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1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명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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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그 먼길을 떠나야 했을까.
그 모든 이유들이 꼭 헤프닝 같다.
그리고 윌리엄 포크너의 글들은 지금 읽어도 굉장히 세련된듯 하다.

듀이 델은 침대 옆에 서서 애디에게 부채를 부쳐주고 있다. 우리가 방에 들어서자 애디는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본다. 그녀는 이렇게 열흘 동안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죽음이 일종의 변화라면 그 변화를 막는 일조차 오랫동안앤스의 몫이었다. 난 어릴 적, 죽음을 단순히 몸의 변화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난 죽음을 마음의 변화로 이해한다. 즉 사별을 견디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 말이다. 허무주의자들은 죽음이 끝이라고 하고,
근본주의자들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상죽음이란, 가족 또는 세들었던 사람이 집이나 마을을 떠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 P53

듀이 델은 천천히 일어선다. 그러곤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본다. 베개 위에 놓인 얼굴은 빛바랜 청동 주상 같고,
오로지 손만이 생명을 간직한 것 같다. 무기력하나 뭔가삐뚤어지고 꼬부라진 느낌. 모든 게 소진되었으나 아직도경계하는 그 무엇 때문에 피로, 기진맥진, 고통이 미처 떠나지 않은 듯하다. 어머니의 손은 마치 죽음 이후 영면의현실성을 의심이라도 하듯이, 결코 지속되지 않을 정지의순간, 즉 죽음을 경계하려는 듯하다. - P61

죽은 바람은, 마찬가지로 죽은 듯한 어둠 속에서 죽은 땅을 훑고 지나간다. 눈이 미치는 곳보다 휠씬 멀리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땅은죽은 채 누워 있다. 온기가 나를 감싸며 내 옷을 뚫고 속살에 닿는다. 내가 말했다. 당신은 걱정이 무엇인지도 몰라.나도 모른다. 난 내가 걱정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걱정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울 줄도 모른다. 내가울려고 애쓰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뜨거운 흙 속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젖은 씨앗이 된 것 같다. - P77

그래서 난 앤스를 받아들였다. 캐시를 임신했음을 알게되었을 때 나는 사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실감했고, 임신이 바로 그 증거임을 알게 되었다. 말이란 전혀 쓸모없다는 사실도 그때 깨닫게 되었다. 말하려고 하는 내용과 내뱉어진 말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캐시가 태어났을때, 모성이란 말은, 그 단어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 의해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가진 엄마는 그런 단어가 있든 없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공포라는 말도 공포를 단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자존심이란 말도 마찬가지로 자존심이 없는사람이 만들어낸 것이고. 내가 매질한 것은 아이들이 더럽게 코를 흘리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입에서 나온 줄로 대들보에 매달려 흔들리고 스스로 꼬이면서도 서로 닿는 법이 없는 거미들처럼, 말을 통해 서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오로지 회초리를 휘두름으로써 내 피와 그들의 피가 하나 되어 흐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고독이 매일 되풀이해서 깨지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캐시가 오기까지 나의 고독이 한번도 깨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앤스와 나눈 밤 역시 나의 고독을깨지는 못했다. - P198

그리고 그는 죽었다. 그는 자신이 죽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의 아름다움, 하느님의죄에 대해 캄캄한 땅이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앤스 곁에누워 있곤 했다. 캄캄한 침묵의 소리였다. 그 안에서 말은행위가 되고, 또 다른 말이 되기도 했다. 말과 행위가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사람들 사이에는 틈이 생긴다. 늘 그렇듯이 무서운 밤, 거친 어둠으로부터 들리는 거위의 울음소리처럼 언어는 떨어져내린다. 누군가 군중 속의 두 얼굴가리키며, 너의 엄마다 혹은 아빠다 말할 때, 정신없이 그얼굴을 찾아 헤매는 고아처럼, 말은 그것이 가리키는 행위를 찾아 헤맨다. - P201

너의 삶이 시간 속으로 풀려 간다면 그건 멋진 일이지.
그저 시간 속으로 환원된다면, 멋진 일이고말고. - P240

가끔씩 난 확신할 수가 없다. 누가 미치고 누가 정상인지 알게 뭐란 말인가. 어느 누구도 완전히 미치거나, 완전히 정상일 수는 없을 거다. 마음의 균형이 제대로 잡히는것이 쉽진 않으니까. 중요한 것은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 P268

그러나 누가 미치고 누가 정상인지 말할 권리를 가진 사람이 있는지, 난 확신할 수 없다. 정상적이거나 비정상적인 갖가지 일을 저지른 후, 다시금 똑같은 공포와 놀라움으로 자신의 광기 어린 행위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우리 안에 들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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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듯 너를 본다 J.H Classic 2
나태주 지음 / 지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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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지나간 모든 순간, 모든 이들이 생각난다

내가 너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 P12

한 사람 건너

한사람 건너 한사람
다시 한사람 건너 또 한 사람

애기 보듯 너를 본다

찡그린 이마
앙다문 입술
무슨 마음 불편한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P26

꽃그늘

아이한테 물었다

이담에 나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 P42

혼자서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 P50

초라한 고백

내가 가진 것을 주었을 때
사람들은 좋아한다

여러 개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보다
하나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
더욱 좋아한다

오늘 내가 너에게 주는 마음은
그 하나 가운데 오직 하나
부디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는 말아다오. - P53

이별

지구라는 별
오늘이라는 하루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정다운 사람인 너

네 앞에 있는 나는 지금
울고 있는거냐?
웃고 있는거냐? - P59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P72

풀꽃 •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P74

묘비명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 P81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 P85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에 차고가득차면 문득
너는 내 앞에 나타나고
어둠 속에 촛불 켜지듯
너는 내 앞에 나와서 웃고

보고 싶었다.
너를 보고 싶었다는 말이
입에 차고 가득차면 문득
너는 나무 아래서 나를 기다린다
내가 지나는 길목에서
풀잎 되어 햇빛 되어 나를 기다린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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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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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를 예로 들어보자. 아가시는 이 순간 헛간 교실 바로 밖에서 헤엄치고 있는 모든 물고기, 그중 한 마리를 바다에서 건져올려 껍질을 벗겨보면 신이 보낸 아주 분명한 메시지를 발견하게될 거라고 했다. "인간의 육체적 본성이… 어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모르면, 인간이 얼마나 낮은 곳까지 내려갈 수 있고 도덕적으로 얼마나 졸렬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33 아가시가충격적이라고 느낄 만큼 인간과 유사한 어류의 골격 구조(작은 머리, 척추골, 갈비뼈를 닮은 돌출 가시)는 ‘인간‘에 대한 경고였다. 어류는 인간이 자신의 저열한 충동들에 저항하지 못하면 어디까지 미끈러져 내려갈 수 있는지를 상기시키는 비늘 덮인 존재였다. "인간은 [어류와] 그를 구별해주는 도덕적.지저 재능을 활용할 수도 있고 남용할 수도 있다. (...) 인간은 자기가 속한 유형 중 가장 낮은 위치까지 가라앉을 수도 있고, 영적인 높이로 올라갈 수도 있다" - P46

심리학자들은 인간으로 산다는 건 가혹한 운명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우리는 세상이 기본적으로 냉담한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고,
수십만 명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며, 자연 앞에서 무방비 상태이고,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이 결국에는 파괴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은 거짓말 하나가 그 날카로운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낼 수도 있고, 인생의 시련 속에서 계속 밀고 나아가도록 도와줄 수도 있으며, 그 시련 속에서 가끔 우리는 우연한 승리를 거두기도 한다. - P142

그렇다면 어떤 인지적 결함이 그릿을 획득하는 데 도움이 될까? 바로 긍정적 착각이다. 다른 연구들도 마찬가지로 긍정적 착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좌절을 겪은 뒤에 낙담할 가능성이 적다는것을 보여주었다. 그릿이란 여러 특성들이 섞인 칵테일 같은 것이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이것이다. 좌절을 겪은 뒤에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능력,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는 증거가 전혀 없는데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능력, 또는 더크워스의 표현을 빌리면 "실패와 역경, 정체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노력과 흥미를 유지하는 것 말이다. - P143

바우마이스터와 부시먼은 이렇게 썼다. "쉽게 말해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라고 보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 거창한 자기상을 확인받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비판당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하며 자기를 비판한 사람을 사납게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 P151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알려주려고 그토록 노력했던점이다. 사다리는 없다. 나투라 논 파싯 살툼Natura non facit saltum,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고 다윈은 과학자의 입으로 외쳤다. 우리가 보는 사다리의 충돌은 우리 상상의 산물이며, 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다윈에게 기생충은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경이였고, 비범한 적응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크건 작건, 깃털이있건 빛을 발하건, 혹이 있건 미끈하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그어마어마한 범위 자체가 이 세상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는 무한히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는 증거였다.  - P206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한 아파트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그 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일 수 있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 P227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 P252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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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분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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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을 먹고 시작한 책은 생각보다 읽는 재미가 있었다.
벤과 퀜틴 챕터를 잘 넘긴다면 생각보다 잘 읽히고 감정이입도 된다.

커튼에 창틀 그림자가 보이니 일곱시에서 여덟시 사이일 것이며 시계 소리를 듣고 있는 나는 또다시 시간 안에 있는 것이다. 시계는 할아버지 것이었으며 아버지가 그것을 내게 주며 말하기를 내 너에게 모든 희망과 욕망의 능묘를 주니 네가 이것을 사용해 인간의 모든 경험이 결국은 부조리함을 알 것이며, 이는 네 개인적인 필요에 맞되 네 할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아버지에게 그랬던 것보다 나을 바 없을 것 같은생각이 드니 마음이 아프구나. 내 너에게 이것을 주는 건 시간을 기억하라 함이 아니라, 이따금 잠시라도 시간을 잊으라는 것이요. 시간을정복하려고 인생 전부를 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것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싸움이 성립조차 안 된다. 그전쟁터는 인간의 우매와 절망을 드러낼 뿐, 승리는 철학자들과 바보들의 망상이다. - P102

아버지가 말했다 인간은 자기 불행의 총합이다. 언젠가는 불행도 지칠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이 네 불행이야. 허공을 가로지르는 보이지 않는 전신에 앉아 있는 갈매기가 질질 끌리는 듯했다. 좌절의 상징을 영원으로 가져간다고 하자. 그러면 날개야 더 크겠지만 아버지가말하기를 다만 누가 하프를 연주할 줄 알겠니." - P140

이렇게 산소가 희박하고 열망으로 가득한 날들이, 서글프고 향수 어린 친숙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날들이. 아버지는 인간은 자신이 경험하는 기후의 총합이라고했다. 인간은 기타 이런저런 것들의 총합이야. 불순한 속성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문제야. 이 문제는 끈덕지게 변함없는 무(無)로 이끌리는데, 이 무는 흙과 욕망의 교착상태야. - P166

그림자들 속으로, 그림자들 위에 앉은 가벼운 먼지 같은 지나간 슬픈 세대들의 발소리가 메아리치는 속으로 구부러져 올라가는 계단이 있을 뿐이었다. 내 걸음이 그 그림자들을 깨웠으며 그 먼지들은 다시 가볍게내려앉았다. - P228

아버지가사람이란 다 자기 미덕의 결정권자니라 그러나 다른 사람이 네 행복을규정하지 않도록 해 하기에 내가 잠깐 동안이에요 하자 아버지가 존재의 과거형은 가장 슬픈 말이야 세상에 그보다 슬픈 말은 없단다 절망도 시간이 흘러가야 있을 수 있지 시간조차 그 존재가 과거가 되지 않으면 시간이 아니니까 - P237

일순간 벤은 전적인 단절감에 휩싸이며 울부짖었다. 울부짖음에 울부짖음이 더해지며 그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숨을 쉴 틈도 두지 않았다. 거기에는 경악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공포였다. 충격이었다. 눈이 없고 혀가 없는 고통이었다. 그것은 오로지 소리였다.
- P419

모더니즘 문학은 전통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서술의 연속성을 해체하고 인물 묘사의 전범에서 이탈했으며, ‘의식의 흐름‘과 색다른 혁신적서술 양식을 도입함으로써 전통적인 서술의 구문과 통일성을 무시했다. "3) 이것은 당시를 특징짓는 "허무와 무질서의 광대한 파노라마)에 나름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였다. 이 과정에서 제임스 조이스와버지니아 울프, 윌리엄 포크너, 마르셀 프루스트, 거트루드 스타인 등모더니즘 작가들은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를 찾았다. 그들은 서술로 과거의 기억을 불러들이지만, 그것은 그들이 경험하는 현재가 반영된 기억이다.
<해설> - P422

 벤지의 정신연령은 채 세 살도 되지않는다." 벤지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벤지가 세상을 경험하는 순간 포크너가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밀려다니는
‘영상‘을 포착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벤지의 서술은 거의전적으로 시각적, 영상적이다.18" 언어가 발달하기 전의 어떤 원시적상태를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형식을 상상하여 서술한 것으로생각해야 한다. "소설은 현실계를 묘사한다기보다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창조하고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믿도록 설득한다."19) 그러기 위해서 포크너는 비정상적인 ‘백의 언어‘를 창조해 서술한다. 그리고 독자는 그것이 벤지의 언어라고 믿는 것이다.
<해설> - P426

이제 퀜틴 섹션으로 들어가보자. "벤지의 고립이 물리적, 감각적인것이라면, 퀜틴의 고립은 추상적인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퀜틴의 내면세계는 고립되어 있고 비이성적이다. 그는 세상이 어때야 한다는 기대감과 실제 경험 사이의 괴리감에절망한다. ‘근친‘의 경험을 말, 또는 언어로 강제하지만, 이 시도에 실패하자 자기가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벗어나려 죽음을 선택한다. "
퀜틴의 절망적인, 끊임없는 상념은 벤지의 신음, 울부짖음이 언어로 표현된 것이다. 
<해설> - P431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이
매일 이렇게 꾸물꾸물
기록되는 시간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어갈 것이며
우리의 모든 지난날들은
바보들에게 흙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밝혔다. 꺼지는구나, 꺼지는구나. 잠시뿐인 촛불이!
인생은 엑스트라의 그림자, 서투른 배우.
무대에 올라 뽐내며 걷고 안달하다가는
더이상 들리지 않지. 그것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 
<멕베스 중> - P435

포크너에게 "현재는 혼돈된 소음 또는 소리, 그리고 지나간 미래"다. 그의 세계관은 "달리는 오픈카에 앉아 뒤를 돌아보는 것에 비유될수 있다. 무형의 그림자, 깜박이는 빛, 빛의 희미한 떨림, 빛의 파편들이 양쪽 시야에 들어오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그 모든 것들이 뒤로 밀려난 다음, 어느 정도 원근감이 생긴 뒤에서 나무가 되고, 사람이 되는것이다"퀜틴에게 ‘현재‘는 존재하지 않고 과거만 있을 뿐이다. 현재는 과거가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내고 존재하기 시작한다. "나는 존재했다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존재가 아니었다
<해설> - P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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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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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도 가물해진 책이지만 다시 읽어도 좋은 책.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 P21

진모가 나 못지않은, 아니, 나를 훨씬 능가하는 문제아로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에도 나는 그 애의 삶에 참견하지 않았다. 진모의 삶은 진모의 것이었고 진진이의 삶은 진진이의 것이었다.
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삶의 공식인가 말이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었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것이었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이었다.
누군가 내게 그런 실례의 발언을 하는 것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람과는 두 번 다시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상처받은 내 자존심이 용서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 P51

"해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이 저권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가슴만 아픈 게 아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몰라. 안진진, 환한 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 그 중간시간에 하늘을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본 적 있니? 낮도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 물들고, 쌉싸름한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 오고. 그러면 그만 견딜 수 없을 만큼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거기가 어디든 달리고 달려서 마구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나는 끝내 지고 마는 거야...." - P95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 P127

쓰러지지 못한 대신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생애에 되풀이 나타나는 불행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어머니에게 극복되었다. - P152

진모 때문에 나는 울지 않았지만, 김장우는 자신의 형 때문에내 앞에서 눈물을 비쳤다. 진모의 일을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은 말이아니었다. 상처는 상처로 위로해야 가장 효험이 있는 법이었다. 당신이 겪고 있는 아픔은 그것인가, 자, 여기 나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어쩌면 내 것이 당신 것보다 더 큰 아픔일지도 모르겠다, 내불행에 비하면 당신은 그나마 천만다행이 아닌가...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 P188

세상의 모든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과거를 버릴 수 없는 것인지도 - P191

사랑이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생애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그윽하게 들여다보는 나. 한없이 들여다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준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준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 P210

나는 나인 것이다. 모든 인간이 똑같이 살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똑같이 살지 않기 위해 억지로 발버둥 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나를 학대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특별하고 한적한 오솔길을 찾는 대신 많ㅇ은 인생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택하기로 했다. 삶의 비밀은 그 보편적인 길에 더 많이 묻혀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므로. - P218

행방불명으로 먼 세상을 떠돌던 한 인간이 속세로 귀향하기에이만한 날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이런 말을 알고 있다. 인생은 짧다고,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고, 아버지는 참으로 긴긴 인생을 살았다. 그것이 진정 아버지가 원했던삶이었을까. - P268

이모가 죽고도 세월은 흘렀다.
이모를 죽인 겨울이 지나고 봄은 무르익어서 사방에 꽃향기가난만했다. 겨울이 있어 봄도 있다.
나도 세월을 따라 살아갔다. 살아봐야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나는 그 모순을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 삶과죽음은 결국 한통속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 P291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김장우와 결혼하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한 그것, 그것을 나는 나영규에게서 구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이모가 그토록이나 못 견뎌했던 ‘무덤 속 같은 평온‘이라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귀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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