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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러나 싶을 땐 뇌과학 - 뇌를 이해하면 내가 이해된다
카야 노르뎅옌 지음, 조윤경 옮김 / 일센치페이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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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이해하면 내가 이해된다는 부제로, 신경전문의인 저자가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흥미로운 뇌 이야기. 전체 10가지 특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며 특별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알기 쉽도록 풀어 썼기 때문에 상식의 폭을 넓히며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책자가 단색 인쇄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화질에 간결한 설명을 곁들인 삽화가 내용 이해를 돕고, 각 챕터가 검은 색상지로 구분되어 있어 아무 곳이나 펼쳐 읽기도 좋다. 한 번 읽어보고픈 마음이 드는 저자의 영어 원서도 그러하리라 짐작되지만, 번역된 외서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한 번역체 어투가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힌다.

유투브에서 노르웨이 의사인 저자가 영어로 진행하는 TED 강연을 보시라 권유 드리면서, 목차별 주제에 간단한 언급 방식으로 평을 달아 본다.

1. 뇌의 진화.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이어진 진화의 흔적이 뇌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현생 인류의 탄생지는 바다라는 주장을 믿는 필자는 파충류가 아니라 어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차이 이외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의 인간다움 역시 대뇌피질이 발달한 때문.

2. 성격의 탄생. ‘나다움(me-ness)’을 결정하는 건 결국 뇌 특성의 발현 정도이며, 정신질환 및 성격장애 역시 뇌의 건강상태에 따른 결과.

3. 기억력과 학습.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을 설명하느라 유명 인물이 등장한다. 우연히 예전에 읽고 서평을 써보기도 했던, 뇌 의학 역사상 최초로 일부 뇌 절제술을 받았던 뇌전증 ‘환자 Henry Molaison’에 관한 언급이 등장하여 사실 좀 놀랍고도 반가웠다. 저자가 신경전문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어 특히 외국어 습득과 밀접한 뇌의 학습 기제를 공부하느라 사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 이상으로 깊이 들여다본 경험상 ‘베르니케 영역’처럼 관련 내용을 상기하는 재미가 여간 아니었다.

4. 뇌 GPS. 머릿속에서 작동하는 각종 첨단 장비의 역할을 하는 세포들을 소개한다. 위치파악, 거리측정, 방향과 장애물 감지, 속도감, 정보수집 그리고 공간지각 능력이 부족한 모든 길치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는 덤.

5. 감정.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했는데 알고 보니 감정의 근원은 호르몬, 즉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감정을 억제 조절하는 전전두엽의 역할이 잘 설명되었는데, 굳이 부연하자면 생후 일정 기간에 전전두엽이 집중적으로 발달하여 스마트폰에 너무 일찍 노출되는 요즘 세태가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다, 또는 유전적으로 발달이 모자란 집단이 역사 속의 바바리안 집단이었고 야만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등의 자잘한 내용을 넣었으면 어떨까 하는 사족을 달아본다.

6. 지능. 외모와 지능은 대체로 정비례 관계이며, 지능보다는 후천적 노력이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으며, 사람은 적당히 똑똑해야 인생이 즐겁다.

7. 다른 문화, 같은 뇌. 인간의 선천적인 뇌 구조는 큰 차이가 없으나 문화와 같은 대표적인 후천적 학습요인에 의해 사뭇 다른 양상으로 발달.

8. 밥상 위 과학. 뇌를 속임으로써 식욕을 자극하거나 억제할 수 있으며 이를 가장 잘 알고 이용하는 이들이 바로 식품회사들이라는 사실.

9. 중독. 일상적으로 접하는 카페인, 니코틴부터 헤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향정신성 화학물질에 의존하게 되는 과정을 상세히 알려줌.

10. 지각. 인간의 5감(미각, 촉각, 시각, 후각, 청각)을 비롯하여 최근 가장 주목받는 연구 분야인 두뇌인지의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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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트러몰로지스트 1 - 괴물학자와 제자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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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 표지 상단의 제목은 '괴물'을 뜻하는 monster와 '학문'을 뜻하는 영단어 logic을 합성하여 '괴물학'이라는 신조어를 틀에 쇳물을 붓듯 주조(coining)한 것이다. 세상에 괴물은 있어도 괴물을 학문으로 체계화한 괴물학은 처음이다. 아무렴 처음이면 어떤가 괴물을 좀 연구했다기로 그게 무슨 대수람? 이렇게 혼자 궁시렁대며 책장을 펼쳐본 바,

이야기 극초반부는 독자의 호기심과 빠른 사건전개를 위해 다분히 의도적으로 괴물의 모습과 활약상을 살짝 드러낸다. 본문에는 그 흔한 삽화 한 장 없이 오로지 글자뿐인지라 작가가 설명하는 괴물의 모습을 머릿속에 잘 그려놓고 있어야 했다. 머리는 없고 커다란 입은 가슴팍에 있으며 초점없는 까만 눈은 양 어깨에 박혀있으며 치명적인 급소인 뇌는 인간의 방광 자리라니..

최근 보았던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사실상 후속편인 에일리언 커버넌트를 보았다면 훨씬 이해가 빠를것같다. 물론 외형상으로는 에일리언이 더 후한 점수를 받을 것 같은데 날카로운 손톱 무기와 10미터를 뛰어오르는 다리 근력과 상어이빨 전투력으로 치자면 밀리지는 않겠다 싶다. 외계생명체를 병기로 만들어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기업정신 투철한 회사와 인류평화를 위해 이에 맞서는 주인공의 선악 대립구조가 이 소설에서도 엿보인다. 영화 커버넌트처럼 후속편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지 대놓고 예고하지는 않지만 아직 읽지못한 나머지 3권의 내용이 자못 궁금하긴 하다.

괴물을 연구하는 괴물보다 더 괴물같은 괴물학자와 대를 이어 그를 보좌하는 주인공 소년이 주고받는 애증 쌍곡선과, 괴물의 발견에 이어 생포와 비밀스런 사육 그리고 당연한 수순처럼 이어지는 처절한 결투장면 등의 장면을 어떻게 영화화할것인가 흥미진진하다. 아마도 대개의 스릴러 장르가 그렇듯 흑백톤의 음습한 배경이 당연히 어울리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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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 전에 없던 관계와 감정의 혼란에 대하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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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심리학, 여성 심리학, 임상 심리학, 소비자 심리학, 상담 심리학 등등 이 많은 심리학 분야 가운데 유독 남성 심리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째서 남자 어른의 심리를 다룬 학문은 없는 걸까 평소에도 참 궁금했다. 일단 청소년기에 자리 잡으면 별다른 변화 없이 그대로 살다 가기 때문인 걸까? 아 그런데 바로 이 책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가 특히 고통이 필수인 마흔 이후 어른, ‘특히 마음만은 청춘인데...’ 하는 남성들 심리학의 빈자리를 채워주는가 싶다. 근거는 참으로 빈약하지만 일단 저자의 이름이 어릴 적 친구와 똑같아 괜스레 친근감이 든다. 참고로 그 친구와 나는 인문계 출신으로 정신과 전문의일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지난 10년 사이, 우리 가정에 대형 악재들이 한꺼번에 겹쳤다. 쌍둥이 아이들에게는 북한에서도 무서워 못 내려온다는 중2병이, 엄마에게는 항암 발병과 수술 후 병치레가, 아빠에게는 40대의 사춘기인 사추기가 온 것이다. 이름하여 호환 마마 역병보다도 무서운 재앙 3종 세트. 솔직히 고백하자면 급작스러운 상황의 변화로 정신이 혼미해진 틈을 타 어리석은 마음에 자주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떠올렸던 적 있었고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편이 서늘 해온다. 하여 지난 십 년을 전에 없던 관계와 감정의 혼란 속에서 얼마나 마음을 다쳤고 아픈지조차 모르고 지나왔는데, 마침 이 책을 접하고 보니 지나간 시간을 되짚어 볼 기회가 되었다.

 

어떤 책을 접하든, 독자는 자신의 처지와 형편에 맞는 수준으로 내용을 이해하기 마련인 것 같다. 현직 심리상담사인 저자와 내담자들과의 실제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했고, 많지 않은 분량과 길게 늘여 빼지 않는 간결한 설명체 문장이라 쉽게 읽히는 한편,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의 사례를 통해 아 그래 이거야말로 나의 모습이었어라는 공감의 탄식을 연발할 것이다. 목차의 구성 역시 참으로 알차다. 큰 제목만 봐도 그렇고 길어야 석 장을 넘어가지 않는 짤막한 그러나 울림 깊은 각각의 일화들에 하나같이 공감이 간다. 굳이 목차의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도록 각 일화의 제목들만으로도 내용을 짚어가며 읽기 좋게 되어있다.

 

1부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생각 공부

2부 나와 당신을 절실하게 느껴야 하는 시간-감성 공부

3부 인간은 점점 더 추운 곳을 향해 걸어가는 여행자다-관계 공부.

 

나름 힘들었던 지난 10년을 떠올리며 읽던 가운데 우울하지 않은 우울증부분을 읽다가 놀라운 적중률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게도 우울증이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지나갔다니. 어떤 증상은 거의 무관하지만 다른 증상은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실험정신을 발휘하여 각 증상을 전혀 아니다(1) 부터 보통이다(3), 매우 그렇다(5) 까지의 척도로 표시해보았다. 다른 독자들께도 이 같은 오지랖을 실천해 보시라 권하는 바이다.

 

일에 지나치게 빠져든다: 2. 다행인가 의외로 게으름을 많이 피움.

멍하니 텔레비전만 본다: 3. TV 대신 영화관으로 달려감.

조급해하고 기다리지 못한다: 5. 특히 과속난폭 운전으로 증상이 심하게 드러남.

쓸데없는 걱정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5. 이렇게 걱정만 하다간 곧 죽지 싶었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4. 깊은 한숨과 더불어 자유롭던 과거가 아른거림.

성적인 환상에 집착하거나 빠져든다: 4. 금연했는데 한 대 생각나는 것과 같은 수준.

고집스러워지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4. 그래서 돌아오는 건 욕 바가지 뿐.

자꾸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5. 불과 반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천사.

의심이 많아지고 사소한 일에 집착한다: 2. 생존본능인가 의외로 감각이 무뎌짐.

사소한 일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공격적으로 말한다: 5. 못하는 술 한잔 걸치면 더더욱.

술에 빠져든다: 2. 다행히도 술에는 약해서 해당 무.

친구를 만나도 재미가 없고 사소한 말에도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4. 이걸 타파해 보려고 새로운 모임에 자주 나가다 보니 출석 중독됨.

 

마음만은 아직도 철딱서니 없는(?!) 20대라지만, 생각/감성/관계의 마음 공부를 제대로 하고 40대를 거쳐왔더라면 훨씬 더 좋았으리라는 일말의 후회도 든다. 그러나 조금 늦더라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문득 어느 화장실 벽에 써 놓은 낙서 글귀가 새삼 다가온다. 책에 수록된 다양하고 상세한 경우들을 모두 합치면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을 일찍 알게 될수록 인생이 행복하다. 자신과 다툴 일이 적을 테니.’

마흔을 위한 마음 공부의 핵심은 상실의 고통을 끌어안고 전환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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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 전에 없던 관계와 감정의 혼란에 대하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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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솔들 부양하느라 자신을 잊고 살다 보니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배만 볼록 나와 카프카의 소설 속 벌레처럼 변신하더니 결국은 버림받을 운명으로 알고 있었던, 세상의 모든 40대와 공감하고 위로를 나누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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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로 산다는 것 - 융 심리학으로 보는 남성의 삶과 그림자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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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실 독자 열위께 감히 제언하자면, 작고 얄팍한 두께지만 쉽사리 읽어내기가 어려우니 밑줄 쳐가며 정독하실 것. 하여, 목차별로 내용을 요약 정리해드림.

 

- 남자가 물려받은 것: 허상, 역할, 기대

어려서부터 내 어머니는 나의 이름보다는 맏상주, 장남이라는 호칭으로 나를 부르시곤 하셨다.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서가 아닌, 사회의 축소판인 가족의 일원으로서 지닌 제주의 역할과 장남에 대한 기대심리가 어우러진 표현이었다. 물론 장남이라고 해서 동생과 비교하면 드러나게 좋은 처우(?)를 받았다고 할 수도 없다. 마치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주인공(김준호 분)이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해 잘 나가는 의사로 살다가 나이 50줄에 어머니의 꼭두각시로 살다가 드디어 자아독립을 선언하기 전의 모습이랄까? (나이 들수록 더더욱 느낌이 강해지는데, 남성으로 태어나 불쌍하다는 생각...)

 

- 여성성 공포증: 내면과 외부의 여성

남자니까 서러워도 울지 마, 힘들어도 참아야 해, 약한 모습 보이는 거 아니야!‘ 남성이라고 모두 다 힘세고 용감한 것은 아니다. 이 공포심을 누구에게 투사하느냐에 따라 본인은 물론 주변의 여성과 아이들도 함께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고난과 역경을 겪을수록 자궁에서 나와 다시 자궁으로 돌아가고픈 본능을 드러내어서는 안 되는 금기로서 억압받으며 이런 소리 골백번도 더 들으며 살아왔는데, 여성해방과 마찬가지로 남성들이여 이제는 과감히 떨쳐버리고 영혼이 닿는 곳으로 갑시다!

 

- 통과의례: 내면을 변화시키는 상처

저자는 통과의례를 분리-죽음-재생-가르침-시련-귀환의 6단계로 구분한다. 집단사회로의 귀속성과 정체성이 거의 사라진 오늘날, 자신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환골탈태하는 형식과 절차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남성 스스로도 나이 들어가면서 어른이라는 자각이 희미해졌다. 그 결과 부족사회 같으면 큰 어른 역할을 해 주었을 존재도 없이, 각자도생과 금전개념에 발 빠른 남성들만이 우위에 올라서 기득권층이 되고 결과적으로 사회의 귀감 노릇은 못하면서 권력만 행사하고 있다. 장성한 남성이 청소년의 음주 흡연을 목격했을 때 괜시리 억압기제가 발동하는 것은 바로 사라진 통과의례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다.

 

- 아버지 결핍증: 인생 멘토를 향한 갈망

아들에게 인생의 등대가 되어 줄 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아버지에게도 인생 멘토가 없었고 그 이전에도 없었음이 밝혀진다. 사실은 부족사회 이후로 계속 없었던 것. 통계 수치이기는 하나 현대 사회에서 제대로 된 멘토 역할을 해내는 아버지들의 비율은 경우 17%라고.

 

- 남성이 자기 영혼을 치유하려면

자신이 상처 입은 영혼임을 먼저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치유에 나서야 하며 어떤 누구도 이를 대신해 줄 수 없음을 알아야 함.

 

 

저자가 제시하는 남성의 여덟 가지 비밀과 치유법

 

첫째, 남성의 삶은 (여성의 삶과 마찬가지로) ‘남성이라는 성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대에 구속되고 지배받는다. => 남성에게는 가장 힘든 단계로, 생계를 이끌어갈 책임과 부담을 짊어진 가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 기대감에 가려 행복하지 않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함.

 

둘째, 남성의 삶은 근본적으로 공포가 지배한다.=> 자연과 자신을 정복하는 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과업이며 어떤 것도 무서워해서는 안 된다는 정신 나간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을 완전히 삼켜버리는 위협적인 수치심과 맞서 싸우는 날부터 남성의 치유가 시작됨.

 

셋째, 여성성의 힘은 남성의 정신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남성의 삶에 심리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어머니의 존재감이 너무나 강력하여 여성성과 왜곡된 관계를 맺게 되며 이를 극복해야 함.

 

넷째, 남성은 침묵의 음모와 결탁한 상태다. 자신의 정서적 진실을 억압하는 것이 이 음모의 목표다.=> 남성은 강하고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거짓 명제를 과감히 탈피하려면 자신의 아픔을 내보이는데 망설이지 말아야 함.

 

다섯째, 남성은 불가피하게 상처를 입는다.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면서부터 어머니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하기 떄문이다.(여기서 어머니는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라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원형(archetype) 상징을 가리킨다.) => 상처를 받아 봐야 상처 너머의 새로운 의식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주인공이 진정한 자기 삶의 영웅이 되기 위해 입는 상처는 더 큰 의식과 가치있는 세계를 쟁취할 때 기꺼이 치러야 할 대가임.

 

여섯째, 남성의 삶은 폭력적이다. 자신의 영혼부터가 폭력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노가 폭발 직전 수준으로 쌓여있는 상태임을 인정하고, 분노가 향하는 방향을 틀어 자신의 치유를 위해 꼭 일어나야 할 변화의 동력으로 사용해야 함.

 

일곱째, 모든 남성은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종족선조를 향한 깊은 갈망이 있다.=> 오늘날 남성은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얻어내지 못한다. 치유에 앞서 먼저 자기 내면의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음.

 

여덟째, 남성이 치유되려면 외부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무언가를 내면에서 스스로 깨워야 한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대상이 없음을 깨닫고 남성은 극심한 영혼의 아픔에 시달리지만,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배워야 함.

- 치유로 가는 일곱 단계

1단계. 조상의 상실을 되새겨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상처 속에 신음하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도록 허락받지도 못하고 달리 대안도 없이 말 못할 외로움에 시달리는 것이 아버지들의 모습으로, 이를 부끄러움 없이 슬퍼해 줄 수 있어야 한다.

 

2단계. 비밀을 털어놓아라. 우연히 남성으로 태어났을 뿐 실은 남성으로서 실격이라는 느낌, 공포와 분노 사이에서 고통받는다는 점, 감정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정작 그 의존 대상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점들을 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3단계. 자신의 멘토를 찾는 동시에 타인의 멘토가 돼라. 우리 사회에 집단 수준의 통과의례가 없어서 자신은 물론 주변의 그 누구도 멘토가 되어본 적 없으니 개인이 스스로 멘토가 되는 수 밖에 없다.

 

4단계. 남성에게 애정을 갖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운동이나 전쟁 말고는 남성이 남성을 만나 초월적 경험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동성애나 에로스의 대상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과제의 연장선상에서 브로맨스를 당장 우리가 사는 곳에서 시작하라.

 

5단계. 자신을 치유하라. 부모는 자식에게 삶의 동력을 전달하고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커다란 책임을 갖고 있지만, 이는 생각보다 훨씬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부모 자신도 상처를 지녔기 때문이지만 아들이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영혼을 탐색한다면 부모의 상처에 따른 한계는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6단계. 영혼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라. 남성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생 여정이며, 이는 남성 그 자체이기도 하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공포를 느끼겠지만 항해를 계속할 동력을 포기하고 이데올로기나 타인에게 의존하고 만다면 남성 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7단계. 새로운 혁명에 동참하라. 다른 남성이나 여성, 아이를 힘으로 지배해야만 진정한 남자라는 말 따위를 하는 이에게 반기를 들어야 한다. 두려움에 가득 찬 광신자, 번지르르한 궤변을 늘어놓는 정치가 등 타인을 억압하는 이들에게 반기를 들어야 한다. 소위 남자다움, 남성스러움의 척도는 두둑한 지갑과 권력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한다.

 

남성들이여, 이 책 읽고 스스로를 더 잘 깨달아 행복한 인생을 누립시다.

 

여성들이여, 이 책 읽어 남성들을 더 잘 이해하고 함께 행복하게 사십시다.

 

쓰고 보니 무슨 보고서 요약본의 형식이 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줄로 평하자면 : 심리상담사인 저자가 남성 내담자들의 적절한 사례를 들어가며 남성의 영혼을 일깨우고자 분석과 조언 및 실천방법을 제시한 논문 같은 책.

 

잊지 마라. 그대가 여기 있는 건
자신,오로지 자신과의 투쟁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럴 기회를 안겨주는 모든이이게 감사하라.
-G.I.구르제프 <놀라운 사람들과의 만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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