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리더를 만나다 - 한비자, 처칠부터 이나모리 가즈오까지, 역사적인 리더 11인의 리더십 카운슬링
유필화 지음 / 흐름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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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진언의 요령

상대방이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극구 칭찬한다. 부끄러워하는 것은 잊어버리도록 한다. 이 정도의 요령을 아는 것은 필수이다. 이기적이지 않나 하고 행동을 망설이는 상대방에게는 대의명분을 주어 자신감을 갖게 한다. 하찮은 것임을 알면서도 끊지 못하고 있는 상대방에게는 나쁜 것은 아니니까 끊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 안심시킨다. 높은 이상을 큰 부담으로 느끼는 상대방에게는 그 이상의 틀린점을 지적해주어 실행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위험한 사업을 그만두도록 간하는 경우에는 본인의 이름에 관계된다고 말해 중지시킨 다음, 윗사람 개인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함이 좋다. -38쪽

마키아벨리의 통찰과 잭 웰치의 경험을 종합하여

변화를 일으키는 작업은 가능하면 빨리 추진해야 한다. 그러한 작업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빨리 시행할수록 변화에 반대하는 세력이 이길 확률은 줄어든다.

변화를 가져오려면 어느 정도 인심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심각하게 변화를 추진하는 사람은 중상모략과 비방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용기와 내적인 독립심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이 얘기 저 얘기에 흔들리는 귀가 얇은 사람을 존경하지 않는다. 오히려 강인함과 추진력을 높이 평가한다.

변화를 일으키는 데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끊임없이 그리고 되풀이해서 변화의 메세지를 전해야 한다. 경영자가 아무리 같은 말을 많이 해도 듣는 사람은 어쩌다 한 번 듣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경영자는 일관성 있는 행동으로 변화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직원들에게 확신을 주어야 한다. -64쪽

...1866년 4월 8일에는 이탈리아와 3개월 시한부 비밀협정을 맺는다. 형제전쟁Bruderkrieg이 일어나면 이탈리아가 프로이센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베네치아를 얻는다는 내용이었다. -68쪽

독일의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1871년 인구의 5분의1을 차지하던 노동자의 수는 1880년대 초 4분의1에 이를 정도로 급증한다. 노동계급의 성장과 함께 경제적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 세력도 자연히 커지게 되었다.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회주의 계열의 정당은 하나로 뭉칠 필요성을 느꼈고, 그 결과 연합정당인 사회민주당, SPD이 1875년 5월에 탄생한다.
비스마르크는 이러한 사회주의 운동을 신행 독일제국의 기반을 흔드는 위협으로 간주하고, 탄압할 기회를 엿본다. 그러던 중 1878년 5월과 6월에 황제 암살 미수사건이 두 번이나 일어난다. 이것을 기회로 비스마르크는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 구성된 제국의회에서 1878년 10월 사회주의법을 통괗시킨다. 이 법은 사회주의적 성향이 있는 단체의 집회와 출판 등의 활동을 금지하였으며,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을 거주지에서 추방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게 주었다. 이 법은 1890년까지 갱신.유지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민주당은 1881년 선거에서 상당히 선전한다.
-78쪽

이런 현실을 본 비스마르크는 강압만이 사회주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아님을 깨닫고,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한 입법을 고려하게 된다. 국가가 노동자를 위한 사회정책을 펼치고 노동자의 생종권을 보장하면, 노동자들의 마음이 혁명적 사회주의자들로부터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1881년 봄 사회보험 입법계획을 밝히고, 1883년에 질병보험법, 1884년에는 노동재해보험법, 1889년에는 노년.장애보험법을 잇달아 통과시킨다. 비스마르크의 앞서가는 생각 덕분에 독일은 강제적 노동보험제도를 도입한 최초의 근대국가가 되었다. 비스마르크는 사회주의와 대결할 때도 반대파의 주장 중에서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과감히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그 경우 그는 사회주의자가 아닌 노동자들과 타협함으로써 사회주의자들을 몰아내려는 전법을 쓴 것이다. -79쪽

독일을 대표하는 역사학자 프리드리히 마이네케Friedrich Meineche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비스마르크의 업적에는 밝은 면도 있고 어두운 면도 있다. 정신보다는 힘을 강조한 독일제국의 문화는 독일국민들의 가치관을 타락시켰으며, 정치적인 성장을 가로막았다. 그리하여 독일국민은 빌헬름 2세의 무책임한 행동과 나치즘의 범죄마저 용인하는 지경까지 되었다. -85쪽

카이사르의 행적을 읽다보면 가장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바로 그의 관대함이다.
...반대파를 처단하기 위한 '살생부'작성을 거부하고, 망명한 사람도 원하면 귀국을 허락하고, 그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폼페이우스파 사람들의 재산을 몰수한 안토니우스에게네는 그 재산을 반환하도록 시켰다. 포로 로마노의 연단에 폼페이우스파 사람들의 목이 효수되는 일도 없었다. 귀국과 복직을 원한 사람 가운데 카이사르의 허락을 받지 못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원로원 최종 권고'를 발동하여 카이사르를 반역자로 규정한 전직 집정권 마르켈루스의 귀국도 허락했다. 카이사르가 원한 것은 적도 동지도 없이 일치단결하여 국가 로마의 재생을 위해 애쓰는 것이었다.
카이사르는 또한 원로원의 정원을 600명에서 900명으로 늘리고, 속주 출신의 로마 시민 및 갈리아의 부족장들한테도 원로원 의석을 제공했다. 이런 조치는 패배자를 동화시키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로마인조차 놀라게 했다.
-133쪽

...또한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파와의 내전 기간 중에 보여준 너그러운 태도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는 우선 점령지에서 잡힌 폼페이우스파 요인들과 그 가족들을 그대로 풀어준다. 이런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심지어는 카이사르의 정적인 키케로조차 카이사르에게 편지를 보내 그 관대한 조치를 칭찬한다. 카이사르는 행군 중인데도 키케로에게 답장을 보냈는데, 그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내가 석방한 사람들이 다시 나한테 칼을 들이댄다 해도, 그런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는 않소. 내가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오. 따라서 남들도 자기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오"-134쪽

공자의 겸양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걱정해야 한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

군자는 자신의 무능을 병으로 여기고,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병으로 여기지 않는다. -176쪽

1940년 6월 22일 독일과 프랑스가 휴전협정을 맺자 처칠은 프랑스 선단이 독일군의 손에 들어갈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에게 선단을 독일군의 힘이 미치지 않는 지역으로 옮길것을 요청한다. 또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알제리의 오랑에 있는 프랑스 선단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한다. 2주 후인 7월 3일 프랑스는 처칠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처칠은 공격을 명령한다. 5분 동안 지속된 공격으로 프랑스의 군함 대부분이 가라앉거나 파괴되었다. 또 프랑스 수병 천 명 이상이 사망했다. 비록 몇 주 전만 해도 동맹국이었지만 적국 독일을 이기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과감히 공격한 것이다. -194쪽

히든 챔피언의 최고경영자들은 대체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외국어 구사 능력도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세계시장을 정복한 것을 보면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많은 것을 한 판에 거는 무모한 도박꾼은 결코 아니다 그들이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은 걸림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두려움이 없으므로 위험과 맞서는 힘이 남보다 강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매우 효과적으로 발휘한다. -243쪽

프랑스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으면, 사람들을 불러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아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251쪽

뷔르트는 현장경영과 고객만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자이다. 이에 대해 그는 "내 경험에 따르면 하룻동안 외근하는 것이 일주일 내내 똑똑한 사람들이 발표해대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보다 100배는 더 값어치가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260쪽

오늘날 기업인으로 대성한 이나모리이지만 젊은 시절에는 많은 시련을 겪었다. 형제 7명의 가난한 집에서 자라난 그는 어릴 때 중학교 입시에서 낙방했고, 대학도 가고시마대학이라는 규슈 최남단의 지방대학 공학부를 졸업했다. 취업난이 심하던 그 시절 번번이 입사시험에서 떨어졌다. 은사의 추천으로 1955년 4월 교토에 있는 어느 작은 회사에 간신히 취직한다. 그때까지 대도시에 살아본 적도 없고 규슈 사투리가 심했다 이나모리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시골뜨기였다. 그래서 그는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받아주었으면 하고 기도하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가고시마 지방 말투가 알려지는 것이 싫었고, 남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267쪽

그러던 어느 날 이나모리는 열등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인정한 다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심하다. 그렇게 하면 좌절감을 맛보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에게 "나는 촌놈이다. 시골학교 출신이고 세상일은 아무것도 모르고 상식도 없다. 그러니까 기본적인 것부터 공부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신의 약점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것이 자신을 발전시킨 첫 계기가 되었다고 이나모리 회장은 회고한다. -268쪽

리더는 조직원 개개인이 스스로 도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리더십의 목적이다. 이 간단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으면 리더십과 리더는 필요없다.-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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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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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일상생활에 있어서나 직업적인 영역에 있어서나, 타인과 우열을 겨루고 승패를 다투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하는 것 같지만,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있고 그것으로 세계는 성립되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가치관이 있고,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이 있다. 그와 같은 차이는 일상적으로 조그마한 엇갈림을 낳고, 몇 가지인가의 엇갈림이 모이고 쌓여 커다란 오해로 발전해나갈 수도 있다. 그 결과 까닭없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오해를 받거나 비난을 받거나 하는 일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 때문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건 괴로운 체험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와 같은 괴로움이나 상처는 인생에 있어 어느 정도는 필요한 것이다, 라는 점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타인과 얼마간이나마 차이가 있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자아란 것을 형성하게 되고, 자립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 경우를 말한다면, 소설을 계속 써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풍경 속에 타인과 다른 모습을 파악하고, 타인과 -39쪽

다른 것을 느끼며, 타인과 다른 말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님으로써, 나만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내가 쓴 것을 손에 들고 읽어준다는 드문 상황도 생겨난다.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하나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마음이 받게 되는 아픈 상처는 그와 같은 인간의 자립성이 세계에 대해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될 당연한 대가인 것이다. -40쪽

이제 손님을 상대로 하는 장사는 그만두었으니까 이제부터는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되도록 만나지 말자. 그런 조촐한 사치가 적어도 당분간은 허용되어도 좋을 것이라고 나와 아내는 느끼고 있었다.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나는 원래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인간은 아니다.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나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복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 부부는 7년간의 열린 생활에서 닫힌 생활으로 크게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그러한 열린 생활이 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어느 기간 존재했던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거기에서 많은 중요한 것을 배웠다. 그 시기는 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종합적인 교육 기간 같은 것이었고, 나에게 있어 진정한 학교였다. 그러나 그런 생활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었다. 학교라는 데는 들어가서 무언가를 배운 후에는 나와야 하는 곳이다. -64쪽

내 생각에는, 정말로 젊은 시기를 별도로 치면,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어느 나이까지 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주위 사람들과의 친밀한 교류보다는 소설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된 생활의 확립을 앞세우고 싶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특정한 누군가와의 사이라기보다 불특정 다수인 독자와의 사이에 구축되어야 할 것이었다. 내가 생활의 기반을 안정시키고, 집필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질 높은 작품을 완성해가는 것을, 많은 독자들은 분명 환영해줄 것이다. ...독자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관념적인 인간관계이다. 그러나 나는 일관되게 그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관계를, 나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의미 있는 것으로 정해서 인생을 보내왔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하면 그런 뜻이 된다. -65쪽

사람은 누구든 영원히 이기기만 할 수 없다. 인생이라는 고속도로에서 추월 차선만을 계속해서 달려갈 수는 없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똑같은 실패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싶지는 낳다. 하나의 실패에서 뭔가를 배워서 다음 기회에 그 교훈을 살리고 싶다. -88쪽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도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115쪽

만약 내가 소설가가 되었을 때 작정하고 장거리를 달리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가 쓰고 있는 작품은 전에 내가 쓴 작품과는 적지 않게 다른 작품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거기까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무엇인가가 크게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은 확실히 든다. 아무튼 여기까지 쉬지 않고 계속 달려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왠하면 나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나 스스로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다음 나 자신의 내부에서 나올 소설이 어떤 것이 될지 기다리는 그것이 낙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한계를 끌어안은 한 사람의 작가로서, 모순 투성이의 불분명한 인생의 길을 더듬어가면서 그래도 아직 그러한 마음을 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역시 하나의 성취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다소 과장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만약 매일 달리는 것이 그 같은 성취를 조금이라도 보조해주었다고 한다면, 나는 달리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127쪽

세상에는 때때로 매일 달리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렇게까지 해서 오래 살고 싶을까"하고 비웃듯이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이지만 오래 살고 싶어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설령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이 수적으로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127쪽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고 있으면 마지막 단계쯤에 일분일초라도 빨리 골인해서, 아무튼 이 레이스를 완주하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다. 다른 일은 아무것도 생각할 숭 벗게 된다. 그렇지만 그때에도 그런 건 추호도 생각나지 않았다. 끝이라고 하는 것은, 그저 우선 한 단락을 짓는다는 것뿐으로, 실제로는 대단한 의미가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끝이 있기에 존재의 의미가 잇는 것은 아니다. 존재라는 사물의 의미를 편의적으로 두드러지게 보이기 위해서, 혹은 또 그 유한성의 에두른 비유로서, 어딘가의 지점에 다른 일은 젖혀놓고 우선 종착점이 설정되어 있을 뿐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꽤 철학적이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것이 철학적이라는 따위의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말이 아닌 오직 신체를 통한 실감으로서, 말하자면 포괄적으로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175쪽

...또 하나,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번역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첫 원고는 이미 끝냈고, 세심하게 퇴고를 하면서 2교를 해가고 있는 중이다. 한 행 한 행 세세하게 수정하고 윤문을 해나가면, 번역문이 점점 매끄러워지고, 피츠제럴드의 문장이 지닌 본래의 맛이 좀 더 자연스럽게 일본말로 바뀌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새삼스럽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뭐하지만 그것은 진짜 대단한 소설이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문학으로서의 깊은 자양분이 넘친다. 읽을 때마다 무엇인가 새롭게 발견할 수 있고, 새롭게 강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29세의 약관으리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예리하고 공정하며 마음 따뜻하게 세상의 실상을 읽어낼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불가사의할 뿐이다. -199쪽

...왜냐하면 "러너가 되시지 않겠습니까?"라는 누군가의부탁으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던 것이 아닌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소설가가 되어주세요"라는 부탁을 받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닌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설사 다른 사람들이 말려도, 모질게 비난을 받아도 내 방식을 변경한 일은 없었다. 그런 사람이 누구를 향해서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228쪽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형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것이다.-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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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 The housemai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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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을 소재로 삼은 비극, 그리고 이정재가 연기하는 섹시한 자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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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5-19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섹시'하기도 '자본가'가 되기도 쉽지 않으며, 그래서 그런 남자를 찾아볼 수 없는데 말이죠, '섹시한 자본가'라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LAYLA 2010-05-19 12:09   좋아요 0 | URL
그래서 영화는 영화일뿐!!! 좀 충격적인 영화였지만 배우들 연기는 좋았어요. 기대치 않았던 서우나 이정재도 좋았구 특히 전 이정재 캐릭터가 너무 좋았어요. 딱 이 극에 어울리는 캐릭터라는 느낌^.^

[해이] 2010-05-1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크게 재밌게 보지는.... ㅠㅠㅠㅠ 이창동 시는 아주 좋았구요^^

LAYLA 2010-05-20 00:41   좋아요 0 | URL
시 좋다는 이야기가 들려와서 보러 가려구요!!^^

LAYLA 2010-05-24 00:29   좋아요 0 | URL
시- 감상문 포스팅은 안해요? 전 시 너무 힘들어요 ㅠㅠㅠ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 의사결정에 관한 행동경제학의 놀라운 진실
마이클 모부신 지음, 김정주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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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람이 만든 재정모델이 돈을 말아먹고 천재들이 만든 우주왕복선은 폭발한다. 교육수준이 높고 근면하다고 알려진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그동안 빚으로 잔치를 벌려왔다. 도대체 왜 이 똑똑한 사람들이 그런 어리석은 결정을 내린걸까?  

일반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이성과 지적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믿음은 더욱 강할 것이다. 이 책은 사실 우리가 만드는 저런 멍청한 결과가 부족한 아이큐 때문이 아니라 상황과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말하며 어떤 경우가 있는지 총8챕터를 통해 하나하나 짚으며 설명하고 있다.  

1. 객관적 시각을 가져라.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타인이 이제껏 처한 상황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멍청한 선택을 한다. 내 사랑은 진짜라고 외치며 집나가서 유부남이랑 살림차리고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시라. 나만 특별히 성공의 운을 타고 난 것이 아니며 나만 특별히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외부관점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냉정히 바라보라. 

2. 선택의 폭을 열어두라. 알고있는 것이 전부라 믿는 편협함으로 얼마나 많은 꽃 봉오리들을 떠나보냈던가! 

3. 전문가보다 대중이 더 우수하다. 전문가에게 맡긴 펀드가 왜 맨날 떨어지기만 하는지!!!! 물론 때때로 전문가가 필요하기도 하지.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는 책을 보시라 

4. 상황이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라. 소비자들은 쇼핑중 프랑스 음악을 들으면 프랑스 와인을 사고 독일 음악을 들으면 독일 와인을 구매한다. 자신이 무슨 음악을 들었는지 기억도 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무의식 중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의 힘을 경계하라 

5. 전체를 부분과 구분하여 바라보라. 시스템을 보는 시각을 기를 것.  

6. 상황과 맥락 바로보기. 무조건 남의 것 좋다고 고대로 따라하다가 망한다.

7. 보이지 않는 취약성을 고려할 것.

8. 실력과 운의 구분. 운도 중요하다는 거!!!!!!! 

이런 부분을 되짚어 두번 생각해 볼 때 더 좋은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각 장은 풍부한 예를 들어 이해하기 편하게 서술된다. 객관적 데이터에 의지하기 보다 '감'에 의지하는 편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나 돈이나 사업과 관련된 선택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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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1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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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부서지기 쉬운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부서진 조각들은 남아 있다.' 입술을 맴돌던 말들, 어쩌면 입 밖으로 내어 말할 수도 있었던 말들, 새로운 사랑의 언어들, 새롭게 배운 부드러움, 그런 것들은 다음의 연인을 위해 고이 간직해 두리라. -132쪽

갑자기 검둥이 숙소의 입구 전체가 산산조각이 나더니, 그곳에 늘어서 있던 주랑들 아래에서 불꽃이 솟구쳐 올라오며 엄청난 양의 부서진 대리석 조각들이 날아올라 멀리 호숫가까지 던져졌다.
"오만 달러어치의 노예가 저렇게 사라지는군" 키스마인이 말했다.
"그것도 전쟁 전 가격으로. 자산에 대해 존중을 할 줄 아는 미국사람은 드물다니까"-236쪽

분주한 가게들을 지나, 노예시장을 지나- 그 사악한 순간, 버튼 씨는 그의 아들이 차라리 흑인이었다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255쪽

...제프리의 창백한 얼굴, 이런 것들이 그녀를 억눌렀고 , 그녀를 되돌릴 수 없이 늙게 만들었다. 의사들은 희망을 약혹했지만, 그게 다였다. 오랜 휴식과 안정, 그들은 말했다. 그리하여 모든 책임은 록센에게 돌아왔다. 그녀가 모든 비용을 지불했고, 그녀가 그의 은행 통장을 들고 씨름했으며, 그녀가 그의 출판사들과 연락했다. 그녀는 계속 부엌에 있었다. 간호사에게 그의 음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배웠고, 첫 달이 지난 후 그는 환자를 돌보는 일을 혼자서 전적으로 맡았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간호사를 내보내야 했던 것이다. 동시에 흑인 가정부 둘 중 한 사람도 그만두게 했다. 록센은 그들의 삶이 단편소설에서 단편소설로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361쪽

그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늦었어요. 저는 가봐야겠어요. 내일 동부로 갑니다."
"꼭 가셔야 해요?"
그들은 한동안 층계 바로 아래에 머무른 채 눈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달이 저 멀리 호수가 있는 곳으로부터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여름은 가고 이제 인디언서머다. 잔디는 차갑고 안개도 이슬도 없었다. 그가 떠나면,그녀는 안으로 들어가서 덧문들을 닫을 것이고, 그는 길을 내려가 마을로 갈 것이었다. 이들 두 사람에게 삶은 빨리 와서 빨리 지나갔으며, 씁쓸함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연민을 남겼고, 환멸을 남기지 않았지만 오직 아픔만을 남겼다. 벌써 달빛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다. 서로의 눈에 담긴 호의를 서로가 볼 수 있었기에.-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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