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공존의 기술 - 요즘 것들과 옛날 것들의
허두영 지음 / 넥서스BIZ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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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고?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내각 대신들에게 백작공작 등 작위를 대량 수여했다경술국치 이후 우리나라의 이완용 등 친일파들에게도 각종 작위를 주었는데 이 중 백작이 프랑스어로 콩테(Comte)였고이들이 자신들을 일본식 발음으로 '꼰대'라 자랑스럽게 칭하면서 온갖 상놈 짓을 저지르자 백성들이 이를 비웃으며 '꼰대 짓'이라 말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 꼰대라는 단어도 세분되어서 '굉꼰(굉장한 꼰대)', '젊꼰(젊은 꼰대)' 등 신조어도 생겨났고 조직 내 권위를 이용해 자기주장대로 내키는 대로 밀어붙이는 사람을 의미하게 되었다이들은 하나같이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며 실제로 회사 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존재다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6월 '기업문화와 기업경쟁력 콘퍼런스참가자 500명을 설문한 결과응답자 91%가 "현재 기업문화로는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답했을 정도다.

이런 풍토에서 기업 컨설팅과 인재개발 분야에 정통한 저자가 책 제목처럼 세대 간 갈등을 공존으로 바꿀 실천적 방안을 내어놓았다군대식으로 바꾸어 표현하면 세대 공존용 야전 교범(Field Manual)’ 쯤 되겠다이를테면 전시에 적과 아군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대신한 공간에 여러 세대가 존재하면서 생기는 격차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전 행동요령이랄까?

 

저자는 오랜 세월 인재개발 분야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방법론을 바탕으로 야전 교범답게 대단히 세밀한 설명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관한 각종 연구결과와 저서들을 예시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책의 구성을 살펴보면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음을 밝히며 그 유형과 탈출 방법을 다루고(1), 세대 갈등의 원인과 유형들을 정리하고(2), 세대별 업무 인식 차이와 상황을 알아보며(3), 세대별 소통 관련 인식 차이와 상황을 살펴보며(4), 세대별 바람직한 역할과 세대 간 공존을 위한 방안을 정리한다(5).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은 60년대 이후 산업화 시대에서 최근의 정보화 시대로 변화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인식하고 수용하기에 너무나 속도가 빨라 미처 따라잡지 못해 생기는 문화 내적 지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첨예하게 드러나는 세대 간 갈등을 상세히 소개하는 동시에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함께 제시하면서세대 구분은 어디까지나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니 맹신하지 말아야 하며세대 갈등에 역기능이 있는 만큼 존재하는 순기능을 슬기롭게 활용하여야 하며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려는 목적은 후배 세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줘야 하기 때문임을 역설한다.

 

세대 공존을 잘 다룬 영화 인턴이 좋은 예가 되겠다전통세대이자 인쇄소에서 수십 년을 일하고 은퇴한 60대의 옛날 것 로버트 드니로는 인생의 노련미가 넘치고 지혜와 유머 감각을 갖춘본받을 만한 어르신이다그는 주택난을 겪는 젊은 동료에게 동거를 제안하기도 하고 꼭 필요한 말을 요구될 때만 조언하며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사람이다복장은 늘 정장 차림이며 과거 먹고 살기 위해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편 유명 인터넷 의류업체로 급성장한 회사의 사장인 요즘 것 앤 해서웨이는 사업 의욕이 충만하고 도전정신으로 헤쳐나가려는 의지를 갖춘 30대 밀레니얼이다그녀가 어머니와 딸과 아내와 사장의 역할에 지쳐 있을 때 나이 든 인턴에게 도움을 청하고 조언을 수용할 줄 알았다물론 미국이 한국보다야 훨씬 위계가 수평적인 사회인 점도 있으나이들은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장점을 받아들이는 공통된 자세를 지녔다세대 공존의 핵심은 결국 요즘 것들과 옛날 것들이 서로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세대 간 차이점을 알기 쉽도록 간단한 도표와 삽화를 매우 잘 활용하고 있으며표지 색상이 밝은 오렌지색으로 산뜻한 인상을 주어 새대 공존에 대한 긍정적 색상 이미지를 주고 있다한편 요소별로 세분한 제목 아래에 첫째둘째식으로 나열하여 간결하고 깔끔하나 자칫 단순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다.

 

비록 나의 일터가 시대의 변화상을 가장 빨리 체감하는 기업은 아니지만 이제 밀레니얼들이 사회 인적 구성상 여러 면에서 대세인 점은 분명하다세대 공존을 다룬 이 야전 교범을 통해 다양한 세대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명쾌한 해법을 익혀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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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미래전략 2020 - 기술과 인간의 만남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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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이 만나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이 책이 제시하는 질문은 아주 단순하다. 애니메이션 영화 공각기동대에 등장하는 의체화된 기계 인간의 모습이 언뜻 떠오른다. 두뇌만 순수한 인간의 것일 뿐, 모든 신체 장기가 기계화되어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쿠사나기 중령 말이다. 그러나 종래에는 기계화된 의체로 인해 새삼 인간다움의 진가를 발견한다는 역설이 숨어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카이스트 미래학 강의에서 발표 논의된 내용을 압축 정리하여 한 권의 미래백서 또는 연감의 성격을 띤다. 마치 공중에 높이 띄운 드론으로 도도히 흐르는 길고 넓은 강을 촬영하듯, 어느 분야이든 큰 흐름의 어제부터 오늘날까지 일어난 일을 한눈에 알게 해주어 미래에 닥쳐올 일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소위 STEPPER 미래전략으로 제시된 분야는 다음과 같다.

 

1. Society 문화, 노동, 복지, 교육, 양극화, 사회 이동성

2. Technology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자율주행, 드론, 생체인식

3. Environment 환경생태, 저탄소 사회, 스마트시티, 사이버 보안

4. Population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 미래 세대

5. Politics 행정, 민주주의, 한반도 통일외교, 통일 한국의 정치 체계

6. Economy 소재, 부품, 핀테크, 공유경제, 창업, 지적재산

7. Resources 에너지 전환, 자원, 통일시대의 국토교통, 농업 르네상스

 

, 이만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분야별로 대충 다루어진 듯하다. STEPPER로 요약되는 분야의 과거와 현재를 압축 설명하고 다가올 미래에 어떤 생활양식을 누리게 될지를 전망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워낙 친근하지 않고 기본 개념이 약해 흥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비교적 쉬운 설명으로 오백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비해 빠르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반전이 있다. 분야별로 잘 구분 편집돼있어서 특정 분야만 골라 읽기도 수월하다. 현재까지의 우리네 삶의 발자취에 더해 국내 최고의 석학들이 제시하는 내일의 청사진 개념으로 읽으면 좋겠다.

 

그런데 우리는 왜 미래를 전망할 필요가 있는 걸까? 인류문명이 그간 축적해온 지식의 양은 이제 오랜 시간에 걸쳐 학습하지 않으면 따라가지 못할 만큼 넓고 깊고 복잡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가지를 알아들으려면 열 가지를 배워두어야 한다. 그냥 산다고 살아지는 게 아닌 시대를 맞이한 셈이다. 변화의 속도와 형태가 워낙 빠르고 다양하므로 인간이 모든 변화를 일일이 감지하고 정확히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든 우리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새로운 내용을 접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는 학습 태도가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전략을 읽어 흐름을 파악하는 자체가 평생학습의 일환인 셈이다.

 

전체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아마도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아 가장 관심 있는 교육 분야를 들춰본다. 1장 사회분야 미래전략의 하위 제목으로 여덟 장에 걸쳐 미래에 필요한 교육 혁신의 방향으로 의제를 설정한 후 소제목으로 교육의 본질과 가치를 우선 간략히 소개하였고, ‘교육 혁신의 필요성에 이어 미래사회에 요구되는 인재양성의 당위성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알겠는데 현실을 돌아보면 사뭇 암울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는데 국민적 합의나 교사를 포함한 교육전문가들의 장기간 의견수렴 같은 필수 절차도 없이 대통령 한 사람이 나서서 발표하고 교육부 장관이 뒷수습에 진땀을 흘린다. 그러나 정작 발표내용을 보면 그다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도 아니다. 이쯤 되면 적어도 교육 분야에 대한 미래전략은 빛 좋은 개살구 같다. 가야 할 길은 삼만리인데 교실에서 퍼질러 자고 있는 아해들을 보노라면 한숨만 절로 나온다. 제발 교육 분야 전략만큼은 현장을 둘러보고 당장 기용 가능한 대책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

 

한 사람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그의 과거를 보라는 말처럼, 이 책을 접하고 나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에 충실하게 된다.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장기적이고 일관된 국가미래전략은 국민행복을 위한 선비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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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삶이 될 때 -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린 스물다섯 젊은 의사의 생존 실화
데이비드 파젠바움 지음, 박종성 옮김 / 더난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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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삶을 이어갈 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돈? 노력? 믿음? 목표의식? 책 제목처럼 희망이 답일까? 모두 다 필요한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겠고 한국어로 붙인 제목과 같이 ‘희망’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병에 걸려 다섯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온 저자의 치열한 삶을 보건대 나는 ‘용기’라 말하고 싶다.

어느 날 저자는 아무도 모르는 희귀병에 걸린 자신을 발견한다. 이름하여 캐슬만병. 초기 증세는 극심한 피로감과 림프절 비대증 및 팔과 가슴의 혈액기태, 고열과 복통 그리고 온몸을 흥건하게 적시는 식은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근육량 대량 감소,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심한 구토, 칼로 찌르는듯한 복통, 모든 장기의 부전, 림프절 부종으로 배에 물이 차올라 임산부보다 더 커지는 증상(복수)과 의식의 명멸 등. 캐슬만병은 림프종과 암의 경계 선상에 있고 임상 자료가 많지 않아 치료가 어려운 희귀병으로, 마치 방치된 고아 같다고 하여 고아 질병으로 불리운다.

1954년 메사추세츠 출신의 한 병리학자가 비스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 10명의 림프절에서 비정상적인 패턴을 발견했다. 그의 이름은 벤저민 캐슬만이었다. 이 병리 현상은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중략) 이 질병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는 iMCD (idiopathic Multicentric Castleman Disease 특발성다중심캐슬만병)라는 이름에 첫 번째 단서가 들어있다. ‘특발성’은 대체로 원인 불명을 의미한다. (130쪽)

발병을 전후하여 책 내용은 원제처럼 ‘치료제를 쫓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가 마블 영화에 등장하는 헐크 같은 체격과 미식축구 쿼터백으로 다져진 체력을 지녔기에 망정이지, 보통사람 같았으면 다섯 차례나 재발하도록 목숨을 부지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희귀병 극복의 투지는 그의 네 번째 재발 이후 불타오른다.

4차 재발 때까지는 발병 때마다 사경을 헤매며 증상 자체가 두려운 환자의 입장이었으나, 5차 재발 때에는 수년간 쌓아 둔 임상자료를 바탕으로 스스로 병을 극복해보려는 전투적인 자세로 돌변한다. 피동적인 환자에서 질병을 극복해보겠다는 의사 특유의 오기에 장애인 판정까지 받았던 과잉주의력이 치료제 추적에 추진력을 더했다. 상자 밖 사고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FDA 승인을 받지는 않았으나 시중에 유통되는 약품을 찾아 직접 자신에게 투여해보는 모험 끝에 결국 희귀병을 극복하게 된다.

이 모습은 마치 범인을 쫓는 형사의 치밀한 수사 과정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치료제였던 약품이 모든 캐슬만병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캐슬만병 환자들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적극적인 치료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그를 돕는 수많은 지인과 친구들의 헌신적인 도움을 얻는다. 의사로서의 전문지식과 경험도 큰 몫을 해낸다. 극히 드물게도 해당 질병으로 아파본 적 있는 의사야말로 진정 환자들을 이해하고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치료할지 알아가는 과정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저자가 의사인 동시에 환자였으므로 전문적인 의학용어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친절하게도 독자를 위해 자세히 설명을 덧붙여주고 있는데, 특히 체내의 면역 체계를 군대에, 환자를 사령관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쉬운 이해를 돕고 있다. 캐슬만병을 초 간단 압축 표현하자면 아군을 향한 총질인데 제압이 아닌 완전한 섬멸전 수준이고 도저히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족) 군대 얘기가 나온 김에 잠시 곁길로 빠져보자. 아버지가 대통령인 친구를 잘 둔 덕분에 덩달아 출세하여 별 네 개까지 달았으며 남의 집 귀한 아들을 노예처럼 사사로이 부려먹어도 도무지 부끄러운 줄 모르고 갑질하다 잘려도 시대착오적 발언을 해대는 인간이 우리나라 육군 대장이었다고 한다. 내부의 적은 아군 총질이 아니라 원자폭탄 투하를 해서라도 섬멸해주기를 격하게 응원한다. 아~ 속 시원해~!! (사족 끝)

끝으로 책자 구성에 한 마디. 여러 등장인물들의 사진을 비롯하여 내용이해를 돕는 그림, 도표, 그래프, 지도 등의 시각자료가 전혀 없어 매우 아쉽다. 그렇게 했더라면 의료계에 종사하지 않는 압도적으로 다수일 것이 분명한 일반 독자들을 위한 훌륭한 배려일 것이다. 흑백 1도 인쇄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건장한 20대 초반의 주인공이 질병으로 인해 어떤 모습으로 변했었는지 다만 독자의 상상에 맡겨두는 부분은 못내 아쉽다.


‘이번엔 제발 깨어나라‘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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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선언 - 완벽한 스펙, 끝없는 노력 그리고 불안한 삶
맬컴 해리스 지음, 노정태 옮김 / 생각정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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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레니얼 세대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2019년 기준 19살부터 39살을 아우른다. 이 용어는 미국의 세대 전문가인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2011년 펴낸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흔히 세대론을 말할 때 각 세대의 특징을 드러내는 수식어를 앞에 붙이는데, 우리 식으로 연도별로 정의하자면 1955~1965 ‘베이비붐 세대’, 1965~1975 ‘386세대’, 1975~1985 ‘X세대라 할 수 있고 그 이후는 N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로 나누어 부르지만, 그냥 밀레니얼 세대로 대신해 부르기도 한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의 인구수는 18억 명 이상으로 전체의 25%에 이른다고 한다. 인구 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이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새로운 소비 패턴을 형성하는 등 소비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이들의 성향과 생활방식이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화 등 우리 사회가 겪게 될 미래의 방향에 주류를 이룬다.

 

  책 내용은 비록 미국이란 나라의 밀레니얼 세대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무척 많이 겹쳐있다. 저자 자신이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면서도 블랙 코미디 어조로 자신들의 현실을 잘 들춰주고 있다. 사실 목차만 읽어보아도 밀레니얼 세대의 실상을 얼추 이해할 수 있다. ‘Human Capital’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원제처럼 이들은 사람으로 태어났으나 인간 자본으로 길러지며, 한 번 이탈하면 복귀할 수 없는 단선 선로에서 무한경쟁의 시장에 내던져지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점 등, 정도의 차이만 있고 도리어 더 안 좋은 경우도 많은 작금의 대한민국 청년들의 고된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각설하고, 밀레니얼 세대에게서 나타나는 연령대별 특징을 살펴보자면,

 

  10: 산업혁명 시기 같았으면 진작 생계를 위한 돈벌이에 내몰렸을 테지만, 지금의 10대는 고난의 삼춘기(tween)를 지나면서 공부라는 아동노동에 무자비하게 노출되고 살인적인 학습계획에 따라 부모의 대리만족을 위해 공부하는 기계의 삶을 강요 당한다. 그 어느 세대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으나 인생의 행복감이나 만족감은 바닥을 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일상적인 억압에 대한 분노와 그로 인한 비참한 심정에 아이들은 공감하고 있었다. (중략) 이후 살펴보게 되겠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불안과 우울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미국에서 아이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확연히 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들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을 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십 대가 즐기는 몇 안 되는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으니, 이는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72)

 

  20: 죽어라 공부한 결과 대학에 진학하여 대출을 받아가며 역시 죽어라 노력하여 졸업장을 따기는 하지만, 졸업하자마자 유례없이 높아지기만 했던 등록금에 반비례하는 혹독한 취업난과 채무불이행에 따른 신용불량자 신세가 된 자신을 발견하고는 사회진출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절망부터 맛보게 된다. 심지어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졸자보다 대출없는 고졸자의 형편이 더 낫다는 연구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없는 돈 들여 공부했더니 여건이 더 나빠진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겪는 건 비단 미국의 대졸자들뿐만이 아니다. 이들이 인생에서 엄청나고 대단한 걸 원하지 않는 혹은 못 하게 된 단면은 소확행이라는 유행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의 가사처럼 큰 고민거리 없이 일생 생활에 이렇다 할 문제 없이 살고 있으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고 대학을 졸업한 가구의 순자산의 중위값은 65,000달러.. 대학을 졸업했고 학자금 대출을 받은 가구는 순자산의 중위값인 8,700달러의 7배가 넘는 액수.. 대학에서 학위를 받지 않았지만 학자금 대출도 받지 않은 가구의 평균 자산은 11,000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데, 이것은 빚을 지며 대학에 다닌 이들의 자산보다 높다. (중략) 학자금 대출을 통해 교육을 받으면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겨지던 부는 X세대가 다 큰 성인이 될 때까지 획득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172)

 

  30: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용케 취업하여 자기 앞가림을 하나 싶더니 장시간 저임금의 근무환경과 선배 들 때보다 더 가혹해진 경쟁체제 속에 살아야 한다. 1973년을 기점으로, 생산성은 뛰어올랐는데 노동 비용은 감소한 현상이 젊은 노동자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면, 그것은 다시 말해 우리 젊은이들이 막대한 수준의 잉여가치(surplus value)’를 창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자로서 받는 보상보다 많은 생산을 해내고 있다는 말이다. (133)

 

  기쁨보다 슬픔이 압도적이었던, 주어진 조건의 반작용으로 더는 착취당하지 않겠다는 지배적인 인식으로 결과적으로 이들은 고용 관계에서 법과 계약, 공정함을 매우 중시하는 성향을 지니게 된다. 기성 사회에서 요구했던 삶의 보편적인 공식에 따르는 삶이 아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기준에 따라 살아가고자 한다. 정답이 있는 사회에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만의 기준에 따르고자 하는 욕구가 그 어느 세대보다 강해졌다. 스스로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모색해 나가는 한편, 기성 사회로부터의 인정과 존중을 바라는 모습 또한 보인다.

 

  ”인적 자본에서 자본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가 사람을 더 큰 생산 과정 중 일부로 여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체된) 임금과 (감소한) 노동참여율 같은 지표를 통해 우리는 노동시장의 경쟁이 늘어간다는 사실을 추적해볼 수 있다. 노동자를 고용할 때 드는 비용은 이전보다 적어졌고, 편안한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를 제공하는 넉넉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일은 극히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45)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천민자본주의의 화신인 전직 대통령의 생각을 좇아 사람을 교육의 대상이 아닌 자원의 개념으로 취급하던, 그 명칭도 해괴망측한 교육인적자원부가 존속했었다. 오죽했으면 요즘 와서는 사람이 먼저라는 당연한 말이 큰 화두가 되었겠는가마는. 자본과 매우 밀접한 관계인 기업들의 측면에서 보면, 온갖 스펙과 학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취업불안에 떨고 있는 고급인력들을 입맛에 맞게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큼 강력한 유혹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굳어져 사회 전반에 걸쳐 자본주의라는 미명하에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단지 미국이라는 국가에 한정된 것만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밀레니얼 세대는 새마을운동에 나서야 했던 아버지 세대처럼 불이익이 오더라도 묵묵히 순종하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순을 따르지 않는다. 소위 엿 같은 직장생활에 목숨을 걸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시라. 이들은 직장에서 필요한 만큼, 기능적으로 일하고 퇴근 후 직장 밖에서 자아를 찾아 열심히 활동한다. 태어날 때부터 IT 기기를 접해 인터넷에 능한 이들은 온라인에서 찾은 정보로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쇼핑을 즐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의견을 표현하는 데에도 익숙하다. 다소 암울하고 답답한 느낌의 책의 분위기에 반영되지 않은 현실적으로 긍정적인 면모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에 본격 진출하면서 기성세대가 만든 조직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특히 이들은 조직의 미래에 헌신하라, 회사가 바로 당신이라는 돌격 앞으로 식의 충성 일변도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정시 퇴근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Balance'를 줄인 말)이 무엇보다 중요한 그들이기에 조직 내 관행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근로기준법 등을 찾아 자신의 합당한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성공적인 미래 보다 현재의 일상과 여유에 더 집중하는데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성향도 강하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평생직장은 애초 무의미한 단어이다. 일주일에 두 개의 직장을 나눠서 다니는 ‘N잡러도 있고, 자신의 지향점과 맞지 않으면 무조건 참고 버티기보다는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을 한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201015.7%에서 201627.7%로 실제 신입사원의 입사 1년 이내 퇴사율이 이전보다 높아졌고 퇴사를 준비하는 책이나 강연도 늘고 있다. 모 서점에서 최근 5년 사이 제목에 퇴사나 회사를 나가는 내용을 다룬 서적을 살펴보니 총 40종의 책이 출간됐다고 한다.

 

  적어도 향후 5 ~ 10년간은 밀레니얼들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흐름을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이기에 이들을 이해하고 소통할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진다. 책 뒷부분 옮긴 이의 제안처럼, 기성세대는 밀레니얼에게 기성세대에 저항하라고 외쳐댈 게 아니라, 다행히도 이 책이 세대 문제에 대해 완벽하지는 않아도 완결성을 지니는 어떤 설명서의 역할을 해 주고 있으니 이 책을 읽고 그들을 만나 기꺼이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생각정원 Thinking Garden’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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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무삭제 완역본)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임상훈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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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살이의 편의를 돕는 과학기술이 아무리 진보하였다 하더라도,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은 결국 그의 마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니 일의 결과를 좌우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기야말로 가장 절실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따라서 대인기술이야말로 일의 처음과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고 진정한 일의 성공을 원한다면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비록 21세기 격변의 대한민국과 20세기 초 산업기술 및 상업화의 발흥 시기이던 미국이라는 시간과 장소의 배경적 차이가 있음을 고려하여 이해해야 함에도, 미국 역사 속의 실화, 기업가들의 성공담, 저자 자신의 경험담, 사교계의 숨겨진 일화 등에서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며 통찰력 넘치는 인간관계에 대한 카네기의 조언은 그 간결함으로 더욱 빛난다.

 

  내용 전체가 버릴 것 하나 없이 인간관계에 대한 주옥같은 조언이지만, 지금껏 타인과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와야 했던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건대 특히 울림이 강한 구절들을 일부 모아보았다.

 

-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라. 절대로 그 사람이 틀렸다고 이야기하지 마라. (175) Show respect for the other man’s opinions. Never tell a man he is wrong. 자신은 틀려먹었다고 스스로 책망부터 하는 사람은 없다.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금방 혼날 짓을 하다 들켰을 때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부터 찾는다. 자신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게 인간 본성이고 역설적이게도 그래야만 생존에 유리하다. 이를 뒤집어 말하자면,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면서 자신과 다른 점을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절대적인 공감과 지지를 보내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내가 먼저 타인을 존중하고 인정하면 되는데, 글쎄 이를 알면서도 과연 일상에서 얼마나 실천하는지는 각자가 돌이켜 볼 일이다.

 

- 싸워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양보하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는다. 따라서 사람들을 당신 뜻대로 움직이고 싶다면 이 규칙을 기억하라. 당신이 틀렸다면 빨리, 분명히 인정하라. (184) If you are wrong, admit it quickly and emphatically. 문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 또는 강압적으로 양보하거나 양보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고맙게도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발견된다. 잘못을 서로 먼저 인정하려는 사회 분위기가 몹시도 아쉽다. 사회적 강자일수록 약자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미덕이 부족하여 갑질이 횡행하는 요즈음 더욱 절실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 이 책을 읽어서 단 한 가지, 즉 항상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당신뿐 아니라 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태도를 얻을 수 있다면, 그 한 가지만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당신 생애의 경력에서 중요한 이정표 하나가 세워진 것이다. 따라서 불쾌감을 주지 않고 적개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바꾸고 싶다면;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 애써라. (229) Try honestly to see things from the other person’s point of view.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역지사지,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지능지수보다 훨씬 중요한 감성지수 혹은 사회성지수를 많이들 얘기한다. 다른 사람의 관점 따위는 개에게나 주라는 식으로 알량한 권력을 휘두르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많이 보아왔다. 한 사람의 인성을 알아보려면 약간의 권력을 주어보면 안다고 했다.

 

- 다른 사람과의 교제에서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나름의 방식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람을 찾는 데서 그치면 안 됩니다. 당신이 올바른 사람이 되어야만 합니다. (324) 생각해 보라 타인의 영향으로 나는 대체 얼마나 바뀌었다고 보는가. 스스로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한, 사람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사람은 고쳐 못 쓰는 법이라고 하겠는가. 상대를 바꾸려 들지 말고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조언이나 비결이라도 실천에 옮겨졌을 때 그 가치가 빛난다. 안 그래도 서로 마음의 위로가 아쉬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인간관계에 대한 금과옥조뿐만 아니라 학식 지식 금전보다 사람 됨됨이가 최우선적 가치관인 시대를 열망하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카네기가 말하는 성공적인 인간관계란 단순히 개인의 이익과 영달의 목적을 넘어선 사회와 인류 전반의 믿음을 회복하는 기초이기 때문이다. 독자분들의 생각도 이러한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감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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