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둠벙가엔 아직도 잠자리가 날고 있을까
변종옥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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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를 직업으로 둔 영남과 주류사업을 하는 여동생 영화 자매의 이야기가 마치 일일 드라마 연속 방영분을 놓치지 않고 시청하는 기분이다. 어린 시절부터 돋보이는 미모로 남자들의 인기를 받던 영남의 동생 영화는 50대가 된 현재도 남자 문제로 인해 자식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그녀의 아들, 딸들은 이혼 후 엄마가 많은 남자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에 관계마저 최악의 상황을 향해 달려간다.

우연치 않게 두 자매는 모두 남편과 헤어진 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글쓰기와 사업을 통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영화는 남자 문제로 인한 오해였는지 아들 수현과 밥상머리 싸움 한판으로 인해 여행 가방 하나만을 챙겨 언니인 영남의 집으로 쳐들어 오다시피 한다. 알콩달콩 살아왔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와 조카들과의 에피소드가 드라마적 전개를 통해 펼쳐진다.

이야기는 지금이라는 사실을 중심으로 두 자매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가 반복되며 구성된다. 소설 속 중간에는 주인공이자 소설가인 영남의 소설이 액자식 구성으로 소개된다. 그 이야기 또한 자매가 겪고 있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믿고 결혼했던 한 여성의 가슴 아픈 이혼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예스러운 소설의 문장과 생소한 단어들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중년 작가가 써 내려간 대화체의 문장이 맛깔스럽게 옛 시절의 향수를 자극해주는 작품이다.

여성의 삶이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팍팍하고 우여곡절의 롤러코스터 같다는 현실에 동정 그 이상의 감정도 들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 어머니 혹은 선배 세대의 이야기라 더욱 그러한 감정에 동화된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죽을 둥 말 둥 최선의 진심을 다한다. 이를 몰라주는 자녀의 마음에 우리 엄마들은 마음의 상처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대한민국이란 사회였다. 그 딸이 자신의 엄마와 같은 상황이 되고 아버지는 가정이 아닌 바깥세상에 더욱 집착해 스스로를 내몰려가려 하고........
또 다른 82년생 김지영의 어머니 세대 판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다. 가독성 있게 캐릭터의 개성을 파악하기 쉽고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지만 과거를 추억하며 미래에 대한 우리의 다짐, 가족이란 의미와 가치에 대해 좀 더 무게감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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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센스 - 흥분하지 않고 우아하게 리드하는
셀레스트 헤들리 지음, 김성환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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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에는 공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말재주가 아니라 적재적소에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하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수 있는데 중심을 두는 말센스의 위력을 이 책을 통해 느껴보길 기대한다.

‘솔직하고 정중한 대화는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진심으로 상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정중함이 필요하다. 내가 중심이 되는 대화의 센스가 아니라 타인이 이야기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상대의 마음 읽기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질문에 있어서도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이 있다고 한다. 다양한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개방형 질문, 네, 아니오의 단답형 질문으로 맺을 수밖에 없는 폐쇄형 질문에 의해 말의 센스와 중요도가 결정 나기도 한다. 속이 꽉 찬 질문은 달팽이가 집을 안고 다니는 것처럼 항상 풍부한 질문의 답변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때론 현명한 질문이 명답을 얻어낸다는 저자의 조언처럼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말센스도 중요함을 알아야겠다.

거짓된 답변이나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상대방에 사실인 것처럼 답변하는 것도 결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가지의 예를 드는데 식당에 가보지도 않은 A가 그 식당의 겉모습만 보고 B에게 추천할 경우의 결과이다. 만약 음식 맛이 좋았다면 천만다행이지만 이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을 경우의 예측은 불 보듯 뻔하다. 말을 통해 스스로를 믿음 넘치는 사람으로 타인이 응대할 수 있는 법칙 하나가 경험의 확실성을 토대로 상대에게 추천하거나 조언하는 말의 센스일 것이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고, 당신의 가치를 증명한단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는 상황이다.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측면의 센스도 중요하다. 상대의 말을 그냥 넘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그 상황에 적절히 대처해주는 센스도 말하기와 함께 갖춰야 할 대화자로서의 덕목이란 생각이 든다. 듣는 것의 의미를 강조해주는 저자의 의도가 말을 하는 방법을 더욱 다양화 시켜준다. 상대방의 말에 단순히 응답하는 것 이상으로 경청하며 반응하는 행위는 가정과 회사, 친구 간의 사이에서도 서로를 신뢰하고 깊이 있는 대화의 기법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화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바, 스마트폰이나 각종 동영상 어플들의 짧은 영상이나 글 등을 통해 그만큼의 인내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결과도 설명한다. 세상은 편리하나 대화라는 소통이 어려워진 요즘, 말센스는 어떤 시기보다 중요하고 진정성 있게 인간의 감정적 전달 매개체가 되어야 함에 책임감도 더하게 다가온다. 스마트폰, 가까이하기엔 대화적으론 너무 먼 당신임을 깊이 있게 새겨 볼 일이다. 말하는 것을 뛰어넘어 성격의 불균형까지 이끌지 걱정도 드니 말이다.

상대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앞으로 진행될 대화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 주는 것도 말센스의 친절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백 명의 인터뷰어와 인터뷰를 진행한 작가의 직업답게 경험을 통해 일궈낸 말센스란 생각이 든다. 병원을 찾은 환자의 예를 들며 진료 과정을 환자에게 가볍게라도 미리 설명해준다면 치료 및 진료의 긴장감도 받는 이의 입장에서는 감소된다고
한다. 친절한 설명이 소통을 이루어가고 말센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 하니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한 배려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각 챕터마다 다양한 저자의 노하우가 실생활에 적용 가능해 깊이 있는 공감이 가며 마치 내가 겪은 일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한 작품이다. 사람들이 말로 겪는 스트레스나 소통의 어려움은 큰 차이가 없음을 반증하는 설명이기도 하다. 다시 기억하고 반성하며 좀 더 변화해야겠다는 다짐도 생기게 된다.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과 친절함이 묻어나는 대화를 상상하자. 스마트폰의 가십과 SNS를 잠시 던져두고 진심 어린 대화 및 경청에 임하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저자는 책의 마무리에 사과의 당당함도 피력한다. ‘사과는 대화의 불가능함을 가능하게 한다.‘라고 말이다. 나를 조금 내려놓고 상대의 눈높이로 들어주며 조언해주는 말의 센스도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된다. 대화에 실현 가능한 말센스를 이 책에서 만나보고 얻어 가길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한다.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내용이지만 깊이는 여타 대화의 기법을 다룬 작품들과 확실히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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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마지막 다음입니다
하상인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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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심한 남자 기석은 오로지 바른생활로 세상을 살아온 30대의 직장인이다. 연애 한 번 못해본 모태 솔로이기도 하고 마음 먹은 여인이 생기면 다가서기 전에 이미 다른 경쟁자의 단짝이 되고 만다. 아버지 어머니는 공부를 잘 해야 성공하고 자리 잡는다는 고리짝 같은 생각으로 그를 교육 했다. 순해 빠졌던 기석은 자신이 좋아하던 육상 선수로서의 꿈도 마다하고 죽어라 공부를 시작했다. 결과는 부모님들이 원하시던 최고의 학교는 아니었지만, 서울의 명문대에 진학해 졸업 후 부모님들이 희망하시던 대기업까지 취직했다. 탄탄대로라고만 여겨지던 그에겐 연예엔 빵점이었고 특별한 취미 하나 없이-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하고-하루하루를 집과 회사로 반복되는 일상에 묻혀간다. 마음을 두던 여동기 직원에게도 제대로 고백 한 번 못하고 마지막 이별을 앞두는데......

대학시절 단짝이던 친구 지호, 도진, 동현과 오랜만의 만남은 기석에겐 과거를 추억하는 작은 일탈과도 같은 선물이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도 잠깐이다. 기석은 미래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고 그간 해보지 못했던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영화 ‘버킷 리스트‘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그가 존경하던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과의 만남과 유명 소설가로 활동중인 왕래가 드물던 형과의 조우가 그간 일로 인해 지쳐 있던 기석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버킷 중 한가지였다.

이야기의 후반부 소설의 화자는 주인공 기석에서 형으로 바뀌게 된다. 조금 색다르면서도 이러한 형식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나 생각도 들었다. 처음 등장 땐 냉소적인 모습으로 느껴졌던 기석의 형 소설가 정민.동생의 바람과 미련을 정리하듯 마무리해주는 모습엔 슬픔과 아쉬움, 온정이 묻어난다. 인간에겐 항상 좋은 일만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일이 3이라면 걱정거리가 7이 될 수도 있다. 그 삶에 대한 충실도, 자기 만족도도 생에 있어 나를 지탱해가는 큰 선물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더 이상 올 수 없을 인생,# ‘이번이 마지막 다음입니다‘라는 다짐으로 가족, 주변, 나라는 존재의 가치와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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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라는 난제
고김주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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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시작하자면 대한민국이란 민주 국가는 정치적 불화와 소통의 부재로 인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직시할 수 있다. 저자는 민주주의의 정의와 함께 이해를 돕기 위해 ‘니체와 맑스‘를 인용해 다양한 의견과 예시를 제공한다.
결론은 독자도 아시다시피 민주주의의 근간이란 ‘정치 권력의 뿌리가 다수의 민중들로부터 발원할 때 비로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힘을 얻고 서로 공존 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현재 진행중인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부침의 과정이 하루 빨리 결과로 완성되길 바란다. 80년대 후반 선배들이 펼친 6월 항쟁의 결과물로 우리가 누릴 민주주의 초석은 이미 마련되었지만 갈 길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민주주의 의미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독자라 불리우는 국민들이 이에 따른 의미를 명확히 숙지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 민주주의의 주체자인 국민의 일원으로 책을 잘 활용해 민주 시민의 미래라는 텃밭을 바르게 일구어나갈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

저자는 민주주의와 스타, 그리고 스포츠를 예로 들며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쉽게 이해시키고 있다, 80년대 초반 전두환 정권도 3S란 명목하에 성과 스포츠, 스크린을 활용한 우민 정책을 활용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설명이 아닌가 싶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작 필요한 정치인과 법조인의 삶이나 그들의 정책, 법리 진행 과정보다 우린 스타들의 가십에 더욱 우선적인 삶을 살아가며 그들의 패션, 그들이 추구하는 삶을 동경한다. 또한 세계 최고의 스타 중 일부 빈민 국가 출신의 선수를 소개하며 공 하나로 세계를 정복했다는 거창한 멘트로 축구공 하나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는 희박한 홍보를 시도하기도 한다.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홍보의 가치는 그것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가 분명 있을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이런 홍보나 관심의 척도를 그 축구 스타가 자라온 지역, 국가의 빈곤과 전쟁의 공포에 두고 그들에게 진정한 필요함이 무엇인지 소개한다면 민주주의의 의미를 선행시켜 나가는 방법이 아닐지 강조하고 있다. 개인이 아닌 다수의 의견과 이익이 반영 된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민들의 민주주의 실천이 민주 사회의 시작이다. 옳은 말이고 우리도 그것에 따라야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이다. 작은 배려에서부터 시작되고 의사교환으로 결과를 도출해 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임에도 우린 간혹 갑을의 관계에 빠져 기본에서 일탈한다. 대한항공 모녀의 갑질에서부터 아파트 주민들의 갑지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경비 아저씨의 일화까지 우리가 스스로를 민주주의적인 삶에 위배되는 행동에서 벗어나는 일을 종종 시도하고 있다며 경고한다. 더 크게 나가서는 경제 민주주의를 외치며 기득권과 대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와 사회적 위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부득이하게 선처를 주고 받는 정치권과 그룹 총수들의 모습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라면 다수의 의견으로 그들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결을 내는 것이 마땅하다. 이는 대의 정치라는 이름하에 각자의 이익을 위한 전유물로 민주주의의 정의를 망각의 늪에 빠지게도 하는 안타까운 일이다.

민주화 시대에 종속해 가고 있는 우리에게 사랑이란 이름이 도구화로 전락한 요즘 성매매를 바라보는 시선도 따가우면서 필요한 의견을 피력한다. 나라마다 문화마다 성매매에 대한 생각과 법적 위치는 다르지만 우리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자유 민주주의와 자율경쟁 사회라는 시대를 살아가는 시점에서 가진자가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자유의 한계가 무엇일까? 남성 중심, 가부장제의 전통이 끊이질 않는 대한민국엔 아직도 남성 중심, 남성 이기주의가 팽배하다는 것은 무시 못할 일이다. 어느 연예인의 가슴 아픈 죽음에도 성과 폭력이라 불리우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자신이 가진 특권이자 물질을 매개로 성을 상품화하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남성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사랑으로 불리워야 할 고귀함이 땅에 떨어진 현실에 암담함을 금치 못한 채 푸념하듯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 성을 착취 혹은 도구화하려는 악재도 민주주의의 강력한 뿌리 앞에 순응해야만이 올바른 민주주의 근간이 세워질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30년이란 짧은 시간의 민주주의 사회란 이름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만 수많은 장애물들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용기를 가져 본다.

민주주의를 표방한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폭력적 행태는 과연 대한민국이 올바른 민주주의이자 대의정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품게 한다. 독일이나 스웨덴 등 유럽 일부 국가의 예를 든 저자의 말처럼 한 지역구당 적절한 인구를 배정 받고 국민의 정확한 의견의 수렴까지는 어렵더라도 민의를 대변하는 정당한 업적이 민주주의의 가치로 인정 받길 바란다. 촛불 혁명 또한 지금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선출 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과연 과거 악덕 정권에서 행해진 일들을 적폐청산이란 목적으로 얼마만큼 정리해가고 있으며 그들과 다른점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부분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예멘 난민 사태를 비롯해,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주 사드 기지 배치 등이 그 사례이다. 저자는 이 사건들을 논의할 때 얼마만큼의 민의가 반영되었는지에 의문점을 제시한다. 물론 모든 일들이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거나 대통령이나 정부의 최종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도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가 설명하듯 민주주의란 기득권 혹은 가진자의 논리가 아닌 약자의 편에서 설 때 그 빛을 발휘하고, 정의란 이름의 민의가 발휘될 수 있음에 공검한다. 즉 지혜와 역량이 더해져 민주주의의 성숙함이 완성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를 더 한다.

결국 민주주의 기본은 민의의 발의이다. 정치권력을 쥐고 자기들 멋대로 정책을 결정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일부 정치인들과 기업들의 이윤추구는 민의를 통한 판단과 결정으로 잘잘못을 가리고 올바른 민주주의 사회의 토대를 재편성할 필요가 있다. 낮은 곳부터 바라보는 민중의 시선을 강조하는 저자의 말처럼 높은 것만을 향해 있는 우리의 썪어 빠진 정신을 개조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일순간의 인기와 시대의 흐름에 휩쌓이는 민의는 정당한 가치의 민주주의가 아니다. 보다 냉정하고 확고한 신념으로 표리부동함을 벗어 던지는 대한민국의 주권자이자 주인으로서 민주주의 어려움과 과제를 극복하며 풀어나가는 시기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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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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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선고를 받고 70번째 생일을 맞이 한 빅 엔젤에게 더욱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다.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엄마의 소식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빅 엔젤의 생일을 일주일 남겨 두고 이런 슬픈 상황을 겪게 된다는 설정이다. 주인공인 그에게 슬픔과 아쉬움, 안타까움-마지막일지도 모를-이 동시에 밀려온다. 자신에게도 끝일지 모를 생일을 위한 계획을 나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어머니의 장례식이다. 가족들과 만나고 지인들을 만나며 먼저 간 첫째 아들 브라울리오를 떠올리기도 하며 멕시칸이란 사람들의 거침없음과 대담함 등이 가족들 간의 대사로 묘사된다. 시원할 수도 있지만 때론 거북하면서 야릇한 대화들이 빅 엔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오간다. 빅 엔젤 또한 어머니의 장례식을 무사히 치른 후 생의 마지막 생일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과거의 파란만장했던 영광의 터널은 암이란 질병으로 무너져 가지만 인간이므로 마무리를 위해 준비하고, 계획할 수밖에 없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간다. 빅 엔젤의 십 대 시절 아버지 안토니오와의 일화와 부인인 페롤라를 처음 만났던 때를 상기시켜준다. 페롤라를 만나기 위해 갖은 욕과 어려움도 물리치고 미래의 부인이 될 그녀와의 사랑을 이어가는 주인공의 당당함에 멕시코인의 저력을 느꼈다. 게다가 아버지 안토니오가 손님인 첸테 벤트와 바람을 피운 여자의 남편이 칼을 들고 자신에게 덤빌 때 당당하게 맞섰던 모습에 아버지의 영웅적 면모를 발견했다고 하는 빅 엔젤. 한량 같은 아버지의 일면 속에서 간혹 그런 카리스마가 넘치는 풍모를 빅 엔젤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나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찾아보면 인간에겐 자신의 고유성, 혹은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을 발견할 수 있음도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젊은 빅 엔젤은 잠시간 멀어졌던 페를라와 다시 재회하고 그녀와의 결혼생활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간 알지 못했던 빅 엔젤의 아들 인디오와 브라울리오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막내 여동생 미나에 이르기까지, 결국 어머니에게서 쫓겨난 빅 엔젤의 아버지 안토니오도 그들의 가족이자 셋방살이 신세로 함께 하게 된다. 거침없이 말을 하고 함부로 행동하지만 멕시코를 떠나 미국에 정착하려는 이주민들의 애환도 느낄 수 있다. 거친 땅을 다듬고 개간하듯 미국에서의 팍팍한 삶을 살아가며 조금은 문란하고 비도덕적이어도 가족 간의 사랑과 정을 일궈간다.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던 빅 엔젤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은 우울함과 걱정만으로 그의 파티를 준비하지 않는 것 같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좀 더 어깨와 가슴을 펴고 웃음 섞인 농담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것이 멕시코인들의 본성이 아닐까?
첫사랑이자 재회 후 결혼한 페를라가 데려온 두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이고, 딸 미나까지 얻게 되는 빅 엔젤의 마무리가 그리 팍팍하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삼대가 얽힌 가족의 역사, 즉 멕시코 이주민들이 아메리카에 정착하며 경험한 혼란스러움이 작품 전체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사랑으로 뭉쳐진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발설하며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우리의 가족이란 이미지와 다르지만 솔직함이 진실인 듯 묻어나는 북중미 특유의 문화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의 독서였다. 죽음으로 하나가 되는 이야기, 우리도 누군가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사연으로 몇 십 년간 못 봤던 지인들을 만나고 그간의 해묵은 감정이란 고리를 풀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한 점이 세상에 사는 인종이나 언어는 다르나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비슷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작품이다. 작품의 영어로 된 원제와 의역된 국내 소설 제목이 어찌 보면 하나의 맥락이자 끈으로 연결된 가족을 표현하는 함의가 들어 있음도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네가 아기였을 적에, 내가 널 씻겨주었는데.˝
-중략- ˝나는 네 아버지였어. 그런데 지금은 네 아기가 되었구나.˝​


인간은 태어남과 죽음의 문턱에선 본능적으로 처음이란 상태로 돌아가는 동물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노인이 되면 아기로 돌아간다. 빅엔젤이 딸에게 하는 말이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라는 문화적 동질성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다. 서툴고 민망할 때도 많은 가족 같지만 혈연이란 끈으로 이어진 아버지와 형제의-빅 엔젤의 입장에서-마지막 생일을 맞이하는 아쉬움과 기쁨이 책을 읽어 나갈수록 돈독해져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가족,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의 묵직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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