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윤상인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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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스케의 신경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빈틈없는 사고력과 예민한 감수성에 대해 지불해야 할 세금이다. 고상한 교육을 받은 대상으로서의 고통이다. 그것은 좋은 가문에서 태어난 탓에 받아야 하는 불문의 형벌이다. 그러한 희생을 감수핶기에 자신은 지금의 자신이 될 수 있었다. 아니, 어떤 때는 그러한 희생 그 자체에 인생의 진정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27쪽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밤 벚꽃놀이는 정말 좋더군."
하고 다이스케가 말했다. 히라오카는 잠자코 술잔을 비우더니 약간 비웃는 듯이 입가를 실룩거리며,
"좋겠지, 나는 아직 본 적이 없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동안은 그래도 팔자 좋은 거지. 사회에 나가 보면 좀처럼 그럴 엄두도 못 내니까."
라고 넌지시 상대방이 사회 경험이 없는 것을 훤히 안다는 듯이 말했다. 다이스케로서는 그의 말투보다도 그 내용이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그는 실생활을 통한 세상살이 경험보다도 부활절밤의 경험이 인생에 있어서 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대꾸했다.
"나는 소위 사회생활의 경험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네. 고통스러울 뿐이지 않나?"
히라오카는 취기 오른 눈을 약간 크게 떴다.
"생각이 꽤 바뀐 것 같군. 하지만 그 고통이 나중에는 약이 된다는 것이 예전의 자네 지론이지 않았던가?"
"그건 식견이 모자라는 청년이 세속적인 논리에 흠뻑 빠져 적당히 얘기하던 때의 지론이었지. 그런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버렸다네."

-45쪽

"그런 식으로 허세 부려봤자 곧 항복하고 말걸."
"물론 생활이 곤란해지면 언제라도 항복하게 되겠지. 하지만 당장 부족할 게 없는 사람이 뭐하러 애써 그런 무의미한 경험을 해야 하겠나. 인도 사람이 외투를 입고 겨울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인걸. ... 빵과 관련된 경험은 절실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저열한 거지. 빵을 떠나고, 물을 떠난 고상한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야 인간으로 태어난 보람이 없지. 자네는 나를 아직도 철부지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살고 있는 고상한 세계에서는 자네보다 내가 훨씬 연장자라고 생각하네"
"그래, 언제까지라도 그런 세계에서 살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그 말에는 부에 대한 일종의 저주 같은 것이 담겨 있는 듯이 들렸다.-47쪽

형 정도 되면 집에 있으나 손님으로 초대를 받아서 오나 똑같은 기분인 것 같군. 저렇게 너무 세상살이에 익숙해져도 낙이 없어져 사는 게 시시할 거야-144쪽

다이스케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속으로 서로를 모욕하지 않고서는 감히 서루에게 접촉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양상을 20세기의 타락이라 부르고 있었다. -267쪽

다이스케는 모든 도덕의 출발점은 사회적 사실밖에 없다고 믿고 있었다. 처음부터 머릿속에 고정된 도덕관념을 가지고, 거기서 거꾸로 사회적 사실을 발전시키려 하는 것만큼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은 없다고 믿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의 학교에서와 같은 설교식 윤리 교육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옛날식의 도덕을 가르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 유럽인들에게나 맞는 도덕을 주입시키고 있다. 격렬한 생활욕에 사로잡힌 불행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공론에 불과하다. 그런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을 받은 사람은 훗날 사회를 직접 보았을 때 예전에 받았던 교육을 되새기며 웃어버릴 것이다. 혹은 무시당한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269쪽

세이타로는 올봄부터 중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키가 커진 것 같았다. 이제 한 두 해가 지나면 목소리도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 후로 어떤 경로를 거쳐서 성장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하나의 인간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될 운명에 봉착할 것이 틀림없다. 그때 그는 조용히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차림을 하고 거지처럼 뭔가를 찾으면서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를 서성일 것이다. -330쪽

그는 인간이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반대로 인간은 태어나서야 비로소 어떤 목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어떤 목적을 만들어서 그것을 인간에게 부여하는 것은 그 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태어날 때 이미 빼앗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따라서 인간의 목적이란 태어난 본인 스스로가 만든 것이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라도 그것을 마음대로 만들 수는 없다. 자기의 존재 목적은 자기 존재의 과정을 통해 이미 천하에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335쪽

그는 지금 그 책들 한가운데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잠시 후 그토록 잠들어 버린 자신의 의식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주위의 사물들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면서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나서 또다시 멍하니 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런 보잘것없는 생활로부터 자신을 구해 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미치요를 만나야겠구나."-338쪽

...요즘은 그런 경험이 정신력의 저하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내용이 충실치 못한 행위를 억지로 해가며 생활할 때 하나의 징후로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다이스케는 그 점이 불쾌했다. -355쪽

그는 육체와 정신에 있어서의 미의 유형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미에 접할 기회를 얻는 것을 도시인의 특권으로 여겼다. 모든 종류의 미에 접해서 그때마다 갑에서 을로 마음이 바뀌고, 을에서 병으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감수성이 부족해서 감상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그것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진리라고 믿었다. 그 진리로부터 출발해 도시에서 생활하는 모든 남녀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에 있어서 전부 어떤 계기로 인해 예측하기 힘든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부연하자면, 이미 결혼한 한 싸으이 부부는 양쪽다 세간에서 부정이라 일컫는 관념에 사로잡혀서 결혼이라는 과거로 인해 빚어진 불행과 항상 마주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380쪽

다이스케는 감수성이 가장 발달했고, 가장 자유롭게 접축할 수 있는 도시인의 대표자로서 게이샤를 선택했다. 그들 중에는 평생 정부를 몇 명 바꾸는지 알 수 없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일반적인 도시인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게이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이스케는 요즘 같은 세상에 변함없는 사랑을 입에 담는 사람을 제일가는 위선자로 간주했다. -380쪽

그는 우선 아무렇지도 않게 지갑을 가슴 언저리에서 열어 안에 있는 지폐를 세어보지도 않은 채 집은 다음, 이걸 줄 테니까 스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이 미치요 앞에 내밀었다. 미치요는 하녀를 의식한 듯 낮은 목소리로,

"그래서는 안 돼요."

하며 오히려 양손을 몸에 바싹 붙였다. 하지만 다이스케는 자신의 손을 거둬들일 수는 없었다.

"반지를 받았으면 이것을 받아도 마찬가지지요. 종이 반지라고 여기고 받으세요."-396쪽

평소 다이스케는 만일 감자를 다이아몬드보다 소중히 여기게 된다면 인간은 끝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433쪽

미치요가 히라오카에게 시집가기 전에 다이스케와 미치요가 어느 정도 깊은 사이였는지 하는 점은 잠시 젖혀두고라도, 그는 현재의 미치요에 대해서 결코 무관심할 수가 없었다. 그는 병든 미치요를 예전의 미치요보다 불쌍히 여겼다. 그는 아이를 잃은 미치요를 예전의 미치요보다 불쌍히 여겼다. 그는 남편의 사랑을 잃어가고 있는 미치요를 예전의 미치요보다 불쌍히 여겼다. 그는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는 미치요를 예전의 미치요보다 불쌍히 여겼다. -449쪽

사오 일 동안 그는 손바닥에 올려놓은 주사위만 쳐다보며 지냈다. 오늘도 아직 손에 쥐고 있었다. 빨리 운명이 밖에서 찾아와서 그 손을 가볍게 쳐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손에 쥐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리쁘기도 했다. -487쪽

다이스케는 묵묵히 미치요의 모습을 살폈다. 미치요는 처음부터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다이스케에게는 그 긴 속눈썹이 떨리고 있는 모습이 분명하게 보였다.
"나에게는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이 꼭 필요해요.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일부러 당신을 부른 겁니다."
다이스케의 말에는 보통 사랑하는 사람끼리 사용하는 달콤한 수식어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의 어조는 그 말과 마찬가지로 간단하고 소박했다. 오히려 엄숙하기까지 했다. 단지 그 정도의 말을 하기 위해서 급한 일이라며 일부러 미치요를 부른 것은 유치한 시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미치요는 원래 세숙적인 의미와는 동떨어진 종류의 급한 용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통속적인 소설에 나오는 젊은 남녀 간의 달콤한 수식어에는 그다지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이스케의 말이 미치요의 감관에 어떤 강렬한 자극도 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미치요가 그걸 갈망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다이스케의 말은 감관을 초월해서 바로 미치요의 가슴으로 전해졌다. 그녀의 떨리는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나와 뺨 위로 흘러내렸다.
-540쪽

"내 바람을 들어주었으면 좋겠소, 부디 들어주시오."
미치요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다이스케에게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소맷자락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얼굴로 가져갔다. 짙은 눈썹 일부와 이마, 그리고 앞머리만이 보였다. 다이스케는 의자를 미치요 쪽으로 바싹 가져갔다.
"들어주시겠지요?"-540쪽

비는 저녁 무렵에 그쳤고 밤이 되자 구름이 연이어 흐르고 있었다. 씻은 듯이 맑은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이스케는 달빛에 빛나는 뜰의 젖은 잎을 오랫동안 툇마루에서 바라보고 있다가 마침내 게다를 신고 뜰로 내려섰다. 원래 넓지도 않은 뜰인 데다가 나무가 상당히 많아서 다이스케가 걸을 만한 공간은 별로 없었다. 다이스케는 그 한가운데에 서서 드넓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윽고 객실에서 낮에 사왔던 백합을 가지고 와서 자기 주위에 뿌렸다. 흐트러진 하얀 꽃잎이 달빛을 받아 선명하게 보였다. 어떤 것은 나무 밑의 어둠 속에서 희멀겋게 보였다. 다이스케는 별 생각 없이 그 사이에 웅크리고 있었다. -552쪽

다이스케는 어제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들을 돌이켜보면 모든 일이 순리대로 되었다고 생각할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두려웠다.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운명을 이끌어냈으면서도 그 운명이라는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서 높은 절벽의 끝까지 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586쪽

"도대체 어쩔 셈으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단 말이냐?"하고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다이스케는 여전히 입을 열지 못했다.

"어떤 여자하고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결혼할 수가 있지 않느냐?"라고 형이 또 말했다. 다이스케는 그래도 역시 잠자코 있었다. 세 번째로 형이 이렇게 말했다.

"너라고 전혀 방탕을 해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닐 거다. 이런 감당도 못할 짓을 할 바에야 이제까지 돈 쓴 보람이 없지 않느냐?"

다이스케는 지금 와서 형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용기도 없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자신 역시 형과 똑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6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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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인도.네팔 - season 2 '12~'13 최신 개정판 프렌즈 Friends 11
전명윤.김영남.주종원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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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요즘 인도 여행자들 사이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간주되는. 한국 여행자들의 바이블로 불리는. 노란 책 들고 있냐 아니냐로 한국인인지 아닌지 가늠한다는 바로 그 가이드 북이다. 델리에서 론니 플래닛을 헌책방에 팔고 다시 헌책으로 프렌즈를 사는 여행자를 보기도 하였다. 그렇게 좋은 점이 뭐냐면, 저자들의 정성이 느껴지는 꼼꼼하고 믿음직스러운 내용? 간단한 인도 인삿말에서 부터 기초적인 생필품 물가까지 실제로 당장 여행지에서 필요한 디테일한 내용들이 담겨 있고 정보의 신뢰도도 꽤 높다. 그리고 중간중간 꽁트처럼 삽입된 인도인들의 각종 사기수법, 흥정 잘하는 법, 인도 문화에 대한 소개들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들이라 14000원에 그런 고급 여행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다니 저자와 이 출판업계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이 책을 보면서는 그렇게 좋은 줄 몰랐었다. 글자가 빽빽한 론니 플래닛에 비해 컬러풀해서 눈이 즐겁고, 사진 짱짱하게 실려 있어서 다음 목적지가 대충 어떤 곳일지 가늠하기에 좋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꼭 봐야할 명소 찍어주는게 그저 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터키에서 구린 가이드 북을 보며 이런 저런 고생을 하다 보니 아 인도에서 본 그 가이드 북이 레알 좋은 것이었구나!!!!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물롱 이 가이드 북이 만능은 아니다. 가끔 부정확한 정보가 있어 삽질할 때도 있지만 가이드 북 보고 편하게 여행하는 처지에 그 정도 사소한 삽질은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뭐 삽질한게 영 분하다면, 앞 페이지의 저자 얼굴을 잘 기억해두자. 인도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다.


* 찬디가르에서 다람살라로 가는 공영버스는 섹터17이 아니라 섹터 43에서 출발해요. 고쳐주세여 환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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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환타님이 이 책 쓰셨군요. 제가 인도갈 땐 환타님이 "인도 100배 즐기기" 쓰셨더랬는데, 그땐 그 책이 바이블이었어요.^^ 저도 그 책 들고 여행갔는데, 진짜 쏠쏠했었죠..

LAYLA 2013-03-06 01:51   좋아요 0 | URL
인도 여행자들의 셀렙 환타님~~ㅋㅋ 전 직접 뵙지 못했는데 뵌 분들의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마치 만난거 같네요. 다음에 인도를 가도 요 책 개정판으로 가져갈거에요!!^^

2013-03-06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 다람살라 갔을 때 환타님이 100배 즐기기 개정판 내려고 인도 돌고 계셨거든요. 그때 우리 도착하는 버스에 환타님 있다고 수군수군~ 한국 여행객들이 막 입소문 내고 그랬어요. 진짜 인도여행객의 셀렙이시죠!ㅋㅋㅋ

LAYLA 2013-03-08 05:37   좋아요 0 | URL
ㅋㅋㅋ 환타님 이거 보고 계세요? 보고 계시냐구욧!!! 전 환타님 수염이 아주 부드럽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만져볼 수 있게 해주신다고..환타님 진짜인가요??!! ㅎㅎㅎㅎ

김긍정 2013-05-1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100배즐기기 였는데, 지금은 프렌즈 인도.네팔 쓰고 있으시죠! 환타님 수염이 아주 부드럽다는 사실 입니다 ㅋㅋㅋ
 
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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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쓰는 소설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시구를 음미하듯 한줄 한줄 한숨 쉬며 소설읽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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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밀러 펭귄클래식 27
헨리 제임스 지음, 최인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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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을 읽고 나서 보니 무척 당연한 결말과 쉬운 이야기. 하지만 그래도 훌륭한 중편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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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1-24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헨리 제임스가 이디스 워튼을 아꼈죠.미국인이 유럽을 보는 방식을 다룬 소설이 많은 것도 비슷하고요.아무래도 데이지 밀러가 그런 작품 분위기를 간단히 느끼기에 좋은 분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LAYLA 2013-02-02 22:15   좋아요 0 | URL
헨리 제임스가 이디스 워튼을 아끼는 그런 관계였나요? 전 이디스 워튼이 더 나이가 많을 줄 알았어요. 그냥 작품의 느낌이나 깊이가요 ㅎㅎ 이 작품은..어쩐지 남자 작가가 썼다는 느낌이 있어서 이디스 워튼보단 못하단 느낌이었어요. 데이지 밀러란 캐릭터가 너무 작위적으로 개방적이고 자유롭달까요? 이디스 워튼의 캐릭터는 좀 더 현실적이었던거 같은데 말이죠.
 
알라딘 크레마 터치 -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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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한글 읽고 싶어질거라 생각해서 크레마를 구입해서 출국했다. 원래 킨들을 사용하고 이북에 어느정도 익숙하였기에 크레마가 구리다고 해도 얼마나 구리겠냐며, 뭐 대충 글을 읽을 수준만 되면 되지 않겠냐는 무척 관대한 마음이었다. 그래...대충 글을 읽을 수준은 된다. 문제는 그 글을 읽기 위해서 이런 저런 빡침의 순간들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하드웨어에 대한 평가로 가볍게 시작하자면 킨들이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라면 크레마는 말 그대로 하드커버 서적 하나 들고 다니는 느낌이다. 전자기기에서 그립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데! 종이책의 물리적 형태가 제공하는 나름의 오감만족(페이지 넘기는 즐거움이나 여기저기 밑줄 그을 수 있는 자유 등)을 상쇄하는 것이 바로 전자책의 라이트함과 편리함이라 생각하는데 크레마는 아무것도 상쇄해주지 못한다. 절박하게 한글을 구걸해서 읽을 수준인 지금의 상황이 아니었더라면(=한국에서였더라면) 책장 서랍 어딘가로 던져버렸을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다. 그리고 왜 그리 방전은 자주 되는지? 내 조작이 미숙한 탓도 있겠지만 내 딴에는 분명히 스크린 세이버 모드로 놔뒀는데도 한번 책 보고 놔둔 다음에 다시 읽으려 할때 방전이 되어있어 빡친 적이 너무 많았다. 그 뒤로는 그냥 오래 놔둘때는 아예 전원을 꺼서 보관한다. 분명히 같은 패턴으로 사용하는 킨들은 한번 충전으로 몇주는 거뜬히 사용하건만?? 그리고 와이파이는 왜 이렇게 못잡는 걸까. 외국에서 이렇게 잘 터지는 와이파이는 처음이야 ㅠㅠ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노트북으로 열심히 이북을 결제했는데 다운받으려고 크레마를 켜니 와이파이를 잡지 못한다. 케이블로 연결해서 강제로 기기에 집어넣을수 있는지 노력해봤는데 도대체 어케 하는지를 모르겠다. 결국 목마른 자가 삽질한다고 크레마 들고 동네 카페 술집 다 돌아다니며 이 와이파이 저 와이파이 다 넣어보고 크레마님께서 감히 접속을 허락하는 와이파이를 통해 간신히 책을 다운받았다. 근데 그 삽질을 하고서도 아직 받지못한 책이 몇 권 남아있다는 건 함정(에러 났다고 전자책 판매자에게 문의하래요. 내참ㅋ)


그리고 이 불편한 UI는 도대체 무엇일까. 한국의 킨들이라면서요. 킨들 수준까지는 안되겠지만 기획하고 개발하고 제조하는 사람들 다 킨들 써봤을거 아니에요. 킨들의 물 흐르는 듯 직관적인 UI를 경험해보고서 이 제품의 UI를 상품화 하겠다고 결정한 당신들의 패기는 정말...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으로 보입니까??? 내가 사용하는 킨들은 심지어 터치도 아닌 가장 저가모델이지만 크레마보다 훨씬 사용하기 편리하다. 한국에도 아마존이 들어와서 아마존코리아에서 킨들을 판매하는, 그런 순간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한국 출판계가 나름의 생태계를 만들어서 잘 해주길 바라는 그런 마음을 나름의 교양있는 독자랍시고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총체적 난관의 크레마 앞에서는. 미안하지만 아마존에서 한글서적을 판매한다면 난 당장 이 기기를 중고나라에 헐값에 팔아버리고 킨들로 갈아탈 것이다. 


크레마의 장점도 있다. 보려고 할 때마다 방전되어 있고 새 책을 다운받기 어려운 통에 '어쩔 수 없이' 킨들을 사용하게 해주어서 영어리딩실력을 나날이 향상시켜 준다는 점??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헐 이건 봐야해!!!라고 생각했지만 번역서가 없어 주저주저하던 north and south, 킨들에 다운받아놓고서도 안될거야. 이걸 원서로 다 읽지 못할거야. 생각했는데 어느새 술술 읽어 중반부에 다다랐다. 고맙다 크레마. 너 아니었으면 못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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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15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레마에 대한 분노가...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네요.

LAYLA 2013-01-23 20:48   좋아요 0 | URL
ㅋㅋ 호갱의 분노가 느껴지십니까??ㅋㅋ

다락방 2013-01-1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킨들을 사용했던 사람들은 크레마 써보고 분노 폭발하더라구요. 제가 아는 한 친구도 반품을 심각하게 고려하다가 말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잠깐 살까, 하고 흔들렸었는데 제 성격엔 빡쳐도 오만번 빡쳤을것 같아요. 고마운 리뷰입니다, 라일라님.

그나저나 라일라님 빡친 와중에 저는 north and south 리뷰가 기다려져요. 흑.

LAYLA 2013-01-23 20:50   좋아요 0 | URL
안 사길 잘하셨어요.
다락방님의 12만원은 소중하니까요.ㅎㅎㅎ
north and south 읽다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샘플을 보고 빠져들었어요. 뭔가 병맛이지만 픽픽 웃게 되며 읽게 되는 그런 중독이랄까요?? north and south보다 영어가 쉬워서 그런지도 ㅠㅠ 다 읽으면 리뷰는 꼭 락방님께 헌정하는 것으로..ㅎㅎㅎ

다소 2013-01-1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마침 크레마 사려고 기웃거리던 중이었는데, 이거 보니 바로 마음 접히네요.
킨들도 살까말까 1년 가까이 생각하면서 한글텍스트가 빈약해서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정말 킨들로 가야 하나 싶네요.

LAYLA 2013-01-23 20:50   좋아요 0 | URL
킨들로 볼 수 있는 한글책이 있나요?
전 벌써부터 페이퍼 화이트 킨들 사고 싶어서 두근두근거리고 있습니다.
킨들빠라고 한다고 해도 어쩔수 없어요..>_<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