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라이프 - 빈민가의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
하킴 올루세이.조슈아 호위츠 지음, 지웅배 옮김 / 까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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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ain't nothing but a heartbeat away,

I'm living life, do or die, what can I say

I'm 23 now, but will I live to see 24

The way things are going, I don't know

 

죽는 건 아무것도 아냐 바로 곁에 있을 뿐

죽든 살든 내 인생 사는 거야, 무슨 말이 필요해

이제 스물셋인데 살아 스물넷을 볼 수 있을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잘 모르겠어.

 

< from Gangsta’s Paradise by Coolio >

 

1. 줄거리

저자 하킴 올리세이의 어릴 적 이름은 두 개였다. ‘제임스 플러머 주니어는 수학과 과학에 타고난 재능을 지닌, 끊임없이 사물의 개수를 헤아리고 물건 분해하기를 좋아하며 종종 소심한 겁쟁이로 오해받는다. 또 다른 소년 릴 제임스는 망가진 가정과 떠돌이 생활을 비롯해 사촌들의 펀치력 측정용 샌드백 역할 등 수많은 고난에 직면하며, 이스트 뉴올리언스, 휴스턴의 서드 워드,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의 왓츠 거리에서 먹잇감을 노리며 배회하는 갱 단원들을 피해 숨어다니기 바쁘다.

 

지식에 목마른 하킴은 끊임없이 책을 찾아 탐독하며, 그의 어머니가 없는 돈을 털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전 세트를 들여놓았을 때 뛸 듯이 기뻐한다. 그가 열 살 때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책은 다 외우고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교수님이라 불렀다. 영특한 머리로 한 학기 동안 배울 교과서 내용을 하루 만에 다 읽어내니 학교 수업이 따분해져 선생님들께 딴지 걸다 쫓겨나기 일쑤였다. 6학년 당시 그는 학교 검사에서 IQ 162의 천재로 인정받았으나, 권총을 소지한 채 마리화나를 파는 용돈 벌이에 나선다. 결손가정에 불안정한 수입으로 생활 터전이 반복적으로 뽑혀 나가면서 그는 미국 전역의 가장 힘든 도시 지역을 돌며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했다.

 

미시시피주 시골에서의 청소년 시절, 그는 동물 사냥법을 배우고 가족 사업을 위해 마리화나를 재배-밀매-청소하는 일을 한다. 이 지역의 나이 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나이 불문하고 모든 백인 남녀를 아직도 마님선생님으로 부르고 있었다. 학교에서 소문난 문제아였던 그는 훈육이란 더 큰 처벌을 불필요하게 만들어주는 훈련이라는 개념을 심어준 훌륭한 음악 선생님을 만나 수자폰 연주법을 배우고 밴드에 합류한다. 이미 5학년 때 물리학에 반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친구가 되고팠던 그는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터득하고 특수 상대성 이론의 개념을 게임으로 코딩하여 미시시피 주립 과학 박람회 물리학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다.

 

대학 진학자금이 궁해진 그는 공부도 하고 핵 기술자도 될 수 있다는 말에 해군에 입대한다. 하지만 2년 후 아토피 피부염 진단을 받으면서 선상 근무 부적격으로 강제 전역당한다. 친구의 권유로 미시시피 잭슨에 있는 투갈루 대학에 등록하였으나 그의 뛰어나지만 엇나간 능력은 마약쟁이라는 오명을 안겨주었고, 동료 학생들에게 마리화나를 팔던 그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소중한 시간과 마음의 평화를 잃으면서 결국 심각한 마약 의존증 환자가 된다. 그의 이중생활은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스탠퍼드 대학의 대학원 물리학 프로그램에 합격하는 와중에도 계속된다. 그의 아내와 멘토의 도움으로 그는 결국 내면세계의 악마들을 만나 결판을 짓고, MIT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중책을 맡는 천체물리학자로서 큰 성공을 거둔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우여곡절과 때때로 드러나는 인간성의 어두운 면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창조하면서 그의 반전 넘치는 이야기에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2. 퀀텀 라이프의 의미

우리는 믿기지 않는 험한 삶을 살아낸 하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그가 얼마나 놀랍도록 훌륭한 사람인지, 그리고 그가 거둔 성공의 가능성이 얼마나 희박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낙후된 미국 남부지역의 빈곤한 삶 속에서도 튜바 연주자가 되고, 지역 흑인 대학에 진학하고, 십 수년간의 마약중독에서 벗어나 재활치료에 성공하고, 마법과도 같이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자신과 같은 빈민촌 출신 학생들을 위해 후학양성에 헌신하는 학자로 변모하는 경우의 수야말로 양자가 양자 터널을 빠져나오는 확률만큼이나 드물기 때문이다. 책 제목 퀀텀 라이프는 하킴의 인생 역전과 인간 승리를 지극히 희소한 확률이지만 무한한 반복과 시도 끝에 결국 터널을 벗어나는 양자에 빗대어 지은 것이다.

 

특징적으로 이 책은 만성적 빈곤, 인종차별, 교육 기회의 박탈, 마약중독, 부서진 가정, 무너진 공동체 등 하킴을 비롯한 남부지역 출신 가난한 흑인들의 암울한 삶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그의 화법은 세련되지 못한 길거리 말투 그대로여서 무슨 박사학위 소지자의 언어가 이 모양일까 싶어 종종 불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직설적인 언어를 여과 없이 사용함으로써 길거리 인생들을 생생하고 사실적인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킴과 그의 동료, 가족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직면했던 환경은 너무나 끔찍하고 파괴적이며, 당연히 품위도 없을뿐더러 물질과 정신 모두 절대 빈곤선상에 있어 도대체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현실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피상적인 간접 경험과 머리로만 알고 있던 독자라면 하킴의 이야기는 더욱 큰 느낌으로 피부에 와닿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나이, 인종, 성별과는 별도로 개인의 노력과 성취를 매우 높이 인정하는 미국인들의 성향을 참작하더라도, 하킴 이야기의 성공적인 결말은 때로 그의 지적 능력과 업적을 자랑삼아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희박한 가능성을 언급하려면 그 부분은 꼭 포함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실패담과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밑바닥 현실, 아쉬움과 실망스러움, 개인적인 치부와 아픔을 묘사할 때에도 솔직함을 숨기지 않는다. 그의 지적 발전에 대한 엄청난 학문적 도전뿐만 아니라, 그의 생존을 위협하던 함정과 폭력, 우회적이지만 노골적인 인종차별 위협 역시 가감 없이 잘 묘사함으로써 영화 속 반전보다 더 극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3. 인생의 조력자

하킴의 이중생활이야말로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꿈을 이룬, 미국의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 아닐까. 우리는 그의 눈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미시시피주의 동네 뒷골목을 공짜로 구경하기도 하고, 스탠퍼드 대학의 교정을 둘러보며 왜 아무도 다람쥐를 잡아먹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순진한 모습에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또한, 더 많은 배움과 지식에 대한 갈망에 반비례하듯 종이로 인쇄된 읽을거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인간이 달에 발을 내디뎠던 똑같은 20세기인데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싶은 열악한 가정환경을 통해 경제적 빈곤이 정신적 빈곤으로 이어지는 현실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하킴의 인생 역전극 이면에는 학교 소유의 최신 컴퓨터를 집에서 쓰게 해달라는 무리한 부탁을 들어준 교사들과 마약중독자임을 고백한 그에게 퇴학 처분 대신 무한한 신뢰로 새로운 기회를 주었던 지도교수 등 끝없이 그를 지지하고 바라봐준 다수의 조력자가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4. 맺는말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매우 간결하다. 별은 우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별의 모든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알아볼 수만 있다면, 우리는 희망을 품을 수 있으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미국 과학계가 지금까지 대부분 백인 남성으로 채워져 유지됐다는 제도적 모순을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하킴의 존재 자체에 각별한 의미가 있음을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세상과 우주의 아름다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 불타오르는 욕구가 어떻게 한 사람의 가슴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이 또한 어떻게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별들과 함께 밝게 빛날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의미심장한 책이기도 하다.

 

#과학 #퀀텀라이프 #하킴올리세이 #까치글방 #천체물리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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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라이프 - 빈민가의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
하킴 올루세이.조슈아 호위츠 지음, 지웅배 옮김 / 까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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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반전 넘치는 어느 천체물리학자의 인생극장 이야기. 인생은 역시 운칠기삼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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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법 사전 - English Grammar Dictionary
김정호 지음 / 바른영어사(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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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한국의 영어 학습자들에게 영문법이란 영원한 숙제이자 애증 쌍곡선이 교차하는 단어이다. 문법이라는 말 자체에서 친근감보다는 규칙과 질서의 느낌을 더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법에 통달한 사람이라도 실제 드러내는 영어 사용능력을 보면 천차만별이다. 문법을 잘 안다고 해도 주로 시험 문제 풀이용이며, 실제 사용능력은 턱없이 모자라거나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영어를 배우면서 문법을 모른다는 것은 한양에서 김 서방 찾기나 매한가지다. 그래서 죽어라 공부를 하지만 여전히 영어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떨치기 어렵고, 여유 부리며 공부를 게을리해도 언제나 걱정은 떠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영어가 가지는 의미 또한 각별하다. 제도권 교육의 입시 학과목으로, 취업 및 진급 시험으로, 외국어 공인성적으로, 생업용으로, 또는 취미 이상의 문화 자본으로서 우리나라만큼 영어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영어 관련 서적이 넘쳐나는 나라도 드문 것 같다.


그러나 영어도 하나의 언어체계이고 이를 유지하려면 규칙이 필요하며, 영문법 학습은 여전히 중요하다. 대표적인 영어권 국가인 미국에서 아직도 문법과 라틴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많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한때 영어 학습의 광풍이 불어 온갖 검증되지 않은 학습법들이 학습자들을 현혹하던 시기도 있었다. 문법이 어렵다면서 쉽게 배울 방법만 찾으려 들어도 곤란하다. 자신의 수준에 걸맞은(또는 살짝 쉬운) 기본 영문법 책을 하나 골라서 정확하게 익히는 게 최선이다. 연륜 있는 영어 학습자라면 일본식으로 번역된 영문법 서적에서 벗어나 영어는 영어로 배워야 한다는 시대의 흐름을 기억하시리라. Grammar In Use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고 필자 역시 그런 흐름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주위에 많이 권유하곤 하였다. 그러나 영어 학습의 진입 시기가 빨라지고 장벽이 많이 낮아진 요즘, 대세이던 기존 영문법 서적의 구성을 학습자의 공부 환경과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그런 맥락에서 영문법 분야에서 자칭 문법의 신으로 알려졌으며, 학습자가 배운 문법 지식이 쓰기와 말하기의 생산적 언어능력으로 이어져야 할 당위성을 설파해온 ‘Tommy’ 김정호 선생이 펴낸 최근 영문법 사전을 살펴본다.


 

1. 친절하고 상세한 서술형 설명

이 책의 외관상 산뜻하고 청량감을 주는 감청색과 견고해 보이는 가죽 양장은 시각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과 자연스레 책을 들춰보고픈 호기심을 자극한다. 찾아보고자 하는 문법의 요점을 미사여구 없이 필요한 문법 지식과 적용 가능한 사례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의 주요 독자는 당연히 한국인 학습자라는 전제하에, 각 문법 개념에 대한 설명은 한국어식 논리 및 문법 구조와 인지 방식을 잘 적용한 것 같다. 서두에서 밝혔듯, 저자는 앞으로 한국인 학습자를 위한 영어 문법서는 풀어쓰는 서술형위주의 설명이 주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 체계적인 용례와 기출문제

저자는 이 책에 수록된 모든 문법 요점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한 후,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도표를 통하여 체계적으로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고 있다. 기존의 영영 사전식 문법서가 한국어로 해석된 문장을 제시한 데 비해, 설명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자국어화하려는 저자의 시도를 높이 살만하다. 또한, 각 문법 요소를 설명하는 23개의 항목 말미마다 적절한 개수로 제시된 기출문제를 통해 문법 학습의 현실감을 높여주고 있다. 사실 문법 설명에 딸린 연습 문제들은 모두 필요에 의한 장치로서, 문법의 이해를 강화하고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설정된 것이라 학습 과정에 꼭 필요한 것이다. 문제별 해석과 해설을 바로 보고 확인하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 답이 눈에 너무 잘 띄어 정답이 뭘까 궁금해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다. 기출문제의 출처를 밝혔다면 현실감은 더욱 커졌을 것 같고, 답은 단원 끝이나 책 뒷부분 부록에 제시해도 좋았겠다.



 

3. 맞춤식 예문 배열

이 책에 제시된 예문의 개수는 2,688개에 이른다. 한국어 학습자는 한국어로 먼저 생각을 하고 영어문장을 떠올리는 순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모든 예문에 우리말 뜻을 먼저 제시하고 영문으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실제 해당 문법이 적용된 다양한 문장을 예시함으로써 해당 문법의 개념과 그 용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로써 한국인 학습자들이 사용하려는 문장의 의미를 먼저 숙지한 상태에서 영어문장의 문법적 구조를 학습할 수 있어 영문법 학습의 효과를 높여준다. 각 문법 내용에 해당하는 어휘는 중학교 교과서 수준의 평이하고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문장 위주로 구성되어 실용성을 살렸다.

 

4. 강력한 색인 기능

기존의 영문법 책과 가장 색다른 부분은 색인 기능의 차별화 아닐까 싶다. 대개 명사로 시작하는 품사별 순서가 일반적이었다면, 이 책의 색인은 영어-한글-영작 순이며, 기본적으로 철자 순으로 배열되었다. 게다가 흔히 후반부에서 찾게 되는 색인을 도입부에 배치함으로써 차별성을 갖는다. 학습자는 색인을 통해 필요한 문법 설명을 손쉽게 찾을 수 있으며, 따라서 해당 문법 정보를 획득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영 언어별로 구체적인 개별 단어, 문법 용어, 표현 등이 총망라되어 있으며, 짧긴 하지만 문장 단위 색인도 어휘별로 세분되었다. 이 책의 강력하고 손쉬운 색인이야말로 가장 돋보이는 기능이다. 사실 작정하고 문법책을 한 번에 다 읽어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므로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는 게 좋다. , 줄줄이 읽기보다는 다시 찾아보는 게 편하다는 뜻이고, 이 책은 그런 기능에 충실하도록 고안되었다는 얘기다.




5. 기타

영문법 사전이라는 제목만 보면 언뜻 묵직한 무게와 부피가 연상된다. 기존의 휴대용 사전과는 달리 처음부터 탁상용으로 고안되어 휴대하기에는 다소 불편하다는 점에서 떨어지는 이동성을 참작해야 한다. 그러나 어쩌랴, 애초부터 이동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은, 가정 상비용 영문법 백과사전인 것을. 제법 두툼한 두께에 분량도 적지 않기 때문에, 첫 장부터 한 장씩 넘기며 이 책을 다 읽어내리라는 의욕을 불태울 학습자는 매우 드물 것 같다.

 

6. 맺는말

아무리 훌륭한 학습 교재라도 학습자의 동기와 의욕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영문법 학습서는 문법 지식만을 나열하거나 설명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학습자에게 영어로 생각하도록 하고, 말을 시키고, 글로도 써보게 만드는 기능을 포함해야 한다. 학습자가 스스로 자신의 학습이 나아갈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학습서만으로도 말과 글의 사용능력까지 체계적으로 일궈내 주는 그런 학습서가 필요하다. 비록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학습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쪼록 영어 학습자들이 이 책을 통해 영문법 학습서가 복잡하지도, 딱딱하지도, 어렵지도 않을 수 있음을 경험해보시길 바란다.

 

#영어 #영문법사전 #타미김정호 #바른영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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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법 사전 - English Grammar Dictionary
김정호 지음 / 바른영어사(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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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영어학습자들에게 최적화된 영문법 사전. 강력한 색인 기능으로 빛을 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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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습관 - 하버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세계 엘리트들의 공통된 9가지 습관
오카다 아키토 지음, 이정미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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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개봉하여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쿵푸 팬더’를 기억하시리라. 절대 고수 우그웨이 대사부의 예언에 따라 낙점되긴 했으나 용의 전사가 되기에는 터무니없는 몸매와 아둔한 신경을 지닌 주인공 포는 사부들로부터 온갖 멸시와 냉대를 당하면서도 쿵푸에 대한 무한한 사랑, 자신의 존재에 대한 굳은 믿음, 그리고 용의 전사로 예정된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성공적인 변신의 근원을 전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배움의 방식 또는 습관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움의 습관으로 운명이 바뀐 것은 비단 포의 경우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을 배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절실함에서 오는 동기부여라고 믿어왔고 앞으로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용의 전사가 되어야 할 이유와 분명한 목표를 깨우친 포의 경우, 들숨과 날숨의 호흡처럼 배움의 수단과 방법을 자연스레 익힌 것으로 표현된다. 텅 빈 용문서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세상 난관을 헤쳐갈 비법은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아직도 어딘가에 그 비법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믿으며 애써 찾아 헤매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는 하버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출신의 세계적 석학들에게서 9가지 공통된 배움의 습관을 발견했으며 이 책을 통해 이토록 다양하고 검증된 학습법을 제시한다는 자부심을 지녔다. 그는 잘 배우기 위해 모두가 수재나 우등생이 될 필요는 없으며, 다만 연습을 꾸준히 반복하면 습관이 되고 이 습관이 곧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생활의 달인’과 같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반복과 꾸준함의 결과가 우리 삶 곳곳에서 대단한 위력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저자 역시 30년 이상 내공을 다져온 배움의 습관으로 인생이 달라진 산 증인이기에 이 책을 계기로 잘 배우는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책에 제시된 ‘잘 배우는 방법’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방식이 대부분이며 자칫하면 싫증 나게 들릴지도 모른다. 어떤 분야든 성공하는 방법은 많아도 자신만의 방식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요는 배움으로부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초심자일수록 오래도록 꾸준히 배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저자는 배움이라는 행위야말로 인생의 모든 일에서 기초이며, 배움이 지식을 머릿속에 주입해 인위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다만 적극적으로 즐겁게 배우는 방법을 모를 뿐이며, 배움 자체는 들이쉼(지식의 획득)과 내쉼(지식의 표출)처럼 자연스러운 호흡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많은 이들이 배움의 방법을 바꿈으로써 더 깊이 있고, 더 널리 쓰이며 중요한 기본을 익혀 어떤 방면으로든 적용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지식이 모든 사회활동에서 비약적으로 중요해지는 21세기를 지식기반사회라 부른다.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함)의 머리글자를 딴 두문자어(頭文字語)로 흔히 흔히 VUCA 상황으로 비유된다. 미래 세대에는 지금까지 익힌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며 필수적인 핵심 능력(key competence)이 요구된다. 변화에 대응하고, 다문화와 다언어 사회에서 소통을 통해 협력하며, 비판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당장 코앞에 닥친 나의 현실을 배움의 모델로 삼아보자. 아마도 곧 닥칠 은퇴 이후에는 무엇으로 생계를 이으며 어떻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것인가가 현재로서는 던질 수 있는 가장 진지한 질문이겠다. 지금까지 배우고 익혀 누군가를 가르칠 줄 아는 재주가 있긴 하나, 인생 2모작 시기에도 여전히 같은 일을 이어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새로운 분야에 적응하고 그에 필요한 새로운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나만의 체계적인 배움의 틀이 필요하다. 그래서 늘 하던 생각이지만, 골프나 배드민턴 같은 회전운동은 자세가 절반인 것처럼 배움 역시 그러하다고 본다. 다행히도 인간의 학습능력은 꽤 끈질겨서 나이가 들어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젊은 세대에 비해 뒤처지는 학습 속도는 업무상 경륜과 폭넓은 이해력으로 만회해볼 만하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인공지능이 미처 감당할 수 없는 ‘인간다움’을 지녔을 뿐 아니라, 운 좋게도 배우는 방법을 상세히 기술한 이 안내서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제 저자가 제시하는 배움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습관들을 간단히 살펴보자.

관찰하기: 인간은 정보 수집의 85%를 시각기관에서 얻음. 대상을 자연 상태 그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실제로는 매우 어려움.

경청하기: 입은 하나이고 귀는 두 개인 이유는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 타인의 말을 배로 잘 들어야 하기 때문. 듣기만 잘해도 상대방의 공감과 신뢰를 얻으며 자기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함.

생각하기: 논리적 사고력은 소통의 핵심이며 문제 해결의 단서.

모방하기: 흉내 내기는 지식 획득의 본질적 기법. 피카소의 예술 세계는 완전한 무로부터의 창조가 아닌, 기존 예술의 정수를 잘 융합한 결과임.

기록하기: 기록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생각하는 ‘사고 정리 전략’의 하나. 손글씨는 전자기기와는 다른 형태의 신호로 두뇌를 자극함.

의견제시: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동양권 국가들이 약한 부분. 글로벌 사회에서는 소극적 태도라 보여 환영받지 못함. 상대방과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함.

질문하기: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타인의 의견을 듣고 이해하는 중요한 소통 기술. 최고의 답변은 최고의 질문에서 나옴.

비판하기: 비판은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서로 더 잘 이해 하는 칭찬받을 행위. 구태의연한 방식이나 생각보다는 새로운 시점을 명확한 근거로 표현하고 수용하는 기술이 필요함.

퍼포먼스: 연극적 요소를 도입한 학습법, 발표와 토론을 위한 표현력을 의미. 인풋을 효과적인 아웃풋으로 이끌기 위함이며 연기를 통해 표정, 목소리, 몸짓 등의 감정 표현을 풍부하게 하고 타인과 협동하는 능력을 배움.

이들 습관 가운데 모방하기의 대표적인 적용 사례가 바로 팝송으로 영어 배우기이다. 가령 비틀즈의 <Love Me Do>를 선택했다면 ‘가사 없이 듣기-가사 보며 듣기-가사 보며 따라부르기-가사 없이 따라부르기 순서로 연습하기’로 진행하며 실제 학교 현장에서도 흔히 쓰이는 방법이다. 이는 시험 합격과 승진 등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적 동기부여보다는 배우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종합적 동기부여가 언어 습득에 더 도움 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자가 분석, 제시하는 배움의 습관은 대부분 세계 유수 대학들이 실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에 적용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며, 그가 직접 학습자로서 경험해보았거나 교습자로서 수업에서 그 효능이 입증된 것이라 신빙성이 매우 높다. 때로는 그런 세밀한 방법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다고 하니 우리네 학교 수업 방식에도 최대한 도입되기를 바라본다.

끝으로, 저자는 배우는 행위가 학습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노래 또는 악기 연주가 되기를 바라며, 궁극적으로 배움의 습관이 우리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그가 제시하는 배움의 틀을 자신에게 잘 맞추고 연마하여 학습 습관과 인간관계, 그리고 인생이 바뀌는 노력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경천동지할 인생의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을 통해 최소한 배움의 자신감을 얻고 독자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면 밑져야 본전 아닐까? 배움에 목말랐거나, 공부할 의지는 있어도 효과적인 방법을 몰랐거나, 진전없는 공부에 지쳐 신선한 자극을 원하거나, 공부 좀 해 둘 걸 하며 후회하고 있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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