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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9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평점 :
끊임없이 죽음과 함께 하는 사람의 삶에 대한 사색들.
생각해 보면 우린 정말 살기 힘든 시대에 태어났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어느 시대도 지금보다는 살기 쉬웠을 거야. 인간은 어차피 고통과 싸우게 태어났으니 고생이 없을 수는 없지. 지나치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아. 하지만 이제는 어려운 결심을 해야 할 때야. 파시스트 놈들이 공격을 해 왔으니까 우린 결심을 한 거지. 우리는 살기위해 싸우고 있어. 하지만 아까 그 나무에 손수건을 비끄러매었다가 낮에 다시 가서 알을 찾고, 그 알을 암탉에게 품게 해닭장에서 꿩 새끼를 키우고 싶구나. 그렇게 사소하고 평범한것이 마음에 들어. 하지만 네게는 집도 없고 집이 없으니 안마당도 없지, 하고그는 생각했다. 네게는 내일 싸우러 갈 형제가 하나 있을 뿐가족도 없어, 바람과 태양과 공복을 느끼는 창자가 있을 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그런데 이제는 바람도 거의 없고, 태양도 없구나. 있는 것이라곤 주머니에 들어 있는 수류탄 네 개뿐인데, 그것도 던질 때밖에는 쓸데가 없지. 등에 카빈총을 메고는 있지만 이것도 남에게 총질할 때만 소용이 있어. 하지만 전달해야 할 보고서가 한 통 있잖아. 그리고 땅에 깔길 배설물을잔뜩 배 속에 넣고 있을 뿐이야, 하고 그는 어둠 속에서 히죽웃었다. 또 넌 그것에 오줌 칠을 할 수도 있어. 네가 가진 모든것은 죄다 남에게 줄 것뿐이구나. 넌 철학의 천재요 불행한 인간이로구나, 하고 그는 혼자서 생각하고 또 한 번 씁쓸하게 웃었다. - P220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할 일들을 얼마나 많이 모르고 있는가? 나는 오늘 죽지 않고 더 오래 살고 싶구나. 이 나흘 동안 삶에대해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난 노인이 되어 진실로 삶에 대해 아는 사람이되고 싶어. 인간이란 언제까지나 계속 배워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마다 정해진 양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좀 더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 P243
그는 자신이 보잘것없다는것을 잘 알고, 죽음이 별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았다. 자신이아는 다른 것들 못지않게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며칠 동안 그는 또 다른 인간과 한마음이 됨으로써 자신이 정말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것이 예외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예외를 우리가누렸던 거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 점에서 난 참으로 행운아였어. 어쩌면 내가 그것을 구걸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어졌는지도 몰라. 그건 빼앗기거나 잃어버릴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하지난 그것도 이제 이미 지난 일이고, 오늘 아침으로 모두 끝난 일이지.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오직 임무뿐이야.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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