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쫓는 사람 그를 쫓는 경찰 - 경제지능팀 수사반장이 털어놓는 사기범죄 수사실화
김성수 지음 / 밥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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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북/김성수/사회과학/범죄

‘경찰청 사람들‘의 서적판!!


어린 시절 M사의 ‘수사반장‘을 보며 경찰을 꿈꿨던 소년. 독자인 나로서는 아주 어린 시절이라 드라마의 생각이 정확히 나진 않지만 그저 무섭고 겁 많던 시절이라 몇 장면을 시청 후 ‘수사반장‘이라는 드라마와는 거리두기를 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경찰을 희망했던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 은퇴를 앞둔 경찰 관계자의 경험이 담긴 작품이라 보다 생생하고, 교훈적이며 흥미진진한 전개가 일품인 자전적 교양서이다.

경찰학교 졸업 후 순경으로 첫 발령.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거쳐 자신이 원하던 ‘수사반장‘의 수사관들처럼 범죄자들을 쫓아 뛰고 달리던
수사관 시절까지 사실적인 설명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정확히 묘사하려는 현직 경찰이자 작가의 노고가 뚜렷이 보인다. 왠지 책을 넘기며 들려오는 듯한 ‘수사반장‘과 ‘경찰청 사람들‘의 BGM. 그만큼 생동감이 살아 있는 작품이라 한 편의 드라마, 리얼 다큐를 보는 느낌이었다. 쾌거의 성과를 얻은 첫 이야기 《조합장 사칭 석동연의 범죄 수사기》부터 이어지는 생생한 경찰 이야기, 부담 없이 읽어보되 사회의 정의, 올바름이 무엇인가도 깨닫게 하는 교육적 목적도 첨부돼 있다. 어린 소년의 꿈이 자라나, 현직 경찰로써 정의를 위해 살아온 삶, 작가의 땀과 열정이 작품에 묻어난다.

사기 범죄의 진화와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범죄조직들.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는 경제 3팀 및 팀장인 저자. 사건과 이야기에 대한 빠른 전개는 기본이고 나날이 변모해가는 범죄 조직의 지능화된 사기 행각은 경찰들도 치를 떨게 한다. 그것이 작가의 필력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것이 경험이란 작가의 힘이 아닐까?

전처의 딸에게 던진 차가운 의사 표현 한마디가 비수로 돌아와 보이지 않는 터널의 나락으로 빠져버리게 만드는 이야기. 아버지이자 건축 공무원이었던 남자는 그렇게 불법자금 취득으로 범법자로 전락한다. 노숙자 혹은 서민을 대상으로 대포폰 개설, 불법 대출 제공 등으로 차익을 챙기며, 사기를 일삼는 연쇄적 범죄 조직 등. 힘겹지만 정의가 바로 서는 짜릿한 검거 이야기 등이 씁쓸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며 이러한 범죄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해준다.

이 외에 대리인(바지)을 세운 범죄는 끊임이 없다. 그래서 경제 3팀의 팀장이었던 저자는 또다시 밤을 지세우며 경제, 사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뉴스를 보다 보면 주민증 및 각종 민원서류 등의 디테일한 카피를 통해 은행까지 홀리는 위조 사기범들이 자주 등장한다. 경제 3팀의 팀장을 비롯해 수사원들은 이들 조직책까지 일망타진하는데 몇 개월의 시간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추리와 증거물 확보 등으로 채증이 성립될 단계에 이를 때까지 피의자들을 추적하고 검거하게 된다.

바지라고 불리는 제3자를 이용하여 신분증 위조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에 더해 사문서 위조까지 더해진다면 아무개 씨가 소유한 땅은 어느새 또 다른 이의 명으로 넘어가는 불상사까지 벌어질 수 있음을 저자는 설명한다. 여기에는 촘촘한 연결 조직망이 있고, 전과자 혹은 기소중지자 등이 합세하여 커다란 사기 행각을 일삼는 것이다. 경제를 좀 먹이는 범법자들이 늘어만 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자 불안한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정의가 바로 서 있기에 수사관들의 인내와 끈기 있는 추적으로 범죄자들의 최후는 항상 철창행이 되는 것임을 확신해본다.

재미교포 노부부의 피와 땀이 서린 돈을 떼어 내는 사기꾼의 파렴치한 범행, 이후 사건 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수사에 전념하는 수사관들의 노력, 물욕에 빠진 인간의 비틀린 욕망, 돈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게 하는 내용들도 담고 있기에 초보 경찰관 등도 선배 작가의 노하우를 통해 사건의 사례를 파악하고 분석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이다. 또한 일반 독자들에게도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형성, 금전에 대한 과한 욕심이 종국엔 인생 파탄이란 불행한 결말로 이어짐을 이야기해주며, 동시에 가족과 자녀에게도 큰 아픔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교훈까지 전달해주니 반드시 읽어볼 만하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자매 사기단》의 내용은 혀를 찰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과 함께 두 시간 분량의 범죄 심리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재미가 느껴지는 동시에 한숨마저 나오는 안타까운 사건 사례였다. 그녀들은 불행하게 자랄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돈에 취약한 일반인을 비롯해, 전직 고위층 인사들을 이용해 대범한 사기 행각을 펼쳐 나간다. 그렇게 전과가 쌓여감에도 멈추지 않고, 결국엔 스스로에게 더 큰 불행을 선물하는 처지가 되고 마는 것이다.

한 번 사는 인생. 돈보다는 심리적 안정과 행복에 맞춰진 삶의 가치, 그 소중함과 재미, 교훈까지 얻을 수 있기에 안타까움과 안쓰러움, 한숨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들이었지만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던져주는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경제 3팀장이셨던 작가를 비롯해 일선에서 뛰고 계신 현직 경찰분들께도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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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다 - 세스 고딘의
세스 고딘 지음, 김태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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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앤파커스/세스고딘/경영/마케팅

 

'모든 것은 가고 마케팅만 남았다. 이제 마케팅의 시대다!'

 

우리는 요즘 인터넷을 비롯해, TV, 신문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양의 광고와 홍보물을 접하고 있다. 여기서 소비자는 우수한 상품을 선별해내고, 마케터는 어떠한 아이디어로 소비자를 사로잡을지 골몰해야 한다. 이 책은 수십 년간 광고계에 몸담으며 다양한 마케팅 경험과 강연 등을 펼치며, 올바르고 효율적인 마케팅 기법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실천해간 저자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마케팅 담당자 및 비즈니스 리더에게 권한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생들, 홍보 컨설팅 등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충분히 담겨있어 추천해 볼 만한 작품이라 여겨진다.

'누구를 도울 것인가?'

 

판매를 하는 마케팅인데 누구를 돕다니? 물론 수익이 목적인 판매이지만, 마케터들은 그 수익에 앞서 이 제품은 누구를 위한 상품인가를 먼저 직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며, 소비자에 따른 제품의 기호도 및 방향성 등을 파악해가며 더 큰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객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기본 뿌리부터 소비자를 우선시하는 태도, 그것이 마케팅의 힘이며 본질이라는 정의를 내려본다. 누군가를 섬기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 기본에 충실하고 변화에 맞서 간다면 저자의 마케팅에 관한 정의는 보다 쉽게 이해되고 다가올 것이다.

 

고객들이 원하고 공감하는 것, 고객에게 돌아갈 혜택을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회사의 CEO들은 종종 전투적 방법으로 그간의 프레임을 바꾸거나 공격적 마케팅이라는 이름하에 기존 고객 중심의 틀을 바꾸는 경향도 있다. 마케팅에 있어선 어떠한 고객을 메인으로 삼고, 고객이 원하고 바라는 방식으로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느끼게 한다.

한 예로 뉴욕의 극장에서 코미디 쇼를 펼치던 한 코미디언은 그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웃지 않은 관객들을 보고 자괴감을 느끼며 코미디계를 은퇴해야겠다는 마음까지 토로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들은 영어를 모르는 이탈리안 관광객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어떠한 부류에 목적을 두고 마케팅을 하고, 상품을 판매하며 중심을 잡느냐가, CEO 혹은 마케팅 담당자로서 중요한 과제임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마케터는 자기중심적이며 문제 해결 능력이 두어 남보다 고객 및 소비자를 배려하고 우선시하며 섬기는 것이 중요함을 책의 요소, 요소에 상기시키듯 담고 있다. 아무리 유능한 마케터라도 일 처리를 능숙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보다 그 필요성이 누구를 위하느냐가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흔히 말해 SKY를 나와 자기 발전적인 삶을 우선시하느냐 상대방, 고객의 필요와 원함을 해갈해 주느냐의 문제, 그것이 마케터의 자질이며 마케팅의 기본임을 이 책을 통해 잊지 말길 바란다.

 

세스 고딘은 마케팅 주의할 점 중 하나는 긴장감을 창출하며, 추진력은 긴장을 해소한다고 이야기한다.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긴장감을 던져주며 그들이 기대하고 바라는 바를 유도해내는 마케터의 힘도 필요하리라 여겨진다.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하는 소비자, 그것엔 긴장감을 보태 소비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마케팅 기법. 예를 들어 단 시간 한정 판매, 혹은 아이폰이나 갤럭시S를 예로 들자면 로켓 발사의 카운트다운을 하는 고객들의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던져주는 전술, 그것도 소비자와 마케터 입장에서 제품을 가장 빠르고 현명하게 이해하고, 필요로 하는 충분조건을 해결해가는 방법일 것이다. 극소수의 사용자만이 구매 가능한 희소성의 긴장, 이것은 마케터에겐 추진력을 활성화시키고 소비자에겐 부지런함을 극대화할 것이다. 긴장은 그래서 늘 필요하다.

 

누구를 위한 판매 마케팅, 고객을 섬기는 마음과 긴장감 넘치는 고객과 마케터 간의 줄다리기. 단순히 수익 구조의 창출을 위한 홍보 마케팅이 아닌 고객 중심의 마케팅 기법이 소비자를 나의 기나긴 파트너로 만드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 사이에 적절한 거리 두기를 포함해 마케터가 고객과 오랫동안 꾸준함을 가지고 교류해가며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면 오히려 고객에게 더 큰 아이디어도 얻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것이 이 책을 통해 느끼는 관계의 중요성이다. 고객을 섬기는 것, 무조건 판매자의 입장보다 구입하는 이의 마음을 얻는 섬김, 그것을 바탕으로 마케팅을 기획하고 계획해본다면 안 해서 못하는 것이지, 도전하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으리란 믿음을 가져본다. 고객의 니드,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배려하는 것 그 기본을 잃지 말라는 세스 고딘의 교훈, 이 작품의 사례와 통계, 작가의 경험치를 활용하여 좀 확실한 마케터 혹은 입문자로서 소기의 결과를 얻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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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정의롭게 사는 법
정민지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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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라이프/정민지/문학/에세이


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참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부끄러워지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갑니다.



11년 기자, PD 생활을 통해 달고 쓴맛을 모두 경험해 본 작가 정민지. 첫 번째 작품이지만 담백하고, 간결하며 가독성 높은 문체가 폐부에 꽂힌다. 직장 생활에서의 애환과 함께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과 사직에 이르기까지 독자의 마음에 와닿는 내용들 가득 담긴 에세이집이다.

간혹 너무 솔직하고 사실적이어서 울컥해지는 글. 슬픔이 아리는 글들도 있어 마음이 짠해진다. 기자 출신 작가답게 상황에 따른 스케치 능력도 뛰어나고, 읽기도 편하며 스펀지처럼 스며드는 글이 매력적이다.
울컥의 시작은 사고로 잃은 사촌 동생의 이야기였다. 기자이지만 유족일 수밖에 없고, 그것을 앵글에 담으려는 기자들의 모습을 말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사촌 동생이 잠들어 있는 장례식장에 등장한 동료이자 언론계 종사자들의 숨소리. 기자는 기자가 알아본다는 저자의 말처럼 자신의 혈육이 겪은 상황이었을 테니 처절한 심정 자체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다 보면 기자라는 직업인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들.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사건과 사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은 자신을 다져가는 마중물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울컥하는 이야기만으로 채워졌다면 책은 슬퍼지고 독자는 책 위에 눈물을 쏟아낼 정도의 감당할 수 없는 정서로 책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결혼 후 생활을 비롯해 많은 소재들이 담긴 두 번째 에피소드 ‘오늘도 참고 말았습니다.‘에서는 슬픔 대신 공포가 스며든다. 택시를 타며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던 작가 지인의 이야기와 기자 정신을 발휘해 택시 기사의 몰카를 찍을 수밖에 없었던 아찔했던 순간, 대부분의 택시 기사분들이 난폭하고 무매너의 사람들이 아니겠으나 작가가 느꼈을 당시의 상황은 공포 자체였을 것이란 상상을 해본다.

작가는 명절 친정에서 시간을 보내며 점수를 따고자 노력했던 새댁이기도 했다. 아마 진도홍주 한 잔에 넋을 잃기 전까지만 해도 그 가능성은 보였으나 모든 것을 몸속에서 게워낸 후 그 희망은 물거품이 된다. 다음날 남편과 함께 했던 영화 감상을 하는 시간까지도 얼마나 취기가 심했으면 영화의 제목(공조)도 모른 채 울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영화를 보았는지...... 시댁에 잘 보이기 위한 며느리, 살림꾼이자 기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1인 다역의 삶은 참 어려운 것임을 느끼게 되는 내용이었다. 이렇든 소재의 다양성과 더불어 일상적이지만 작가의 개성이 묻어 나오는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들. 작지만 소중하고 소소한 하루하루의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들은 스스럼없이 다가가 작가와 소통하며 비슷한 삶의 공감대를 나누는 것이다.

기자 시절 공짜밥은 절도 비껴가지 않았다. 소방 안전 대책을 위해 찾았던 사찰. 당시 다행히도 특종의 스트레스가 없던 촬영이라 갖가지 아이디어와 구도를 구성해가며 보도 촬영을 잘 마무리했다. 그런데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길에 사찰 스님이 건네는 식사비. 수십 번 거절하고 숨바꼭질 끝에 봉투는 받지 않았지만 모든 일엔 대가성이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것에 씁쓸함을 느꼈다고 한다. 지금은 안 그러겠지만 이러한 상황이 언론계에 허다했을 터니 그 심정 또한 알만한 내용이라 글쓴이의 마음이 더욱 실감 나는 에피소드였다. 스트레스 없던 촬영, 결국엔 세상에 쉬운 촬영이 없음을 작가는 토로하며 글을 맺는다.

‘누구보다 평범하고 지극히 단순한 하루지만 그 성실한 새벽에는 단단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폐지 줍는 어르신을 바라본 작가의 생각이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일할 수 있는 자신감.
자존감이 묻어나는 어르신의 일상을 취재를 통해 작가도 느끼게 된다. 비를 맞으며 폐지를 수거하는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 매일의 일상이지만 그것이 생활이고, 낙이며 일로서의 반복된 삶을 사시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르신들은 그것이 삶의 원동력이자 가치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시는 것이며 힘겹지만 웃음을 잃지 않으시고 자기 일을 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유학 시절 알고 지냈던 ‘빅 이슈‘ 판매 노숙자와의 사연과 동시에 자신이 취재했던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자존감 넘쳐 보였던 삶이 겹쳐지듯 보였던 것이 아닐까? 자존감, 자신의 일. 보다 높은 곳만을 바라보려는 요즘 2~30대 젊은이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준다.

우리가 에세이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작가도 일상을 살아가는 직업인 혹은 생활인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남편은 잦은 야근으로 회사에서 제공한 간식을 늘 버리기 아까워 거주지 아파트 A, B 경비 아저씨께 드렸다고 한다. 늘 살갑게 감사 인사하는 A. 반면 무뚝뚝하게 받고 인사만 하는 B. 그래서 그런지 작가 또한 B보다는 A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좋게 각인되었다니, 그만큼 인상과 말투나 친절함이 중요한 것을 대변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반전은 늘 있다. 3년간 그렇게 간식을 드린 A 아저씨는 작가의 남편이 몇 호에 거주하는지 모르는 반면, 무뚝뚝한 표정에 아파트 입출 구를 오가는 사람들을 빤히 지켜만 보던 B 아저씨는 오히려 입주민이 놓친 택배도 챙겨주고, 필요한 업무를 충실히 하셨다는 것이다. 그저 친절한 것에서 끝난 A. 무표정하지만 입주민의 필요함을 채워 준 B의 모습에 작가는 각자의 직업, 맡은 일에 우선순위가 무엇이 돼야 하는지를 느꼈다고 소회한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전 아파트에 살던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아기가 자고 있음에도 늦은 밤 놓친 택배를 갖다 준 경비 아저씨. 위의 경우와 비슷하나 지나친 행동에 의한 조금은 다른 결과가 나온 상황이었다. 아마 과도한 지나침이 부족함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온 사례의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적절하다~ 그 무게 혹은 질량을
구분하기가 힘든 게 인생이 아닐지 고민해본다.

‘어게인‘의 추억이랄까? 다시 찾은 밥집이 술집으로 바뀌어 있고, 기대하고 친구까지 끌고 갔던 단골집이 신식 펍으로 변해 있을 때...... 난감하다. 작가 또한 대학 시절부터 즐겨 찾던 돈가스집이 있었다. 민음사 전집을 읽는 아들과 40대로 보이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돈가스집. 아마 그 당시는 정통 경양식 스타일의 돈가스가 인기 있던 시절이라 돈가스의 느낌도 그러하다. 기쁠 떼나 슬플 때 자주 찾던 그곳이 어느 순간 세월이 흘러 없어져 버렸다면 정말 참혹 그 자체일 것이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이 아니라 개인사로 인한 폐업이라면 얼마나 더 안타까울까? 그렇게 작가는 세월이 흘러 같은 이름의 비슷한 전화번호로 달고 영업하는 ‘어게인‘을 찾았지만 급번전! 돈가스 단골집이 단란 주점으로 변한 현실. 그것도 아쉽지만 추억을 곱씹을 장소 하나가 사라진 게 더욱 아프다. 그 골목 그 집, 세월이 지나도 그때 우리를 맞아준 사장님,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의 미소가 더욱 그립다. 작가와 같은 마음, 동일한 흐느낌, 지나 온 아련함이 동시다발적으로 스쳐가는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찰진 이야기들과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고민과 해소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작가의 일상과 적절히 배치된 작품이었다.
오래된 친구이건 사이를 두고 있던 친구이건
그 인연이 끊어질 때 느끼게 될 남 모를 자괴감. 그러나 인연이란 스쳐감의 연속이라고 글에 쓰인 것처럼 하나의 인연에 연연하지 않고 또
다시 마음을 잡아 시작하고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것이 작가인 전직 기자 정민지님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 중 하나가 아닐까? 같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다르지만 같음을 느낄 수 있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

조금이나마 작가가 살아온 일에 감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마음이 동한 책 읽기였다. 또한 에피소드들 대부분이 사실적이고, 솔직 가감한 작가의 성격이 드러나 있는듯하여 독서 내내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는 요소를 갖춘 작품이었다. 첫 작품이지만 추억 한 박스, 기자의 포스 한가득 담겨있는 휴먼 스토리. 누구나 읽어보아도 흥미로울 작품이지만 특히 언론 고시를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 일에 지쳐 변화를 모색하는 30~40대 직장인들에게도 일독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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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 야구소년 이야기 별사탕 10
김기정 지음, 박정은 그림 / 키다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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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들어도 설레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어주던 아빠 혹은 삼촌의 어린 시절. 좋지 않은 정책의 일환으로 야구가 시작되었다지만 야구는 어른들을 비롯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스포츠였습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3학년이 되던 날 야구 붐을 타고 야구부가 창립됩니다.

물론 아이도 야구부에 들어가고 싶지만 그 비용이 예나 지금이나 만만치 않죠.

  

    

그래요, 모든 게 비싸기 때문이죠. 그러나 여기서 좌절하지 않는 주인공. 아이들은 마대로(아시려나) 글러브를 만들고 나무를 깎아 야구 배트를 만듭니다. 거기에 안타 제조기 통통 튀는 고무 공이면 끝. 참고로 저희 때는 모자로 글러브를 대체했죠. 더불어 저는 포수 글러브와 배트도 외국인들에게 선물 받아 장비의 걱정은 없었던 시절이 있었네요. 지역적 특성을 잘 활용한 거죠.

    

  

열심히 장비를 만들어 야구놀이를 하는 풍경. 지나가는 아저씨 배도 맞히고, 창문도 깨트리고 공놀이를 하다보며 경험하는 일상입니다. 어린아이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겠지만 야구장에 함께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읽어 주었답니다.

 그런데 일은 터집니다. 야구만 하던 주인공은 엄마에게 꾸중을 듣고, 주인공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미래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꾸네요

   

 

언덕 위에서 콩알만 하게 야구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던 주인공은 정말 경기장에도 가고 싶다는 꿈을 가죠. 함께 환호하고 소리도 외치며 자신의 팀을 응원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똑같겠죠.

그런 마음에 주인공은 두 살 위인 형에게 이 마음, 바램을 전달합니다. 과연?

    

    

그리고 엄마가 생일을 맞아 큰 선물을 주십니다. 한국 시리즈 입장권.

지금도 그 경기를 보기 위해 줄을 서는데 주인공에겐 잊지 못할 선물이겠죠.

      

하지만 야구장에 당도한 주인공. 안타깝게도 야구 티켓을 분실하고 슬픔에 잠겨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그 마음 얼마나 처량하고 슬플까요? 우리 아이에게도 장난감이 분실되면 어떨지 같은 기분이 아닐까 생각되더라고요. 먼 길을 버스로 갈아타고 온 야구장.

같은 길을 반복해 걸으며 찾아보아도 봉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오며 울음과 콧물로 뒤섞인 얼굴을 씻고 보지 못한 경기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읊었던 주인공. 그것이 '내 생애 최고의 게임이었어.' 라는 엔딩이 그저 숙연해집니다.

 

   

 

야구가 시작할 당시 경기가 있는 날이면 조용했던 거리. 전국의 팬들이 똘똘 뭉쳐 TV 혹은 경기장을 주목했던 추억들. 최고의 스포츠였으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것이 야구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아이와 책도 읽고 들판같이 넓은 야구장 한 번 찾아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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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소설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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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체로 책에서 땀이 흘러내릴 것 같은 제목이다. 이 작품은 현재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일에 대한 의미, 노동과 취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그에 따른 가치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직업의 다변화는 심화된다.
제조업과 철강, 군수 산업이 발전했던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시대가 지난 4~50년 전이었다면 이젠 무엇보다 서비스업이 대세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직장에 직접 가서 땀흘리며 일하는 일과 안방에서 모바일폰 한 대로 방송을 통해 별을 모아 수익을 창출하는 일까지, 이 책의 첫 번째 작품 ‘어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가만한 나날들‘을 통해 개인의 일상과 기호를 담을 수 있었던 블로그가 어떠한 목적과 의도로 쓰여지느냐에 따라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씁쓸한 증거들을 경험할 수 있다. 블로그 개설 혹은 개발이 직업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영향력과 파급력은 어떠한 결과를 내놓을지 모르는 불분명한 현실도 작품을 통해 배우게 된다. 결국 언론에 보도 된 인터넷을 활용한 선정적, 작의적 방식의 블로그 활용과 댓글 공작 등의 폐해라는 역효과를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직업을 구하고 펼쳐 나가는데도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이 필요한 사회임을 직시하는 이야기들이다.

다수의 작가들이 바라 본 일과 삶 사이의 괴리와 지향점 등, 세대간의 통합을 위해서 청소년들을 비롯해 성인에 이르기까지 ‘땀 흘리며‘ 읽어보며 ‘땀 흘릴 가치‘가 충분한 작품들이다. 21세기를 주도하는 신중견 작가들의 일과 삶이 담기 작품들. 숨어 있던 원석을 발굴해 함께 소통하고 나누며 보석으로 만드는 것이 문학의 힘이며, 문학이 세대를 반영하고 이를 통해 생각의 전환 또한 가능하게 하는 저력이 있는 장르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이다.

그 외 여성의 일과 육아, 사이버그 도우미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는 서유미 작가의 ‘저건 인간도 아니야‘ 감정 노동자들의 애환이 섞인 독백 형식의
‘어디까지를 묻다.‘ 까지 대한민국이라 사회 안에서 우리 직장인이 겪을 수 밖에 없는 비애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꿈이라는 목표 대신 상황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반영 된 내용의 소설이 많아 씁쓸하지만 이를 극복해야하는 과제와 고민까지 제시해준다.

우리의 일만이 아닌 현실은 김재영 작가의 ‘코끼리‘에도 담겨 있다. 이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는 열세살 이주민의 아들 ‘아카스‘. 그가 객관적 입장의 코끼리라면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100만 이주민들은 신을 태우던 구름이었다가 지구의 무게를 지탱하며 고통받는 코끼리로 비유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한국인 보다 못한 코리안 드림의 폐해를 겪고 있는 동남아 이주민들.
그들에게 꿈은 그저 몽상이 되고, 비젼이 비난으로 끝나고만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을 떠날 수 밖에 없고, 대한민국 사회의 소비재로 전락하고마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고 만다. 그저 간과할 수 없는 그들의 아픔. 20년 이상 그들의 모습을 지켜봐온 나이기에 더욱 공감이 가는 김재영 작가의 소설 속 이야기 ‘코끼리‘였다.

약자의 편에 서야 할 갑의 갑질. 윤고은 작가의 P는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이 돈을 받는 만큼은 일 해야하고, 회사에 소속 된 직원이라면 시계 톱니바퀴 맞물리듯 맞춰진 상황 설정에 따라야 한다는 기업의 사고방식에 일침을 가한다.
직원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윗선의 지시에 응해야한다는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대한민국. 소설 속 주인공 장은 회사의 강요에 의해 임상 실험에 응할 수 밖에 없고, 결국엔 자신의 회생을 위해 동료 송까지 죽음에 이르게까지 하는데...... 약자의 희생이 암암리에에
일어나고, 소리없이 묻혀짐을 방관할 수 밖에 없는 건 우리가 익히 보아온 감춰진 진실이 거짓에 묻혀, 퇴색되어그런 것은 아닐지 생각을 갖게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기자 출신 작가 장강명 ‘알바생 자르기‘에서 노동의 기본권, 그 권리에 대한 표본을 제시하듯, 알바생을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사측에서 보면 괘씸해보일 수 있지만,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알바생 혜미. 그간 우리는 알 권리, 보장 받을 권리를 누락하며 갑의 처지에서 모든 것을 수용했는지 생각해 볼 소설이었다. 사람 대 사람의 일이지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할 기본권들. 우리는 이 ‘땀 흘리는 소설‘들에세 그간 잊고 무시했던 당연함을 배우고 나눔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소수의 권리도 만인 앞에 대변되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 사회, 모두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기야 할 대한민국임을 깨닫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누구나 한 번씩 읽어보면 좋을 작품. 당연함을 선물하고 나누는 우리 세대의 배려와 너그러움도 필요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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