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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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이 이어지지 않을 죽음 후에는 전혀 무서워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한 사람에게는 삶 또한 무서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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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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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는 실패 전문가다. 소설이라는게 원래 실패에 대한 것이다. 세계명작들을 보라. 성공한 사람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은 기껏 고생해서 커다란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상어들에게 다 뜯기고 뼈만 끌고 돌아온다.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와 마담 보바리의 보바리 부인은 자살하고 만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옛사랑을 얻기는커녕 엉뚱한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젊은 생을 마감한다.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쳐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 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니 인생의 보험이라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라.

글은 한 글자씩 씁니다. 제아무리 빠른 사람도 글자 열 개를 한꺼번에 뿌릴 수 없습니다. 한 글자씩 한 글자씩 써야 단어가 만들어지고 이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됩니다. 그렇게 한 문장 한 문장이 차례대로 쌓여야 글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은 의외로 중요합니다.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글자 한글자 쓰는데요. 이렇게 써나가는 동안 우리에게는 변화가 생기고 이게 축적됩니다. 우리 마음속에 숨겨진 트라우마나 어두운 감정은, 숨어있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것입니다. 막상 커튼을 젖히면 의외로 별 볼일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한 글자 한 글자 언어화하는 동안 우리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것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예술가는 될 수 없는 수백가지의 이유가 아니라 돼야만 하는 단 하나의 이유로 예술가가 되는 것입니다.

세계 문학사를 봐도 이민자 출신, 식민지 출신의 중요한 작가들이 참 많았거든요. 일본에서는 재일교포 작가들이 그런 역할을 했고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두 언어를 사용하는 부모 덕분에 언어적 감수성이 민감할 것이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살아가느라 굉장히 예민하게 날카로운 자의식으로 아웃사이더의 시점에서 한국사회를 바라볼 거예요. 그에 반해서 토종 한국인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은 지나치게 평준화되어 있어요. 아파트 단지에 사는 4인가족 혹은 3인 가족 속에서 학원에 다니며 아주 평균적이고 보편적인 삶을 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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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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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소설에서 늘 걸렸던 건 여성독자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 느닷없는 섹스로의 전개. 혹은 여성캐릭터와 관계를 맺는 꿈을 꾼다던지 하는 부분이 채식남 같은 남성화자와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전개라고 생각했기에 개연성은 커녕 읽기가 불쾌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들은 한 미국친구가 이 책을 말하며 "그런 불편함이 좀 덜한 책"이라 해서 읽어 보았다. 그리고 나는 첫 문장에서부터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하루키의 에세이만을 좋아하던 내가 두번째로 하루키에게 반한 느낌. 젊은 시절의 그가 쓰는 문장은 지금의 쿨한 문장보단 미문에 가깝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이제 조금은 더 이해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또, 이 책에서도 남자 주인공은 친구인 여자를 보며 참을 수 없는 강한 성육을 느끼고 발기를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문맥이 이해가 되고 어찌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서술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심지어 한 챕터의 마지막에선 이쯤에선 자위를 해야 할 것 같은데...란 생각까지 하였다.) 그것이 이 책에 한정된 감상인지, 아니면 독자로서의 내가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기 때문인지는 다른 책을 더 읽어봐야겠지만 지금 당장의 감상이라면 하루키가 스물아홉에 쓰기 시작한 그의 소설을 나는 스물아홉이 되어서야 겨우 이해를 하는건가 싶은. 어쨌든 그의 모국어에 가장 가까운 언어가 나의 모국어인 탓에, 원문에 가깝게 그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였다. 뉴요커 친구가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문판은 분명 내가 읽은 하루키와는 다른 작품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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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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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려면 위험하게 살아야 해.

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고,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

밥을 먹는 동안 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계속 남아서 사람을 오랫동안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 줘.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어떤 사람은 그런 행복 자산의 이자가 되게 높아. 지명이가 그런 애야.`내가 난관을 뚫고 기자가 되었다.`는 기억에서 매일 행복감이 조금씩 흘러나와 . 그래서 늦게까지 일하고 몸이 녹초가 되어도 남들보다 잘 버틸 수 있는거야.

어떤 사람은 정반대지. 이런 사람들은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런 사람은 현금 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해.그게 엘리야. 걔는 정말 순간순간을 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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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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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의 봄, 스미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다. 드럽은 평원을 곧장 달려가는 회오리바람 같은 격렬한 사랑이었다. 그것은 지나는 길에 있는 모든 존재를 남김없이 쓰러뜨렸고, 하늘 높이 감아 올려 철저히 두들겨 부수었다. 그리고 기세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바다를 건너 앙코츠와트를 무자비하게 붕괴시키고, 한 무리의 불쌍한 호랑이들과 함께 인도의 숲을 뜨거운 열로 태워 버렸으며, 페르시아 사막의 모래바람이 되어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성으로 이루어진 어떤 도시를 통째로 모래로 묻어 버렸다. 멋지고 기념비적인 사랑이었다.

사실 나는 스미레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으로 말을 나누었을 때부터 강렬하게 마음이 이끌렸고, 그것은 나중에 돌이킬 수 엇을 정도의 감정으로 조금씩 변해 갔다.

스미레는, 자기가 이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 확신했다. 틀림없다. (얼음은 차갑고 장미는 붉다)

"둘이서 한 병을 주문하면 아깝잖아요. 절반도 마시지 못하는데."
언젠가 스미레가 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건 상관없어요."
뮤는 미소를 띠고 말했다.
"와인은 많이 남길수록 그 가게에서 일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맛을 볼 수 있어요. 소멀리에, 헤드웨이터를 비롯해서 주방에서 그릇을 닦는 사람들까지.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와인맛을 알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값비싼 와인을 주문해서 많이 남기는 건 낭비가 아니에요."
뮤는 1986년산 메도크의 색깔을 확인한 뒤에 문체를 음미하듯 여러 각도에서 정성스럽게 맛보았다.
"모든 게 다 그렇지만 결국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자기의 몸을 움직이고 자기의 돈을 지불해서 배우는 거예요. 책에서 얻는 기성품 같은 지식이 아니라."

당신은 가끔 놀라울 정도로 상냥해질 때가 있어. 마치 크리스마스와 여름 방학과 갓 태어난 강아지가 공존하고 있는 사람 같아.

너는 지금까지 소설을 쓰고 싶었기 때문에 썼던 거야. 쓰고 싶지 않으면 쓸 필요가 없어. 네가 소설 쓰기를 그만둔다고 해서 도시가 사라져 버리는 건 아냐. 배가 침몰되는 것도 아니고, 밀물과 썰물에 변화가 발생하는 것도 아냐. 혁명이 5년 늦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그런 건 아무도 변절이라고 부르지 않아.

내게 있어서, 스미레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새삼 이해할 수 있었다. 스미레는 그녀밖에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나를 이 세상에 머무르게 해준 것이다. 스미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또는 그녀가 쓴 문장을 읽고 있을 때, 내 의식은 조용히 확대되어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그녀와 나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합칠 수 있었다. 스미레와 나는 마치 보통의 젊은 커플이 옷을 벗고 서로의 나체를 탐닉하듯 각각의 마음을 열어 보여줄 수 있었다. 그것은 다른 장소, 다른 상대와는 경험해 볹거이 없는 종류의 감정이었고, 우리는 그런 서로의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소중하고 정중하게 다루었다.
...그러나 나는 스미레를 누구보다 사랑했고 원했다. 어디에도 갈 수 없다고 해서 그 마음을 간단히 내팽개칠 수는 없었다. 그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사람에게는 각각 어떤 특별한 연대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것이 존재한다. 작은 불꽃 같은 것이다. 주의 깊고 운이 좋은 사람은 그것을 소중하게 유지하여 커다란 횃불로 승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그 불꽃은 꺼져버리고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외톨이로 지낸다는 건 비내리는 저녁에 커다란 강 입구에 서서 많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을 끝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와 같은 기분이야. 비내리는 저녁에 커다란 강 입구에 서서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본 적이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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