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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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신(神)이 인간에게 내린 절망의 텍스트다.
나는 오늘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텍스트 그 자체를 거부하였다. 나는 텍스트 다음에 있었고 모든 인간은 텍스트 이전에 있었다.
이건 오만이 아니다. 나는 이제까지 한 번도 내가 이 땅의 사람들과 같은 조건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조건이라는 말에서 다소의 불순함이 풍긴다면 기꺼이 태도라는 말로 바꿀용의가 있다.
나는 나를 건설한다. 이것이 운명론자들의 비굴한 굴복과 내태도가 다른 점이다.
나는 운명을 거부한다. 절망의 텍스트는 그러므로 나의 것이아니라 당신들의 것이다.
강민주의 노트에서 - P9

아무도 하지 않은 말, 아무나 할 수 없는 말, 나는 그런 미지의언어를 원한다.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이 세상에 새로움이란 없다‘는 식의 단언이다.
나는 낡은 생각, 낡은 언어, 낡은 사랑을 혐오한다. 나의 출발점은 그 낡음을 뒤집은 자리에 있다. 장애물이 나와도 나는 그것을 뒤집어 버린다.
세상은 나의 운동장이다. 절대 그늘에 앉아 시간이나 갉아먹으며 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
강민주의 노트에서 - P155

희극에 관해 수식할 때 사람들은 보통 ‘재미있는‘이란 형용사를 쓴다. 마찬가지로 비극에 대하여 말할 때 사람들은 슬프다거나 가슴이 미어진다는 표현을 한다.
희극은 재미있어야만 하고 비극은 눈물이 쏟아지도록 슬퍼야한다는 전제에 이미 합의하고 있는 이런 식의 관용적 어구들은상상력을 제한하는 데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그것은 너무나 단순해서 폭소나 눈물 이외의 어떤 다른 감정도 용납하지 않을 듯이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슬픈 희극도 있는 법이고 우스운 비극도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나 삶이란 이름의 연극무대에는 어떠한 전제도 의미를 갖지 않고, 때에 따라서는 어떠한 반(反)도 수용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삶만큼이나 다양한 가치와 다양한 경험을 생산하는 것은 다시없다. 사람을 이야기하는 모든 예 - P209

술의 그 무한정한 넓이와 길이의 원동력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황홀한 비극이 있다. 역시 삶이란 이름의 무대에올려진 것이다. 희극에는 결코 황홀함이 없다. 희극이 허용하는감정 이동은 페이소스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그러나 비극에는 오르가즘이 있다. 비극만이 절정에 이를 수있는 것이다. 절정이 없는 비극은 눈물의 배설에 도움을 줄 뿐 황홀함의 경지로 우리를 데려다주지 않는다. 천박한 비극이라면 우리는 이미 신물 나게 보아왔고 겪어왔다. 그것들은 때로 희극적이기조차 해서 누구의 눈물도 얻지 못하는 수가 많다.
비극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비극 말이다.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 맞춰, 비극을 상연하는 무대의 커튼은 스르르 위로 말려 올라간다. 죽음만이 그 커튼을 다시 내릴 수 있는 지겨운 공연. 앙코르도 받을 수 없는 단 한 번의공연.
할 수 있는 일은 이 비극이 황홀해지도록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듯이 황홀함에 대한 척도도 물론 다르다. 모두 자기 방식대로 내용을 완성하고 자기주장대로 형식을이끌어간다. 평가는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는 신이 내린다 해도 절정을 느끼는 것은 삶의 주인공인 바로 우리다. 황홀함은, 다른 모든 것은 다 절대자가 관장한다 하더라도, 그 감정만은 우리가 소유한다. 인간이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것. 그래서 모든 비극은 황홀감을 지향한다 - P211

모든 금지된 것은 유혹이고 아름다움이다. 죽음조차도.
_강민주의 노트에서 - P323

무대에서 다른 삶을 살아보는 일도 나쁘지 않다. 나를 떠나 전혀 다른 타인으로 변신하는 일이 이처럼 신선할 줄이야. 이건 연습때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연습은 언제라도 중단할 수 있지만,
공연은 마지막 대사를 발음할 때까지 중단할 수 없다. 마치 삶처럼.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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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상 - 비밀 노트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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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읽는 책.
전쟁중에는 감정보다는 생존을 우선시하게 되는 냉혹함이 앞서게 된다.
모든일을 생존과 직결시키는 두 쌍둥이가 무서울만큼 냉혹하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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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1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명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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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그 먼길을 떠나야 했을까.
그 모든 이유들이 꼭 헤프닝 같다.
그리고 윌리엄 포크너의 글들은 지금 읽어도 굉장히 세련된듯 하다.

듀이 델은 침대 옆에 서서 애디에게 부채를 부쳐주고 있다. 우리가 방에 들어서자 애디는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본다. 그녀는 이렇게 열흘 동안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죽음이 일종의 변화라면 그 변화를 막는 일조차 오랫동안앤스의 몫이었다. 난 어릴 적, 죽음을 단순히 몸의 변화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난 죽음을 마음의 변화로 이해한다. 즉 사별을 견디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 말이다. 허무주의자들은 죽음이 끝이라고 하고,
근본주의자들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상죽음이란, 가족 또는 세들었던 사람이 집이나 마을을 떠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 P53

듀이 델은 천천히 일어선다. 그러곤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본다. 베개 위에 놓인 얼굴은 빛바랜 청동 주상 같고,
오로지 손만이 생명을 간직한 것 같다. 무기력하나 뭔가삐뚤어지고 꼬부라진 느낌. 모든 게 소진되었으나 아직도경계하는 그 무엇 때문에 피로, 기진맥진, 고통이 미처 떠나지 않은 듯하다. 어머니의 손은 마치 죽음 이후 영면의현실성을 의심이라도 하듯이, 결코 지속되지 않을 정지의순간, 즉 죽음을 경계하려는 듯하다. - P61

죽은 바람은, 마찬가지로 죽은 듯한 어둠 속에서 죽은 땅을 훑고 지나간다. 눈이 미치는 곳보다 휠씬 멀리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땅은죽은 채 누워 있다. 온기가 나를 감싸며 내 옷을 뚫고 속살에 닿는다. 내가 말했다. 당신은 걱정이 무엇인지도 몰라.나도 모른다. 난 내가 걱정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걱정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울 줄도 모른다. 내가울려고 애쓰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뜨거운 흙 속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젖은 씨앗이 된 것 같다. - P77

그래서 난 앤스를 받아들였다. 캐시를 임신했음을 알게되었을 때 나는 사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실감했고, 임신이 바로 그 증거임을 알게 되었다. 말이란 전혀 쓸모없다는 사실도 그때 깨닫게 되었다. 말하려고 하는 내용과 내뱉어진 말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캐시가 태어났을때, 모성이란 말은, 그 단어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 의해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가진 엄마는 그런 단어가 있든 없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공포라는 말도 공포를 단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자존심이란 말도 마찬가지로 자존심이 없는사람이 만들어낸 것이고. 내가 매질한 것은 아이들이 더럽게 코를 흘리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입에서 나온 줄로 대들보에 매달려 흔들리고 스스로 꼬이면서도 서로 닿는 법이 없는 거미들처럼, 말을 통해 서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오로지 회초리를 휘두름으로써 내 피와 그들의 피가 하나 되어 흐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고독이 매일 되풀이해서 깨지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캐시가 오기까지 나의 고독이 한번도 깨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앤스와 나눈 밤 역시 나의 고독을깨지는 못했다. - P198

그리고 그는 죽었다. 그는 자신이 죽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의 아름다움, 하느님의죄에 대해 캄캄한 땅이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앤스 곁에누워 있곤 했다. 캄캄한 침묵의 소리였다. 그 안에서 말은행위가 되고, 또 다른 말이 되기도 했다. 말과 행위가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사람들 사이에는 틈이 생긴다. 늘 그렇듯이 무서운 밤, 거친 어둠으로부터 들리는 거위의 울음소리처럼 언어는 떨어져내린다. 누군가 군중 속의 두 얼굴가리키며, 너의 엄마다 혹은 아빠다 말할 때, 정신없이 그얼굴을 찾아 헤매는 고아처럼, 말은 그것이 가리키는 행위를 찾아 헤맨다. - P201

너의 삶이 시간 속으로 풀려 간다면 그건 멋진 일이지.
그저 시간 속으로 환원된다면, 멋진 일이고말고. - P240

가끔씩 난 확신할 수가 없다. 누가 미치고 누가 정상인지 알게 뭐란 말인가. 어느 누구도 완전히 미치거나, 완전히 정상일 수는 없을 거다. 마음의 균형이 제대로 잡히는것이 쉽진 않으니까. 중요한 것은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 P268

그러나 누가 미치고 누가 정상인지 말할 권리를 가진 사람이 있는지, 난 확신할 수 없다. 정상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갖가지 일을 저지른 후, 다시금 똑같은 공포와 놀라움으로 자신의 광기 어린 행위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우리 안에 들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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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듯 너를 본다 J.H Classic 2
나태주 지음 / 지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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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지나간 모든 순간, 모든 이들이 생각난다

내가 너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 P12

한 사람 건너

한사람 건너 한사람
다시 한사람 건너 또 한 사람

애기 보듯 너를 본다

찡그린 이마
앙다문 입술
무슨 마음 불편한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P26

꽃그늘

아이한테 물었다

이담에 나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 P42

혼자서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 P50

초라한 고백

내가 가진 것을 주었을 때
사람들은 좋아한다

여러 개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보다
하나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
더욱 좋아한다

오늘 내가 너에게 주는 마음은
그 하나 가운데 오직 하나
부디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는 말아다오. - P53

이별

지구라는 별
오늘이라는 하루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정다운 사람인 너

네 앞에 있는 나는 지금
울고 있는거냐?
웃고 있는거냐? - P59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P72

풀꽃 •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P74

묘비명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 P81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 P85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에 차고가득차면 문득
너는 내 앞에 나타나고
어둠 속에 촛불 켜지듯
너는 내 앞에 나와서 웃고

보고 싶었다.
너를 보고 싶었다는 말이
입에 차고 가득차면 문득
너는 나무 아래서 나를 기다린다
내가 지나는 길목에서
풀잎 되어 햇빛 되어 나를 기다린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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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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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를 예로 들어보자. 아가시는 이 순간 헛간 교실 바로 밖에서 헤엄치고 있는 모든 물고기, 그중 한 마리를 바다에서 건져올려 껍질을 벗겨보면 신이 보낸 아주 분명한 메시지를 발견하게될 거라고 했다. "인간의 육체적 본성이… 어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모르면, 인간이 얼마나 낮은 곳까지 내려갈 수 있고 도덕적으로 얼마나 졸렬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33 아가시가충격적이라고 느낄 만큼 인간과 유사한 어류의 골격 구조(작은 머리, 척추골, 갈비뼈를 닮은 돌출 가시)는 ‘인간‘에 대한 경고였다. 어류는 인간이 자신의 저열한 충동들에 저항하지 못하면 어디까지 미끈러져 내려갈 수 있는지를 상기시키는 비늘 덮인 존재였다. "인간은 [어류와] 그를 구별해주는 도덕적.지저 재능을 활용할 수도 있고 남용할 수도 있다. (...) 인간은 자기가 속한 유형 중 가장 낮은 위치까지 가라앉을 수도 있고, 영적인 높이로 올라갈 수도 있다" - P46

심리학자들은 인간으로 산다는 건 가혹한 운명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우리는 세상이 기본적으로 냉담한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고,
수십만 명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며, 자연 앞에서 무방비 상태이고,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이 결국에는 파괴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은 거짓말 하나가 그 날카로운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낼 수도 있고, 인생의 시련 속에서 계속 밀고 나아가도록 도와줄 수도 있으며, 그 시련 속에서 가끔 우리는 우연한 승리를 거두기도 한다. - P142

그렇다면 어떤 인지적 결함이 그릿을 획득하는 데 도움이 될까? 바로 긍정적 착각이다. 다른 연구들도 마찬가지로 긍정적 착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좌절을 겪은 뒤에 낙담할 가능성이 적다는것을 보여주었다. 그릿이란 여러 특성들이 섞인 칵테일 같은 것이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이것이다. 좌절을 겪은 뒤에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능력,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는 증거가 전혀 없는데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능력, 또는 더크워스의 표현을 빌리면 "실패와 역경, 정체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노력과 흥미를 유지하는 것 말이다. - P143

바우마이스터와 부시먼은 이렇게 썼다. "쉽게 말해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라고 보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 거창한 자기상을 확인받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비판당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하며 자기를 비판한 사람을 사납게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 P151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알려주려고 그토록 노력했던점이다. 사다리는 없다. 나투라 논 파싯 살툼Natura non facit saltum,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고 다윈은 과학자의 입으로 외쳤다. 우리가 보는 사다리의 충돌은 우리 상상의 산물이며, 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다윈에게 기생충은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경이였고, 비범한 적응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크건 작건, 깃털이있건 빛을 발하건, 혹이 있건 미끈하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그어마어마한 범위 자체가 이 세상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는 무한히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 P206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한 아파트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그 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일 수 있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 P227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 P252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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