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종말 - 팽창과 장벽의 신화,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렉 그랜딘 지음, 유혜인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32년 연설에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는 샌프란시스코 청중에게 미국은 초창기부터 여타 나라들과는 항상 달랐으며 특별한 국가임을 강조하였다. 이미 오래전 개척지에서 출발하여 서해안에 도달한 개척자들의 후예로서 그는 아마도 남다른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보다 훨씬 앞서 서부 개척의 논제를 최초로 명료하게 밝힌 사람은 위스콘신 대학의 역사학자 프레더릭 잭슨 터너였다. 1893년, 그는 지친 청중들에게 미국 역사상 국경의 중요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으나 질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깨어났다. 터너는 미국이 지리적 행운의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하였다. 표면적으로 무한한 확장이 가능해 보이던 서구는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좁은 공간에 갇힐 때마다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주곤 했다. 국경은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고 사람들에게 평화롭게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준 동시에 가난, 불평등, 극단주의를 포함한 다른 사회적 문제들도 함께 희석해주었다. 내부의 정치적 문제를 외교적 돌파구로 해결하는 구대륙의 제국주의적 행태가 신대륙에서도 여전히 반복된 것이다. 터너는 국경이야말로 미국이라는 나라에 젊은 활력을 되찾아주는 마법의 샘이라고 선언했다.

 

 

저자는 당시의 이런 배경을 더 깊고 풍부하게 묘사해준다. 터너는 국경을 초원의 잡초처럼 땅에서 개인주의가 싹트는 곳으로 묘사했지만, 저자는 이와 반대로 국가가 국경보다 한발 앞서 있던 현실을 지적한다. 정착민들이 개척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정부가 먼저 땅을 확보한 후 측량하여 도로를 건설했으며, 그 과정에서 미국 군대는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피를 뿌리며 미국 원주민과 멕시코인들을 삶의 터전에서 제거해 나갔다. 미국은 단연코 비길 데 없는 자유를 기반으로 세워진 나라였다. 국경 신화의 최고 매력은 ‘여기, 지금’의 골칫거리를 국경 너머로 옮길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국경 너머로 팽창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고, 모두가 승자가 되어 지구의 부를 공유할 수 있는 무한한 세계가 약속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국경은 신기루였으며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흔한 미국인들의 자긍심은 역설적이게도 과거 역사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애써왔다. 북미 대륙 도처에 피를 뿌리며 그들이 질주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상상했다. 두려움 없이 더 대담하고 자유로운 미래로 달려가고 싶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선조들이 자초한 궁지에 몰렸다. 국경확장과 남북전쟁의 양상이 전 세계로 넓어졌을 뿐 미국은 여전히 똑같은 전쟁을 치르고, 똑같은 학살을 반복하며, 수많은 전쟁 과부들이 똑같은 눈물을 흘려야 할 운명이다. 그런데도 귀신에 홀린 듯 총기 판매와 소지를 합법화하고 아이들의 손에 총을 들려주며 기뻐하고 있다. 점점 규모와 빈도가 커지는 학교 총격사건, 끝없는 해외 파병과 전쟁,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와 대규모 노숙자 캠프,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 시스템과 가장 많은 재소자 등, 점점 더 번잡해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를 분리하는 상상 속의 선에 집착하였다. 그는 정치적 경계를 실제 물리적 장벽으로 바꾸고 싶었으며 실제로 의회가 그의 장벽에 자금을 대주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연방정부를 폐쇄하기도 했다. 그의 ‘아름다운 벽’은 국가의 다른 모든 기능보다 그와 그를 숭배하는 제삼자들에게 더 큰 의미를 지녔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넘도록 미국 언론은 여전히 트럼프 주의를 부추기는 맹목적인 분노로 혼란스러웠다.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신화는 다름 아닌 국경 그 자체다. 모든 나라가 국경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국경은 항상 변화하며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미국 역사에서 국경은 계속 확장되는 경계였다. 처음에는 앨러게니 산맥 서쪽의 내륙을 가리켰고, 그 다음에는 미시시피강 서쪽, 그다음에는 로키산맥 서쪽을 가리켰다. 지리적 개념의 국경이 추상적으로 바뀌어 끝없는 경제 성장을 의미하면서, 국경은 본토를 벗어난 미국 은행과 항공모함, 미군 군사기지 등 끊임없이 확장되는 전초기지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저자는 국경이 집단 학살과 폭력이 자행되던 지역이었음을 분명히 지적한다. 초기 정착민들에게 미국은 실제 거주지만큼이나 정신적인 열망의 대상이었다. 이 땅의 명백한 경계는 그들에게 부활과 구원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마침내 그들은 동쪽 끝 매사추세츠만 식민지에서 서쪽 끝의 태평양 연안에 도달하였다. 훗날 ‘건국의 아버지’로 신화가 된 이들에게 정복, 즉 ‘백인 정착민들이 원하는 땅을 점령할 수 있는 권리’는 처음부터 자유와 불가분의 관계였다. 미국적인 의미에서 자유란 국경 너머 무한한 땅을 차지할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쯤에서 톰 크루즈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서부 개척시대 영화 ‘Far and Away’가 떠오른다. 1889년 당시 미국 정부는 개발 제한 구역으로 지정한 땅을 주민들에게 개방, 미리 나눠놓은 구획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에게 집을 짓고 살 권리를 주었는데 이 제도는 일명 ‘랜드 러쉬(land rush) 또는 랜드 런(land run)’이라 불린다. 본래 그 땅은 토지 소유의 개념이 없었던 인디언들의 삶터였으며 학살과 폭력으로 원주민을 강제이주시켜 비워낸 곳이었다.

 

 

영리하게도 미국 정부는 계급 갈등을 국경 밖으로 분산시키고 계급의 분노를 인종에 투영시킴으로써 회피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여러모로 편리했다. 부유층과 무산계급 사이의 사회적 모순, 즉 인간이 소유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갈등을 국경 너머 서쪽으로 밀어냄으로써 해소할 수 있었다. 신생 국가의 인구가 늘거나 사회적 갈등이 긴장하기 시작할 때면 언제든 서쪽으로 구역을 확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848년, 유럽의 노동자들이 시민혁명을 겪는 동안에도 미국은 국가적 내홍을 겪는 대신 멕시코 영토의 절반을 합병할 수 있었다. 멕시코인들은 미국의 잔혹함에 익숙해졌으며 지속적이고 끝없는 팽창과 그에 따라 정부를 조직하는 능력에 익숙해진 나라가 자신들을 흡수했다고 기록한다. 이후 테디 루스벨트나 우드로 윌슨 같은 진보 정치인들은 제국에 적합한 이데올로기로 무장했다. 국경은 폐쇄되지 않았지만, 대양을 가로질러 바깥으로 이동했다. 이 시기 미국 국내에서는 무관심한 인종 테러가 빈번했는데, 남부 국경을 따라 퍼져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멕시코계 미국인들에 대한 린치 사건이 해외에서의 비일상적이고 말살적인 폭력과 일치했다. 쿠바, 아이티, 필리핀, 도미니카 공화국, 니카라과의 미국 점령지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 대다수 백인 미국인들에게 이것은 불협화음의 어떠한 원인도 될 수 없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은 터너의 변형 마법이 통하지 않는 곳, 즉 인종차별과 잔인성의 보고가 되었다. 최초의 실제 울타리는 1945년 일본계 미국인들을 위한 전시 수용소에서 용도 변경된 기둥과 철조망으로 세워졌다. 1990년대에 세워진 국경장벽의 연장은 베트남군이 폐기한 헬리콥터 착륙장으로 건설되었다. 더는 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폭력은 계속해서 소용돌이치며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언제나 이상할 정도로 익숙하다. 물리적으로 국경을 팽창시킬 수 없게 된 오늘날의 미국에게 한국과 독일, 일본 등지의 해외 파병기지, 핵 잠수함과 항공모함, 미국 자본의 첨병인 은행과 금융기관, 심지어 미국산 프랜차이즈 지점 등은 새로운 국경의 개념이 되고 있다.

 

 

무한 확장의 자유와 이상향의 대상이던 국경은 마침내 폐쇄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오늘날 무기 제조사들과 전쟁광(chicken hawk)처럼 가장 착각에 빠진 사람들만이 끝없이 확대되는 미군의 모험주의를 열망한다. 경제학자나 억만장자가 아닌 이상 국가의 무한성장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도 더는 자기 소모적이며 극단주의적인 세계관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책이며, 선견지명이 뚜렷하고, 꼼꼼하며 동시에 비난의 대상이다. 저자의 글은 굳이 알아둘 필요가 있을까 싶은 각 시대의 세밀한 세부 사항에도 주의를 기울이며 풍부한 학식과 문체의 우아함을 함께 드러낸다. 그는 당대 우익 세력의 숨겨진 조상이 했던 말과 행동을 밝혀내는데 탁월하며, 오랫동안 미국을 괴롭혀온 이상한 질병에 대해 설득력 있는 원인을 제시한다. 그는 오로지 신화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뿐이며 많은 미국인이 아픈지도 모르고 지내왔다는 사실을 절묘하게 파헤치고 있다. 신화의 종말에 당도하여 더는 갈등을 저 국경 너머로 몰아낼 수 없게 된 미국이 과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출 것인지 궁금한 독자에게 일독을 권해드린다. 

 

#국제정세 #정치외교 #신화의종말 #미국국경주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와 힐링의 시간 - 탈무드가 일러주는
주원규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는 현직 소설가이자 개신교 목회자다. 소설, 에세이, 평론 등 기존 다수의 저서로 보건대 그저 필력만 남다른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의 내용은 세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도입부는 탈무드에서 인용한 짤막한 일화를 소개하고, 그 속에서 곱씹어 볼 수 있는 생각거리를 저자의 언어로 차분히 풀어 전개한 다음, 간결하지만 의미 있는 교훈으로 압축하여 마무리한다. 그는 많은 일화를 통해 탈무드가 섬뜩할 만큼 분명하게 우리가 사는 현실의 모순을 꼬집는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상의 참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양면성을 일깨워준다. 복잡한 인간의 마음과 치유법을 다룬 1부와 예기치 못한 삶의 변수와 힐링을 말하는 2부로 나뉘어 구성되었으며, 간간이 등장하는 삽화는 정갈하고 깔끔하여 책 전체의 느낌을 잘 전해 준다.

 

일단 나를 긍정하자. 나를 사랑하자

내 안의 수많은 감정의 결함도 인정하자

마지막으로 그 결함 많은 감정을

서로 만나게 해주자. 내 마음 안에서. (108)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늘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더욱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산다.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의 위엄이란 무엇인가. 왜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른 것인가.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경험으로 보건대 시원한 답변을 얻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질문이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저마다 지혜를 갈구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지혜로워지지는 않는다. 지혜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으레 탈무드를 떠올린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천 년을 내려온 진리와 지혜를 담고 있다는 탈무드는 세계를 주름잡는 유대인의 성공비결을 담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주로 랍비의 목소리를 통해 일화에 담긴 교훈을 얻는데, 읽는다기보다는 배우기 위한 의미가 더 큰 경전이다. 탈무드는 유대인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고안한 그들만의 것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사람이 시대를 초월한 지혜를 얻는 고전이 되었고, 온갖 다양한 일화를 통해 타인과 나의 관계를 비롯한 여러 인생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일방적으로 나쁜 감정, 나쁜 상황이란 건 없다무엇이든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첫걸음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각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159)

 



한편으로 그토록 신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삶의 지혜를 간구하는 이스라엘 민족이 오늘날 중동지역의 큰 형 노릇을 하는 현실을 보면 그들의 운명도 참 얄궂은 것 같다. 나라 없는 민족으로 세계를 떠돌다가 팔레스타인 일부 지역에서 얹혀사는 은혜를 입었던 그들이 지금은 오히려 미국을 등에 업고 주위의 이슬람 국가들을 핍박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지혜의 힘이었나 묻게 된다. 탈무드는 신의 지혜를 통해 종교적 신비에 몰입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음이 분명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고 세상을 이해하는 이치를 깨닫는 데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탈무드의 교육 효과 덕분인지 그들은 힘없는 평화는 허상이며 평화를 지켜낼 힘이 있을 때라야 지혜도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오랜 세월 터득해 온 것 같다. 가끔 현시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도 더러 있으나,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지혜를 알아서 받아들일 정도의 지혜를 발휘하면 되겠다. 결과적으로 어떤 내용의 일화이든 간에, 저자의 원숙한 생각과 제시되는 교훈을 통해 성숙한 깨달음을 얻어 나를 지키는 감정을 훈련하고, 타인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며, 내면의 평화를 이루어 나의 삶을 충실히 이끌어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사람은 모두 죽는다라는 명제로 죽음을 생각하는 건 지나치게 교훈적이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 보자. 아직 죽지 않았기에 숨 쉬고 생각하고 말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거라고. 그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훨씬 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211)

 

 

#에세이 #치유와힐링의시간 #탈무드 #감정훈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와 힐링의 시간 - 탈무드가 일러주는
주원규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 년을 내려오는 탈무드의 지혜를 통해 나의 감정을 만나고 다스리는 법을 배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치동 -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조장훈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이자 서울 강남구 행정구역의 하나인 대치동은 약 15년쯤 전인 2007년 여름, 유명 배우 하희라 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를 연상시킨다. 평일 밤 황금시간대 공중파에서 이전까지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 그것도 강남 8학군을 대놓고 다룬 작품이었다. 애초 16부작이었으나 담당 PD가 정작 교육 당사자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 못하였다 하여 2부를 추가한 18부작으로 막을 내렸다고 한다. 당시 경쟁작이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회 시청률은 17.5%를 기록했다. 코믹한 분위기면서도 학교와 교육 문제를 직설적으로 꽤 잘 다루었다는 평을 받았으며, 2019년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큰 인기를 끌면서 작품을 재조명받기도 하였다.

2008년 이후 학생들의 문해력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한 채 읽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거짓 뉴스가 난무하고 집단 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사회적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 사회에 더 높은 수준의 문해력과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쉽게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67쪽)

자녀의 교육과 진학을 위해 지방 소도시에서 강남으로 전입해온 주인공은 ‘대전족’, 즉 대치동 전세족으로 분류된다. 낮에는 일식집 직원으로, 밤에는 노래방 도우미와 대리운전사로 일하며 하나뿐인 홀로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주인공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명문대학 진학이다. 드라마는 주인공 가족의 고단한 대전족 생활을 사실적으로 반영한다. 강북 출신의 엄마는 튼튼한 인맥과 강력한 정보력이 없어 입시 정보에 발품을 팔아야 하고, 엄청난 주거 비용과 사교육비로 떨어진 삶의 질을 가족 모두가 견뎌야 한다. 낡은 건물의 반지하 단칸 전세방에 살면서도 아들의 교육에 절박하게 매달리며 밤낮없이 번 수입의 거의 전부를 사교육비로 지출한다. 강북의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며 나름 자부심 많던 아들은 강남에 오자 수준 차이에서 오는 좌절감부터 맛본다. 가난하지만 정의롭게 살아가는 주인공과 그 아들은 결국 행복한 결실을 거두며,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은 학벌주의와 교육열로 수렴되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반영한다. 그때만 해도 개천에서 용이 나온다고 했는데, 금수저가 아닌 이상 요즘은 개천에서 용쓰다 욕만 본다며 자조하는 소리를 듣는다. 드라마를 처음 접했을 때 ‘무슨 저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있느냐’며 비현실적이라고 힐난하곤 했는데, 지금의 사회상은 그때보다 더 양극화되는 추세다.

사람들은 인생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선택은 상당 부분 사회적 현실에 의해 결정된다. 나의 계급적 위치, 학력 수준, 부모의 바람, 기대 수입 등에 내몰려 했던 선택을 애써 내 신념인 양 포장하고 정당화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171쪽)

인류학 전공자 출신인 저자가 20여 년 대치동 논술 강사 생활을 접으며 써낸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성인 의식이자 통과의례인 대학 입시를 바라보며, 순수한 본질에서 벗어난 입학사정관제와 자본 논리로 인해 가장 이상적이었지만 가장 변질된 학종 제도의 폐해를 제시한다. 2부는 부동산 개발의 시점에서 강남 신화의 탄생부터 부동산 1번지가 된 역사, 학벌 세탁과 학벌 위조의 온상지가 된 유래를 살펴본다. 대한민국에서 대치동만큼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의 욕망이 절묘하게 결합한 곳은 없음을 알게 된다. 3부는 전공을 살려 돼지엄마와 카페맘 등 다양한 계층의 대치동 학부모 및 강사와 상담실장을 비롯한 학원가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이들에게 주목해야 할 이유를 말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사교육이 공교육의 적이자 사회악으로 여겨지기보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더 나은 입시 제도를 위해 공교육이 흡수할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제는 학벌주의와 사회적 차별이 만들어 낸 교육열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대치동의 행위자들은 사회적 지위 향상 또는 계급 재생산을 위한

노골적이고 치열한 경쟁의 한복판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독특함을 갖는다. (305쪽)

사람이 아플 때 몸에서 열이 나는 이유가 백 가지도 더 되는 것처럼, 학교를 배경으로 한 교육의 문제는 단순히 학교만의 문제일 수 없다. 저자는 학교 내부가 아닌, 강남 8학군을 둘러싼 지역 전체의 삶과 인간 군상을 아우르는 동시에 사회 문제로서의 교육을 고민하며 그 대안도 함께 제시한다. 그는 우리 삶이 정신적으로는 학벌주의에, 물리적으로는 부동산 신화에 지배당하면서도 때로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강물을 떠내려가는 뗏목에 올라탄 사람은 뗏목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기 어렵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기는 쉬워도 그 반대는 그렇지 않다. 남들이 잘 모르는 자신의 과거 경력을 과시하고 전문가의 식견을 자랑하고픈 욕구를 누구나 겪을 법하지만, 저자의 글을 보면 적어도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랜 기간 사교육의 중심에 있었기에 타성에 젖어 사익을 좇을 수 있었음에도 오히려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많은 문제의식과 진지한 고민이 담긴 철학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자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공고육을 바라볼 수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짐작되며, 그런 점에서 달리는 기차에서 먼저 뛰어내린 그의 용기를 높이 살만하다.

학벌주의와 계급 상승이라는 세속적 욕망은 내버려 둔 채 공교육의 몰락을 말하고, 입시 제도를 탓하고, 사교육을 만악의 근원으로 비난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345쪽)


사족이지만 2021학년도 대입 수능을 치를 당시 24명의 우리 반 학생 가운데 8명이 수능 시험을 치르지 않았던 일이 기억난다. 안타까운 것은 전화기를 손에 쥐여주지 않으면 단군 이래 가장 무기력하다는 힐난을 들으며 금쪽같은 3년을 허비한(?) 그들이 아무런 준비나 대안 없이 입으로만 ‘1년 더’를 외쳤던 점이다. 어차피 대입에서 강남 친구들과는 경쟁상대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대학을 마친 이후에도 그들과는 전혀 딴판인 인생을 살아가리라 예견한 때문이라면, 어쩌면 이들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를 고른 셈이다. 교육 개혁에 대한 범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 더는 교육이 부모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세습하지 않으며 차별 수단이 되지 않는 날을 고대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살아온 방식을 돌아보며 비겁함과 타협을 정당화하지 않고,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으로 남겨 부끄러움으로 간직하기만 하더라도 우리는 변화와 개선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409쪽)

#대치동 #조장훈 #사계절 #학벌주의 #교육문제 #사회현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변지영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인 리사 펠드먼 배럿은 정서신경과학(감정의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뇌과학 분야)의 연구자이며, ‘인간의 감정은 문화적 환경 속에서 후천적으로 학습되고 구성되는 생물학적 토대를 가진다는 획기적인 이론으로 주목받는 교수이다이 책은 5억 5천만 년 전 작은 벌레에 불과한 활유어(일명 창고기)로부터 수많은 진화적 반복을 거쳐 인간의 뇌에 이르게 될 때까지의 뇌의 진화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시작한다이어 뇌의 작동법에 대해 널리 알려진 신화적 허구를 밝히며 우리의 뇌 기능을 지배하는 근본적인 생물학적 과정을 설명한다이러한 기능과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는지사람들이 상호 작용하는 이유와 방법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동시에 저자는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묻는 여러 가지 생각도 제시한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저자는 신체예산이라는 신선하고 비유적인 개념을 도입한다뇌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신체예산을 관리하는 것으로뇌는 우리가 돈을 쓰고 저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신적육체적 에너지를 소비하거나 저장하도록 한다휴식영양수면으로 소모된 예산을 보충하는 반면 스트레스분주함신체 운동은 예산을 지출하게 한다두뇌의 기본 기능은 신체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효율적인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지만에너지를 소비하고 다시 보충하는 과정을 통해 힘과 회복력을 발달시키기도 한다또한뇌 자체는 근육이 아니면서도 마치 근육처럼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된다도전에 직면하고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뇌와 신경망이 강화되는 한편적절한 휴식과 회복 없이 새로운 경험을 섭취하게 되면 만성 스트레스로 뇌 손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뇌는 우리의 경험을 신비롭게 하는 상호의존적인 부분들의 복잡한 연결망으로행동에 직접 관여하는 신체의 각 부위와 신호를 주고받는다동시에 뇌에는 각각의 부분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른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생태계가 있으며생존의 열쇠가 되는 자기 조절 능력을 갖추고 있어 부상이나 변화처럼 생존의 기회를 해칠 수 있는 모든 변수에 끊임없이 적응하려 한다. 7과 1/2강으로 구성된 각 챕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2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지난 5억 년 동안 뇌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보여주며 우리의 뇌가 생각을 위해 존재한다는 신화를 부인한다오히려 우리가 더 잘 생존하고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도록 도우며최적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 말한다.

 

당신의 뇌는 음식이나 보금자리애정 또는 물리적 보호와 같이 좋은 것으로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지속해서 당신의 에너지를 투자한다그렇게 해서 자연의 필수 과업곧 당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 (31)

 

1뇌는 하나다.

편의상 기존의 뇌 영역을 신피질(인간의 이성적 뇌), 변연계(포유류의 감정적 뇌), 도마뱀 뇌(본능적 생존 뇌)로 구분하던 삼위일체 통념을 부인하며 하나의 뇌임을 주장한다인간의 기억은 생물학적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되지 않으며좌뇌와 우뇌의 이분법시스템1/시스템사고방식 등은 유용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은유라고 묘사한다.

 

2뇌는 네크워크다.

연결망은 하나의 완전체로서 기능하며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별도의 기관이 아니다뇌의 작동법 설명이 때로 부정확하여 유용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은유적 표현이 되는 예도 있으나적어도 뇌는 그렇지 않다이러한 주장을 설명하고자 저자는 전 세계 17,000여 개의 공항을 갖추고 긴밀한 연락망으로 연결된 항공 여행 시스템이라는 자신만의 비유를 도입한다정보는 뇌의 한 부분으로부터 많은 다른 경로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데만일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추구하는 이 시스템이 고장이 나면 다른 방법을 찾는다이때 신경전달물질은 은유적으로 공항 직원이라 불린다또한, ‘신경 가소성을 뇌가 새로운 요구새로운 환경새로운 자극에 적응하기 위해 함께 발화하는 방법을 찾는 새로운 뉴런과 신경 경로를 만드는 능력으로 정의한다뇌세포 연결망 결합의 수는 천문학적으로 커서 부분의 합보다 더 크며뇌는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자극을 다루기 위해 자신을 재구성할 수 있다문어는 인간보다 환경에 더 잘 적응한 나머지 몸 전체에 복잡한 뇌가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며 인간의 뇌는 진화의 정점이 아니며단지 수천 년 동안 스스로 찾아낸 환경에 적응했을 뿐임을 강조한다.


3어린 뇌는 스스로 세계와 연결한다.

아기와 아이의 발달하는 두뇌는 스스로 외부 세계에 적응한다아기는 어떤 본성을 지녔든 환경(양육)에 적응하며 본성과 양육의 잘못된 이분법을 지적한다유전자는 아기의 뇌 연결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문화적인 맥락에서 우리가 갓 태어난 아기의 뇌와 연결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다가소성이 뛰어난 아이의 뇌는 변화하며 환경에 적응한다양육자들은 아이들이 생존하고 번성할 신체 예산을 세우기 위해 정보의 중요성이 적은 기억을 쳐내는 가지치기 작업으로 두뇌를 조절한다에너지를 절약하고 두뇌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기능하게 하려고 사용되지 않는 신경 연결은 끊어내는 것이다양육자들은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만들고아이들은 그것에 적응하면서 최적의 신체 에너지 예산을 만든다양육자는 아기의 신체적사회적 지위를 조절하고아기의 뇌는 그 지위를 학습하며 이는 곧 아기의 문화적 지능이 된다. 1960년대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의 강제 출산장려 정책의 폐해를 통해 장기간의 스트레스와 방치가 아이의 두뇌 발달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그리고 수 세대에 걸친 가난이 두뇌 발달을 방해할 수 있는 잠재적인 역할을 언급하고 있다.

4뇌는 당신의 거의 모든 행동을 예측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가 느끼는 것은 대개 우리의 뇌가 과거 경험의 결과로 만들어 낸 예측의 결과이다뇌는 머리 바깥의 세상과 머리 내부로부터 나오는 정보들을 결합해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또한우리의 인식 밖의 미묘한 신호들을 바탕으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또한 종종 우리의 의식 밖에서 우리의 다음 일련의 행동을 시작한다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꼭 끈에 매달린 꼭두각시는 아니라고 주장한다우리의 시야지식경험을 넓힘으로써 우리는 의식적으로 많은 자동적인 반응을 가로채도록 우리 자신을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이로써 우리의 뇌가 세상을 자동으로 보는 방법을 바꾸는 책임을 우리에게 부여하며이러한 자동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그것은 자유의지의 한 형태다아니면 최소한 우리가 자유의지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우리는 무엇에 자기 자신을 노출시킬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121)


5당신의 뇌는 보이지 않게 다른 뇌와 함께 움직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우리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실제로 우리의 뇌를 조정하고 다듬는지, DNA에 내재된 협력본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우리가 살아가려면 타인과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며 이를 끊임없이 찾기도 한다우리는 눈에 보이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면서 우리의 사회 환경에 무의식적으로다각도로 적응하며 살아간다이러한 행동은 우리의 일상 의식 밖에서 우리의 뇌에 의해 연출된다저자는 우리와 매우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한다우리와 다른 누군가의 고통을 상상하려면 더 많은 신진대사 에너지를 사용하므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생각하고 믿는 방식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있기가 훨씬 편안하다는 뜻이며이는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일수록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또한단어가 우리의 뇌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직접적이고 감각적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이 모든 것은 우리의 사회적 의존 신경계에 기초한다우리의 안전지대 밖에 있는 것을 배울 때즉 새롭고 평범하지 않거나 불편한 경험은 적절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적응에 필요한 가소성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그러나 회복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끊임없는 변화와 스트레스는 장기적으로 우리를 해침으로써 신체예산의 적자를 초래한다.


6인간의 뇌는 다양한 종류의 마음을 만든다.

여기서는 흥미롭게도 뇌와 마음의 차이를 들여다본다특정한 문화 환경에서 자라고 연결된 특정한 부류의 인간 두뇌는 특정한 종류의 정신세계를 만들어낸다. ‘기분이란 모든 인간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으로서마음과 신체에서 오는 정신적 감정이다기분은 매우 과학적 요소로서 기쁨슬픔즐겁거나 불쾌했던 경험심오하거나 사소한 경험초월적이거나 회의적인 경험의 원천인 정동으로 불린다지금 우리의 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척도인 셈이다직장과 가정의 환경 변화에서 세계의 매우 다른 문화들 사이에 적응하기에 이르기까지 신체예산은 제 역할을 다한다낯선 곳에서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환경에서 두뇌는 에너지를 덜 쓰고 더 안락한 곳에 머물기를 원한다이쯤 되면 교실에서 줄곧 잠만 자는 학생들을 이해할 만도 하다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이들은 주변의 물리적사회적 환경에 가장 효율적으로 적응하고 있을 뿐이다.

7인간의 뇌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과학자들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지만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현실을 만드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능력이다저자는 이를 다섯 가지 C’고 구성된 능력 세트라고 부른다.
창의성(creativity) : 국경이나 경계처럼 사회적 계약으로 존재하며 물리적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드는 능력.
의사소통(communication) :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현실을 공동 창조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능력.
모방(copying) : 사회가 기능할 수 있는 규범을 만들기 위해 서로의 행동과 행동을 모방하는 방법.
협력(cooperation) : 글로벌 환경에서 점점 복잡해지는 경제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능력.
압축(compression) : 엄청난 양의 신경(감각데이터가 전두엽 피질로 전송될 때 이를 여과요약하여 감지된 내용을 해석-이해-행동으로 연결하는 기능압축은 추상적 사고를 실현하며 나머지 다섯 가지 C와 함께 크고 복잡한 두뇌가 사회적 현실을 만들 수 있게 한다추상화는 상징성과 예술성으로 발현되며 다른 측면에서의 우리 삶의 의미를 인식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아는 한 인간은 사회적 현실을 창조하는 압축과 추상화 능력을 충분히 보유한 뇌를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175)

부록과학 이면의 과학.

대부분 사람이 자신에 대해 가진 7가지 오해와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오해를 바탕으로 한 '현실'을 나열한 간단한 개요이다저자는 우리가 뇌에 대해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결론과 함께우리는 뇌의 구조와 기능이 인간의 힘과 결점의 근원인 동시에 우리를 불완전하면서도 영광스러운 존재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최근 과학계의 집중적인 관심거리로 떠오른 뇌과학에 관한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행동하고사는지를 잘 알려주는 짧고 흥미롭고 압축적인 읽을거리이다저자는 인간의 뇌와 정신에 대한 최첨단 통찰력을 보여주며독자들이 이해하고 가야 할 부분이 많은 뇌과학 분야이지만 전문지식이 충분치 않은 독자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개념을 풀어낸다저자가 자신의 사례를 간단명료하게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그 함축적 의미는 결코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우리를 생물학적 생명체로서 존속시키는 뇌가 우리 자신외부 세계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통찰이다자신에게 초능력이 있음을 알고 있을 때라야 초능력이 가장 잘 작동한다는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필자 역시 어떤 초능력을 지녔는지 하루빨리 파악할 수 있으면 좋겠다뇌과학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이자 성찰의 촉매제로서 일독을 권해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