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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각본
박찬욱.정서경 지음 / 그책 / 2016년 8월
평점 :
책이 작고 조그마하다. 일본 문고판 사이즈이다. 그리고 책의 '태'도 딱 그 수준이다. 서점에서 직접 보고 샀더라면 12,000원 받고 이렇게 찍어내다니 하고 부들부들 욕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알라딘에서 카드로 긁고 퀵배송 받아서 그런 부들부들 단계는 스킵했다. 뭐 여튼 12,000원의 가격표 보다는 450엔+세금 의 가격표가 더 어울리는 그런 외양인데 그렇다 할지라도 이 책은 아 가 씨 각본이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아 가 씨 의 각본이니까 다 용서가능하고 다 이해가능하다.
이 책은 사실 책이 아니라 '각본'이므로 별도의 내용에 대한 리뷰는 불필요할 것이다. 내가 인상적으로 본 건 1. 각본의 분량이 생각보다 엄청 적다는 것. 책 한권이 보통 300쪽 내외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2시간 넘는 영화의 모든 내용이 저 손바닥 만한 책에 담긴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정말 여기 다 적혀 있는거 맞아? 하고 정독했는데 정말로 모든 대사와 모든 장면에 대한 지시가 고작 150쪽 남짓의 분량에 다 들어간다. 2. 각본이란 상당히 딱딱한 글이다. 내가 본 영화의 원형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해서 구입해 본 것인데, 사실 영화를 보지 않고 각본만 봤다면 이게 무슨 말을 하는건지 별로 와닿지 않았을거 같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했을지도 확신이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배우의 연기와 아름다운 미쟝센을 볼 때보다 오히려 그것을 모두 배제한 텍스트로서의 각본만을 읽을 때 배우와 연출과 미술의 대단함 그리고 종합예술로서 영화의 위대함 등등이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영화 각본을 보기 전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이고 그래서, 아가씨의 각본을 읽으며 영화라는 예술에 대해 관념적으로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