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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크레마 터치 - BLACK
평점 :
품절
외국에서 한글 읽고 싶어질거라 생각해서 크레마를 구입해서 출국했다. 원래 킨들을 사용하고 이북에 어느정도 익숙하였기에 크레마가 구리다고 해도 얼마나 구리겠냐며, 뭐 대충 글을 읽을 수준만 되면 되지 않겠냐는 무척 관대한 마음이었다. 그래...대충 글을 읽을 수준은 된다. 문제는 그 글을 읽기 위해서 이런 저런 빡침의 순간들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하드웨어에 대한 평가로 가볍게 시작하자면 킨들이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라면 크레마는 말 그대로 하드커버 서적 하나 들고 다니는 느낌이다. 전자기기에서 그립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데! 종이책의 물리적 형태가 제공하는 나름의 오감만족(페이지 넘기는 즐거움이나 여기저기 밑줄 그을 수 있는 자유 등)을 상쇄하는 것이 바로 전자책의 라이트함과 편리함이라 생각하는데 크레마는 아무것도 상쇄해주지 못한다. 절박하게 한글을 구걸해서 읽을 수준인 지금의 상황이 아니었더라면(=한국에서였더라면) 책장 서랍 어딘가로 던져버렸을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다. 그리고 왜 그리 방전은 자주 되는지? 내 조작이 미숙한 탓도 있겠지만 내 딴에는 분명히 스크린 세이버 모드로 놔뒀는데도 한번 책 보고 놔둔 다음에 다시 읽으려 할때 방전이 되어있어 빡친 적이 너무 많았다. 그 뒤로는 그냥 오래 놔둘때는 아예 전원을 꺼서 보관한다. 분명히 같은 패턴으로 사용하는 킨들은 한번 충전으로 몇주는 거뜬히 사용하건만?? 그리고 와이파이는 왜 이렇게 못잡는 걸까. 외국에서 이렇게 잘 터지는 와이파이는 처음이야 ㅠㅠ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노트북으로 열심히 이북을 결제했는데 다운받으려고 크레마를 켜니 와이파이를 잡지 못한다. 케이블로 연결해서 강제로 기기에 집어넣을수 있는지 노력해봤는데 도대체 어케 하는지를 모르겠다. 결국 목마른 자가 삽질한다고 크레마 들고 동네 카페 술집 다 돌아다니며 이 와이파이 저 와이파이 다 넣어보고 크레마님께서 감히 접속을 허락하는 와이파이를 통해 간신히 책을 다운받았다. 근데 그 삽질을 하고서도 아직 받지못한 책이 몇 권 남아있다는 건 함정(에러 났다고 전자책 판매자에게 문의하래요. 내참ㅋ)
그리고 이 불편한 UI는 도대체 무엇일까. 한국의 킨들이라면서요. 킨들 수준까지는 안되겠지만 기획하고 개발하고 제조하는 사람들 다 킨들 써봤을거 아니에요. 킨들의 물 흐르는 듯 직관적인 UI를 경험해보고서 이 제품의 UI를 상품화 하겠다고 결정한 당신들의 패기는 정말...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으로 보입니까??? 내가 사용하는 킨들은 심지어 터치도 아닌 가장 저가모델이지만 크레마보다 훨씬 사용하기 편리하다. 한국에도 아마존이 들어와서 아마존코리아에서 킨들을 판매하는, 그런 순간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한국 출판계가 나름의 생태계를 만들어서 잘 해주길 바라는 그런 마음을 나름의 교양있는 독자랍시고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총체적 난관의 크레마 앞에서는. 미안하지만 아마존에서 한글서적을 판매한다면 난 당장 이 기기를 중고나라에 헐값에 팔아버리고 킨들로 갈아탈 것이다.
크레마의 장점도 있다. 보려고 할 때마다 방전되어 있고 새 책을 다운받기 어려운 통에 '어쩔 수 없이' 킨들을 사용하게 해주어서 영어리딩실력을 나날이 향상시켜 준다는 점??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헐 이건 봐야해!!!라고 생각했지만 번역서가 없어 주저주저하던 north and south, 킨들에 다운받아놓고서도 안될거야. 이걸 원서로 다 읽지 못할거야. 생각했는데 어느새 술술 읽어 중반부에 다다랐다. 고맙다 크레마. 너 아니었으면 못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