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구판절판


-넌 그들의 사랑이 불가능하단걸 이해해야 해
-왜요?
-이 나라에선 사회계급이란게 존재하니까
-하지만 메흐리가 그렇게 태어난게 메흐리 잘못이에요? 아빠, 아빤 사회계급이 좋아요 나빠요?

내가 메흐리의 방에 갔을 때, 그녀는 울고 있었다. 우린 같은 계급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같은 침대에 있었다.-43쪽

퍼레이둔 삼촌은 샤의 군대가 그를 잡으로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 그의 친구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도망칠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남기로 결심했던 거야. 당시 퍼레이둔 삼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녀는 명문가의 여자였지만 삼촌의 정치활동에 참여했었지
-퍼레이둔, 면회요
-아, 내 사랑...당신은 오지 말았어야 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구
-아이를 만들어요
-여기서? 지금?
-그래요. 간수에게 돈을 줬어요. 방해하지 않을거에요
-난 내일 처형될거야
-알아요. 난 당신에 대한 살아있는 추억을 갖고 싶어요
-미혼모가 이 나라에서 어떤일을 겪는지 몰라? 사람들에게 외면당할 거야. 삶은 지옥이 될 테고.
-관심없어요. 아이를 갖고 싶어요

그녀는 그날 밤 정말 아이를 갖게 되었고. 곧 스위스로 떠났단다. 아들을 낳았다고 들었지. 아버지를 쏙 빼닮은...-63쪽

-우리 얘기 좀 할까? 사실 그들이 삼촌을 잡아갔다
-알아요....아빠!
-그래 내 아가. 삼촌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니?
-네!
-아누쉬 삼촌은 단 한명만 만날 수 있단다. 삼촌은 너를 보고 싶어해



-10분간이요
-정말 예쁘구나! 이렇게 예쁜 아가씨를 어디서 봤더라!
-아세요? 삼촌이 우리집에 계셨던게 저한테 얼마나 큰 영광이었는지?
-너와 항상 함께 있고 싶구나 내 귀여운 것. 하지만 너도 알게 될거야! 언젠가는 프롤레타리아가 다스릴 날이 올거야! 자! 널 위해 백조를 하나 더 만들었지. 이 녀석은 전에 주었던 백조의 삼촌이란다. 넌 내 삶의 별이었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내 사랑하는 아누쉬 삼촌...

<러시아 스파이 처형당하다>-74쪽

교육부는 이번달 말부터 모든 대학에 휴교령을 내린다고 발표했습니다
-교육 시스템, 교과서의 내용 등 전 교육과정이 퇴폐적입니다. 모든 것이 개조되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타락의 길이 아닌, 이슬람이 이끄는 진리의 길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게 한시적인 이번 조치의 이유입니다. 미래의 제국주의자들을 길러내는 것보다 차라리 문을 닫는것이 낫습니다.

2년 동안 대학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학은 사라졌다. 난 화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마리 퀴리처럼 되고 싶었다. 난 교육받은 자유로운 여성이 되고 싶었다. 만약 지식을 추구하는게 암을 유발한대도 차라리 그게 나아보였다. 그렇게 또 다른 꿈이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비극이야! 마리퀴리가 공부를 위해 프랑스에 처음 도착했던 그 나이에 난 아마 애가 10명은 딸려 있을거야!-79쪽

사이렌이 울린다는 것은 우리가 종말을 맞을지 아닐지를 아는데 3분이 걸린다는 것을 위미했다
-지하에 안 내려가요?
-그래봤자 별 차이 없단다. 지하에 있든 비웅에 있든 미사일에 맞으면 똑같아

3분이 3일 같았다-142쪽

넌 그들이 붙잡힌 여자애들한테 무슨짓을 하는지 알고나 있어?! 처녀를 죽이는 건 법으로 금지된 일이야. 그래서 그 혁명 수비대 놈들은 억지로 결혼을 시켜서 처형시키기 전에 처녀성을 빼앗는다구. 너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151쪽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이란의 찰스 디킨스라 불리는 아리아쉬라프였다. 그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진실된 것이었다. 레지는 10살에 짐꾼이 되었고, 5살인 레일라는 양탄자를 짰으며, 3살 먹은 하산은 자동차를 닦았다. 난 비로소 내가 아빠의 캐딜락 옆에 앉는게 왜 부끄러운지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내 부끄러움의 이유와 혁명의 이유는 같은 것이었다. 사회계급의 차이.-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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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6-20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는군요. 그건그렇고 왜 2권 번역되어 안나올까요.

LAYLA 2007-06-20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어제 1권 마지막 장 보면서 어떻게 2권 기다리지! 싶었는데 2권이 안나오는 중이었군요 ㅠ,ㅠ
 
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품절


모두가 가야 하는 길이란 없으므로, '잃을'길 또한 없다.-1쪽

미팅에 나가기 위해, 결혼식에 가기 위해서만 여자들이 화장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늘은 나를 위해 화장했어"라는 말의 의미를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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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빈즈 4
안노 모요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10월
품절


"고이즈미는 용수철 인형 닮았어. 부르면 뿅하고 이쪽을 보니까"



'뿅'하고 돌아보는 건, 널 좋아하기 때문이야.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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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 - 여자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하다
이명희 지음 / 열림원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학교에 포스터가 붙어있길래, 아 요즘은 이런식으로 책 홍보하는구나 싶었다.

안타까운건 그렇게 홍보를 해도 이런 종류의 책은 어차피 볼 사람만 본다는 것일까^^

자극적인 제목에 이게 뭔가 싶어서 들여다 봤고, 페미니스트들을 인터뷰했다고? 호오 관심이 갔다.

책의 첫장, 그러니까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저자가 쓴 서문이 정말 재미있었다.

웹상의 포스트를 읽는 듯- 쉽고 편하고 재미있게 쓰여진 글이라서 책 잘 골랐군! 싶었는데 사실 책 읽으면서 서문보단 본문이 못하단 느낌이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나중에 인터뷰집 말고 본인의 글만 담은 책을 내 봄이 어떠한지? 충분히 승산있다고 봄)

서문보다 본문이 별로였던 건

첫째, '미친년'이라는 컨셉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여러 인터뷰이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데 ( 질문이 완전히 똑같은건 아니고 몇개정도) 이거 지루하고 식상했다. 뭐 '어릴때 당신의 엄마는 어떤 분이었나' 라든지 '좋은 여자란 어떤 여자라고 생각하느냐' 이런 질문들인데 저런 잘나고 만나기 힘든 인터뷰이들 만나서 꼭 저런거 물어봐야 했는지 의문스럽다.  미친년이라는 컨셉에 치중하기 보단 심도있는 인터뷰를 했음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특히나 저자가 전문 인터뷰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질문이 별로 예리하지 못하단 느낌이다. 그냥 팬과 스타가 만나서 이야기 하는 느낌이랄까?  또 인터뷰 분량도 적고, 이래 저래 한번 읽을만은 한데 두고 두고 봐야겠단 생각은 안든다.  - 결론> 좋은 인터뷰이들 명단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인터뷰 내용. 깊이보단 그냥 넓이에 치중한 느낌.

둘째,  일부 몇몇 인터뷰이들이 너무 강해서. 약간의 거부감이 일었다. 음. 강해서 오만하단 인상을 준 사람도 있었고 나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도 있었다. 그니까,  페미니즘에 대해 깨닫고 실천하기 위해 한발자국씩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냥 거칠것 없이 나 하고 싶은대로 막 살다보니(?) 미친년 소리 듣고 페미니스트 소리도 듣게 되는 사람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가 나는 좀 부담스러웠다. 꼭 이책에 저 사람을 꼭 집어넣었어야 했나? 싶은 의문이 들기도 했고.

이래 저래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컨셉의 책이 반갑고. 그 자체로 한번 읽어볼만하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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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 - 여자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하다
이명희 지음 / 열림원 / 2007년 3월
품절


내 의지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세상의 현실들을 견주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여자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살아가는 것은 황당한 경우와 싸우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몸부림치는 여자들에게 사회는 '페미니스트'라고 칭하고 '너를 진정한 싸움닭으로 임명하노라'라고 진검 승부의 라이센스를 선사한다. 그녀들의 앞길엔 레드카펫 대신 가시밭길이 실크로드처럼 펼쳐지고, 이윽고 이 시대의 진정한 전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자로 태어나 미친년, 마녀, 나쁜 여자로 진화하게 된다.



가시밭길과 꽃길을 구별 못 하는 미친년처럼 미쳐서 일하고 싸우는 여자들은 구습의 방화벽을 거부하지 않는다. 미친년 널뛰듯이 세상을 휘저어야 철옹성 가부장제의 시선을 거두어낼 수 있다. 그러니 더 신나게 널뛰며 미쳐볼 수밖에. 시대가 미친년을 만들고 미친년이 시대를 휘젓고 시대는 미친년을 용납하지 못하고 그래서 미친년은 내쳐지고 소외되고. 이 상황에 대해 시대가 한마디 거든다.'여자들이 설쳐서 제대로 되는 게 없다!'



페미니즘의 필요성은 '미친년'으로 몰려보면 안다. 똑같이 입사해서 남자들은 승승장구하는데 나느 변방에 우짖는 새처럼 앉아 있어보면 알게 된다. 노처녀라는 별자리 달고 혼자서도 잘 놀고 있는데, 장가 안 간 남자 있으면 아무 남자나 시도 때도 없이 주위에서 갖다붙이는 꼴을 당해보면 알게 된다.

-19쪽

날 때부터 미친년은 아무도 없다. 자라면서 당하게 되는 가부장적인 차별과 학대에 대한 여성들의 반응을 이 사회는 단순히 미친년으로 함축시켜 말한다. 독사 같고 여우 같은 그녀들이 주류 사회와 목적을 같이하여 연대하면 능력 있는 여자가 되지만, 또 다른 명명정부를 계획할 경우 그녀들은 미친년이 되어 숙청 대상이 된다.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여자들에겐 '나쁜 여자'라는 철퇴가 훈장처럼 내려진다. 여자로 태어나 미친년 소리를 듣는다는 건 자신의 길을 열심히 살아왔다는 진화의 증거이지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서진다는 건, 좌절이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재건이자 부활을 의미한다. 재생이 아닌 부활이다. 다시 태어나려면 다시 받은 몸이 되어야 한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몸도 마음도 분석과 사요, 지혜와 인내로 부활을 준비해야 한다. 혹여 미친년 소리를 듣는다면 그건 비로소 현실과 맞장을 뜨며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미치치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올라갔다 추락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오직 하나고, 나는 오직 나' 일수 있는 정체성이 있다면 미친년 소리는 축복의 메세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이 혹시 누군가에게 '미친년'이라고 말했다면 그건 당신이 그녀의 열정을 시기하는 빈곤의 철학을 드러낸 셈이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미친년 소리를 들었다면, 멈추지 말고 그 길을 가도 좋다. 문제는 미칠 수 있는 열정과 용기가 우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여자들은 이제, 여성다움의 미덕을 결연히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20쪽

늙음을 즐김과 여유로 받아들일지, 절망과 노욕으로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현실은 냉정하다. 주름을 지우려는 순간 슬픔은 시작되고 노욕은 싹튼다. 주름은 늙음이 아닌다. 늙는다는 건, 그리고 여성이 늙어간다는 건, 위대한 일이 되어야 한다. -박영숙-35쪽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사회적으로는 가난하고 소외된 또 하나의 마리너리티를 자초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는 개인적 차원에서나 국가적 차원에서 불행일 뿐만 아니라, 진실이 결핍된 나라라고 고백하는 꼴이다. 우리나라만큼 페미니즘이 왜곡되어 인식된 나라는 없더. 심지어 예술에서도 그렇다. 나는 젊은 세대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우리 세대가 했던 이야기보다 더 발전된 모습의 이야기를 표현해나가길 바란다. 그들이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가난을 자초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소외나 마이너리티를 의미한다면 과연 누가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 여성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가운데 남성들과 연대하면서 행복한 엄마, 행복한 커리어우먼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풍부한 이슈들과 어울리게 될 것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할 권리를 억누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두가 생각해볼 일이다. 페미니즘은 남녀 모두 함께 시작해야 한다. 그 시간부터 다시 카운트해야 한다. 그리고 똑같이 키우고 똑같이 입히고 똑같이 먹이고 똑같은 잣대로 가르쳐야 한다. -박영숙-57쪽

사회적인 교육의 목적이 남자와 여자의 이상적인 관계를 이루어내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성, 여성 각자 스스로의 자아를 발전시키는 데 교육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페미니즘이 성공한다면 남녀간의 이상적인 관계를 정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페미니즘은 주체와 객체, 열등함과 우월함이 아닌 동등한 두 주체 사이의 관계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69쪽

-당신은 여성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적인 것 또는 인류애라는 것이 있다. 사회적 구조를 제외하고 '여성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이기 전에 한 인간이다. 물론 남자도 마찬가지다. 둘 간의 유일한 차이는 생명을 생산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일 뿐이다.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유감이다. 세상에는 수백 개의 다른 면이 있는데도 우리는 단 두가지 면 밖에 없다고 믿는다. 이 세상을 둘로 나누는 것은 현실을 끔찍하게 왜곡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바람직한 여성상'을 말할 수 있는가?
확언컨대 나는 여성의 역할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내가 누구인가가 문제일 뿐이다. 수천 년간의 모든 요인들이 합쳐진 독특한 살물이 여성이고 남성이고 그리고 인간이 된 것이다. 자신의 역할을 선택할 힘이 있어야 진정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왜 여자가 성형수술을 더 많이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왜 여자들은 자신의 내적인 것보다 외적인 것에 더 집착하는가. 나는 성형수술에 반대 하기보다는, 왜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는지 그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글로리아 스타이넘-76쪽

여성들의 몸은 아름답다. "당신 참 아름답다" 그런 이야기 들어보고 자랐는가? 엄마는 딸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해줘야 한다. 끊Ÿ恃?네가 이래서 예쁘고 저래서 아름답고 이래서 귀하고 저래서 소중하다는 식으로 기억시켜줘야 한다. 구석구석 온몸의 세포가 그 말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 여성에게 자신감은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어렸을 적 어머니나 아버지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듣게 되면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남들이 뭐라 해도 자신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뿌리 깊은 자신감 말이다. 이런 자신감이야 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미감이라는 것은 주관적이면서 다양해야 한다. 백 명이 있으면 백 명 다 아름답다는 얘기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과 인식은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교육되고 사회화된 유전자로 존재하게 된다. 연극 <굿 바디>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여성의 몸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여성들은 나이를 먹으면 스스로 추악해진다고 생각한다. 나조차도 나이 먹는다는 걸 남성들에 비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세상이 모든 미디어가 하나 같이 젊은 여자들만 보여주니까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미 자신의 시선이 아니게 된다. '나쁜 교육'이란 이런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공공의 시선은 남성들의 '욕망의 시선'일 뿐이다. -이브 엔슬러 -122쪽

여성에 대한 이미지 교육 프로그래밍은 너무 깊고 오래되었다. 전 세계에 포진한 이 프로그래밍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진정한 배움이 아닌, 어떻게 보이는가, 무엇처럼 보이는가, 어떻게 해야 사랑받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프로그래밍은 바로 전 세대 여성이 어머니에 의해서 혹은 다양한 종교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린다. 그리하여 여성은 사랑받을 수 있기 위한 어떤 특별한 존재로 보여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암시를 받는다.근사한 여자로 보이지 않으면 누구도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게 되리라는 믿음을 줌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브 엔슬러-126쪽

누군가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산다는 건 힘든 일이다. 한데 여성들에게 그것이 미끼가 되었다. 이러이러한 여성은 남성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가 된다고 수없이 들어왔다. 시끄럽게 떠들지 마라, 억세게 사내에게 덤비지 마라, 고분고분해라, 얌전해라, 정숙해라, 누가 뭐라고 해도 일단 들어라, 진실은 나중에 밝혀지는 법이다.....세상은 사랑받는 여자가 되라고 그녀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



말해라. 사랑받지 않아도 좋다고. 사랑받지 못해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세상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당신이 세상을 사랑하라.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당신이 이 세상을 사는 것이다. 당신이 없으면 이 세상도 더 이상 의미 없는 것이다. 당신의 눈과 귀로 느끼고 당신의 목소리로 말하라. 당신의 몸과 뇌가 느끼고 지각하여 옳다고 생각한다면, 몸이 부셔져도 나가보는 거다. 인생, 별것 있는가?

눈을 감고, 귀기울여보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옳은 것인지, 무엇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래서 마침내 행복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말하고 그리고 실천하는 것이다. 행동하라!

-이브 엔슬러
-138쪽

명심할 것은 상황을 스스로 이끌어낼 수 있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만 얽매여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또한 나쁘다 좋다 하는것은 나의 기준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준이다. 남의 기준이나 사회적 기준에 끌려가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나쁜 여자, 좋은 여자를 누가 만들었는가. 무조건 동의해선 안된다. 나쁜 여자, 좋은 여자라는 이름은 패션쇼에 나오는 옷이지, 내 옷장의 옷이 아니다. 내가 그 옷을 입고 행복하냐가 중요하다. 좋은 여자라고 불리면서 불행한 여자가 되기보다는 나쁜 여자가 돼서 행복한 편이 낫다. 나쁜 것이 좋은 것이 되고 좋은 것이 나쁜 것이 된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갈 뿐이다.
-이브 엔슬러-146쪽

한국 여자들은 프로의식에 대해 비중 있게 교육받지 못했다. 어릴때부터 남자 잘 만나 잘 사는 게 중요하다고 듣고 자란다. 그러나 남자를 잘 만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뭐가 되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어야 여자가 제대로 사는 세상이 온다. 자기의 일을 택하고서 사랑을 택하는 것이지 사랑을 택하고서 일을 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한국은 남녀 관계에서 '정'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데 반해, 미국은 '정'이라는 개념이 없다. 따라서 미국 여자에게는 남편이 돈을 벌어와 같이 산다는 개념이 없다. ...우리나라도 투철한 직업의식과 자기 관리 프로그램을 어릴 때부터 여성들에게 교육시켜야 한다. 남자에 대한 기대를 하루 빨리 버려야 행복해진다 -현경-155쪽

나는 좋고 나쁘다의 기준으로 무언가를 나누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착한 마음씨를 갖는 것은 좋지만 너무 착해도 일을 그르친다. 사람드링, 사회가, 세상이 착한 그대들에게서 단물을 다 빨아먹을 수 있다. 나쁜 여자가 되는 것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딸아이에게 "항상 착해야 할 필요는 없단다"라고 말한다. 착하지 않다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판단이다. 언제나 착해야 한다고 교육하는 건 여자들에게 특히 어린 여자들에게 대단히 위험하다. 누구 앞에서 착해야 한다는 것인가? 자기 자신을 지켜내는 것을 방해하는 것들이 세상에 이토록 널려 있는데, 자신을 버리고 망가지면서까지 세상에 순종해야 한다는 말인가?
-윤진미-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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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6-09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핫. 제목이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