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시킨 정조
김용관 지음 / 오늘의책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엇나간 제목과 마케팅 그리고 기획의도로 망스멜 풍기는 이 책을 구해보겠다는 일념으로 글을 쓴다. 내가 공짜로 책 받은 서평단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 이렇게 묻히기엔 아까운 책이라서 그렇다. (신간에 서평단 도서인데 세일즈 포인트 90이 뭔가..눙무리 ㅠㅠ)  

제일 먼저 말하고 싶은 건, 이 책은 경영서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CEO가 정조에게 경영을 묻는다고 그러고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시켰다고 그러는데 그렇게 말하는 표지랑 딴판으로 책 내용은 정조가 정말 외롭고 힘든 군주였다고 말하고 있다. 모다?/ 상세한 책 내용은 차치하고 그의 죽음 하나만 보자. 종기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죽음을 맞은 정조, 그의 마지막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우린 정조의 죽음에 심환지와 이시수의 잘못을 지적하는 소리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들은 정조의 병에 대해 걱정만 했지 별다른 노력을 보이지 않은 것이 역력하다. 정조를 간절하게 살리려고 하는 신하들은 주위에 한 명도 없었다. 정조의 죽음은 200년이 지난 오늘에도 분명 논란거리다. 정조는 자신의 병을 스스로 치료했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몰래 약 바구니를 옆에 두고 달여먹었다.  -301p

 
   

동의보감을 3회독하고 혼자 약을 챙겨먹는 왕이라니 애잔함에 가슴이 아팠다. 요즘 CEO들도 바쁘고 경제가 힘들어 외롭다고 그러긴 하더라만 약 하나 제대로 챙겨주는 신하없이 쓸쓸하게 죽어간 왕을 보며 그의 리더십을 배우고 싶을까?  

저자나 출판사가 포커스를 맞추고 싶었던 것은 시대를 앞서 개혁을 '시도'했던 정조의 선견지명 측면이라고 사료되는데 그의 시도는 안타깝게도 그저 시도로서 그치고 만다. 이에 대해서는 저자도 인정하고 있다.  

   
 

 한 나라를 부강하게 하려면 뛰어난 인물도 필요하지만 그 나라를 지탱하는 지식인들이나 민중들이 어느 정도 깨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선은 그렇지 못했다. 정조가 죽고 오랫동안 조선은 잠자는 나라로 머물렀다. 아니 오히려 정조의 꿈이 사라진 조선은 부패한 관리와 탐욕으로 뭉친 권문세가의 나라일 뿐이었다. 그런 것을 알기에 정조는 그 시대를 바꾸려고 몸부림쳤다. 그의 분노는 시대에 대한 서운함과 울분이기도 했다.  -317p

 
   

 그러니까 이 책은, 어떻게든 훌륭한 군주가 되고 싶었던, 그래서 많이 노력했던, 그러나 결국 결과론적으론 실패한 한 군주의 이야기이다. 자기계발서 돈 주고 사서 읽는 독자가 원하는게 과연 이것일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경영서로 마케팅 하는 건지 그 의도가 자뭇 궁금해진다. 거친 비유로 치자면 이건 노무현 전 대통령 끌어다가 그에게 경영을 묻자는 건데 사람들이 그에게서 보는건 CEO의 리더십이 아니지 않은가. 그가 제시한 '가치'에 의미를 둘 때 그의 실패가 '성공'으로서 읽힐 수 있는건데 그건 자기계발서라는 틀 안에선 결코 가능하지 않은 독해법이다.  

정조가 조선을 다스리던 시기는 조선 내에서도 서서히 자본주의 체제가 자리잡으며 그에 따른 병폐가 나타나던 시기이다. 돈을 가진자가 도로 주변 땅을 사들여 땅값을 부채질하고 상권역시 가진자들에 의해 독점화되어 중소상인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쏟아진다. 정조는 이 폐단을 바로잡으로 노력하지만 이미 권력이 넘어간 상황에서 그의 시도는 번번히 좌초되고 만다. 한국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에 신하가 왕의 말을 듣지 않는 시대에 대해 배우긴 하였으나 도대체 어떻게 신하가 왕의 명을 거역할 수 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아주 잘 알겠다. 너무 잘 알게 되어서 읽으며 속이 터질것 같았던 구절이 여럿이었다. 임금이 행차하려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마를 막아서고 전염병이 돌면 몸이 아프다고 입궐을 안하는데 한 반년쯤 그렇게 일은 안하고 녹봉만 받아간다. 맘에 들지 않는 명에 내려오면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외치며 겉으론 절절매는 시늉을 하지만 어쨌든 절대로 임금이 하라고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쭉빵을 날리고 싶은 감정을 솟아나게 한다는 점에서 요즘 국회의원들과 별 다를 바가 없는 인간들이었다.  

깊은 감상으로 들어가 보자면-일제강점으로 인해 역사가 단절되며 조선사와 한국근현대사의 연결지점은 모호하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봐야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종으로 끝나고 이승만으로 다시 시작하는 역사의 흐름에서 우리는 현재 우리에게 닥친 여러가지 문제의 근원으로 조선까지 거슬러 되짚어보지는 않는다. 사회문제의 근원으로 가장 많이 이야기 되는 것이 박정희식 독재개발경험인데 그 시대가 미친 부정적 잔재들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이 책을 읽으며 역사란 것이 고작 그렇게 몇 십년 전의 일으로 쉽게 좌지우지 되는 것은 아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몇 백년 전부터 축적되고 있었고 어느 지도자도 그걸 제대로 잡지 못했다. 다만 누구는 문제를 좀 덜 악화시켰고 누구는 가속도까지 붙여서 급격히 악화시켰고 그 차이가 있는게 아닐까 싶은 감상이다.

근대화의 경로에는 3가지가 있다. 첫째, 국가주도의 근대화 둘째, 부르주아 주도의 근대화 셋째, 민중에 의한 근대화. 우리나라를 살펴보자면, 국가주도의 경우 세도정치와 부정부패의 만연으로 실현되지 못했고 부르주아 주도의 경우 일제침략으로 산업발전에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하며 실현되지 못했고(농업이 산업화되고 난 다음 공업 산업화로 나아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일본의 정책에 식량생산기지의 역할을 맡게되며 기형적으로 농업의 산업화 단계 이후로 나아가지 못함) 민중 주도의 경우 보수적 유교 사상으로 인해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 책과 연관지어서 볼 부분은 국가주도의 근대화 부분이다. 내가 공부를 할 땐 고종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만 공부를 했고 상업자본가의 등장도 고종시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미 정조시대에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발달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처절하게 노력한 지도자가 있었다는 것도. 당시의 사회문제는 지금도 9시 뉴스를 켜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지금의 문제들에 대해 박정희 탓만 할 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 점에선 하나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다 준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자본주의가 태동한 시점을 조선 중기라고 확장시켜서 보면  자본주의가 발전한 이래 수백년간그 폐단에 대해서는 조선과 한국은 한번도 그렇다 할 해결책을 가져본적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박정희 혼자 잘못이라고 몰아붙일 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조가 개혁을 시도했고 고종이 개혁을 시도했고 또 어느 대통령이 개혁을 시도했지만 아직도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란 한번도 존재하지 못했다. 이 책에서 그 불쌍한 나라의 역사를 본다. 혁명이 한 번도 존재하지 못했던 나라에서 어떻게든 개혁을 해보고자 노력했던 자의 삶이 어찌 아니 불쌍할 수 있으랴 싶은 서글픈 감상에 다시 또 가슴이 아프다.  

그러니. 이런 의미에서 독자 가슴을 아프게 하는 책이 어떻게 경영서로 분류되어 해당 독자들을 유혹할 수 있을까. 차라리 인문서로 나왔더라면 훨씬 더 나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 아까운 책이다.  

 

비문.오타들 

20p-영조가 콤플렉스를 숨기고 있는 동안 그의 열등감이 결국 사도세자란 비극이 잉태된 것이다. 

89p- 마치 연암 박지원의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라!'는 멋진 산문이 떠올랐다. 

220p-종조 죽음 이후 정조의 모든 개혁정책들이 다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정조를 도와 개혁정치를 폈던 남인들이 모두 서학의 뿌리라고 살아남은 자들은 효수당하고 죽은 자는 역적으로 관직이 모두 거둬졌다. 

235p-그러나 <정조실록>은 영남 유생들의 이런 기개 의도적으로 축소하여 실었다.(문맥상 기개이 맞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시킨 정조
김용관 지음 / 오늘의책 / 2010년 3월
장바구니담기


영조의 3년 상이 끝나는 1778년 6월 4일 포고문을 발표했는데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내용은 혁명적인 것들이 포함돼 있었다. "과인이 집권한 것이 이제 3년, 깊은 못의 얼음을 밟듯 하고 있다. 선왕의 부묘도 끝나 곤룡포를 다시 입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겠다. 무릇 '서경'에 보면 '사람들이 부유하면 바야흐로 착해진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우선 중국의 고사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정전'만큼 유효한 토지제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전 이란 중국의 하.은.주 시대 실시된 토지제도, '정'(井)자 모양으로 9등분해, 주위를 여덟 집이 나눠 농사를 짓고 가운데는 공전으로 국가에 세금으로 바치게 하는 제도다.
정조가 말한 토지제도 정전법은 중국의 삼대시절 채택한 것이지만 원시공산사회를 의미한다. 당연히 여러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산도 많고 논과 밭이 절반씩이며 오히려 세금이 중복 징수되는 것이 문제이며 정밀하게 토지를 조사해서 세금을 합리적으로 보과하는 것이 먼저 시급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정조의 주장은 혁신적이지만 맹자 사상의 핵심이며 성리학자들이 항상 따르고자 한 주나라 제도였다. 그러나 이미 그-109쪽

제도를 시행하기에 조선이란 나라는 문벌가문의 독점 경제가 너무 퍼져있었다. 조선 사대부들이 말하는 유교의 이상사회는 막연한 꿈이며 책에서나 만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정조가 국정운영 방향을 발표하며 정전법을 도입하겠다고 하니 노론이나 기득권층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정조는 개혁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천하의 일은 크게 변혁하면 크게 유익하고 작게 변혁하면 작게 유익한 것이다. <역경>에는 이른바 '개혁하면 통해지게 되고 통해지면 오래간다'라고 한 말도 있다" (즉위년 1776년 5월 28일)-110쪽

정조의 개혁은 거창하고 요란한 것이 아니라 작지만 실천 가능한 것부터 시작했다. 집권한 뒤 1777년 3월 22일, "조선은앞으로 서얼들도 정치 참여의 길을 트겠다. 공자를 섬기는 나라로 서얼이란 이유로 차별하는 나라는 조선뿐이다"라고 서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리고 1784년 4월 16일, 성균관 유생들과 식사를 함께하다 서얼들을 따로 한 줄로 서게 하고 식사를 맨 나중에 하게 하자, 성균관 대사성을 그날 파직시키고 다시는 그렇게 서얼들을 차별하지 말 것을 엄명했다. 성균관에 대한 개혁은 문제를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서울 경기 기역 중심의 문벌가 위주의 교육과 관료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규장각 각신들을 각 지방에 보내 그곳 유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시험을 치러 성균관에 입학시키는 제도를 실시했다. 이것은 교육 혜택이 지역 차별 없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120쪽

"땅은 농사를 짓는 농민들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소수의 특권 부자들이 땅을 다 소유하고 그 땅에 과다한 세금을 물리고 있으니 백성들이 살길은 막막합니다. 이런 암담한 현실에 하늘이 전하와 같은 성인을 내려 개혁을 이루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윤면동은 당시 양극화 문제도 언급한다. "부자들은 담벼락에 약간이라도 흠이 나면 다시 개축한다고 난리들이고 집 한 채 값이 5천, 6천 금으로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집값 폭등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서로 사고팔면서 투기를 일삼는 형국이었다. 당시 조선의 수도 한양의 집값 폭등은 지방의 유지들도 뛰어들어 대낮에 마차에 돈을 잔뜩 싣고 와서 집을 사려 하지만 어떤 집은 무려 10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다는 상황이라고 상소는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가 만연한 오늘날과 아주 유사하다. 정조 집권 무렵 조선이란 나라도 상업이 발달하면서 자본주의 여러 병폐들이 함께 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125쪽

정순왕후는 수렴청정 기간 동안 항상 자신의 수렴정치는 정조의 의리정치를 기본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적어도 겉으로는 노론과 소론을 균등히 배분하는 정책들을 편다. 그리고 정조가 집권 기간 내내 강조했던 공사노비 혁파를 1801년 1월 28일 실시한다. 이날 대비와 영의정 심환지는 많은 대소신료들을 돈화문 앞에 집결시킨 뒤 선왕 정조가 그토록 소원했던 정책을 완수한다고 발표했다. 그것이 바로 조선 역사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노비 석방'이란 이벤트다.
보수정권에서 이렇게 획기적인 개혁 조치가 등장한 것은 이후 많은 일들을 저들 뜻대로 하겠다는 당근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무튼 1801년 1월 28일 돈화문에서 조선 각 관청에서 갖고 있던 1209권의 노비 명단을 모두 불태웠다. 정조는 집권 기간 내내 공자가 살던 시대에도 공자는 노비가 없는 세상, 평등한 세상을 외쳤다며 신분상 노비제도를 이제 그만 거둘 때가 됐다고 신하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그 일을 끝내 완수하지 못하고 죽었다. 정순왕후와 심환지가 정조의 개혁정치를 완수한 일은 딱 그 한가지다. 그렇게 해서 이날 그 명단에 기록된 왕실을 관리하던 내수사 노비 -203쪽

3만 6974명과 다른 관청 노비 2만 9093명을 모두 해방시켜 주었다. 모두 공공기관 노비들 6만 6067명을 그날로 노비 신분에서 해방시킨 것이다. 정조를 가장 존경했던 고종은 1886년(고종26) 1월 2일 공노비 해방 85년 만에 개인노비의 세습을 철폐한다는 개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실상 조선이란 나라는 정조가 그토록 이야기하고 주장했던 신분 차별 없는, 노비가 없는 평등한 세상을 비로소 실천한 것이다. 공공노비를 해방시킨 것은 링컨의 1863년 1월 '노예해방선언'보다 한참 앞서 있었다. -20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구판절판


"보세요! 여러분, 보세요! 여러분, 밀기만 하면 계속 나옵니다. 보세요! 씨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모든 조각이 완벽하게 나옵니다. 이걸로 양배추 샐러드를 만들면 아주 좋습니다. 제 장모님은 양배추를 이렇게 잘랐지요"
...
그 광경은 마치 일인극처럼 보였다. 차이가 있다면 그는 재미를 줄뿐 아니라 판매도 했다는 것이다. 아널드는 "판매자를 훌륭한 배우로 만들기는 쉽지만, 배우를 훌륭한 판매자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판매자는 청중으로부터 박수와 돈을 모두 받아내야 한다. 그리고 엔터테이너에서 비즈니스맨으로 바뀌는 결정적인 순간을 자연스럽게 넘길 줄 알아야 한다.-122쪽

S.J 포페일의 최고 발명품은 1960년에 출시된 벡-오-매틱이다. 이것은 모터가 달리지 않은 만능 절단기로 핵심은 테플론 코팅이 된 두개의 원형 틀에 달린 가늘고 날카로운 칼날이다. 일리노이 주 우드스톡에서 특별한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이 칼날은 두 개의 원형 틀 위아래로 겹쳐졌고, 위쪽 원형 틀에 맞추는 방식에 따라 얇게 썰거나 네무로 썰 수 있었다. 원형 틀은 예쁜 플라스틱 받침대에 설치되었고 위에는 채소를 눌러주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한마디로 벡-오-메틱은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특히 채소를 누르는 힘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칼날은 특허를 받았지만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포페일브라더스의 판매원들은 하루에 쓸 채소를 갖고 나가 시연을 하며 판매했다. 문제는 벡-오-매틱의 성능이 너무 좋아 채소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는 데 있었다. 포페일브라더스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벡-오-매틱은 1분에 120개의 삶을 계란, 300개의 오이 조각, 1150개의 감자조각, 3000개의 양파조각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전만 해도 이것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양이었다. 결국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한 번에 100명이 아니라 10만 명 정도를 상대해야-130쪽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처음으로 간파한 사람이 바로 론 포페일이다. 1964년 여름, 론 포페일은 벡-오[매틱을 출시하자마자 멜 코리와 함께 론코를 세웠다. 이때 500달러를 들여 2분짜리 벡-오-매틱 광고를 찍은 그들은 지역 백화점에 전화를 걸어 재고를 떠안는 조건으로 벡-오-매틱의 입점을 부탁했다. 곧이어 그들은 지역 방송국을 찾아가 광고단가가 가장 낮은 시간대를 2,3 주일치 사들였다. 이제 남은 것은 제품이 잘 팔려나가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131쪽

도곤족 여성은 평균 열여섯 살에 초경을 하고 8~9번 출산을 했다. 초경부터 스무 살까지 1년에 7번 생리를 했고 이후 스무 살부터 서른네 살까지 15년간 임신과 모유 수유가 반복되면서 생리를 1년에 한 번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른다섯 살에서 폐경기인 쉰 살 무렵까지는 수정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생리 횟수가 1년에 4번으로 변했다. 전체적으로 도곤족 여성은 평생 100번 정도 생리를 했다. 반면 현대의 서구 여성은 평생 350번에서 400번의 생리를 한다. -150쪽

세포분열을 촉진하는 모든 변화는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데, 배란 횟수 증가는 그러한 변화 중 하나다. 배란 과정에서 난자는 말 그대로 난소벽을 뚫고 나온다. 이때 난소 세포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분열과 재생을 거쳐야 한다. 여성이 임신할 때마다 난소암에 걸릴 위험은 10퍼센트 줄어든다. 왜 그럴까? 임신과 모유 수유 기간에 배란이 중지되면서 난소벽이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자궁내막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리를 할 때 자궁에 있는 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을 자극해 세포분열을 촉진한다. 생리를 자주 하지 않는 여성은 그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은 특히 현대에 들어서서 많이 발병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성들이 평생 400번의 생리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피임약은 진정으로 자연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피임약에 든 프로게스틴은 새로운 난자가 배출되지 않도록 막아 난소세포가 분열하는 횟수를 줄여준다. 또한 프로게스틴은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무마해 자궁내막의 세포분열도 억제한다. 10년간 피임약을 복용하면 난소암 발병 확률을 약 70퍼센트, 자궁내막암 발병 확률을 약 60퍼센트 줄-152쪽

대단한 신동, 피카소는 스무 살 때 그린 <초혼: 카사헤마스의 매장>이 명작으로 평가받으면서 대예술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스물여섯 살 때 그린 <아비뇽의 처녀들>을 비롯해 다수의 명작을 남겼다. 피카소는 그야말로 일반적인 천재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예술가였다.
세잔은 달랐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전시된 거의 최고 작품들은 모두 말기에 그려진 것이다. 갈렌슨은 두 화가의 작품이 경매에서 팔린 가격과 그린 나이의 상관관계를 따져보았다. 피카소의 경우 20대 중반에 그린 작품들이 60대에 그린 작품들보다 평균적으로 4배 비쌌다. 반면 세잔의 경우 60대 중반에 그린 작품들이 젊은 시절에 그린 작품들 보다 최대 15배 비쌌다. 청춘의 신선한 감각과 넘치는 열정은 세잔에 게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한마디로 그는 대기만성형 예술가였다. 천재성과 창조성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는 세잔과 같은 사람들이 설 자리를 빼앗는다.-317쪽

갈렌슨의 설명에 따르면 피카소 같은 천재는 그런 종류의 막연한 탐험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개념적으로 창작 작업을 한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가고 싶은 곳에 대해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한다. 피카소는 비평가 마리우스 드 자야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사람들이 조사를 중시하는 걸 이해할 숭 벗어요. 조사는 그리모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에요. 중요한 것은 깨달음입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알려지지 않은 대상을 향한 단계적 진화가 아닙니다. 나는 절대 실험을 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기만성형 예술가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들은 실험하듯 그림을 완성해나간다. 갈렌슨은 <늙은 대가와 젊은 천재들>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대기만성형 예술가의 목표는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 잠정적이고 점진적이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달성했다는 느낌을 갖기 힘들다. 그 결과 그들의 경력은 간혹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일로 점철된다. 그들은 같은 주제를 반복적으로 그리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방법을 바꾼다. 작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구체적인 밑그림을 -320쪽

그리고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들에게 밑그림 작업은 하나의 이미지를 찾기 위한 조사 과정이다. 그들은 그림을 완성하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오랜 세월에 걸쳐 점점 실력을 갈고 닦으면서 그림을 발전시킨다. 그들은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수없이 탓하며 쉼 없이 노력하는 완벽주의자다.-32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장바구니담기


에미,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니 나도 마음이 아프네요. 정말이에요. 컴퓨터 통신이라는 거, 알고 보니 고도의 폭력이었어요. 그게 사람을 빠르게 연결해주는 만큼 빠르게 갈라놓기도 하죠. 우리의 감정 가지고는 그것에 대항할 힘이 없어요.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그리고 잘 자요. 내 사랑.-91쪽

우리 관계가 계속되어야 하냐고요? 물론이에요. 계속된다면 종착역은 어디냐고요? 그건 모르죠. 그냥 계속되기만 하면 돼요. 당신은 당신 삶을 살고, 나는 내 삶을 살아요. 그리고 나머지를 우리가 같이 살아요.


하지만 그럼 '우리'몫으로 남는 게 별로 없을 텐데요, 에미.


그건 당신에게 달려 있어요. 나는 남겨둔 게 아주 많아요. -114쪽

에미, 내 대답은 이래요. '파멜라랑 나는 잘 어울려요.' 왜냐하면 우리가 조화를 아주 잘 이룬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우리 관계는 억지스럽지도 복잡하지도 않아요.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하고 싶은 걸 해도 그게 다른 한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인 경우는 없어요. 우린 성격이 비슷해요. 두 사람 다 차분하고 신중해요. 서로 마찰을 일으키지도 상대가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이상을 요구하지도 않아요.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죠. 우리는 같은 음악을 좋아하고, 같은 책, 같은 영화, 같은 음식, 같은 그림을 좋아해요. 생각도 같고, 유머 감각도, 아니 유머가 없는 것도 같아요. 간단히 말해 우리는 함게할 수 있고 함께하고 싶어해요. 내가 '잘 어울린다'고 한 건 이런 뜻이었어요. 굿나잇. 에미.-203쪽

그건 그렇고, 이만 나가봐야 해요. 필립이랑 만나서 저녁 먹기로 했거든요.필립이 누구냐구요? 웹디자이너예요. 젊고, 싱글이고, 위트 있고, 나를 흠모해요. 나는 딱히 필립이 내키지는 않지만 필립이 나에게 품은 연정에 끌려요. -228쪽

내 삶의 모토는 비난받아 마땅해요. "되도록 많은(흥미로운)여자들이 나를 마음에 품길!" 이게 내 삶의 모토거든요. (한 가지 얘기해도 될까요. 에미? 나는 흥미롭지 않은 여자도 받아들여요. '되도록 많이'가 중요하기 때문에.)-236쪽

에미, 우리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만남'에서 당신이 기대하는 게 뭐예요? 이 질문이 처음이 아니라는 거 나도 알아요. 하지만 만남을 앞두고 있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이 질문이 떠오르네요. 이번에는 유난히 그래요.


Re:
1) 안티파스티 디 페스체
2) 린기네 알 리모네
3) 하나 코타
4) 그 전과 그사이와 그 후와 그걸 먹는 동안에, 그리고 와인을 마실 때 곁에 있는 레오!
5) 내 맞은편에 시각적으로 존재하고 청각적으로 존재하고 손만 뻗으면 닿도록 가까이에, 무릎과 무릎이 거의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는 레오!
-347쪽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0-04-2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안써요? 응?

아포지 2010-04-28 15:57   좋아요 0 | URL
아 나...오늘 하루 종일 락방님만 보면 왜 이렇게 웃긴거에요...하하하하... 그나저나 책 재미 있겠네요,

"내 삶의 모토는 비난받아 마땅해요. "되도록 많은(흥미로운)여자들이 나를 마음에 품길!"

대박인걸요? 읽어 보고 싶은데, 영어로 번역이 안되었나 봐요..

LAYLA 2010-04-28 20:51   좋아요 0 | URL
좋은 책 리뷰는 쓰기 힘들단거 아시잖아요^^

LAYLA 2010-04-28 20:52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다락방님과 apouge님의 댓글은 만담처럼 왜 이렇게 웃기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4-28 22:53   좋아요 0 | URL
아! 아직도 알라딘에 새벽 세시와 일곱번째 파도를 읽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니! 내 홍보가 그렇게나 부족했나!! orz
아 뭔가 apouge 님께 이 책을 비행기태워 보내드려야 할 것 같은 이 미친 의무감은...어디서 나오는걸까요 ㅠㅠ

독일 소설이구요, 아직 영어로는 번역되지 않았어요. 미국에 있는 친구가 그래서 참 재미있대요. 주인공은 보스턴으로 날아갔는데 정작 보스턴 사람들은 이 소설을 알 수가 없다면서 말이지요. 하핫.

근데 왜 제가 웃긴가요? 제가 뭘 웃긴말을 했나요? 제가 그러니까 좀 코믹캐릭턴가요? 하핫

LAYLA 2010-04-29 23:12   좋아요 0 | URL
영어로 번역되기 전에 한국어로 출판되었다니 충.격 입니다
그런 선견지명을 가진 에디터는 누구인가요?? 진짜 좋은의미의 충.격에 빠졌어요!!

아포지 2010-05-0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생각보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비교는 못하겠지만, 일단 일본에서 나오는 책들은, 한국이 상당히 번역이 잘 되어 있는 편이죠. 이건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그렇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류,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등의 책들을 영어로 본적이 있는데, 한국어보다 더 번역을 잘 했다는 느낌은 거의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냥 좀 다른 정도죠.

운이 안좋은 경우엔 좀 뭐 거시가 합니다. 유키오의 우국은 아주 좋아하는 작품인데, 영어로 번역된 걸 읽어 보곤, 꽤 실망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문장이 너무 멋대가리가 없었거든요.

더불어 유럽에서 나오는 책들도, 일단 국내에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 신간들은 여기 보다도 더 빨리 나오는 것 같아요.

LAYLA 2010-05-02 20:37   좋아요 0 | URL
한국어랑 일본어는 비슷해서 (어순이나 단어라던지) 그렇지 않을까요? 한국의 하루키 책들 표지가 다 안습이지만 그래도 절대로 영문판을 사고싶진 않더라구요 ㅋㅋ

비로그인 2010-09-27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최근에 너무나 재미있게 본 책 두권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와 일곱번째 파도에요...
너무 늦게야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고 여기저기 추천하고 빌려주고 있어요.
이성은 아니지만 중학교때 이민을 가서 한국에 없는 친구와 오래도록 편지와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바고 있기 때문에 남의 일 같지 않은 뭔가 친근한 게 느껴져서 얼마전 친구에게 두 권을 새로 사서 보내주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읽은 후 한 가지 했던 말이... 두 사람이 정말 존대말을 썼을까? 였어요.
독일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사이에 변화가 아닐까 싶기도 한대요.

전 읽으면서 거슬렸다거나 하지 않았는데요... 그런 말을 얼핏 하더라구요. 그래서 원작을 찾기 시작했는데 정녕 독일어판(원서) 밖에 없나요?

영문판은 없나요? 내친김에 독일어를 공부하고도 싶지만... 그건 능력 밖이라는 생각에 검색하다가 이곳에 들어왔어요. 혹시 정말로 영문판은 없는지 궁금해서요...

짤막짤막한 이메일을 주고 받는 내용이라서 영문판이 있으면 재미있겠다 싶었거든요.

영문판이 정말 없는지 답변 부탁드려요.
 
목요일이었던 남자 - 악몽 펭귄클래식 76
G. K. 체스터튼 지음, 김성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3월
품절


..."정말 그 정도로 현대의 지성과 범죄가 서로 연관이 있다는 말입니까?"
"선생께선 충분히 민주적이지 못하시군요. 우리가 가나한 범죄자들을 잔혹하게 다른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경찰이 무식하고 비참한 사람들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괴롭혔는가를 보면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일은 아주 다른 겁니다. 우리는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위험한 범죄인이라는 교만한 영국인의 편견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로마 황제들도, 독살에 능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왕자들도 기억하고 있어요. 위험한 범죄자들은 교육받은 자들이죠. 우리는 오늘날 가장 위험한 범죄자는 철저히 무법적인 현대 철학자라고 생각합니다.오히려 도둑이나 중혼자들이 근본적으로는 도덕적이에요. 그들은 동정의 여지가 있죠. 인간의 근본적인 이상은 수용하는데, 단지 잘못 추구할 뿐이니까요. 도둑들은 재산을 존중합니다. 그걸 너무 존중한 나머지 자기 손안에 넣고 싶어 할 뿐이죠. 하지만 철학자들은 재산을 증오해서 개인의 소유라는 생각 자체를 파괴하려고 해요. 중혼자들은 결혼을 존중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의식적이고 격식을 차리는 중혼의 형식을 따르지 않겠죠.-54쪽

하지만 철학자들은 결혼 자체를 경멸합니다. 또, 살인자들은 인간의 생명을 존중합니다. 단지 자신들보다 덜 중요해 보이는 생명을 희생시킴으로써 생명의 더 큰 충만함을 맛보려는 것뿐이죠. 그런데 철학자들은 생명 그 자체를 증오해서,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 생명까지도 증오합니다."
사임은 손뼉을 치며 외쳤다.
"그건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나도 어려서부터 그걸 느꼈지만 그렇게 대립적으로 표현하진 못했어요. 보통 범죄자는 나쁜 사람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처한 조건을 고려하면 사실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떤 장애물만 제거된다면(돈 많은 삼촌이 있다든가) 이 세상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을 찬양할 사람이죠. 단지 변화를 원할 뿐이지 무정부주의자는 아니란 말입니다. 현 상태가 더 좋아지길 바랄 뿐이지 파괴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사악한 철학자는 바꾸려는 게 아니라 아예 없애 버리려 하니 문제일 수밖에요. 오늘날 경찰이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불쌍한 사람들을 감시하기도 해서 불쾌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국가를 배반하는 위험한 사람들이나 교회를 위협하는 이단 주동자들을 처벌하는 더 소중한 역할은 못 하고-55쪽

있죠. 요즘 사람들은 우리가 이단자들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우리가 다른 사람들은 처벌할 권리가 있는지 자체가 의문이에요."-56쪽

달도 사람이 존재할 때 비로소 시적일 수 있는 법이다.-60쪽

"그래서 당신은 마치 군중이나 노동자들이 문제인 것처럼 말하는군. 당신은 무정부주의가 발생하면 그게 가난한 사람들 때문이라는, 그 영락없이 바보 같은 생각을 품고 있소? 이유가 뭐요? 가난한 사람들이 반란자가 된 적은 있어도 부정부주의자가 된 적은 결코 없소.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 올바른 정부의 통치에 관심이 많소. 가난한 사람들은 진심으로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오. 부자는 그렇지 않지. 부자는 요트를 타고 뉴기니아도 서슴지 않고 갈 거요. 가난한 사람은 부당한 통치에 반대하지만, 부자는 통치받는 것 자체를 반대하오. 남작들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귀족들이야말로 무정부주의자들이란 말이오."-147쪽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orgettable. 2010-04-25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랄라님.
저는 이 책 서문만 읽고도 읽는게 아까워져서 참고 있어요-_-;

와, 전 스포땜에 밑줄긋기 잘 안읽는데 언제나 랄라님 밑줄긋기는 정독하고 있다능 ㅠㅠ

LAYLA 2010-04-28 02: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뽀님이 불러주시는 '랄라'라는 호칭, 봄에 어울리게 살랑살랑거리네요 ^^

아포지 2010-04-2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자와 살인자에 대한 코멘트는 아주 동감합니다. 읽어 보고 싶은 소설이네요..

LAYLA 2010-04-28 02:31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에선 명성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고 하더군요. 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어요. 갠적으로 영문판보다 국내판 표지가 더 이뻐요. 그치만 번역이 구리니까 apouge님은 원서로 보셔요..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