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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evous Angel (Paperback)
Jane Hill / HarperCollins / 2006년 12월
평점 :
*사서 보실 분 없을 거 같아서 줄거리 쫙 다 적었습니다 스포일러 싫으신 분은 읽지 마세요 특히 '결론은' 이후로 절대 절대 절대 읽지 마세요!!!^^
세일 하길래, 그렇고 그런 로맨스 소설이구나 하고 읽기 시작했다. 대략의 설명에 따르면, 십대 시절 열렬히 사랑했던 구남친이 할리우드 무비스타로 성공하였는데 주인공 녀성은 서른 아홉살이나 먹고서도 아직도 그 옛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설정. 그러던 차에 무비스타 구남친이 영화 촬영 도중 실종되고... 그가 남긴 마지막 쪽지가 무언가를 암시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로맨스 소설 쫌 읽어봤다는 독자라면, 이 출판사의 기본적 설명만 듣고서도 소설의 기승전결을 얼추 90퍼센트 이상 막힘없이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구남친과 주인공은 정말 열렬히 사랑했지만 어쩔수 없는 이유로 인해 헤어졌겠지...구남친은 주인공을 떠올리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헐리웃에서 성공했을거야!!!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정점의 자리에 올라섰다고 확신한 순간 돌연 사라진거지 중요한건 그녀이지 커리어 따위가 아니거든..!!! 구남친과 주인공은 몇가지 사소한 일들을 해결하고서 다시 재회하게 될거야....마침내 둘의 사랑을 확인하는거지!!!그리고 해피리에버애프터를 하는거즤!!!! 하하하하핳ㅎ하하 이렇게 가벼운 맘으로 이 책으로 시간이나 때우자, 깜칙한 계획을 세웠던 내가 마지막 챕터까지 남자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았을 때 느꼈던 심정은 뭐랄까 ...시.망. 정도..........................? 굳이 마지막 챕터까지 가지 않아도 절반정도 읽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은 감 정도는 잡았었다.
여주인공은 십대 시절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다 껄렁한 미국 남자를 만나 hoplessly 사랑에 빠진다. 스프링쿨러가 돌아가는 젖은 진흙 잔디밭에서 첫 경험을 하고 온갖 파티를 돌아다니고 기숙사 낡고 좁은 침대에 엉켜 킬킬거리는 전형적인 10대 스러운 관계였다. 몇 달간의 짧은 교환학생 기간은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갔고 둘은 몇 주 뒤 뉴욕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헤어진다. 하지만 몇 주뒤 약속한 뉴욕의 그 장소에 남자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았다. 여주인공은 쓰라린 가슴을 안고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간다. 사랑했던 사람과 어이없이 헤어지게 된 상황이 힘들었던 여주인공은 일자리를 얻고 본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그런데, 정확히 1년 뒤, 구남친이 나타났다. 영국의 집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린 것이다. 왜 뉴욕에서 그날 나타나지 않았냐는 그녀의 물음에 '미안 길이 막혀서 늦고 말았어' '난 다음날 MOMA에서 널 하루종일 기다렸는데' 'SHIT 난 구겐하임에서 하루종일 기다렸었다구' .............둘은 다시 불 붙었고 하루하루가 꿈결같이 지나간다. 심지어 해안가를 산책하다 그에게 정열적인 프로포즈까지 받았다!! 녹지 않는 것이 신기한 그 캔디같은 생활은 2주가 되지 않아 쫑난다..격렬한 섹스 도중 삔 손목을 치료하러 병원에 들른 사이 그는 사라진 것이다. 거울에 립스틱으로 thanks 4 everything 이란 메세지만 남기고. 아, 이유를 모르는 실연의 고통을 아는지라 주인공의 삽질을 나도 절절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 내가 이 말을 했었더라면, 그 말은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무슨 행동을 했길래??? 이 끝없는 자학은 그가 몇 년후 그가 영화배우로 데뷔하며 더욱 심해진다. 그녀는 그가 나오는 모든 잡지를 사모으로 그의 영화를 수없이 반복해서 보고 그에게 편지도 쓰는 그녀..안녕..잘 지내니..새 영화 좋타...그리고 답장이 돌아오길 미친듯이 기다린다......새 남자와의 연애는 잘 될리가 없다. 나 옛날에 장동건이랑 섬씽 좀 있었어^^** 맨날 이 소리하는 여친을 감당할 이 누구인가.... 그녀의 이 집착이 거의 책 반권동안 이어지니 짜증이 나지 않을리가. 그때까지 로맨스 소설이라는 건 당연하다 믿었기에 장르에는 의심을 품지 않고 다만 내가 구린 로맨스 소설을 고른 것이라 생각했다. 맨 뒷페이지 작가 사진 보며 욕 좀 했었다. 이거 순 당신만의 판타지 아냐? 마른 금발 영국인 여 주인공. 스스로 안 이쁘다고 하지만 모든 남자가 그녀에게 빠져들지(남주인공 빼고 주변 남자들이 모두 여주에게 대쉬함. 심심찮게 술마시다가 사고도 침) 학창시절 미국으로 교환학생 다녀온 추억 너무 우려내고 계신거 아니신지.
근데. 딱 그 절반정도 시점을 넘어서니 이야기가 급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구남친이 촬영현장에서 사라지고 어쩔줄 모르던 여주는 그가 남긴 마지막 메세지가 그녀의 언니가 남긴 자살메모와 비슷하단 걸 알아차리고 그 역시 자살했을 거라 추측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끈을 놓지 못하고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겨주신 은행계좌를 터서 미국으로 날아간다. 단지 그의 흔적을 뒤좇기 위해.......근데 그의 고향에서 시작한 여행은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그가 고향이라고 말했던 곳은 그의 고향이 아니고, 그가 이야기해 준 고향에 대한 추억은 모두 지역안내리플렛 내용이다. 모다.???? 힘들게 찾아낸 학교 동창은 말한다. "난 사실 너 불쌍하다 생각했었어..걔랑 사귄건 나였잖아? 넌 그냥 장난감이었고. 나 걔량 2년 사귀었고 여름엔 유럽여행도 갔었어" 유럽여행 기간은 구남친이 여주를 방문한 2주정도 시간과 겹친다.."우리 유럽에서 싸워서 파리에서 헤어졌었어. 그리고 미국에서 다시 만났지" 헐........여기서부터 미ㅓ니ㅓ라ㅣㅓ미ㅓㅏ 하나하나 밝혀지는 미스테리한 그의 과거..엇갈리는 기억들..'그는 누구? 나는 어디에 있는거지?? 하지만 그건 사랑이었어!! 진짜라구!!' 여주인공의 외침이 페이지를 넘어 들려온다.
결론?
마침내 그녀는 구남친을 찾아낸다. 하지만 어느 오래된 모텔에 숨어 은거하고 있던 그는 그녀의 등장에 그동안 기대하던 사랑의 미소가 아닌 냉소어린 비웃음을 보낸다. 그가 쓰고 있던 대본을 발견한 그녀는 자신을 스토커로 묘사한 대본의 내용에 손을 부들부들 떨 뿐. 사랑했잖아, 라고 외치는 그녀에게 그는 말한다. '넌 심지어 내 여친도 아니었어. 니가 날 따라다닌 것일 뿐이잖아?' '그럼 왜 뉴욕에서 보자고 한건데?' '널 입닥치게 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거든. 얼마나 옆에 들러붙어서 주절거리는지' '그럼,,, 여름방학 때 우리집엔 왜 찾아온건데???' '내 여친이랑 파리에서 싸웠는데 호텔 들어갈 돈이 없더라고 ㅋㅋㅋ 유럽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지...뭐 너네 동네 좋긴 좋더라?' '그럼...그 프로포즈는 뭐였는데?' '무슨 프로포즈?????????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였냐고!!!' '니가 딴데보는 사이에 자빠졌는데 너무 쪽팔리더라고 그래서 프로포즈하는 척 한거지..그건 조크아냐? 넌 그걸 다 기억하냐?' 20년 동안 구남친 생각만 하고 살았고 동네 사람들에게 '한때 탑 무비스타랑 사귀었던 애'로 기억되는 것에 무한 자부심을 느끼던 여주가 느꼈을 배신감이야. 그리고 로맨스 소설인 줄 알고 시작했던 내가 이 결말에 이르러 느낀 감동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웬만한 로설보다 10배쯤 나은 전개아닌가) 분노로 가득찬 여주는 맥주병을 집어들고 그를 쳐죽이기 위해서 뛰쳐나간다. 그리고 그의 대갈을 맥주병으로 시원하게 날린다...동시에 빈 수영장 옆에서 얼쩡거리던 구남친은 지 알아서 자빠져 수영장 바닥과 합체하시고 수영장을 피로 물들여주신다. 짝짝짝짝짝
여주가 구남친을 그리는 과정이 너무 절절해서 이 소설이 이런 식으로 끝나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너무 좋을 뿐. 우리가 기억하는 옛사랑이란 결국 혼자만의 착각이요, 기억을 재가공해 만들어낸 판타지일 뿐이란 듣기 좋은 소리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그냥 스토리만으로 통쾌^^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특히나 백미는 구남친과 재회한 후 교차되는 그와 그녀의 대화내용. 왜 프로포즈 했냔 물음에 '자빠졌는데 자빠졌다고 하기 쪽팔리니까'이건 정말 밑줄긋기 할 만한 대목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그의 찌질함은 책 내내 그려지던 dreamy한 그의 이미지와 교차되며 한층 더 상황을 비극적으로 몰고간다.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장을 덮으며 내 구남친을 떠올려보았다...어떻게든 좋게 생각하려는 나의 노력은 이제 접어야 하는것인가..? ㅋ.ㅋ.ㅋ
바라만 보아도 엄마미소짓게 만들던 이가 구남친이 되는 순간 찌질해지는 자연불변의 이치와 진리.....아 사랑의 불가사의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