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변지영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인 리사 펠드먼 배럿은 정서신경과학(감정의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뇌과학 분야)의 연구자이며, ‘인간의 감정은 문화적 환경 속에서 후천적으로 학습되고 구성되는 생물학적 토대를 가진다는 획기적인 이론으로 주목받는 교수이다. 이 책은 55천만 년 전 작은 벌레에 불과한 활유어(일명 창고기)로부터 수많은 진화적 반복을 거쳐 인간의 뇌에 이르게 될 때까지의 뇌의 진화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이어 뇌의 작동법에 대해 널리 알려진 신화적 허구를 밝히며 우리의 뇌 기능을 지배하는 근본적인 생물학적 과정을 설명한다. 이러한 기능과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는지, 사람들이 상호 작용하는 이유와 방법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동시에 저자는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묻는 여러 가지 생각도 제시한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저자는 신체예산이라는 신선하고 비유적인 개념을 도입한다. 뇌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신체예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뇌는 우리가 돈을 쓰고 저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소비하거나 저장하도록 한다. 휴식, 영양, 수면으로 소모된 예산을 보충하는 반면 스트레스, 분주함, 신체 운동은 예산을 지출하게 한다. 두뇌의 기본 기능은 신체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효율적인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지만, 에너지를 소비하고 다시 보충하는 과정을 통해 힘과 회복력을 발달시키기도 한다. 또한, 뇌 자체는 근육이 아니면서도 마치 근육처럼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된다. 도전에 직면하고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뇌와 신경망이 강화되는 한편, 적절한 휴식과 회복 없이 새로운 경험을 섭취하게 되면 만성 스트레스로 뇌 손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뇌는 우리의 경험을 신비롭게 하는 상호의존적인 부분들의 복잡한 연결망으로, 행동에 직접 관여하는 신체의 각 부위와 신호를 주고받는다. 동시에 뇌에는 각각의 부분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른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생태계가 있으며, 생존의 열쇠가 되는 자기 조절 능력을 갖추고 있어 부상이나 변화처럼 생존의 기회를 해칠 수 있는 모든 변수에 끊임없이 적응하려 한다. 71/2강으로 구성된 각 챕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2. 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지난 5억 년 동안 뇌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보여주며 우리의 뇌가 생각을 위해 존재한다는 신화를 부인한다. 오히려 우리가 더 잘 생존하고,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도록 도우며, 최적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 말한다.

 

당신의 뇌는 음식이나 보금자리, 애정 또는 물리적 보호와 같이 좋은 것으로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지속해서 당신의 에너지를 투자한다. 그렇게 해서 자연의 필수 과업, 곧 당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 (31)

 

1. 뇌는 하나다.

편의상 기존의 뇌 영역을 신피질(인간의 이성적 뇌), 변연계(포유류의 감정적 뇌), 도마뱀 뇌(본능적 생존 뇌)로 구분하던 삼위일체 통념을 부인하며 하나의 뇌임을 주장한다. 인간의 기억은 생물학적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되지 않으며, 좌뇌와 우뇌의 이분법, 시스템1/시스템2 사고방식 등은 유용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은유라고 묘사한다.

 

2. 뇌는 네크워크다.

연결망은 하나의 완전체로서 기능하며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별도의 기관이 아니다. 뇌의 작동법 설명이 때로 부정확하여 유용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은유적 표현이 되는 예도 있으나, 적어도 뇌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주장을 설명하고자 저자는 전 세계 17,000여 개의 공항을 갖추고 긴밀한 연락망으로 연결된 항공 여행 시스템이라는 자신만의 비유를 도입한다. 정보는 뇌의 한 부분으로부터 많은 다른 경로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데, 만일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추구하는 이 시스템이 고장이 나면 다른 방법을 찾는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은 은유적으로 공항 직원이라 불린다. 또한, ‘신경 가소성을 뇌가 새로운 요구, 새로운 환경, 새로운 자극에 적응하기 위해 함께 발화하는 방법을 찾는 새로운 뉴런과 신경 경로를 만드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뇌세포 연결망 결합의 수는 천문학적으로 커서 부분의 합보다 더 크며, 뇌는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자극을 다루기 위해 자신을 재구성할 수 있다. 문어는 인간보다 환경에 더 잘 적응한 나머지 몸 전체에 복잡한 뇌가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며 인간의 뇌는 진화의 정점이 아니며, 단지 수천 년 동안 스스로 찾아낸 환경에 적응했을 뿐임을 강조한다.


3. 어린 뇌는 스스로 세계와 연결한다.

아기와 아이의 발달하는 두뇌는 스스로 외부 세계에 적응한다. 아기는 어떤 본성을 지녔든 환경(양육)에 적응하며 본성과 양육의 잘못된 이분법을 지적한다. 유전자는 아기의 뇌 연결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문화적인 맥락에서 우리가 갓 태어난 아기의 뇌와 연결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다. 가소성이 뛰어난 아이의 뇌는 변화하며 환경에 적응한다. 양육자들은 아이들이 생존하고 번성할 신체 예산을 세우기 위해 정보의 중요성이 적은 기억을 쳐내는 가지치기 작업으로 두뇌를 조절한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두뇌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기능하게 하려고 사용되지 않는 신경 연결은 끊어내는 것이다. 양육자들은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만들고, 아이들은 그것에 적응하면서 최적의 신체 에너지 예산을 만든다. 양육자는 아기의 신체적, 사회적 지위를 조절하고, 아기의 뇌는 그 지위를 학습하며 이는 곧 아기의 문화적 지능이 된다. 1960년대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의 강제 출산장려 정책의 폐해를 통해 장기간의 스트레스와 방치가 아이의 두뇌 발달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수 세대에 걸친 가난이 두뇌 발달을 방해할 수 있는 잠재적인 역할을 언급하고 있다.

4. 뇌는 당신의 거의 모든 행동을 예측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가 느끼는 것은 대개 우리의 뇌가 과거 경험의 결과로 만들어 낸 예측의 결과이다. 뇌는 머리 바깥의 세상과 머리 내부로부터 나오는 정보들을 결합해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 또한, 우리의 인식 밖의 미묘한 신호들을 바탕으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또한 종종 우리의 의식 밖에서 우리의 다음 일련의 행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꼭 끈에 매달린 꼭두각시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시야, 지식, 경험을 넓힘으로써 우리는 의식적으로 많은 자동적인 반응을 가로채도록 우리 자신을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 이로써 우리의 뇌가 세상을 자동으로 보는 방법을 바꾸는 책임을 우리에게 부여하며, 이러한 자동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그것은 자유의지의 한 형태다. 아니면 최소한 우리가 자유의지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우리는 무엇에 자기 자신을 노출시킬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121)


5. 당신의 뇌는 보이지 않게 다른 뇌와 함께 움직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우리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실제로 우리의 뇌를 조정하고 다듬는지, DNA에 내재된 협력본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가려면 타인과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며 이를 끊임없이 찾기도 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면서 우리의 사회 환경에 무의식적으로, 다각도로 적응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행동은 우리의 일상 의식 밖에서 우리의 뇌에 의해 연출된다. 저자는 우리와 매우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우리와 다른 누군가의 고통을 상상하려면 더 많은 신진대사 에너지를 사용하므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생각하고 믿는 방식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있기가 훨씬 편안하다는 뜻이며, 이는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일수록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단어가 우리의 뇌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직접적이고 감각적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사회적 의존 신경계에 기초한다. 우리의 안전지대 밖에 있는 것을 배울 때, 즉 새롭고 평범하지 않거나 불편한 경험은 적절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적응에 필요한 가소성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회복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끊임없는 변화와 스트레스는 장기적으로 우리를 해침으로써 신체예산의 적자를 초래한다.


6. 인간의 뇌는 다양한 종류의 마음을 만든다.

여기서는 흥미롭게도 뇌와 마음의 차이를 들여다본다. 특정한 문화 환경에서 자라고 연결된 특정한 부류의 인간 두뇌는 특정한 종류의 정신세계를 만들어낸다. ‘기분이란 모든 인간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으로서, 마음과 신체에서 오는 정신적 감정이다. 기분은 매우 과학적 요소로서 기쁨, 슬픔, 즐겁거나 불쾌했던 경험, 심오하거나 사소한 경험, 초월적이거나 회의적인 경험의 원천인 정동으로 불린다. 지금 우리의 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척도인 셈이다. 직장과 가정의 환경 변화에서 세계의 매우 다른 문화들 사이에 적응하기에 이르기까지 신체예산은 제 역할을 다한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환경에서 두뇌는 에너지를 덜 쓰고 더 안락한 곳에 머물기를 원한다. 이쯤 되면 교실에서 줄곧 잠만 자는 학생들을 이해할 만도 하다.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이들은 주변의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 가장 효율적으로 적응하고 있을 뿐이다.

7. 인간의 뇌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과학자들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지만, 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현실을 만드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능력이다. 저자는 이를 다섯 가지 C’고 구성된 능력 세트라고 부른다.
* 창의성(creativity) : 국경이나 경계처럼 사회적 계약으로 존재하며 물리적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능력.
* 의사소통(communication) :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현실을 공동 창조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능력.
* 모방(copying) : 사회가 기능할 수 있는 규범을 만들기 위해 서로의 행동과 행동을 모방하는 방법.
* 협력(cooperation) : 글로벌 환경에서 점점 복잡해지는 경제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능력.
* 압축(compression) : 엄청난 양의 신경(감각) 데이터가 전두엽 피질로 전송될 때 이를 여과, 요약하여 감지된 내용을 해석-이해-행동으로 연결하는 기능. 압축은 추상적 사고를 실현하며 나머지 다섯 가지 C와 함께 크고 복잡한 두뇌가 사회적 현실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추상화는 상징성과 예술성으로 발현되며 다른 측면에서의 우리 삶의 의미를 인식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아는 한 인간은 사회적 현실을 창조하는 압축과 추상화 능력을 충분히 보유한 뇌를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175)

부록. 과학 이면의 과학.

대부분 사람이 자신에 대해 가진 7가지 오해와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오해를 바탕으로 한 '현실'을 나열한 간단한 개요이다. 저자는 우리가 뇌에 대해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결론과 함께, 우리는 뇌의 구조와 기능이 인간의 힘과 결점의 근원인 동시에 우리를 불완전하면서도 영광스러운 존재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최근 과학계의 집중적인 관심거리로 떠오른 뇌과학에 관한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사는지를 잘 알려주는 짧고 흥미롭고 압축적인 읽을거리이다. 저자는 인간의 뇌와 정신에 대한 최첨단 통찰력을 보여주며, 독자들이 이해하고 가야 할 부분이 많은 뇌과학 분야이지만 전문지식이 충분치 않은 독자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개념을 풀어낸다. 저자가 자신의 사례를 간단명료하게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그 함축적 의미는 결코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를 생물학적 생명체로서 존속시키는 뇌가 우리 자신, 외부 세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통찰이다. 자신에게 초능력이 있음을 알고 있을 때라야 초능력이 가장 잘 작동한다는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필자 역시 어떤 초능력을 지녔는지 하루빨리 파악할 수 있으면 좋겠다. 뇌과학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이자 성찰의 촉매제로서 일독을 권해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토아적 삶의 권유 - 자기 절제와 간헐적 결핍이 주는 의외의 행복
마르코스 바스케스 지음, 김유경 옮김 / 레드스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토아학파라는 명칭의 어원은 큰 건물의 주랑 또는 회랑, 즉 기둥이 늘어선 사이의 복도를 뜻하며 강당이라는 의미도 있다. 강의가 이루어진 장소가 주로 강당의 기둥 사이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스토아학파 철학자로는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노예 출신의 에픽테투스, 로마 공화정의 의원이었던 세네카 등이 있다.

 

삶의 질은 생각의 질에 달려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흔히 우리는 많은 청소년이 어디로 이끌어가야 할지 삶의 방향을 잃고, 감정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부당한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건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나이가 들었어도 문제의 범주는 여전한 것 같다. 나이 듦과 지혜로움이 늘 비례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몇십 년 걸리는 사람도 있고, 죽을 때까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일찍 깨달을수록 인생이 행복하다는 점만큼은 절대적으로 맞는 얘기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면서 좋은 삶을 사는 기술이다.

- 에픽테토스

 

무지갯빛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개인의 욕망을 실현할 방법을 알려주겠노라 약속하기 바쁜 값싼 인생 제안서와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시대에, 자기 절제와 간헐적 결핍으로 상징되는 스토아 철학 책의 출간은 완전히 역주행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역효과를 특기로 하는 저자와 그의 책이 있다. 저자는 스페인의 유명한 헬스 트레이너로서 스토아주의에 천착해왔으며, 오랜 훈련 경험으로 훈련자의 몸보다 마음의 굳건함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토아 철학을 자신의 프로그램에 적용하였다. 약한 정신으로는 절대 강한 몸을 만들 수 없으니 몸을 바꾸고 싶다면 마음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은 많은 어려움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장 큰 어려움은 당신 안에 있다.

당신이 당신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다.

- 세네카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다. 진정한 자신만의 삶을 시작하지 못한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 대부분에 대해 영향력을 지니지 못한다. 그저 마음을 다스리는 힘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듣는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의견이며,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진실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관점이다. 그래서 현실을 객관적 합리적으로 관찰하는 능력이야말로 지혜의 미덕이다.


가치 있는 걸 말하는 것과

가치 있는 걸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 에픽테토스

 

이처럼 미덕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이 용기이며 이는 결과와는 무관하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렵더라도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 스토아 철학은 지혜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지식은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한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이성을 흩트리고 미덕을 방해하는 비합리적이거나 과장된 감정을 정념이라 보았다. 욕망과 두려움, 분노에 사로잡히면 합리적으로 행동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감정의 불균형을 인간 고통의 병리학적 원인으로 여긴다.

 

사람들은 사건들이 아니라,

그것들에 대한 자기 생각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 에픽테토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은 오로지 우리의 인과 행동뿐이다. 나의 통제를 벗어난 것들에 대해 왜 내 뜻대로 되지 않느냐 조바심을 내고 분통을 터트릴 필요가 없다. 걱정해 봐야 불안과 좌절만 용솟음칠 뿐이니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게 힘과 노력을 쏟으라고 말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그저 운명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말고 이를 존중하고 감사하며 사랑하라는 교훈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을 먼저 바꾸는 데 집중하며, 결국 이것이 우리의 삶과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최선의 전략이다. 스토아학파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행복이며 그곳에 이르는 길은 오로지 하나뿐이다. 자신의 손에 달리지 않은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당신이 살아있는 한, 계속 사는 법을 배우라.

- 세네카

 

이 책을 읽고 가장 마음에 닿은 내용은 용기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 누군가의 주선으로 따라나섰던 모처럼의 원거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신은 여행

을 자주 다니고 싶은데 왜 당신은 여행 가자는 말을 그리도 어려워하느냐는 옆지기의 질문을 받았다. 순간 자아비판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곤혹스러웠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고 건넨 대답은 결국 용기가 부족해서였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냥 과감히 떠나는 용기 말이다. 그리 멀리 오랫동안 떠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잠시만이라도 몸과 마음의 활력을 불어넣을 여행일 뿐인데, 다녀오고 나서 얻을 많은 것에 비해 들어갈 비용이 늘 부담스러워 참다못해 말하지 않는 습관이 되어버린 그 용기 말이다. 지금껏 여행 떠나기가 부담스럽고 두려웠지만, 그로 인해 반려자가 행복감을 느끼고 그 행복감이 나에게도 전해진다면 약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길을 나설 이유는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빙충맞던 자신을 추슬러본다

 

#철학 #스토아적삶의권유 #인생교과서 #마르코스바스케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토아적 삶의 권유 - 자기 절제와 간헐적 결핍이 주는 의외의 행복
마르코스 바스케스 지음, 김유경 옮김 / 레드스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약이 입에 쓰듯 재미는 없지만 인생의 지침이 되어주기에 충분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사여서 다행이다 - X세대 교감의 MZ세대 바라보기
이창수 지음 / 에듀니티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공교육에 몸담은 교원은 대략 44만 명이며, 이들은 평교사와 흔히 관리자로 불리는 교감, 교장으로 구성된다. 여느 직장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연령대의 구성원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데, 업무상 따르는 책임과 권한이 비교적 명확하고 다양한 직급을 가진 기업과는 생태가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학교는 아이들을 키워내는 곳이고, 경쟁보다는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분명한 경계를 지닌 조직인만큼 대화와 협동이 더욱 간절한데, 현실적으로 필요를 충족하기 쉽지 않다. 교감(校監)은 한 교육기관의 관리자로서 교직원 및 학부모들과의 관계 또한 잘 조율해야 하니 어깨가 무겁고 업무량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담임교사가 자기 학급의 학생들을 잘 보살펴야 하듯, 교감은 평교사들을 잘 아울러야 한다. 담임들의 담임인 셈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듯이 우리가 쓰는 말이 곧 그 사람의 존재를 결정짓는다. (중략) 모든 이를 아울러야 하는 교감에게 말하는 방식, 언어 감수성은 특히 신경 쓰이는 문제다. (149)


이 책은 저자 이창수 교감님이 그의 어려운 형편의 어린 시절부터 교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와 초등학교 교감이 된 이후의 희로애락 일상을 소재로 삼아 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자전적 수필집이다. 제목처럼 그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천생 교사이고, 그가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삶의 자세는 교사여서 다행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책 읽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의 별명은 책에 미친 교감을 뜻하는 독감이다. 이 책은 수필집이면서도 교사로서 처할 수 있는 상황에 걸맞은 책 열아홉 권을 선정하여 추천하고 있다. 물론 그가 읽은 서평 또한 포함되어 있으며 책에 미친 교감답게 책을 통해 교감(交感)하고자 한다.


비단 책뿐만이 아니다. 30년 전 시골 초등학교 담임일 때 가정을 방문하고, 방과 후 집에 가 봐야 아무도 없는 아이들을 위해 돌봄을 실천하고, 무모하게 동네 교회의 봉고차를 빌려 현장학습을 다녔던 그가 교감이 되어서는 행정실과 교무실로 직접 내린 커피를 배달하고, 용무가 있어 자리로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벌떡 일어나 환대해준다. 교사에게 주어진 권위에 합당한 삶을 살라는 기대에 어쩌면 이렇게 충실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그는 외부적 조건을 따지지 않고 그저 교사로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교사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호칭이고, 교사여서 다행이라면서.

 

세상 변화를 따라가려면 느긋할 틈이 없다. 부지런히 읽고 쓰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노력해가며 부족함을 만회할 기회가 남아있다는 게 감사하다. 교사여서 다행이다. (187)


교감 자신은 X세대인데 교사들은 MZ 세대(속칭 민지)로 연령 차이가 크다. 연장자로부터의 일방적인 가르침이 주도적인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금은 학부모, 교사, 학생 그리고 젊은 세대와 교감하려면 자신부터 바꾸고 그들에게 맞춰야 하는 시대이며, 고장 난 컴퓨터처럼 예전에 입력된 내용만 반복해서는 예측불허의 미래에 대비할 수 없음을 그는 잘 알고 있다.


불편한 과정을 회피한 채 서둘러 절충안을 찾고 합의하려는 강요된 화해는 안 된다. 우리가 무언가에 대한 공통의 합의에 이르기 위해선 더 가차 없이 나의 옳음의 근거를 확보하고 상대방의 틀림을 논박하는 논의 과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189)

 

추측건대 시대의 흐름을 읽고 맞추어가는 힘은 독서에서 왔을 것이다. 책을 좀 읽는다고 하루아침에 어떻게 되지는 않지만, 자신을 꾸준히 변화시키는 힘의 원천인 것은 분명하다. 책 권하는 사람이야말로 자신과 주변을 변화시키며 함께 이끌어 갈 힘을 지닌 사람이다. 차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어도 한 시간은 금방이다. 평교사로서 함께 일해보았으면 싶은 진솔한 교감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대화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교단수필 #교사여서다행이다 #에듀니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회를 읽는 주제통합 영어 수업 -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는 교사 교육과정과 범교과 프로젝트
김치원 지음 / 에듀니티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분은 고등학교 영어 시간이라면 무엇을 연상하시는가. 학생의 참여 없이 교사 혼자 떠드는 설명 일변도의 문법-번역식 수업?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거라며 학교에서 학원 숙제하는 학생? 초등학생 때 이미 영어 포기자가 되어 무기력하게 책도 없이 앉아있거나 엎드려 자는 아이들? 그 와중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소수의 성실한 학생들? 아마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터넷 환경과 세련된 멀티미디어 기기 그리고 확연히 줄어든 학생 수 아닐까.

 

본래 어학이란 잡학이고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학문은 없다. 영어 시간에는 영어라는 언어 자체를 배우기도 하지만, 영어로 표현되는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단지 언어만 다를 뿐 인간 세상의 모든 학문이 그 속에 들어가며, 조금 민감할지는 몰라도 정치와 종교를 비롯한 사회 분야 역시 다루게 된다. 그런데도 수업 중에는 시험을 전제로 한 지문 풀이가 수업 중 영어 교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예전 성립 자체가 어불성설 같은 학생들의 서술형 교원평가에서, 우리의 현실 정치에 관심이 필요함을 강조했더니 정치 이야기 좀 그만하시고 교과목을 사회로 바꾸는 게 낫겠다는 내용도 접해보았다. 그렇게 자란 학생들이 국민을 속이고 국고를 탕진하는 정치인들을 뽑아주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래서 요즘처럼 진학과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에 매몰된 학생들에게 사회를 읽어내는 힘 키우기는 어느 때보다 절실한지도 모른다.

 

흔히 학교를 사회의 축소판에 비유한다. 그렇다면 학교는 얼마나 사회적인가? 학교 담장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아갈 아이들에게 영어 시간에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만 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부분적이나마 해답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고등학교 수준에서 절실한 제도인지 아직도 확신이 부족하지만, 선택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로 학생들이 배울 교과목을 학생들이 선택하는 시대가 왔다. 학교 역시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데, 절대평가와 학생의 학습 선택권으로 여타 지식 과목보다 특히 어학 도구 과목은 더욱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동종 업종의 현직 영어 교사다. 오랜 세월 자신만의 방식에 굳어져 살아왔기 때문인지 그에게서 일종의 개혁가 같은 모습이 보인다. 그의 수업 철학과 학생들의 좋은 삶을 위한 생각을 접해보니, 같은 학교 울타리 내에서조차 수업 내용과 각종 고민을 공유하지 않던 불문율 뒤에 안주하던 우리의 민낯을 보는 듯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수업 방법은 오랜 세월 동안 더 나은 수업과 학생들을 위한 진지한 고민에서 나온 정공법이다. QR 코드로 제공되는 수업 자료를 당장 나의 수업에 도입하여 시도해볼 만한 여지가 무척 많다. 물론 저자의 방식이 온전히 내 것이 될 수는 없음을 안다. 진정한 고수는 하수에게 자신의 비결을 공개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하수가 고수의 비결을 손에 넣는다고 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자신의 방식으로 거듭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기고사에 대비한 팍팍한 진도 확보와 수업 중에만 실시해야 하는 수행평가에 떠밀려 교사와 학생이 인생이 만날 시간은 좀처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우리 현실을 고려해볼 때, 이 책은 단순한 비결 그 이상의 것이다. 우리의 영어교육은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는 소통을 목적으로 한 외국어가 아닌, 대학 입학시험의 한 교과목으로 전락(?)하였다는 서글픈 지적을 우리는 매일 접하고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학생들에게 영어라는 언어를 통하여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도록 학생들의 삶을 담아내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고 실천하고 결과를 얻어낸 보고서라 할 수 있다. 한편 수업 중 교사와 학생이 주고받는 대화문은 현실 세계의 남자 고등학교에서라면 매우 이례적일 것이라는 상상도 해본다.

 

흔들리는 영어교육에 대한 걱정과 희망을 말하며, 영어라는 그릇에 삶을 담는 방법을 고민하고, 삶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될 영어 수업을 다루는 본문보다 더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바로 책 끝에 제자들이 저자에게 보내온 편지와 감사의 글이다. 단언컨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제자들의 감사와 인정을 받는 이상의 보상은 없을 것이다. 사람을 키워냈다는 보람 하나가 모든 어려움을 상쇄하는 게 교직이기도 하지만, 모든 교사가 그러한 보람을 오롯이 느끼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이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처럼 학생들이 가진 잠재력을 밖으로 끌어내는 방법에 목말라 있는 영어 교사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시라 추천해 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