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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 -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5월
평점 :
이 책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나도 너를 스누핑 해보겠다! 이러면서 까불까불거리는데 사실 누군가를 스누핑한다는 것, 즉 한 사람의 스누퍼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책만 하더라도 초반에 스누핑의 핵심을 이야기하고 나선 내내 어떻게 잘못된 스누핑을 피해야 하는지만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고정관념을 피하라, 첫인상을 조심하라 등등. 근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지...
개인적으로 이 책은 누군가를 꿰뚫어보는 용도보단 스스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던. 혹은 스스로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눈감고 있던 본인의 성격을 탐구하여보는 지침으로서 유용할듯 싶다.
내 방 벽에 걸린 (세계지도가 아닌) 유럽지도는 지난 교환학생 경험을 일상의 에너지로 이용하고 싶은 무의식의 발현일 것이고 벽에 붙여놓은 밀린 전기세 포스트잇은 게으름의 증거일테고 불평등의 경제학과 함께 책장에 꽃혀있는 소녀표 순정만화는 계급과 영원한 사랑을 동시에 믿고 싶단 욕심을 드러내고 있으며 대여섯권의 라이센스 패션지는 매달 잡지를 사진 않아도 컬렉션은 꼭 챙겨보고 있단걸 그러니까 아직도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선 패션을 놓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냉장고의 묵은지 3종세트와 먼지쌓인 쿠쿠밥솥은 다정한 살뜰한 음식 솜씨를 가진 다정한 엄마가 있긴 하나 제대로 밥 챙겨먹는 일이 없는 건어물 자취녀의 일상을 드러낼 테고...
나에게 가장 유용했던 분석자료는 유럽지도.와 전기세 포스트잇이었다.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붙여놓았던 지도인데 나만을 위한 공간에 붙여놓은 것이니-침대 바로 옆-스스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지만 나름 지도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 전기세 포스트잇은 스스로 인정하기 싫지만 게으르다는 증거. 어찌하리요.
또 한가지 유용했던 부분은 자료의 종류에 따라 드러내는 성격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인데 예를 들어 개인홈페이지는 개방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반면 페이스북은 외향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자료로서 기능한다는 점.
아쉬운 점이라면, 학자가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방법론이 결여되어 있고 너무 흥미위주로 흘러가서 진정 아무런 단서도 없는 스누핑이란게 말로만 가능하지 실제로 가능할지에 의문스럽다는 점. 대중서-라고 생각하고 보면 큰 실망이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