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격 - 인간관계와 자기긍정감을 높이는 대화의 기술 60
김준호 지음 / 드림셀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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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가족의 성비를 보면 31로 필자가 절대 소수다. 왜 성비를 들먹이는지 아시는 분은 아마 짐작하겠지만, 나는 우리 가족에 비해 구사하는 말솜씨가 가장 부족하다. 대화를 주도하기는커녕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핀잔을 자주 듣는다. 어쩌다 애써 무슨 말을 하고 나면 이상하다 무슨 소리냐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찾은 묘책은 될수록 말을 아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다 보니 가족 간, 부모와 자식 간의 정다운 대화가 항상 아쉬운 건 나뿐이다. 왜 이 집의 유일한 남자인 나는 대학원까지 졸업한 학력을 가지고도 말재주 하나 변변치 않은 것일까? 이런 고민을 안고 있던 나에게 이 책, <대화의 격>은 제목만으로도 반갑게 다가왔다.

 

<대화의 격>은 현대 사회에서 의사소통의 본질과 중요성을 재조명하며, 인간관계와 사회적 성공의 기초가 되는 대화의 기술과 철학을 깊이 탐구한 책이다. 단순히 대화의 기술적 측면을 다루는 것을 넘어, 대화라는 행위가 가진 철학적, 심리적, 사회적 함의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으로 가득하다. 인간관계와 자기 긍정감을 높이는 방법을 탐구하며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한 언어를 사용하는 법을 제시한다. 말 잘하는 직업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아나운서로 오랜 기간 방송에 몸담아 왔으며, 말에 관한 저서도 여럿 저술한 저자 김준호는 다음과 같이 대화의 품격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격률을 내놓았다.


파격: 대화 초반의 주목성을 강조하며 첫인상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자격: 신뢰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말한다.

본격: 갈등 상황에서도 공생할 수 있는 대처법을 제안한다.

적격: 긍정적 태도로 상대를 인정하며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을 다룬다.

결격: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명료한 표현으로 대화를 담백하게 만드는 방법을 강조한다.

품격: 서로의 자기긍정감을 존중하며 존중 화법으로 상대를 대하는 법을 설명한다.

 

이 책은 대화를 통해 자신과 타인,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 개인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화의 정석은 없지만, 내가 먼저 대화의 격을 높이면 인간관계와 소통의 벽이 허물어진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1. 대화의 본질과 저자의 문제의식

저자는 현대인이 대화에서 겪는 여러 문제를 포착하며 책의 서두를 시작한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화가 피상적이고, 때로는 갈등과 오해를 낳는 이유가 무엇인지 탐구한다. 대화는 단순한 말의 교환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하며, 이 과정을 소홀히 여길 때 개인적, 사회적 문제로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책 전반에 걸쳐 대화의 기술을 단순히 '말 잘하는 법'으로 축소하지 않고, 대화의 격조와 진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근간이 된다. 이어서 대화가 현대 사회에서 왜 더욱 중요해졌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의사소통 수단은 다양해졌지만, 진정한 의미의 대화는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대화의 진정한 가치를 회복하고,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함께 성장할 방법을 모색한다. 우리가 대화에 대해 얼마나 무심했는지 자각하도록 하며, 대화를 단순히 말의 교환으로 보지 않는 관점을 독자들에게 심어준다.

 

2. 대화의 기초: 자기 성찰과 공감의 중요성

저자는 성공적인 대화의 첫걸음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생각과 감정을 명확히 인지하고 이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어야 타인과의 대화에서도 진정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와 함께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공감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에서 시작되며, 진정한 공감은 듣는 사람의 태도와 언어로 전달된다는 주장은 독자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대화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공감은 단순히 상대의 말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관점과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공감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연습 방법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상대의 말 중 핵심을 반복해 말해주는 기술이나, 상대가 느끼는 감정을 자기 언어로 표현해 확인하는 방식 등이 있다. 이러한 기술은 독자들이 실생활에서 공감을 실천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필자가 대화에 관해 가장 많이 지적받은 것이 바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고, 결국은 태도의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3. 갈등 상황에서의 대화

대화란 항상 순조롭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갈등 상황에서의 대화는 특히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감정적인 대응 대신, 문제의 핵심을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상대방의 비판을 자신의 성장을 위한 피드백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대화의 격을 높이는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갈등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통제하는 법이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대화의 주도권을 잃게 된다며, 감정을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여러 방법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깊게 숨을 쉬거나 잠시 대화를 멈추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기술 등이 언급된다. 이와 더불어 갈등 상황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도 제공한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감정에 휩싸여 논리 없는 말을 반복하던 모습이 떠올라 반성하게 된다.

 

4. 사회적 함의

이 책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인해 대화의 본질이 퇴색되고, 피상적인 의사소통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대화가 왜 중요한지, 이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한 이 책은 기업, 교육,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사소통의 질을 높이는 교재로 쓰여도 좋겠다. 기업에서는 팀워크를 강화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공감과 소통의 가치를 가르치는 데 쓰일 수 있겠다.

 

5. 의의와 한계

이 책은 대화의 본질과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실생활에서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대화를 단순한 기술적 행위로 축소하지 않고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차원에서 조망하며, 이를 실질적인 조언으로 연결한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화의 격>은 대화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과 사회의 소통 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한 지침을 제공한다. 독자들은 단순히 '말 잘하는 법'이 아니라, 진정성 있고 품격 있는 대화를 통해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가치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실천 의지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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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격 - 인간관계와 자기긍정감을 높이는 대화의 기술 60
김준호 지음 / 드림셀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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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다리, 대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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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버릇
알라나 S. 포르테로 지음, 성초림 옮김 / 아고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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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버릇>은 한 트랜스젠더 소녀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린 소설로, 주인공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몸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어떻게 경험하며 성장해 나가는지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1980년대 스페인의 헤로인이 유행하던 작은 노동자 마을에서 자라며, 변화의 기운이 도는 가운데 여전히 편견과 독재의 잔재가 남아 있는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사랑, 상실, 치유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젠더와 성 소수자로서의 경험을 조명한다. 또한 개인이 사회적 억압과 맞서면서 성장하고 자기 정체성을 완전히 수용하기까지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다양성과 포용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저자의 문체는 시적이면서도 직접적이며, 주인공의 감정과 내면 풍경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처음 접한 저자 알라나 S. 포르테로의 글은 정말 뛰어나며 독자를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마치 언어로 마법을 부리는 듯하다. 한 문장, 한 단어에 담긴 감정이 독자를 감동시키고 때로는 긴장하게 만들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기쁨과 슬픔, 다정함과 무력감, 환상과 고통 같은 감정들이 쉼 없이 몰아친다. 이렇게 복합적인 감정을 동시에 일으킬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어렸을 때 고민했던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사람 간의 차이를 느낄 때의 고민이나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과 태도에 얼마나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묘사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신뢰와 안정감을 잃고, 결국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장마다 큰 감동을 준다. 여러 인물이 주인공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주인공이 자신을 반영해 볼 수 있는 여성들과의 관계가 주요하게 다뤄진다. 처음에는 그 여성들을 닮는 것이 두려웠던 주인공이 시간이 지나며 그들로부터 힘을 얻고, 이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여성들 간의 연대감을 따뜻하고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전형적인 가부장적 사회에서 나고 자랐으며 이성애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던 독자라면 이 이야기의 분위기는 때로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문체로 쓰여있어 그 아픔마저도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현재도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LGBTQ+ 공동체를 위해 이 소설은 과거의 위협과 잃어버릴 수 있는 것들을 상기시키며, 동시에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들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목소리는 꿈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와, 그 꿈을 빼앗으려는 세상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싸움 속에서도 계속 나아가는 모습은 LGBTQ+ 공동체의 회복력과 인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스페인어 제목인 ‘La Mala Costumbre’는 문자 그대로는 "나쁜 습관"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주인공이 자신을 부정하고 남들에게 맞추려 했던 과거의 태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었던 요소를 상징한다.

 

이 소설은 젠더와 관련된 이야기를 사회적, 개인적 차원 모두에서 심도 있게 풀어내며 스페인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아 탐색과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강렬한 일인칭 화자 시점으로 쓰였으며 상황의 거칠고 생생한 묘사는 물론이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부분까지 담아낸다. 단순히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초상을 정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산블라스라는 지역과 그곳 사람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가족을 부양하는 노동자들과 그 속에서 받아들여지거나 배척당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남성 중심의 문화가 폭력을 용인하던 그 시기의 어두운 단면도 놓치지 않았다. 마드리드의 초상 또한 훌륭하다. 저자는 그 도시의 아름다움과 약점을 함께 그리며, 그 감정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 풍경을 묘사한 부분은 특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는 깊은 슬픔을 안겨준다. 그 당시 트랜스젠더 아이들이 느낀 외로움과 불안은 너무나도 절실하다. 주인공은 오랫동안 가족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고, 낮에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몸으로 살아가며, 밤에는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으로 변신하는 이중적인 삶을 이어간다. 이 삶은 그녀를 내적으로 갈가리 찢어 놓으며, 학교생활, 직장, 정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주변 인물들인 마르가리타, 에우헤니아, 제이, 안토니오도 매우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들은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가족 같은 존재다.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마침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 소설은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특히 자기 몸과 마음으로 이런 싸움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직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 만약 이 책을 읽고도 저자의 글과 그 안에 담긴 깊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른 해결책은 없을지도 모른다.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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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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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크 쿨란스키의 대구: 세상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Cod: A Biography of the Fish that Changed the World, 1997)는 단순히 한 생선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인류의 역사, 경제, 생태, 문화를 폭넓게 탐구한 논픽션이다. 이 책은 대구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분석하며, 대구가 단순한 식량 자원을 넘어 문명과 사회 변화를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출간 이후 이 책은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특정 상품을 통해 역사를 해석하는 새로운 서술 방식인 미시사적 접근법의 전형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주제에 대한 흥미로운 서술을 넘어, 인간과 자연, 역사와 경제의 얽힌 관계를 심도 있게 조명한 결과다.

 

대구는 북대서양의 차가운 바다에서 대량 서식하며, 오랫동안 인간의 주요 식량원으로 자리 잡았다. 중세 유럽에서는 대구의 저장성, 영양가, 그리고 대량 공급 가능성 덕분에 생존을 위한 필수 자원으로 여겨졌으며, 이를 보존하기 위한 소금절임 기술의 발전이 촉진되었다. 당시 바이킹은 대구를 건조하여 장기간 보관 가능한 식량으로 활용했고, 이러한 저장 기술은 바이킹이 대서양을 넘어 미 대륙을 방문한 최초의 유럽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는 단순한 식량 자원을 넘어 기술과 탐험의 발전에도 대구가 상당히 이바지했음을 보여준다.

 

15~16세기 대항해 시대에 이르러 대구는 신대륙 탐험과 식민지 개척의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특히 바스크인은 대구를 소금에 절여 저장함으로써 고래잡이 산업을 확장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북대서양 대구 어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뉴잉글랜드와 캐나다의 그랜드 뱅크 해역은 풍부한 대구 자원 덕분에 끝없는 대구의 바다로 불리며 세계적인 어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대구의 중요성은 단순히 지역적 식량 자원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 무역과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국가 간 갈등과 경쟁의 핵심 요인이 되었다. 이 시기의 대구 어업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을 넘어 국가적 번영과 패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7년 전쟁 후 영국과 프랑스 간의 협상에서 대구 어장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고, 이는 미국 독립전쟁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뉴잉글랜드의 대구 어업은 자급자족 경제를 형성하며 독립운동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구는 단순한 생선이 아닌 역사적, 정치적 사건의 배경과 촉매제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대구 어업이 단순히 경제적 자산이 아닌,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견인한 주요 자원임을 보여준다. 또한 대구 어업을 둘러싼 갈등과 협력의 역사는 현대 국제 관계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기술 혁신은 대구 어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증기 트롤선, 디젤 트롤선, 소나 기술의 도입은 어획량을 급증시켰지만, 이는 대서양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윈주의자인 T.H. 헉슬리는 19세기 말 "대구는 인간의 노력으로 멸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1890년대부터 북해에서는 대구 자원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냉동 기술의 발명은 대구의 상업적 수요를 더욱 확대하며 위기를 가속화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어업의 효율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하며 인류가 자연의 한계를 무시한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작용했다.

 

20세기 후반, 뉴펀들랜드 대구 어장이 붕괴하면서 한때 무한하다고 여겨졌던 자원이 상업적으로 생존 불가능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자연의 한계를 무시한 인간의 남획과 탐욕이 초래한 결과로, 대구라는 자원이 인류의 무절제한 소비와 환경 파괴의 상징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 시기의 붕괴는 대구 어업이 단순히 자연 자원의 소진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든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통해 인간의 책임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쿨란스키는 대구라는 생선의 생태와 어업 역사를 넘어 인간의 왜곡된 자연관의 희생물로서 대구의 운명을 조명한다. 그는 캐나다와 노르웨이의 어업 정책을 비교하며 적절한 관리와 정책을 통해 대구 자원을 보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적 접근이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점차 악화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자연이 단지 공원의 모습으로만 남게 되는 세상에 대한 비판과 함께, 천 년간 대구를 잡아온 인류가 이제는 이를 멸종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아이러니를 강조한다. 이러한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성찰하게 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감을 환기시킨다.

 

흥미롭게도 이 책에는 대구 요리법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이를 통해 대구가 가난한 이들의 주식에서 고급 미식으로 변모해온 과정을 생생히 보여주며, 대구가 단순한 식량 자원을 넘어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한다. 이는 대구가 역사적, 경제적, 생태적 중요성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서술 방식은 독자들에게 대구의 다면적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며, 음식이 단순히 영양 공급 이상의 문화적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출간 직후 학계와 대중 모두에게 찬사와 염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았다. 평범한 생선에서 시작된 방대한 이야기라는 평을 받으며, 역사와 생태를 넘나드는 서술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대구가 인류 문명과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준다는 극찬을 받았다. 한편 일부 평론가들은 대구를 지나치게 중심화하여 역사적 해석이 단편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으나, 이는 미시사적 접근의 특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어쨌든 이 책은 역사, 경제, 생태학을 종합적으로 다룬 학문적 연구의 중요한 참고 자료로 자리 잡았으며, 지속 가능한 환경 정책과 어업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인간의 책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며, 현대 사회가 직면한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맛있는 대구탕 한 그릇으로 과거를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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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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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요리 대구탕을 먹을 때마다 떠올리게 될 흥미진진한 대구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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