수이자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바드레는 우리의 뇌가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일련의 행동을 실행하며 특정 자극에 산만해지도록 설정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인간은 장기적이고 원대한 목표에서부터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는 것과 같은 가장 간단한 허드렛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일을 해낸다. 때때로 우리 마음에 새로운 목표가 생기면 시도조차 해 보지 않은 일도 곧잘 해낸다. 일상적으로 보이지만 지구상의 어떤 다른 종이나 인공 지능도 아직 이런 능력에 근접하지 못했다. 문제는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해내느냐는 것이고, 이 책은 우리의 뇌가 뭔가를 해내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이렇게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의 중심에는 신경과학자들이 인지조절또는 실행기능이라고 부르는 기능이 있다. 인지조절은 우리의 지식을 행동으로 연결하며 목표에 부합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게 해 준다. 신경과학과 심리학은 우리가 어떤 일을 실천에 옮길 욕구를 느끼거나 직접 실행하는데 필요한 규칙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강조해왔다. 우리의 뇌는 지식을 받아들이면 그것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계획을 세우며, 그럼으로써 우리는 원하는 바를 조절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하고픈 일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결정하는 청사진을 그려낸다. 이것이 바로 인지조절의 기능이며 우리가 마음에 품은 생각을 실행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분야에 관한 한 인간은 다른 어떤 종보다도 뛰어나다. 그러나 이 민첩한 인식의 재능은 또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약간의 비용과 한계를 동반한다. 예컨대 우리가 멀티태스킹에서 겪는 어려움, 정신적 노력이 요구될 때 겪는 피로감, 우리가 저지르는 일상적인 실수와 오류, 아동기에서 성년기로 독립성을 향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보내는 시간 등은 모두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생겨난 이 독특한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의사 결정, 기억, 생산성, 아동 발달, 노화, '뇌 훈련'의 이점, 정신건강의 도전 등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뇌와 인지에 대해 대체로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주로 인지조절이라는 렌즈를 통해 위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인지 기능의 이런 낯선 측면을 탐색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상상한 것을 통해 뇌가 어떻게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지를 살펴본다. 인지조절과 뇌의 메커니즘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즉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충동을 억누르고, 디지털 세계를 항해하고, 심지어 기억하는 우리의 모든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인지조절은 우리가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나이가 들면서 그 독립성을 유지하는 방법 모두를 결정한다.

저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인지 제어를 이해하기 위한 구조를 과학의 관점에서 제공한다. 인간이 광범위한 환경에서 어떻게 이토록 기발하게 적응할 수 있는지 우리는 오랫동안 마음과 뇌에 대해 궁금증을 품어왔다. 최근 코로나 상황에 인류가 대응해온 것처럼, 인류를 제외한 지구상의 어떤 다른 종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갑작스레 전개된 상황에 일사불란하게 반응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코로나 상황에서 다수의 사람이 모이기 어려워지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Zoom이나 구글 온라인 클래스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여 원격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온라인으로 음식을 찾고, 친구들을 만나고, 우리의 삶을 정리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집을 나설 때마다 마스크를 지참하는 등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이 추가되었다. 일상생활이 급격하게 바뀌었지만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적응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행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천 번의 시행착오 학습이나 수천 년의 진화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인지조절 능력 덕택에 거의 순식간에 해낸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만드는 우리의 능력이 놀랍기도 하지만, 왜 이 모든 것이 그렇게 어려운지를 묻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는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들었을까? 재택 근무하는 부모와 재택 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한 집에 머무는 동안, 그저 한 식구가 한 집에 함께 있을 뿐인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왜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정작 완화에 도움 되는 행동을 점점 덜 준수하는 팬데믹 피로를 흔히 볼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코로나와 같은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저자는 인지 제어의 신경과학에 초점을 맞추어 이러한 질문들을 연구하며, 자신의 과학적 경력을 바탕으로 비전문가 독자들에게 이 주제를 소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잠시 시선을 돌려 우리가 마음속에 어떤 목표를 지녔는데 그 목표를 이루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으며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왜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는가를 생각해 보자.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이런 질문을 너무나 단순하면서도 여전히 과학적으로 답을 얻지 못하는 수수께끼라고 여길 것이다. 우리의 지식과 목표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조차도 그것을 실행하는 현실과 연결될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인지조절이 뇌에게 제공하는 기본적인 기능이다. 예를 들어 폴 에슬링거와 안토니오 다마시오에 의해 문헌에 보고된 EVR 이라 칭한 환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는 뇌종양으로 인지조절 기능에 필수적인 전두엽의 상당 부분을 제거당했으나 수술 후의 임상 평가 결과는 꽤 긍정적이었다. 그의 인지력 검사 결과 뇌 손상으로 인한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의 병원 밖 생활은 매우 달랐다. 수술받기 전 그는 활동적이며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는 잘나가는 회계사였다. 그러나 그는 불과 몇 년 만에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면서 직장과 삶의 기반을 잃었다. 그가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목표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말할 수 있었지만, 조직적이거나 의미 있는 방법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


우리는 EVR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바를 떠올리거나 간단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우리의 지식과 행동을 연결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인지조절의 역설을 볼 수 있다. 이 복잡하고 바쁜 세상에서, 우리의 뇌는 우리의 행동을 제때 그리고 무한한 목표를 가지고 조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실행 여부를 추적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EVR과 같이 인지조절 기능을 상실한 환자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흥미 또한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처음부터 독파하기 부담스럽다면 곧장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장으로 건너뛰어도 좋다. 일례로 멀티태스킹을 다룬 5장은 바쁜 디지털 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흥미로운 소재이다. 왜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그렇게도 못하고 어려워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생활에 지니는 멀티태스킹의 의미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인지조절은 우리 삶의 중심이지만 그 이면에 있는 뇌과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거의 없었음을 지적하면서, 저자는 생소한 인지 기능이 널리 이해되기를 바라고 있다. 엄밀히 말해 이 책이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독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인지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 지식을 활용할 만하다. 인지조절은 우리의 통제 안에 있고, 우리의 삶과 환경을 구조화하여 인지조절 체계를 작동할 수 있기에 그렇다. 이처럼 우리는 뇌과학을 과거보다 더 확실히 이해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특정 주제와 마주쳤을 때 그 본질을 들여다볼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이 복잡한 과학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다룬 이 매혹적인 이야기를 통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고 과학적인 생활 방식을 지향하게 된다. 결국, 과학은 우리를 좀 더 잘 이해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이 책이 가진 옥에 티가 있다면 저자의 박식함을 보여주는 전문적인 학술용어와 세밀한 서술이 심리학, 인지과학, 또는 관련 분야의 기초 지식이 불충분한 독자를 압도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경과학과 뇌의 특정 구조를 배우는 데 관심이 있거나, 자신의 뇌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그 과정이 궁금했던 독자라면 대단히 환영할만한 소재임이 틀림없다

 

#뇌과학 #생각은어떻게행동이되는가 #인지조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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