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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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릭 패리쉬 박사를 소개하자면, 그는 뛰어난 정신과 의사이자 필라델피아 인근 해버마이어 종합병원 정신과의 과장이다. 그에게는 일종의 부사관 역할을 하는 재능 있는 의사 샘 워드와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의과대학 동창인 로리 포추나토를 포함한 훌륭한 팀이 있다. 그러나 남편이자 아빠로서 에릭 개인의 삶은 녹록지 않다. 지방 검사로 일하는 아내 케이틀린과의 최근 이혼으로 인해 그의 딸인 해나와의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새 남자 친구가 생긴 케이틀린은 그에게 말도 없이 집을 팔아치워 에릭이 그의 딸을 만나기 어렵게 하는 등 무척 호전적인 태도로 돌변한다.

에릭이 근무하는 정신병동 부서가 국내 2위의 순위에 오르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부서 회식을 나가서 거나하게 술을 산다. 한 달 일정으로 실습 중인 매력적인 젊은 의대생 크리스틴 말린은 에릭에게 반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신체적 매력을 무기로 그에게 선을 넘는 대담한 제안을 하지만, 에릭은 강한 매력을 느끼면서도 이를 거절한다.

 

4기 폐암으로 위급해진 90대의 티크너 부인이 응급실로 실려 온다. 상냥한 말투로 에릭에게 내공 깊은 끈적한 농담을 던져대지만, 정작 그녀는 자신의 건강보다 강박 장애를 앓고 있는 손자 맥스 자쿠보우스키를 더 걱정한다. 맥스는 여덟 가지 색상을 외우며 15분마다 머리를 특정 횟수만큼 두드리는 병적인 의식을 행해야 한다. 티크너 여사는 에릭에게 이런 맥스가 자신의 사후에 잘 대응하지 못할까 봐 그를 환자로 맞아달라고 애원하고, 맥스와 비슷한 병변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에릭은 이에 동의한다.

 

상담 중에 맥스는 에릭에게 자신이 학원에서 가르치는 소녀 르네 베빌라쿠아에게 마음을 사로잡혔다고 고백한다. 과도한 집착 성향을 발견한 에릭은 맥스가 르네를 살해할 수도 있음을 깨닫지만, 그 가능성에는 매우 회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에릭은 상담 중 알게 된 환자와의 기밀 사항을 발설하지 말아야 하는 의사의 책임을 상기한다. 에릭은 르네가 일하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아가 르네의 존재와 안위를 확인하고,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싶어 르네가 사는 동네까지 따라갔다가 동네 주민에게 모습을 들킨다.



다음 날 병원에서 에릭은 크리스틴이 자신을 성희롱으로 고소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다. 그는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혐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정직 처분을 받는다. 티크너 부인인 사망하자 절망한 맥스는 에릭에게 전화하여 자살을 암시한다. 에릭은 맥스를 찾기 위해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를 추적하던 중 르네는 동네 공원에서 목이 졸려 살해당했고 맥스는 자취를 감추었음을 알게 된다.

 

에릭이 르네를 따라 집으로 미행한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은 에릭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사실 확인을 위해 연행한다. 심문 도중 에릭은 환자 기밀 유지를 이유로 맥스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지만, 여전히 어리숙한 십 대 소년이 살인범일 리 없다고 생각한다. 경찰은 증거를 찾기 위해 그의 집과 사무실을 급습하여 집기와 소지품을 압수하지만, 환자와의 상담을 기록한 파일은 가져가지 못한다. 에릭은 병원의 IT 부서에 누가 부인의 파일에 접근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누군가 맥스를 중심으로 이 사건을 조종하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에릭의 친구 로리 포추나토는 에릭에게 큰 위로가 된다. 그녀는 에릭을 형사 변호사인 남동생 폴과 연결해준다. 잠시 들른 직장에서 에릭은 샘을 제외한 직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자 내심 실망한다. 그러나 이때 맥스가 대형 매장에서 한 무리의 십 대들을 인질로 잡고 15분마다 한 명씩 죽이고 나서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하는 등 인질극을 벌이면서 상황은 점점 나빠진다. 맥스를 설득하기 위해 쇼핑몰 안으로 목숨을 걸고 들어간 에릭은 맥스가 아무도 해치지 않고 자수하도록 권유하는 데 성공한다.


화재가 발생하여 혼란해진 병원에서 에릭은 목에 상처를 입고 신음하는 크리스틴을 발견하고 도움을 주려 한다. 그러다 샘 워드에게 급습을 당한 에릭은 샘이 자신을 파괴하기 위해 크리스틴에게 성희롱 고발을 사주하고 르네를 살해하는 등 이 모든 사건을 조종했음을 알게 된다. 죽음의 위기에서 에릭은 마침내 샘에게 학대당하던 환자로부터 도움을 받아 무사히 구출된다.

 



크리스틴이 성희롱 혐의를 벗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그는 직장에 복귀한다. 케이틀린은 예전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양육권 싸움을 계속할 뜻을 비친다. 에릭을 진심으로 아끼며 대학 시절부터 좋아했음을 밝힌 로리와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같던 순간, 에릭은 병원 IT 부서에서 샘 워드 박사와 로리 포추나토 박사가 티크너 부인의 파일에 접속했다는 전화 확인을 받는다. 결국, 로리야말로 진정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로 드러난다. 샘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조종하여 그녀의 뜻을 따르게 한 것이다. 로리는 에릭을 강간범으로 몰아가기 위해 가위로 자신의 팔을 자해하며 에릭을 공격한다. 로리가 에릭을 가위로 찌르려는 순간, 경찰이 도착하고 로리는 그 자리에서 체포된다. 정상을 참작하여 교도소가 아닌 소년원에 송치된 맥스를 방문한 에릭은 그가 염려하던 것 보다 잘 지내고 있음을 발견하고 안도한다.

 

리사 스코토라인의 스릴러 작품 ’15분마다는 독특하게도 익명의 자칭 소시오패스에 의한 일인칭 서술, 그리고 소시오패스에 의해 표적이 된 에릭 패리쉬 박사의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자세히 설명하는 삼인칭 서술, 이렇게 두 가지 관점을 번갈아 사용한다. 이야기의 핵심 미스터리를 패리쉬 박사의 삶을 조종하는 소시오패스의 정체에 두고 있는데, 그는 남들보다 월등히 똑똑하면서도 정상인의 가면을 쓰고 있기에 누구도 그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려는 일념에 사로잡혀 과업에 성공하는 듯하였으나, 소시오패스가 될 수도 있었던 과거를 극복해 낸 더 영리한 주인공에게 좌절당하고 만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주인공이 주변 인물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정신과 의사의 일상과 직업윤리, 정신세계 등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병원의 작동 체계, 사회 병리 현상, 경찰의 사건 처리 절차, 형사 변호사와 형법 등 저자가 연구하고 준비한 사실적인 장치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봄날 휴일의 나른한 오후를 책임져 줄 책으로 추천해 드린다


 

#장르소설 #15분마다 #범죄스릴러 #소담출판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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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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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초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범죄 스릴러 작품. 15분마다 찾아오는 긴장감으로 하루의 반나절을 순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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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의 호르몬과 맛있는 것들의 비밀 - 면역력을 키우려면 가공식품을 버려라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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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what you eat‘, 뿌린 대로 거두고 먹은 대로 사는 모양을 일컫는다. 두어 해 전 처음 생긴 이명 증상이 처음에는 그럭저럭 견딜 만했는데 이제는 소리가 더욱 크게 자주 느껴져 피로감과 짜증으로 삶의 질이 부쩍 떨어지는 느낌이다. 발생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병을 키운 탓도 있다. 그런데 이 증상의 주요 원인이 평소 식습관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때문임을 최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식습관을 돌아보면 몸에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고 맛있고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굳이 변명하자면 먹거리 부실한 군 생활 이후 저렴해진 입맛이 터득한 생활의 지혜라 할까? 단맛을 좀처럼 거부할 줄 모르는 자신이 설탕 중독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정제된 백설탕과 인공 유지가 그렇게 몸에 해롭다는데, 벌써 40년째 하루에 커피 믹스 두 잔씩 마셔왔다니. 다행히도 금연은 성공했지만, 아직 술과 커피는 완전히 끊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고혈압과 고지혈증 판정을 받았으니 누구를 원망하겠나 이게 다 자업자득이다.

 


저자는 호르몬 교란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의 원인으로 과자와 같은 가공식품을 지목하는 책을 통해 그 유해성을 경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름을 유튜브에 검색하면 제법 많은 관련 영상이 등장한다. 16년간 근무하던 과자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에게 과자를 주느니 담배를 권하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의 전도사가 된 그는 화학약품 몇 가지만 가지고도 즉석에서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가공식품의 첨가제를 만들어 보인다. 예컨대 유화제로 물과 기름처럼 본래 섞이지 않는 성분들을 강제로 결합하여 냉동 건조한 분말이 바로 커피 믹스에 함유된 크림 성분이다. 본래 자연계에 없던 물질이니 인체에 이로울 리 만무하다. 그러나 이 물질은 인간이 접해보지 못했던 뿌리치기 어려운 음식의 맛과 향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주었다.

 

식품첨가물은 크게 정제당, 정제가공유지, 화학물질로 구분되는데 에너지 대사 호르몬인 인슐린에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가하여 대사증후군과 같은 생활습관병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경우 심리, 행동, 정서, 성격에까지 나쁜 영향을 준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증후군(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e disorder)과 아토피 환자의 증가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사스, 메르스, 조류독감,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최근 유행하는 각종 호흡기 질환도 결국은 식품첨가물이 초래한 인체 면역력 약화가 원인이다.

 


그의 주장은 간결하다.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지만, 음식을 나쁜 존재로 만드는 원흉이 바로 식품첨가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감칠맛과 먹기 편리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의 욕구와 비양심적인 저렴한 식자재의 대량공급으로 이윤을 노리는 업계가 결탁한 결과물이다. 자연식품 이외의 거의 모든 식자재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은 인슐린 저항을 일으키고 면역체계를 훼손하여 암,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등의 대사증후군을 유발한다. 예전과 비교해 수명은 늘어났어도 삶의 질은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문제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모든 식품에 이 첨가물이 쓰인다는 점이다. 몸에 해롭지 않은 현대 음식이 더 귀할 정도라니 도대체 뭘 먹고 살란 말인가?

 

인슐린 저항성은 당뇨병이 생기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혈당 조절을 담당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잘 분비되지 않거나(1), 특히 제 기능을 못 할 때(2) 생긴다. 우리 몸은 식후 약 30분 이내 혈당이 올라가는데 이를 감지한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액에 있는 포도당을 근육세포가 사용하도록 촉진하고, 간에서 포도당을 새로 만들지 못하도록 막아 혈당을 낮춘다. 그런데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아무리 많이 분비되어도 제 기능이 작용하지 않아 근육세포로 혈당이 흡수되지도 않고 간의 포도당 생산 과정이 멈추지도 않는다. 결국, 혈당 수치가 올라가는데 평균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2형 당뇨병이 생긴다.



혈당 수치를 내리기 위해 췌장에서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혈중 인슐린 수치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체지방이 축적되고, 체내 염증이 유발된다. 지방산과 염증은 또다시 다른 세포들의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지방이 혈관에 쌓여 심혈관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도 저하된다. 췌장 베타세포가 과로로 산화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사멸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주어 인슐린 저항성이 높을수록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우리의 식생활 안전을 해치는 요인은 식중독과 같은 생물학적 요인과 식품첨가물 같은 화학적 요인이 있다. 유해성이 즉각 드러나는 생물학적 요인보다 먼 훗날 나타나는 화학적 요인이 훨씬 무서운 존재다. 저자는 인공조미료 가운데 특히 MSG(속칭 맛소금)와 같은 화학물질은 병리적 인과관계를 밝히기도 쉽지 않은 데다 눈에 띄는 피해가 없어 소비자들이 방심하는 사이 인체에 해가 없다는 비양심적인 주장이 득세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병리 현상으로 나타날 때는 이미 늦었음을 경고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 운동 후 습관적으로 찾던 이온 음료와 매일 마시던 커피 믹스 대신 생수로 대신하고, 피자 햄버거 같은 정크푸드와 탄산음료의 음용 횟수를 줄이고, 라면에는 단무지 대신 반드시 싱거운 김치를 곁들이고, 주스 대신 섬유질이 풍부한 생과일을 먹고, 출근길이 바빠도 시리얼 대신 통곡물빵으로 대신하고, 시금치와 우엉이 들어간 김밥을 먹고, 반드시 성분표를 확인하여 건강한 음식을 구입하며, 무엇보다 화학물질 그득한 희석식 소주를 줄여볼 수 있겠다. 솔직히 지금 해 낼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구구팔팔이삼사(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아프고 4일 만에 하늘나라)를 되뇌며 노후를 병원 침대에 누워 보내는 것보다는 백배 낫지 않을까.

 

결국, 저자는 자력으로 건강을 지키려면 금연과 금주, 식품첨가물 범벅인 가공식품을 피한 건강 식단, 땀나는 운동과 숙면이 결론이라 말한다. 몸에 좋은 것 열 가지를 먹는 것보다 몸에 해로운 것 한 가지를 피하는 게 정답인 셈이다. 아는 만큼 건강하고 장수하는 시대를 맞아 슬기로운 식생활을 실천할 실용적인 지침서로 좋은 책이다.

 

#건강취미 #안병수의호르몬과맛있는것들의비밀 #면역과가공식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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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의 호르몬과 맛있는 것들의 비밀 - 면역력을 키우려면 가공식품을 버려라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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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것들의 겁나는 비밀과 불편한 진실을 한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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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전술 교과서 - 단식과 복식의 전술, 상대 유형별 공략법, 기선을 제압하는 심리 기술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후지모토 호세마리 지음, 이정미 옮김, 김기석 감수 / 보누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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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학교에서 선생님들끼리 결성한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배드민턴에 입문한 지 8개월이 지났다. 본래 취미 활동에는 별도의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 법인데 다행히도 학교 환경이라 언제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근사한 체육관과 무슨 운동이든 최소 고수인 체육 선생님들의 친절 자상한 지도 덕분에 지금은 어설프나마 규칙에 따른 복식 경기를 즐기고 있다. 첫날 장난감 같은 학생용 라켓을 빌려 쓰다가 신발과 라켓만큼은 꼭 제대로 된 것을 갖춰야 한다는 권유에 따라 하나둘 마련해 제법 구색도 갖추었다. 살다 보니 때로는 팔랑귀가 이렇게 좋은 면도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혼자서도 라켓 그립을 갈아 끼우거나 바닥에 떨어진 셔틀을 허리 구부려 줍지 않아도 라켓으로 떠올리는 간단한 마술(?)을 흉내 내기도 한다. 여세를 몰아 이번 학기 클럽 활동으로 배드민턴반을 결성했더니 수용 가능한 인원을 한참 넘기고 말았다. 세상 좋은 건 애들이 먼저 안다더니 대체 이까짓 배드민턴이 뭐라고.



이 책은 배드민턴 경기를 본격적으로 즐기고자 하는 애호가들에게 제격인 전술 안내서이다. 사실 이제 겨우 하이클리어 자세가 잡혀가는 얼뜨기 동호회원 필자에게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산전수전 다 겪어 본 저자가 설명하는 고급 전술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훌륭한 전술이라도 초보자에게는 실제 경기나 일대일 지도를 통해 배우고 몸에 익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마치 훈련소를 마치고 겨우 소총 사격을 할 줄 아는 신병에게 낙하산 침투 임무를 주는 격이랄까? 이 책은 가장 기본적인 클리어, 드롭, 스매시, 언더, 헤어핀, 푸시, 리시브, 포핸드 등 샷(타격법)의 활용법을 설명하는 1, 기본-실용-상황별 단계로 단식과 복식의 경기 운용에 필요한 전술을 각각 알아보는 2장과 3, 시합 환경과 상대 유형별 공략법과 기선을 제압하는 심리 전술을 다루는 4장으로 구성되었다. 실제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책 뒷부분에 제공되는 게임과 선수를 분석하는 양식을 활용한다는 점은 사실 약수터급 동호인에게는 경이로운 발견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전술 교과서로서의 장점을 꼽으라면, 단연코 산뜻한 색상의 그림과 풍부한 입체감이라 하겠다. 3차원 공간을 오가는 셔틀콕의 궤적 운동 특성상 아무래도 평면보다는 입체적인 설명이 이해하기 수월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장점은 뛰어난 실력을 지닌 전직 선수 출신의 코치로부터 개인 교습을 받는 것 같은 사실감이다. 최근 복식 경기에서의 위치이동(로테이션)을 배웠는데, 말로만 설명을 듣다가 이 책의 그림을 보니 상대 팀의 대응에 따라 전위와 후위의 움직임과 담당 영역이 변화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머리로 아는 것과 코트에서 몸으로 직접 부딪쳐 전술을 응용해 보는 것 사이의 격차가 쉽게 좁혀질 리 없다. 오랜 기간 코치로부터 레슨을 받고 꾸준히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오래도록 만만찮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등산, 축구와 더불어 3대 생활 스포츠로 불리는 배드민턴이라는 운동은 알면 알수록 어렵고 부상의 위협도 만만치 않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동네에 없던 단골 한의원이 생기고 침과 뜸을 맞느라 지출하는 금액도 적지 않다. 온몸을 돌아다니는 통증을 마주할 때마다 더는 이 재미난 운동을 못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종목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운동을 통한 성장의 기쁨이 아닐까. 그립을 제대로 쥘 줄도 모르던 사람이 꾸준한 연습으로 조금씩 하이클리어 비거리를 늘리고 동료들과 경기를 즐기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A조에 속하는 동료 체육 선생님으로부터 자세가 잡혔다는 칭찬을 받으니 성취감이 여간 아니다. 아직 전술적인 움직임으로 경기를 즐기는 단계는 못되지만, 일상에 이만한 즐길 거리가 또 있을까 싶다. 배드민턴 동호인에게는 꼭 필요한 경기용 교과서로 추천해 드린다.

 

#스포츠 #배드민턴전술교과서 #보누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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