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
위화 지음, 이욱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그래도 위화의 글인데 '구리다'는 표현을 쓰자니 좀 죄스러운 마음도 든다만 그것이 솔직한 느낌이고 감상이다. 위화의 글이 아니었다면 굳이 읽을 이유가 전혀 없었을듯한...
위화의 소설은 다들 매우 좋게 보았고 지난 에세이이인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도 무척이나 인상깊게 읽었기에 그 기대치를 가지고 보아서 더 실망이 큰지도 모르겠다. 그 실망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짚어보자면 우선, 이 책은 제목이나 부제(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와 달리 실제 중국의 이야기는 별로 다루고 있지 않다. 주된 내용은 오히려 문학에 대한 내용들이며 위화가 무슨 상 수상하러 무슨 나라에 갔다가 무슨 작가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었다 이런것이 훨씬 더 많다. 중국에서의 이야기라 해봐야 중국에선 예전에 책을 구하기가 참 힘들었었다, 나는 어릴적에 무슨 책을 어떻게 읽었었다 정도의 개인적 이야기들이라 중국 사회와 이 책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전혀 알수가 없었다. 정말로 진지하게 중국사회에 대해 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가 잘 팔려서 그 후광을 보려고 제목과 부제를 저리 달아놓은 것인지 모르겠는데, 독자로선 불쾌할 정도로 책의 표지와 내용이 달랐다. 낚인건가요? 뭐 표지와 내용이 좀 방향성이 다르더라도 글 자체가 뛰어나면 그 나름 재미나게 읽어갈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읽을만한 글도 아니었다. 외국 어디에 갔다는 이야기가 참 많은데 깊이가 있는것도 아니고 유머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나마 가장 '감동'적인 글이라면 가장 마지막에 있는 위화의 아들에게 쓴 짧은 편지인데 심지어 이 글은 위화가 쓴 것도 아니고 부부를 대표하여 위화의 아내가 쓴 글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귀한 아들은 현재 미국에서 유학중이라고 하니 뭐랄까. 위화는 글로는 중국에 대한 애정을 여기저기서 드러내지만 결국 지극히 사랑하는 아들을 미국에 유학보냄으로서 지금 중국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혁명의 역사로 얻은 중국의 고유성은 그의 문학적 자양분이고 여기저기 행간에서 보이는 울컥울컥 애국심 다 좋은데 '어쨌든 나는 돈을 많이 벌어서 내 아들은 최고의 미국 대학에 유학보냈습니다.' 하는 것. 정말 중국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알기 위해 굳이 그의 무미건조한 에세이를 한 권씩 읽어야 할 필요는 없을거 같다는 것의 나의 감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