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너무 복잡해 - It’s Complicate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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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자와 바람나서 10년전 이혼한 구 남편은 젊은 아내에게 질리자 옛 아내에게 말한다. 

 "지금까지 사랑한 건 너였어. 단지 지금 깨달았을 뿐" 

콧방귀도 뀌지 않고 비웃어줘야 할 옛 아내는 그러나 흔들린다. "스물 세살 부터 너를 사랑해온 사람, 가장 많은 것을 공유하고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 너를 사랑해온 사람"이라고 번드르르한, 동시에 부인하기 어려운 말로 치고 들어오면 아무리 강심장 냉혈인간이라도 맘이 움찔거리지 않긴 힘들거다. 그래서 옛 아내는 고민한다. 돌아온 남편이냐, 새로 만난 데이트남이냐. 

그녀의 선택과 영화의 결말은 중년의 연륜이 반추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이십대 청춘 남녀의 로맨틱코미디와 차별화되게 만드는데 조금만 돌려서 보면 결국 연애사란 나이를 떠나 다 그렇고 그런 양태를 보인단 점에서 이 영화는 관객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옛 아내가 '당연히' 자신을 다시 사랑할 것이라 믿어마지 않고 열렬히 들이대는 구남편을 보며 여자 관객들이 깔깔거리고 어휴-소리를 내지르고 때때로 기겁하는 몸의 소리를 토해낸다. "쟨 왜 저렇게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쩐데? 역시 구남친들이란..."  

그렇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양과 서양, 청년과 중장년 층을 넘어서 구남친들이 새벽 2시에 거는 전화, 근거없는 자신감, 옛추억 들이대며 찌질거리기 등등은 언제나 한결같은 레파토리인듯. 그리고 거기에 바보같이 넘어가주는 여자들 역시. 나이가 들면 조금은 달라질까?...  이 영화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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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종말시계>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석유 종말시계 - '포브스' 수석기자가 전격 공개하는 21세기 충격 리포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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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님 말씀대로 '소설'에 가까운 책이다. 저자는 석유가 유한자원이니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유가가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걸 전제로 하여 유가가 갤런당 4달러에서 20달러에 이르기까지 2달러 간격으로 한 챕터를 구획해 각각의 단계에서 예상되는 사회적 변화를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이 인문과학서보다 소설에 가까운 이유는 저자가 유가의 상승에 예상되는 변화를 설명함에 있어 과학적 서술방식이 아닌 케이스 위주의 서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기자이다 보니 그런식으로 글을 쓴게 이해는 되지만 그런 글은 1페이지 특집기사로 족하다. 한 권 내내 객관적 전망을 가장한 주관적 열변을 읽어내기는 힘들다. 모든 것을 유가에 기반해 생각하면 어떤 극단적 생각들이 튀어나올 수 있는지 이 책을 보면 잘 알수 있다. 물론 그의 모든 예상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다. 유가상승과 함께 미국인의 suburban dream은 차츰 붕괴할 것이라는 부분이나 화물운송차량이 전기충전방식 차량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점, 열악하기로 유명한 미국의 대중교통 시스템(철도포함)이 차츰 개선될 것이라는 점, 새어나가는 한 톨의 에너지라도 아끼기 위해 여러가지 관련산업이 발달할 것이라는 점 등은 무척이나 합리적인 예상이고 미국에서 유가상승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기에 유용하고 재미있었다. 그치만 사람들이 석유값 때문에 차를 끌고 나가지 않으니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들것이란 부분은 깨알같이 웃겼고(ㅋㅋㅋ) 기름값이 비싸서 앞으로 대륙간 항공편은 사라질 것이란 부분은 나를 폭발케 하였다. 그러니까 그게 바로 이 책이다. 진지하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전망을 기대하지 마시라. 이 책은 기름값이 지금처럼 계속 대책없이 올라가다간 이꼴 날 거에요-라고 일러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단순히 석유값을 독립변수로 설정해두고 기름값이 요정도 오르면 세상이 요렇게 바뀔거야-란 이야기가 반복되는데 이는 유油물론(석유를 제1차적·근본적인 실재로 생각하고, 정치나 과학, 인간의 의지 등을 부차적·파생적인 것으로 보는 철학설.)을 연상케한다. 유물론을 토대로 쓰인 글이란 생각하면 그럭저럭 소설처럼 읽어나갈 수 있지만 괜히 나처럼 쓸데없이 자꾸 현실을 떠올려보는 독자는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기름값이 비싸진다고 진짜 대륙간 항공편이 사라지게 되겠는가?(정확하게 말하자면 저자는 그 비싼값을 내고 누가 비행기를 타겠느냐며 묻고있다)석유가 세상을 움직이는 하나의 축인것은 사실이지만 석유값이 오르면 대체에너지개발 기술도 따라 발전할 것이고 뭣보다 자본주의 사회가 뒤집어지지 않는 한 한번 맛본 달콤한 문명이 퇴보하는 일은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영속시키기고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국은 무언가 수를 짜낼텐데 이 책은 가격이 모든 상황을 결정짓는 유일한 변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이 갤런당 20달러 유가가 현실화되도록 둘 것인가?) 사실 이건 책의 문제라기 보단 이 책의 패러다임에 딴지를 거는 나 같은 독자의 문제라고 봐도 될 듯하고. 어쨌든...유물론의 결론에 따르면 미국은 효율적 에너지 사용을 위해 교외생활을 버리고 지금은 빈민가로 여겨지는 도심부로 인구가 집중될 것이란다. 여기서 동양의 도시들(도쿄 서울 등등으로 추정됨)이 거론되며 그들의 에너지 집약적 거주 행태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는데 인구 1000만 넘는 이 도시가 초래하는 엄청난 비효율을 절절히 체화하며 살아가는 소시민1인으로서 전세계가 서울처럼 되기 전에 얼른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겠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게 되었단 점이 이 책이 준 교훈이라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나의 독서에 이해하기 어려운 번역문.비문.오타들이 무척이나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34p 사람들은 휘발유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 휘발유 가격과 1갤런에 13달러하는 버드와이저 가격 또는 1갤런에 8달러 하는 코카콜라, 혹은 1갤런에 7달러 50센트하는 에비앙 생수와 가격을 비교해보라. 낡은 유전에서 아주 저렴하게 생산하던 석유가 감소하면 여러분을 세계 곳곳으로 이동시켜주는 아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휘발유 가격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수돗물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수입한 프랑스 생수 한 병 가격을 훨씬 웃돌게 될것이다.  

57p 첫째줄 기2본 오타 

176p 1990년대에 미국에서 뉴욕보다 더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어난 도시는 없다. 뉴욕의 인구는 68만 5714명에서 800만 8278명으로 늘어나 이전보다 33만 7642명이 늘어나 두 번째로 큰 인가 증가율을 보인 피닉스보다 두 배 이상의 인구가 증가했다. (피닉스 인구가 330만 늘어났다고 말하고 싶은건가?) 

209p 이런 건물을 유령 상자라고 한다. 이 명칭은 아칸소 주에 본사를 둔 월마트가 철수한 상점(에) 안티 월마트 집단이 붙여준 별명이다. 

기타 등등등  

한번에 읽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런 불평불만에도 불구하고 별4개인 것은 앞에서 언급한 상당히 괜찮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 미국인 라이프 스타일과 유가상승의 연결지점에 대한 설명+ 각 케이스 별로 인용되는 다양한 자료들이라던지 실제 석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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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4-0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도출된 결론이 오히려 갑갑한 경우가 많죠~ 상상의 여지가 있는 간단한 정보에 직관적인 판단력이 더 깔끔한 경우가 좋습니다^^

LAYLA 2010-04-01 16:28   좋아요 0 | URL
pjy3926님 안녕하세요 :) 어차피 예측은 예측이고 구라는 구라다-라고 말하자면 머리 복잡하게 하느니 쉽고 간단하게 가는게 작가로서 편하기는 할 듯 합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하신 '너무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도출된 결론'은 어떤 책들을 지칭하시는지요?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그러는데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jy 2010-04-01 22:37   좋아요 0 | URL
사방에서 잡지식을 주워듣고 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진지하시면 많이 민망--;음...이 책을 읽고나니 든 생각입니다..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 - 과학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 100가지 //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LAYLA 2010-04-02 00: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보관함으로 갑니다 ㅎㅎ
 
세설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50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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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판 오만과 편견이라는 소리, 뉴욕의 유명한 편집장이 이 책을 책장에 쌓아두고 세설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바로 손에 쥐어준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귀가 팔랑거려 구입한 책인데 읽고 나서 보니 동양판 오만과 편견이라는 말엔 절대 동의하지 못하겠고(오만과 편견의 백미는 그 로맨틱한 줄거리를 써내리는 제인 오스틴의 시니컬한 시선과 툭툭 튀어나오는 독설들인데 이 책은 저자의 오사카 자매들과 간사이 지방에 대한 무한 애정을 기본으로 깔고 있으니 근본적으로 비교 불가능하다. 동양판 오만과 편견이란 평은 '아가씨들의 신랑감 찾기'라는 공통소재만으로 거칠게 두 작품을 묶은 것이기에 두 작품 모두 사랑하는 나로선 화가 날 따름이다) 그 뉴요커가 그렇게도 세설에 목을 맨 이유는 너무도 잘 이해가 되었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후반부에는 한국인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회사원 김씨와 과장 사이의 대화" by 손호민 

과장; 날씨도 으스스하고 출출하네 (한 잔 하러 가는게 어때?)  

회사원 김씨; 한 잔 하시겠어요? (제가 술을 사겠습니다)  

과장; 괜찮아. 좀 참지 뭐 ( 그 말을 반복한다면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지) 

회사원 김씨; 배고프실텐데, 가시죠?(저는 접대할 의향이 있습니다) 

과장; 그럼 나갈까? (받아들이도록 하지.)
 
   

말콤 글래드웰은 이런 서로의 은근한 신호를 받아 계산하고 파악하는 미묘함을 세련되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평한다. 그리고 바로 이 책, 세설은 바로 이런 미묘하고 세련되고 우아한 의사소통으로 가득 차 있는 동양식 의사소통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다. 직구 날리는 의사소통이 편하기는 하지만 거기에 맞아 멍 든 가슴 한번쯤 가져본 서구인이라면 이 애둘러가는 동양식 대화의 매력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다. 거기다 '일본'의 이야기이지 않은가. 기모노며 가부키며 스시가 그동안 쌓은 후광은 그 자체로 이 이야기를 1.5배쯤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줬을 것이다.

세설은 오사카의 몰락한 상류 계층의 네 자매 이야기이다. 특히 셋째인 유키코의 혼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전지적 작가 시점의 서술은 바로 저 우아한 이중소통의 아름다움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캐릭터의 행위로 보자면 말 한마디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 담긴 수많은 의도와 무수한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작가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그리고 편지가 온 다음 날 사진을 보내왔다. 사치코는 사진을 잘 받았다는 인사를 겸해 곧 답장을 보내기는 했지만 작년에 이타니에게 몹시 재촉을 당한 것에 질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경솔하게 나서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친절한 마음은 감사하지만 답은 한두 달 기다려 달라며 대충 이런 말을 써 보냈다. 

최근에 혼담이 잇었는데 바로 얼마 전에 깨졌기 때문에 동생의 마음을 생각하면 시간을 좀 둔 다음에 이야기를 꺼내는 편이 좋을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는 되도록 신중을 기해 조사도 충분히 하고 나서 부탁할 일이 있으면 부탁하겠다. 아시다시피 동생은 혼기가 한참 지났으므로 너무 자주 선을 보고 또 그것이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나면 언니로서 너무 안쓰럽기 때문이다. 

사치코는 솔직한 마음을 썼다. 그래서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고 직접 찬찬히 알아보고 괜찮으면 큰집에 이야기를 하고, 그런 다음 유키코에게 알리자고 데이노스케와도 의논을 해두었다. 그런데 솔직히 그다지 마음이 내킨 건 아니었다. 물론 알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고 재산 상태도 전혀 쓰여 있지 않았지만, 사진 뒷면에 쓰여 있는 것만을 봐도 세코시보다 조건이 훨씬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째로 나이가 데이노스케보다 두 살이나 위라는 것, 둘째로 초혼이 아니라는 것, 전처 자식은 둘 다 죽었으므로 그거야 홀가분하지만 사치코의 생각에는 무엇보다 유키코가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사진 속 인물은 풍채가 아주 늙어 보였고 꾀죄죄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막상 실물이 나은 경우도 있지만 구혼을 위해 보내온 사진이 이렇다면 아마 이보다 더 늙어보였지 젊어 보일 리는 없을 터였다. 특별히 미남일 필요도 없고 실제 나이가 데이노스케보다 위라도 상관은 없지만 두 사람이 나란히 술잔을 나눌 때 신랑이 너무 늙어 보이면 유키코가 가엾기도 하고 애써 주선해 준 자신들도 자리를 함께 할 친척들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역시 신랑다운 젊음이 무리라면 어딘가 발랄하고 윤기 있는 얼굴에 활기찬 느낌의 사람이었으면 했다. 이것저것 생각하자니 사치코는 아무래도 이 사진 속 인물에게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으므로 당장 서둘러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일주일을 내버려 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문득 생각이 미친 것은, 일전에 <사진 재중>이라고 쓰인 우편물이 배달되었을 때 유키코가 힐끗 보고 알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잠자코 있는 것이 오히려 숨기는 것처럼 보여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사치코는 유키코의 표정으로 보아 겉으로는 특별히 달라진 점이 없지만 역시 저번 일에 정신적으로 다소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연달아 다음 혼담을 꺼내는 것은 피하는 게 좋을 듯했다. 그러나 어디선가 사진을 보내왔는데 사치코 언니는 왜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을까 하고, 애써 배려해준 자신의 마음을 자연스럽지 못한 농간으로 받아들여도 곤란했다. 

-114쪽

 
   

모든 것에 마음을 담는 일본 사람들만의 사고방식은 이렇게 잔잔한 일상에 잔물결이 퍼져나가듯 서술된다. 퍼져나가던 물결이 힘에 부쳐 가라앉는가 싶으면 또 다른 물결이 일어나 누군가의 마음을 어지럽히며 2권의 분량의 글을 이어간다. 거친 굴곡없이 저런 잔물결서술만으로 독자를 빠져들게 하니 이래서 이 책이 그리 유명한가보다 싶었다.  

문학으로서 가지는 매력 외에 한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1930년대 40년대 일본의 풍경과 생활상에 대한 섬세한 묘사들이다. 한국에선 먹고살기 힘들어 괴롭던 시기이고(운수좋은 날) 먹을만하면 제정신으로 살수가 없었던 시기로 그려지는데(이상) 일본에게 이 시대는 빛나던 근대화의 시기이다. 누가 강탈하거나 핍박하지 않으니 기모노를 차려입고 얼굴에 분칠을 한 채 서구문명의 이기를 일상속에서 누리는 모습이 그려지는데(쉽게 주사를 맞는 모습, 구체적으로 열거되는 서구 약의 이름 등) 그 모습들을 읽으며 일본이 그렇게 가까워보이면서도 멀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절절히 와닿는다. 시작에서부터 이렇게 달랐던 것이다. 당시 독일인, 러시아인들과 이웃으로서 스스럼없이 교류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2권으로 나누어진 이 긴 책에 밑줄긋기 할 만한 대목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저 상세히 서술된 캐릭터들의 뒷마음 한구절 한구절 가슴에 와닿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정수이다. 전체로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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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03-3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젠장 저도 요즘 시작이 달랐다!며 괜히 혼자 울분을 터뜨리곤 하죠.
부럽고, 밉습니다. 일본은.

그나저나 말콤글래드웰의 미학적 취향은 참 독특하네요 ㅋㅋㅋㅋ

LAYLA 2010-04-01 03:20   좋아요 0 | URL
일본을 경쟁대상이라고 여기는 것도 착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경쟁이 되어야 경쟁을 하죠.. 하하 말콤 아저씨는 저 부분 보니까 좀 귀엽드라구요 ㅋㅋㅋㅋ

2010-03-31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1 0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
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6년 10월
구판절판


언젠가 아버지는 나에게 재능이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삶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게 시인의 재능이고 책임감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실연 당한 이는 시집을 통해 위안을 받고, 낯선 땅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전에 그 곳에 갑본 사람들의 여행기에서 몰랐던 길을 찾아낸다. 우리는 이런 목소리를 듣고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7쪽

유명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타고난 예술가로 살아가는 데에는 그 어떤 지름길도 없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확신했다. -17쪽

"이 한 권의 책을 쓰게 하려고 출판사들은 그토록 내 원고를 거절했구나."-37쪽

배경 묘사가 있어야만 독자는 소설 속으로 빠져들 수 있어. 배경을 잘 묘사하면 독자들을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는 상황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 배경이 온두라스라면, 독자들은 더위와 습기와 갈증을 느껴야 해. 마을 광장으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과 교회당 옆에 묶어놓은 작은 당나귀의 엉덩이에서 솟구치는 더운 김을 볼 수 있어야 하지. 물고기 머리와 바나나 껍질로 만드는 토속 음식인 조조가 숯불 위에서 지글대는 소리에서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어야 해.
배경을 정교하게 묘사하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을 정확하게 알려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사건처럼 믿게 만들 수 있어. 이를 두고 '핍진성'이라고 해. 그래야만 안 믿으려고 드는 독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지. 배경을 정교하게 묘사하려면 어디까지 묘사하고 어디까지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겨야 할지 결정해야 해. 독자들은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책을 읽기 때문에, 소설가가 가구는 어떤 것들이 있고 서랍 속에는 무엇이 들었고 하는 식으로 하나한 일일이 다 설명해주면 마치 남의 물건을 빌려 쓰는 세입자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더 읽고 싶어 하지 않아. -91쪽

모든 사실은 당신이 사랑해야만 진실이 된다.-107쪽

이야기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이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절정에 이른다. 이야기의 결말이 꼭 영화처럼 멋진 키스씬이나 격렬한 자동차 추격씬으로 끝날 필요는 없다. 이야기의 절정은 조용하며, 심지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다. 그런 결말의 대가로는 체홉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헤밍웨이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의 소설이 좀 예스럽긴 하지만,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놀랍다. 단편소설을 쓰겠다면 그들이 소설을 어떻게 끝맺었는지 공부하는게 좋겠다.
피츠제랄드가 그게 곧 플롯이라고 재치 있게 말한 것처럼 제일 먼저 인물들이 필요하다. 행동하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훌륭한 도입, 전개, 결말. 이 모든 것을 한데 묶는 구조를 넘어서는 뭔가가 또한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왜 이 이야기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말이다. 행동하는 등장인물들이 풀롯에 필적하는것이라면 목적이 있는 플롯이 바로 주제가 될 것이다. 주제 따위는 치워버려라. 그걸 교묘하게 감추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거니까.-151쪽

...그 다음 2주 동안 나는 숨도 안 쉬고 울프를 읽어 마침내 시로 점철된 마지막 책 <그대 고향에 가지 못하리>에 이르게 됐지. 진절머리를 치며 나는 베이커 교수님께 달려가 하소연을 했어.
"이제 누가 작가가 될 수 있겠습니까? 토머스 울프가 이미 다 썼는데!" 백발이 성성하던 교수님은 짐짓 놀라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지.
"스코트, 스물두살이 되면 다시 찾아오게나"
그리고 퍼킨즈에 대한 전기물을 찾다가 나는 누군가 퍼킨즈에게 보낸 편지에서 토머스 울프가 오랫동안 읽힐 만한 작가인지 묻는 부분을 발견했어. 퍼킨즈는 이렇게 대답했더군.
"대학 2학년 학생들이 있는 한."
그렇니까 좀더 노력해봐, 스누피야. 네 경박한 반응을 보니 꼭 루시가 비글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준 것만 같구나. 평소엔 깨물었다면 그 입을 좀 더 크게 벌려서 물어뜯으려고 노력해보지 않으련? 루시와 나와 수많은 대학교 2학년 학생들과 함께 울프의 작품 속에 담긴 즐거움을 찾아보자꾸나. 그 다음에는 더 많은 작가들이 나올거야.-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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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과학, 인간의 신비를 재발견하다 - 진화론에 가로막힌 과학
제임스 르 파누 지음, 안종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2월
절판


인간 존재가 없다면 감동적이고 장대한 장관인 자연은 슬픈 벙어리일 것이다 -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 denis Diderot-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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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0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