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다른 아이들 2
앤드류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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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동과 마찬가지로 신동은 부모에게 그들의 특별한 요구를 중심으로 부모의 삶을 재설계하도록 강요한다.

레온의 원숙함은 지극히 자각적인 성격에서 기인한다. 그가 말했다.

당신은 작품을 연주할 때 자신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어떤 일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연주할 수도 있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서술자처럼 연주할 수도 있어요. 예컨데 ‘옛날 옛적에 어떤 사람이 있었어요‘라고 이야기하듯이요. 그리고 서술자처럼 연주하면 표현이 훨씬 풍부해질 수도 있어요. 이렇게 함으로써 청중의 상상력을 보다 자유롭게 해줄 수 있거든요. ‘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으니 당신들도 이렇게 느껴야 한다‘고 명령하는게 아니에요.

1945년에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 피아노 콩쿠르가 오직 다섯 개밖에 없었다. 오늘날에는 750개가 있다.

연주는 감수성을 혹사시키는 행위이며, 감수성은 부서지기 쉬운 부싯깃 같은 것이다. ...연습을 좋아하고 다른 활동은 상상조차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외로움은 창조적인 행위의 핵심이다.

스콧은 적절한 가사를 찾기만 하면 순식간에 영감이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내가 곡 작업이 즐거운 과정처럼 들린다고 이야기하자 그가 말했다.

음악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복이 있는 지형들이 존재해요. 하지만 내 작품들은 대체로 아픔을 토대로 합니다. 내 인생 경험에서 후회와 체념, 절망 등으로 윤기가 더해진 새깔들이 나오는 거죠.

그가 자신의 아이폰에서 다섯 살 때 찍은 사진 한장을 내게 보여 주었다. 사진 속의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게 증거물 에이 이고요.

그리고 자신이 목용하는 항우울제 목록을 내밀었다.

이것이 증거물 비 입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이 모든 감정을 경험했다는 착가그이 덫에 빠지기가 정말 쉽습니다. 하루 종일 그런 감정들을 재생산하고 있으니까요. 중년이 되면서 나는 삶을, 내가 늘 책에서 읽었거나 영화에서 봤거나 다른 사람의 집에서 목격했던 그런 삶을 갈망하기 시작했어요.

대학에 다닐 때 나는 루이즈 매커런이라는 사람을 알았다. 그녀는 피아니스트로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고 20대 초반에 케네디 센터에ㅓ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그녀의 부모는 친구들과 친척들을 공연장에 태워갈 버스까지 대절했다. 하지만 공연 이틀 전에 사람들은 그녀가 부상 때문에 연주를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지나친 연습으로 반복성 스트레스 손상을 입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단순히 새끼손가락을 다쳤을 뿐이었다. 이후로 25년이 지나도록 그녀는 공연 일정을 잡지도, 대중 앞에서 공연을 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아파트에 피아노를 두 대나 놓고 매일 여덟 시간씩 연습하면서 혼자 살았다. 예술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넣어야 하기 때문에 데이트나 결혼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가끔은 파티에 참석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자신을 콘서트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했다. 물론 그녀가 콘서트를 한 적은 없었다.

재능을 파괴하기는 매우 쉽다. 반대로, 양육을 통해 없던 재능을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원래부터 재능이 있는 경우 전체적으로 재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퍼센트에요. 재능이 없는 경우에는 수치가 90퍼센트로 상승하죠. 재능의 부재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중국어와 그 밖의 성조가 있는 언어는 영유아에게 청각적인 예민함을 길러 주고, 전형적인 중국인의 손은 손바닥이 넓고 손가락 사이의 공간도 넉넉해서 피아노를 치는 데 특히 유리하다.

사춘기가 되었다고 해서 성숙했다는 뜻은 아니다. 음주, 투표, 성관계, 운전을 할 수 있는 연령은 오래전부터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오늘날에는 생물학적 증거를 통해 사춘기의 뇌가 성인의 뇌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고, 이는 성인 범죄와 청소년 범죄를 구분하려는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예컨대 열다섯 살의 청소년은 전전두엽 피질에서 자기 통제를 관장하는 영역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외에도 뇌의 많은 부분이 대략 스물네 살이 되어야 성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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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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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남아있는 나날에 이어 읽은 이시구로의 두번째 작품. 소재는 전혀 달랐지만 1인칭 화자가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고 기억을 더듬으며 서술한다는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유사했다. 


이시구로는 문장이나 표현력도 좋지만 한 편의 소설을 완결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빚어내는 능력이 너무도 탁월하다. 한 권의 책이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면 그의 소설은 아름다운 오브제가 되어 입체적인 형태로 내 머릿속에 둥실 떠오른다. 저런 예쁜 것을 나는 읽은 것이다. 줄거리나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한 두줄 문장으로 남는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 사실 일반적인 출판물은 독자의 기억에 그 한두줄 메시지만 남긴다 하여도 성공이다. 이시구로는 급이 다르다. 


'나를 보내지 마'는 장기기증을 위해 태어난 클론들이 단체 기숙학교에서 성장한다는 설정으로 클론인 주인공과 친한 친구 두 명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이런 종류의 소설에 있게 마련인 과다한 설정 설명 같은 건 전혀 없다. 오히려 이시구로의 스케치가 너무 빠르다 보니 독자들이 이 소설 속 세상의 얼개를 이해하는데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의 사고는 '클론'이라고 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클론이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인간을 해칠 것이다'식의 지루한 가설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그가 그리는 세상은 오히려 반대이다. 클론들은 온순하고 순종적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 대해 반항을 하지도 않는다. 소설은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의 성장과정을 그리며 하나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흘러가는데, 클론들의 미스테리한 이야기에 홀려 두근거리며 페이지를 넘기던 독자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깨닫게 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읽은 것은 클론의 인생이 아니라 인간의 인생이었음을. 


이시구로의 소설 속 인물들은 치밀하게 사고하고 상대와 대화를 주고받을 때는 행간의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본인들의 화법같다고 해야할까? '남아있는 나날'에서는 화자가 '집사'라는 특수한 신분이기에 이런 서술이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보내지 마'의 경우에는 화자가 어린 영국인 소녀인데도 상대방의 행동과 의도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내용이라 조금 어색하다는 감이 있었다. 일본 소설 '세설'이 연상되었다고 할까? 작가의 민족적인 뿌리가 이런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건가 싶은데, 그의 나머지 작품들을 더 읽어보며 판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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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윤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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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란 확신에 찬 제목을 보고 도대체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일까 궁금하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는 시시하게 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적이 없다. 태어난 환경과 양육자의 양육방식부터 평범하지 않았고(시시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녀의 인생은 시시하게 살겠다 살지 않겠다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스펙터클하게 흘러간다. 14살에 혼자서 유럽을 가고 17에 이탈리아 미술유학을 시작하고 스물일곱엔 임신 사실을 확인한 다음 무능력한 남편과 헤어지고 싱글맘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만화 공모전에 입상하여 받은 상금으로 비행기 표를 사서 겨우겨우 빈손으로 일본에 돌아가는데...(이것은 그녀 인생의 서막일뿐!)


"피렌체에 머무는 10년 동안 나는 두 분의 은인을 먼저 떠나 보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하고 싶은 일을 후회 없이 하다가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봤다. 이 경험이 훗날 내가 세상에 나갔을 때 인생에 소중한 거름이 되리라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글은 평범하다 싶으면서도 이렇게, 보통 사람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툭 던져서 독자들을 놀래키고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시시하게 살지 않은 사람의 인생력.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녀의 에세이는 삶의 굴곡에 비해  내용적인 측면에서 플랫하다는 느낌이다. 결혼 이혼 출산 커리어성공 등 인생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순간들을 그녀는 한두문장으로 그리 특별할 것도 없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휙휙 지나가 버린다. 작가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노출하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의도적 연출인가 싶기도 한데,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쉽다. 그녀의 삶이 무겁다는 건 분명한데 그녀의 문장으로 느낄 수 있는 건 가벼운 것들 뿐. 


최소한 그녀가 대단한 삶을 살아낸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별 다를 것 없는 보통의 인생을 짜내어 써낸 감성에세이들 보다야 훨씬 낫다만, 완성도의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소재에 이 정도 문장력에! 조금 더 속을 터놓고 썼더라면 조금 더 생명력이 긴 책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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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윤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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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는 대로 휩쓸려가지 않고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멈춰 서서 고민하고 사색하는 것. 즉, 의구심은 인간이 진지하게 살아가려고 마음먹었을 때, 그 사람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에너지가 된다.

이제 정말 틀린 걸까, 이대로 객지에서 죽는 건 아닐까, 극단적인 생각까지 드는 그 순간 문득 ‘믿을 건 나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솟구쳤다. 지금 나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내 옆을 스쳐가는 사람도 일본에 있는 엄마도 아니다. 어느 누구도 나를 도울 수 없다. 나는 나를 믿고 의지해야 한다.
‘믿는다, 나를‘
‘믿을게, 이제 너밖에 없어‘
스스로에거 속삭이던 그 순간, 나에게 ‘자신을 지탱해줄 또 하나의 나‘라는 운명공동체가 나타났다. 잔혹한 상황에 휘말린다 해도 ‘또 하나의 나 자신‘이 있으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 존재가 그 후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지.

피렌체에 머무는 10년 동안 나는 두 분의 은인을 먼저 떠나 보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하고 싶은 일을 후회 없이 하다가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봤다. 이 경험이 훗날 내가 세상에 나갔을 때 인생에 소중한 거름이 되리라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실패란 아픔이 아니다. 실패를 하면 할수록 다만 내 사전의 어휘가 늘어날 뿐이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는 융통성이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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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다른 아이들 1
앤드류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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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특정한 상태를 폄하할 때 흔히 질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똑같은 상태지만 인정하는 마음이 있을 때는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교수들은 어떤 질환의 신체적 귀결을 의미하는 ‘기능장애‘와 사회적 맥락의 어떤 결과를 의미하는 ‘능력장애‘의 차이를 강조한다.

... 능력이란 다수의 횡포에 불과하다. 만약 대다수 사람들이 팔을 퍼덕거려서 하늘을 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장애가 될 것이다. ...우리가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상태에는 명시적으로 존재하는 진실이 없다. 이는 단순히 관습적인 사고에 불과하다.

신경 촬영법을 통해 확인해 보면 어릴 때 수화를 배운 사람은 수화 능력이 거의 대부분 언어 영역에 보관되지만, 어른이 되어 수화를 배운 사람은 시각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언어는 그 언어에 노출되어 있을 때만 배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뇌의 언어 중추가 효율성 차원에서 위축된다.

"때때로 나는 내 인생에서 무엇이 보다 커다란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해요. 소인증일까요? 아니면 나 자신과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우울증일까요? 슬픔에 비하면 차라리 소인증은 극복하기 쉬웠어요."

베티는 브루클린에 있는 그들 동네를 남편 솔과 함께 산챍하면서 장애인을 만날 때마다 눈물을 흘리고는 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각자의 전쟁을 치르지만 그런 전쟁은 당신이 문을 닫기만 하면 그만이에요. 곧바로 편안해지죠. 하지만 이 전쟁은 닫을 문이 없어요"

"사람들은 내 입장에 되어 사는 게 어떤지 전혀 몰라요. 하지만 보통 사람으로 사는 것이 어떤지 모르기는 나도 마찬가지죠."

"사실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자기 성찰적인 최초의 다운증후군 아이예요. 다운증후군이고 자기 성찰적이라는 사실은 축복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을 볼 때 자신에게 부족한 면을 봐요. 그런 맥락에서 제이슨은 자신의 부족한 점들이 얼마나 두드러져 보이겠어요?"

정신분열증에 대한 유전적 취약성은 태아기 환경의 차이를 비록해서 촉발성 트라우마의 영향을 받는다. 산과적 합병증이나 진통 또는 분만 과정의 합병증은 태아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정신분열증 환자들일수록 과거에 그러한 경험을 한 경우가 많다. 인신 기간 중에 임부가 풍진이나 인플루엔자 같은 병에 걸리는 경우에도 위험이 증가한다. 정신분열증에 걸리는 사람들 중 겨울에 태어난 사람의 비율이 높은 것도 어쩌면 임신 중기의 임부가 겨울에 바이러스에 감열될 확률이 높은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임신 기간 중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정신분열증과 상관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임신 중에 전쟁을 겪거나 배우자가 사망한 여성이 낳은 자녀가 정신분열증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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