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가슴에는 찬바람 일찍 부는 법.
어떤 이들은 마음으로 벌써 한겨울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슬픈 일입니다.
누구라도 수십의 가을을 누리고 나면 이승을 떠나야 합니다.
그래서 잎새 떨구며 퇴색하는 가을이 아쉽고, 생각은 깊어가고, 골똘한 생각의 끝이 아! 하는 탄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도 하는! 가을입니다.
기억하시지요?
깃발도 바람도 아니고 마음이 나부끼는 것이라던 조사의 말씀.
큰 나무가 잎사귀를 바람에 다 맡겨버리는 일이 그 말씀과 다르지 않습니다.
마음은 나뭇잎도 흔들고, 당신의 옷깃도 흔들고, 가난한 세상도 흔듭니다.
가을, 바람 부는 날.
우리들 마음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눈에 보이는 몸똥이가 마음을 가려서
마음은 정작 어려운 물건이 되는 것처럼
눈에는
움직이고 형상 있는 것이 먼저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새떼를 버리고 빈자리를 보아야 한다니 그도 어려운 노릇입니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흰 종이가 본래 바탕이듯
허공이 본래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
마음 두고 살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