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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평점 :
살아보지 않은 생에 대해 어쩌면 이렇게 설득력 있게 써낼 수 있을까?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 생각하였는데 천명관은 재능을 뛰어넘어 글을 써야만 하는 운명과 업보와 팔자를 모두 타고 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소설이 행복한 이야기를 그리지 않을거란 건 책날개에 쓰여진 작가의 말로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어쩌면 모든 소설은 결국 실패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가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것이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주진 못하더라도, 그리고 구원의 길을 보여주진 못하더라도 자신의 불행이 단지 부당하고 외롭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의 불행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나는 언제나 나의 소설이 누군가에게 그런 의미가 되기를 원합니다."
뒷 부분 '누군가의 불행을 통해 자신의 불행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 줄 몰랐는데 책을 읽고나니 이해가 된다.
이 책은 삼촌의 불행한 인생에 대해, 왜 그가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언제나 더 큰 불행을 자초하였는지 소상히 한치의 틈도 없이 이야기하지만 '내가 저것보단 낫지' 식의 천박한 자기위안을 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독자들은 그의 불행에 같이 가슴아파하고 그가 불행할 걸 알면서도 제발 거기서 멈추길 기도하고 마지막까지 먹먹한 가슴으로 그의 남은 행복을 간절히 바라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작가가 의도한 '불행에 대한 이해'였던 것이다. 엄청난 비극에 대해 인간은 어느 지점에서 냉소하게 되고 어느 지점에서 삶이 고통 그 자체라는 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지, 그 갈림길이 어디인지 한낱 독자인 나는 감도 오지 않는데 그걸 의도하여 그려낸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독자를 홀린다는 점에서 그의 글은 귀기가 어린것 같단 생각마저 든다. 삼촌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지만, 동시에 따뜻하다.
무슨 긴 말이 필요할까. 모국어로 이런 좋은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데 감사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