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있는 미국
김태용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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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촌뜨기가 머리에 털 나고 처음 미국 땅을 밟던 2016년 여름, 시애틀 공항에서 일어난 일이다. 출국 수속 중 급한(?) 일을 보느라 일행에게 가방을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서로 미루느라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약 10분 정도 통로에 방치된 상태였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덩그러니 놓인 가방 옆에 자동소총을 든 공항 경비대원이 서 있고 웬 탐지견이 내 가방 주위를 킁킁대고 있는 게 아닌가. 가방 주인을 알아본 그가 그 가방이 당신 것이냐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이건 폭탄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의례적 절차이니 너무 개의치 말라고 한다. 어깨를 으쓱하며 가방을 경호해 주어서 고맙다고 농담을 건넸더니 눈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 순간, 테러에 극히 민감해하는 강대국의 역설적인 현실과 냉방도 시원찮고 비좁아 인천 공항에 비하면 시골 버스 터미널 같은 시애틀 공항이 겹쳐 보이면서, 미국도 별거 없네 싶었다.

 

미국, 그러면 무엇이 먼저 연상되시는가? 21세기를 사는 지금, 미국 사회를 서부 개척시대의 연장선에 놓고 보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다민족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엄격한 법치가 엄격히 적용되므로 공권력이 막강하고, 인디언과 야생동물 그리고 무법자들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기 소지가 자연스러운 일이며, 계약제로 고용되어 박봉에 시달리는 교사들은 으레 부업을 뛰어야 하고, 부와 명예를 쌓는 일은 개인의 업적이라 자기 할 탓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점 등. 그러나 모든 나라의 문화에는 달의 뒷면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한국에 사는 우리가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현지인들이 살면서 체감하는 것 사이의 간격은 분명히 존재하며, 반드시 겪어보아야 할 만한 일도 많을 것이고 설령 그렇더라도 체감의 정도에는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이해의 틈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2년간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미국 생활을 겪고 언론사에 투고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엮어낸 것이다. 관광이나 일시적 방문이 아닌, 유학생 신분으로 장기 체류했던 경험을 살려 미국의 사회와 문화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느낀 바를 공유하고 있다. 학술적으로 외국 문물에 접근하는 방식보다는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적은 공개 일기장 형식으로, 한 시간이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책 제목에 언급된 별일은 우리네 문화라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을 만한 일이 미국에서는 별일처럼 일어난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예컨대, 전국총기협회(NRA)의 로비 여파로 인구보다 많아져 수거하지도 못할 수준으로 4억 정 이상 보급된 총기와 관련 사고로 골치를 썩인다든지, 아동 유괴 및 납치사건이 벌어지면 국가 재난 수준으로 대처하여 실시간으로 대국민 문자를 발송한다든지,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여 처리하는 것보다 땅속에 파묻는 비용이 덜 든다며 마구잡이 매립으로 미국이 지구 환경오염 1위라는 오명을 숨긴다는 사실 등이 그러하다.


저자가 일찍이 외국어를 익히고 해당 국가를 방문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하여 실행했다는 점은 가히 본받을 만하다.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지만, 저자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한국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평범한 사람의 일상생활에도 속속들이 배어있음을 실감한다. 밥벌이로 영어를 공부하면서도 용기가 없어 평생 미국을 방문할 생각조차 않던 필자마저도 우연찮은 기회에 3주 일정으로 서부 지역을 다녀올 정도이니. 특히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저자가 설정한 16개의 화제와 겹치는 다수의 경험을 하였기에 더욱 실감이 난다. 한국이라면 거의 하지 않을 행동이지만 실제 미국인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겨우 몇 주 머물렀을 뿐인데 한국에 돌아와서 문을 잡아주는 새로운 습관이 들었다. 가히 본받을 만한 외국 문화의 긍정적인 영향이라 하겠다.

 


끝으로, 아담하고 얇은 소책자에 16개나 되는 일화를 담아내느라 내용이 비교적 짧고 간단한 편이나, 175쪽에 불과한 분량에도 90개의 미주를 달아주는 등 저자가 다양한 매체와 자료를 통해 이질적인 문화를 열심히 들여다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광이든 사업이든 방문을 목전에 두고 있거나, 미국 현지 생활에 관심을 둔 독자라면 잠시 짬을 내어 읽어두면 좋겠다. 더욱 풍성하고 속 깊은 미국 체류 경험담이 책으로 나올지, 혹시 누가 알겠는가?

 

#사회학 #별일있는미국 #미국문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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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있는 미국
김태용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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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다녀와 봤어요?
- 아뇨~!
- 안 다녀와 봤으면 말을 말어.
누군가의 경험담은 늘 새롭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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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
앨런 라이트먼 지음, 송근아 옮김 / 아이콤마(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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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생명의 시작은 무엇이며 자아 의식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으나 나이가 들수록 이런 거대한 질문으로 삶의 의미를 묻는 책을 점점 더 자주 접하게 된다. 좀 더 시야를 넓혀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묻는 이 책은 우주에 대한 서정적이고 읽어볼 만한 토론 거리를 제시한다. 다른 많은 과학 입문서와는 달리, 이 책은 어떤 현상에 대한 설명보다는 의도적으로 저자의 생각을 담으려 한다. 우주와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들을 일반적인 용어로 탐구할 뿐이다. 저자는 매일 별의 먼지와 열역학 법칙을 다루는 과학자이자, 해먹에 누워 별을 곰곰이 생각하는 물리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저서는 대부분 명성을 얻었으며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전작 "메인의 섬에서 별을 찾아서"에 이어 이 책에서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먼지만도 못한 인간의 위치를 다시 돌아본다. 과학과 인간다움을 선사 받은 우리는 또다시 우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에 관하여
우리가 다른 인간들에게 부여하는 초월적이고, 비물질적이며, 오래가는 자질들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컴퓨터로 만들어진 세계와 같은 착각이다. 우리 인류가 마음속에 문화 자본을 축적했다는 사실은 분명 대단한 성취이자 업적이다. 인류는 세상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과학이론의 토대를 세웠고, 아름답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그림과 음악, 문학을 창조하였으며 사회 전반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법규 체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런 훌륭한 장치들도 인간의 마음을 벗어나서는 본질적인 가치가 없어진다. 인간의 모든 의식과 생각, 즉 정신이란 분해되고 용해될 운명에 놓인 원자의 집합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존재와 의식은 항상 무에 가까워지고 있다.

우주관에 대하여
우리는 시간의 대혼란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 동시에 그 흐름을 알고 있다. 우리는 공허의 일부가 아니며 양자 진공의 변동도 아니다. 언젠가 육신의 원자가 흙과 공중으로 흩어지면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살아 있고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있다. 책상 위에 올린 손이 보이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사로운 볕에 태양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창밖을 내다보면 해안가로 이어지는 소나무 오솔길이 보인다. 우리는 우주에서 온 물질일 뿐만 아니라 정확히는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의 결합체다. 우리 신체를 구성하는 원자는 별들의 핵반응에서 하나씩 만들어진 후 우주로 던져졌다. 수백만 년 동안 소용돌이치고 응축되어 행성으로, 단세포 생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인간이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말 그대로 우주의 일부분이다. 유기체와 무기체 두 가지 물질로 우주가 구성되었다는 널리 퍼진 믿음과는 반대로, 우주에는 단 한 가지 종류의 물질만이 존재한다. 바위, , 공기, 나무, 인간 등 모두 같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의식에 대하여
우리의 사고와 감정, 자아 인식, 그리고 나다움의 느낌은 너무나 압도적이고 독특하며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은 완전히 물질적인 원자와 분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를 비롯한 다른 생명체들이 그저 물질에 불과할 수 있다니, 불가능한 얘기로 들린다. 그러나 무기체로부터 생명을 창조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있는 합성 생물학자들에게는 공식의 기본값에 불과하다.




저자의 초기 작품 <메인의 섬에서 별을 찾아서>와 매우 비슷하게, 이 책은 무거운 주제에 대해 상대적으로가벼운 읽을거리이다. '빅뱅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로부터 '무에 관하여', '불멸', '기적', '생명체는 정말 특별한가?' 17개 주제로 구성돼 있다. 요점은 이 책이 어떤 식으로든 기술 과학 서적이 아니라, 소설가이자 수필가로 전향한 이론 물리학자 개인의 사색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저자는 정말 구체적으로 인생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앞서 언급한 거대한 질문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저자의 개성적인 통찰과 명상은 매혹적이고 위로가 된다.


저자의 필력은 소재만 과학일 뿐, 여느 문필가보다 부드럽고 매력적이다. 특히, 부활절 달걀처럼 이 글의 곳곳에 숨겨진 다채로운 직유는 과학적 사고방식의 이해를 돕는다. 예컨대 태양과 같은 거대질량이 트램펄린 위에 볼링공처럼 가라앉을 때 그 아래 매트를 접는 것처럼 공간을 구부린다고 설명함으로써 공간과 시간의 기하학은 질량과 에너지의 영향을 받는다는 예시를 통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한 비교는 과학을 잘 모르는 필자에게 큰 도움을 준다.




그의 전작들은 주로 무한의 본질, 우주의 기원, 비생명체로부터 생명을 창조하는 프로젝트 그리고 의식의 의미 등을 다룬다. 빅뱅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묻는 질문에서 저자는 우주 기원의 양자 안개 속에서 인과관계가 녹아내릴 수 있다'는 시각에서 인과관계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느냐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우주 생물중심주의'에서 '우리의 우주에서의 삶은 프라이팬 속의 섬광, 우주 속의 시공간이 펼쳐지는 순간'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존재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다. 우주에 인류를 제외한 다른 생명체가 거의 없을 거라는 생각은 우리에게 다른 생명체와 이루 말할 수 없는 교감을 염원하게 한다. 저자는 다른 지적인 존재들 역시 과학과 예술을 창조하여 우주적 존재의 파노라마를 기록하려 시도하며, 이러한 열정을 공유할 것이라 말한다.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쉽게 설명하면서 감동적인 산문을 만드는 저자의 능력은 희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책은 우주의 범위와 그것을 이해하는 우리의 한계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하고 이해하는 즐거움을 준다. 이론 물리학에서는 확답을 거의 주지 않지만,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유라는 마음의 사치를 마음껏 누리면 될 테니까.

 

#과학 #이론물리학 #천체물리 #모든것의시작과끝에대한사색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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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
앨런 라이트먼 지음, 송근아 옮김 / 아이콤마(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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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물리학자, 천체 우주학자의 필력 넘치는, 거대 질문에 화답하는 철학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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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아니라 몸이다 -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몸의 지식력
사이먼 로버츠 지음, 조은경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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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은 종방된, 국민적 인기를 구가하던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꼭지 이야기. 영세한 식당을 운영하며 갖은 고생 끝에 마침내 경제적 자유를 얻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화려한 복장으로 고급 식당을 찾아 비싼 음식으로 호사를 누리려는 순간, ‘이모, 여기요~!’ 하고 종업원을 호출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옆 좌석의 고기를 구워주며 식기 전에 얼른 드시라고 권유한다. 마음은 잊었어도 몸이 기억한다며 누려~!’라는 말로 큰 웃음을 선사한다.

 

#2.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예비군 아저씨들의 훈련장 모습. 의장대 출신 예비군과 현역 간의 소총 묘기 시범에 경쟁이 붙었다. 허술한 복장과 긴 머리카락, 살짝 나온 아랫배에도 불구하고 예비역들의 절도 있는 군무는 도저히 예비역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현역들의 열렬한 박수 세례가 쏟아지고 다들 엄지 척이다. 군대 경험자라면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더우나 추우나 고된 반복과 질타 속에 온몸을 던져가며 배운 군무를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저자는 이 책의 부제처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몸의 지식력’, 즉 체화된 지식의 원천은 역설적으로 뇌가 아니라 몸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을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재빨리 인식하고,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고, 뇌를 감싸는 도구가 아닌 지성의 근원이라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르네 데카르트와 그의 후계자들이 이어왔을 것으로 짐작되는 서양 사상의 무덤에서 인체를 소생시키면서, 우리가 지식을 창출, 인식, 처리, 보존하는 방법에 대한 대중적 오해를 바로잡아보려 한다.


이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되었다. 1몸인가 정신인가에서는 정신이 우리의 지능과 지식에 관한 생각을 지배해온 과정을 살펴보고 정신과 몸을 최초로 구분한 철학과 정신이 이성과 지능의 영역으로 흡수된 과정을 살펴본다. 이성과 감정을 서로 떼어놓고 이성이 감정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현대적 지적 기술과 GPS, 빅데이터, 교육을 통해 이런 시각이 표현된 방식을 배우고 정신 우선적 접근 방식의 결과와 개요를 소개한다. 데카르트의 격언에서 시작하여 오늘날 서구식 인식론이 위기(?)를 맞이하게 된 배경을 추적한다. 서구에서 뇌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유래를 알아보고, 첨단 기술과 빅데이터 중심의 세상에서 우리가 직접 세상을 경험해보아야 할 이유를 말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세상을 머리로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반드시 몸을 통해 겪어보아야 할 의의를 강조한다.


2몸의 학습법에서는 몸으로 익혀 체화된 지식을 발전시키고 즐기는 방법을 제시하며 이에 관련한 특징들을 살펴본다.

관찰: 인간은 몰입과 모방을 통해 지식을 얻는다. 체화된 지식을 얻으려면 관찰을 통해 배우는 방법부터 알아야 한다. 눈으로만 관찰된 지식은 체화되지 않으며 기술적으로 가르칠 수도 없다.

연습: 몸은 반복된 행위를 통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다.

즉흥성: 실용적인 체화 인지를 통해 익숙하지 못한 것에도 잘 반응하고 적응할 수 있다.

공감: 우리는 몸을 통해 타인의 의도, 감정, 느낌을 이해한다.

보유: 이렇게 얻은 체화 지식을 보유함으로써 우리 몸이 경험한 것을 기억하고 다시 불러낼 수 있다.


3몸의 지식력 활용에서는 이렇게 습득하고 보유한 체화 인지가 사업, 정책 입안, 정치 분야, 예술과 창의성 및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는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하며, 특히 최근의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 그리고 진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저자는 우리의 지능이 그저 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능은 우리가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거나 특정한 행동을 수행하게 만드는 규칙이나 명제의 집합으로 프로그램될 수 없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우리 몸의 상호작용과 세계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우리 몸은 지식을 얻는다는 것이다. 르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은 우리가 마음을 가진 정신적 존재임을 뜻한다. 이는 객관성 개념의 출발점으로 사물을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그다음 이어질 행동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마음과 몸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이루어졌고, 우리는 생각하는 능력 덕분에 우리의 존재를 인식한다. 모든 세부적인 것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데카르트 방식을 따르면서 일관된 작업의 방향성을 갖게 되었다. 최첨단 기술력과 인공지능을 응용한 프로그램 덕분에 오늘날 인간의 작업능력은 과거보다 무척 정교해지고 있다.


철학과 실제 세계를 결합한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말이 안 되는 것을 말이 되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그는 체화된 지식은 세상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동의어라고 말한다. 이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환경에 완전히 몰입하는 기이한 다수의 사례로 제시된다. 염소나 여우로 빙의하여 실제 동물의 삶을 체험하는 생물학자들의 광기 어린 실험으로부터 실제 난민 캠프에서 그들과 똑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지내보는 체험 행사, 건전지 회사의 중역들이 거의 야생상태 수준인 국립공원에서의 캠핑을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어떻게 인식하고 사용하는지 실태를 파악해보는 시도 등이 그러하다.


우리는 종종 마음은 생각하는 반면 몸은 마음이 원하는 것에 반응한다는 식으로 마음과 몸을 개별적으로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내면적이고 신비로운 것으로 여겨지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몸은 공개적으로 관찰 가능한 대상으로 본다. 이러한 심신 이원론은 철학, 과학, 그리고 사회학에서 수없이 많은 생각의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아마도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업을 이끌어 가거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거나, 사회적 매개체로서 생각하는 방법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저자는 우리 몸이 '체화된' 지식을 수집하고, 회상하고, 적용하는 방법을 지적함으로써 그의 접근법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데카르트적 심신 이원론의 가려진 이면을 진지하게 반박한다.




이 책은 마치 위기의 인식, 해결책 제시, 결과 돌아보기와 같은 비즈니스 사례 연구처럼 구성되었다. 비즈니스 인류학자라는 독특한 배경을 반영하듯 기업 운영에 관련된 사례로 집중되기는 하였으나, 인용된 일화는 대체로 실용적이며 과학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뒷받침된다. 저자는 널리 알려진 과학적 사실과 발견, 진지한 질문, 우스갯소리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탈하고 때로는 웅변적이며 솔직한 대화법을 구사한다.


끝으로,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다음 도약을 위한 열쇠라는 점을 보여준다. 빅 데이터 및 무차별적 강제가 아닌, 경험과 확률에 기반한 신경망인 AI와 같은 미래형 도구는 인간의 지능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 성과를 입증하였으며, 이것의 중요성은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에서 정치, 비즈니스 또는 사회 정책에 분야에 이르는 모든 질문은 결국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저자는 우리 몸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초능력이니 마음껏 즐기고 기뻐하자는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인문 #뇌가아니라몸이다 #생각하지않는힘 #심신이원론반박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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