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저는 변호사가 아닌 배심원입니다. 제가 무슨 수로 재판에 관여할 수 있겠습니까?"


일곱번째 배심원

무려 500여 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책이지만 시작과 끝은 찰나라 느껴진 책이다. 워낙 좋아하는 장르의 책이라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책을 펼친 후 엄청난 속도로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순식간에 반전이 일어나 마지막장을 덮었다. 구지 흠을 잡자면 결말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그건 그저 내 바람처럼 되지 않았기에 드는 감정일 뿐 마치 영화를 보듯 머릿속에 장면 장면을 그리며 책을 읽었다.


화산지방검찰청의 국민참여재판 전담 검사인 윤진하. 그에게 노숙자 상해치사 사건이 배당되었다. 평소 하던대로만 하면 질 수 없는 사건이었다. 피의자는 순순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고, 상대 국선변호사인 김수민은 국선변호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이었다. 가출한지 6개월 정도 된 17세 여고생의 죽음, 노숙자에게 내려질 형량은 5년. 정해진 수순대로 밟기만 하면 되는 일반적인 재판이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 중 일곱번째 배심원이 정해지기 전까진.


국민참여재산에 참여하게되는 일곱명의 배심원을 선발하는 과정중 인권변호사이자 전직 대통령이었던 장석주가 선발되고, 이것만은 막아야 겠다 생각한 윤진하의 의도와는 달리 또라이라 소문난 김수민의 계획대로 마지막 배심원으로 선발된다. 그렇게 노숙자 상해치사 사건은 전국민의 관심을 끌게 된다.


온화한 표정의 일곱번째 배심원과는 달리 검사도 변호사도 긴장하게된 재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이리저리 꼬여버린듯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장석주가 상대편 변호사인듯 그를 이기기 위해 발악하는 윤진하에게 지시를 내리는 윗선의 검사들과, 비밀리에 김수민의 뒤를 돌봐주는 민철기 교수와 교수의 뒤에 숨어있는 사람들. 둘만의 재판이 아닌 정치권까지 연결되 복잡해진 그들의 공방전은 하루하루 엎치락 뒤치락 거린다.


카카오페이지와 CJ ENM이 주최한 공모전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출간전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영화로 나온다면 난 꼭 보고싶다! 과연 어떻게 해석이 되고 어떤 연기자들이 배역을 맡게될지 무척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튜브! 아이의 놀이터가 되다 - 유튜브로 세상을 보는 아이, 유튜브로 아이를 이해하는 엄마
니블마마 고은주.간니 닌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디지털 시대, 아이와의 소통이 어려운 부모를 위하 안내서


유튜브! 아이의 놀이터가 되다

얼마전 한 키즈 크리에이터 가족이 강남에 95억원대의 빌딩을 샀다는 뉴스를 접했다. 도대체 얼마나 벌기에? 라는 의문과 함께 느껴지는 허탈감은 나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느낀 감정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쫓아가지 못해 집한채 사기도 힘든 이시기에 내가 알게된 키즈 크리에이터의 광고수익은 그야말로 헉~! 소리가 나는 수준이었다. 반면 이와함께 보도된 아동학대와 관련된 뉴스는 유튜브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생각에 좀더 힘을 실어주었다.


나의 아들녀석의 오랜 꿈(?)은 유튜버 이다. 지금도 진행중이며, 세상의 모든 궁금증들을 유튜브로 해결하는 그런 아이이다. 하지만 유튜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강했던 난 아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수도 그렇다고 포기하라 말 할 수도 없는 부모였다.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잘못된 방송을 하고 있다 말할 순 없지만 내가 접했던 대부분의 방송들속엔 온갖 욕설이 난무했으며, 명확하지도 않은 정보들이 난무했었다. 덕분에 유튜브에 대한 나의 인식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나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바꿔준건 다름아닌 두 아이들 이었다. 큰 아이는 국사시간에 접한 내용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유튜브 영상을 찾아 부족한 정보들을 습득했고,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동영상 강의를 찾아 시험공부를 했다. 큰 아이가 찾는 대부분의 영상들은 자신의 학습과 관련된 것들이었고 덕분에 생각보다 괜찮은 점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웹툰작가의 꿈을 키우기 위한 정보 수집 또한 유튜브를 통해 이뤄졌었다.


작은 녀석 또한 자신의 관심분야인 영어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부하기시작했고, 이 외에도 좋아하는 게임과 관련된 영상이나 평소 궁금했던 교과서를 벗어난 정보들을 습득하는데 영상을 이용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들을 나와 공유하며 함께 보기 시작하면서, 욕설이나 비속어가 석인 방송 외에도 알찬 방송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아들녀석과 유튜브를 공유하며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다.


긍정적인 생각들이 커질수록 아들녀석의 꿈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들녀석과 컨텐츠를 상의해보기도 하고, 다른 영상을 함께 보며 어떤점에서 이런 영상들이 재미있게 느껴지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했다. 이런상황에 아이와 함께 보게된 이 책은 나에게 남아있던 부정적으로 생각들을 탈탈 털어버릴 수 있게 해줬으며, 미루고 미뤄왔던 아들녀석의 도전에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된 듯 하다.


난 세상 모든사람들이 보며 악의가 가득한 댓글을 다는 유튜브에 아들녀석의 얼굴을 공개한다는게 꺼림칙 했다. 또한 삐뚫어진 생각들과 질투로 남을 깍아내리려하는 악플러들의 글에 상처를 받게될 아들의 여린 마음이 걱정스러웠다. 이젠 아들녀석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불안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꿈을위해 실패도 해보고 다시 도전도 해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오랜시간을 고민해왔고 이젠 아들에게 모든 선택권을 넘겨주겠다 마음 먹었다. 책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알게된 다양한 정보들도 만족스럽지만 한때는 엄마를 밀어내던 아이의 변화가 더욱 감동적이게 느껴졌다. 아이들을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면서도 늘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가득한 부모라면 아이들의 변화를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을 듯 하다. 뿐만 아니라 부모역시 변했다. "안돼!" 를 입에 달고 살았던  엄마의 입에서 "그럼 한번 해 볼까" 라는 긍정의 변화가 찾아왔다. 나에게도 아들녀석에게도 이런 변화가 찾아온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그보단 아들이 우선 시작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길 바래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싶다는 아들의 또다른 꿈을 이루기위한 한걸음을 응원해주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래곤 티스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모두가 금을 찾아 서부로 향하던 1876년, 공룡 화석을 찾아 그곳으로 간 이들이 있었다!


드래곤 티스

'쥬라기 공원' 으로 유명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작품인 이책은 1876년 서부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필라델피아 조선업자 사일러스 존슨의 장남인 윌리엄 제이슨 터툴리어스 존슨은 예일 대학 입학 후에도 풍족한 용돈을 받으며 망나니짓을 계속한다. 그러던 중 여름방학을 유럽에서 보내겠다는 그의 계획은 친구의 도발로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게 된다. 일생의 라이벌이라 생각한 열여덟 살 동갑인 해롤드 한니발 말린의 도발로 인해 윌리엄 존슨은 여름방학을 서부에서 보내기로 한다. 무려 천달러가 걸린 말린과 윌리엄의 내기! 그렇게 그는 마시교수를 찾아간다.


마시교수가 낸 공고의 일정보다 늦게 마시교수를 찾아가 탐사대에 끼워줄것을 부탁하지만 마시교수는 이를 거절하고, 아직 선발되지 않은 사진사만이 자신과 함께 갈 수 있다는 말에 윌리엄은 자신의 취미가 사진이라며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렇게 마시교수 일행에 합류한 윌리엄은 출발하기 전까지 사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그 어떤 시기보다 진지하게 사진찍는 기술을 습득하기 시작한다. 거만했던 청년이 이로인해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하고 자신의 임무를 훌륭하게 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탐사 여행을 손꼽아 기다린다.


당시 서부엔 금을 찾기 위한 많은 인파가 몰리던 시기였으며, 인디언과의 대립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정대로 공룡화석발굴을 하기 위한 탐사대는 출발하게되고, 윌리엄은 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후 탐사대와 함께 열차에 오른다. 목적지로 향하던 중 샤이엔에 머물게 된 윌리엄은 한 술집에서 공연하는 여인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모두가 호텔로 돌아간 늦은 밤 루시엔과 달콤한 데이트(?)를 하게된다. 그리고 다음날 8시 상쾌하게 눈을 뜬 윌리엄은 일행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고, 그곳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9시 열차를 타기위해 떠났다는 일행의 소식을 듣게된 윌리엄은 당황한다. 윌리엄은 그렇게 탐사대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유도 모른채...


식당에서 조식을 먹던 윌리엄에게 다가온 한 남자는 자신이 코프 교수라 말을 하고, 마시 교수로 부터 들었던 철천지원수지간 아라는 걸 알게된다. 코프 교수는 혼자가 된 윌리엄에게 자신도 사진사가 필요하다며 함께가자 제안하고, 혼자가 된 윌리엄은 그렇게 코프 교수를 따른다. 목적지로 향하던 그들은 자신들이 가야할 곳이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이 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군인몰래 늦은 밤 목적지를 향하고, 엄청난 인디언들과 마주치게 되지만 어려움 없이 공룡화석이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된다. 그렇게 발굴작업을 시작한 코프교수와 윌리엄일행은 엄청난 크기의 공룡 이빨을 발견하게 되고 먼저 출발한 코프 교수는 무사히 그곳을 벗어나지만 윌리엄과 함께 공룡 이빨이 담긴 상자를 가지고 오려 했던 나머지 일행들은 돌아 오려던 중 인디언을 만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 책은 쥬라기 공원보다는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영화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서부의 배경과 총잡이, 언제 어디서든 서로 총을 겨누고 죽이는 장면, 보안관도 없는 무법천지의 도시에서 자신의 뼈 상자를 지키려 하는 윌리엄의 모습, 인디언들에게 무자비하게 찢기고 죽임당하는 모습 등 대부분 공룡보다는 모험(?) 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들이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듯 수만가지 상상을 하며 책을 읽어나갔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땐 집중해 보던 영화가 끝나버린 듯 아쉬움이 밀려왔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준규네 홈스쿨 - <영재발굴단> 꼬마 로봇공학자의 성장보고서
김지현 지음 / 진서원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 잃은 부모들을 위한 가장 강렬한 텍스트!'


준규네 홈스쿨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나의 두 아이들 중 큰 아이의 고민 덕분이었다. 너무도 순수한 딸 아이는 학업성적이 눈에 띄게 좋은 아니는 아니지만 공교육의 틀을 잘 따라가는 모범적인 아이였다. 이사로 인해 전학을 가야했던 5학년 잠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무사히 잘 적응하는 아이를 보며 안도의 함숨을 내쉬기도 했었다.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위해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는거라 생각했었기에 아이의 힘든 시간을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친구들을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다행히도 딸 아이는 중학교 3년을 무사히 마친 후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나의 고민의 시작은 이때부터였다.


8시 10분 등교해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오는 하루 일과를 힘겨워 하기 시작한 딸 아이는 모든 것들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 했다. 죽고 못살것 같았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삐거덕 거리는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자율학습임에도 이 학습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딸 아이의 말에 돌아온 담임 선생님의 대답은 '민폐' 라는 말이었으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술 선생님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후 아이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만 갔다. 그럴수록 나의 고민은 커져만 갔고, 이내 딸 아이는 자퇴라는 단어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예술고, 인문고, 실업고 사이에서 고등학교를 고민하던 당시 아이와 많은 대화 끝에 아이의 선택에 따라 인문고를 선택을 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를 보며 내심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시간적으로 타이트함을 느끼게 되면 누구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였기에 걱정스러움이 컸지만 내심 욕심이란게 생겼고, 아이의 의견을 따르는 척 난 내 욕심을 채웠다. 이후 6개월의 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는 조금 힘든 시간을 보냈고, 이전보다 더 많은 대화를 통해 현재는 자신이 노력해 볼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본 후 그래도 자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는 아이의 뜻에 따르겠다는 결론을 냈다. 단 자퇴를 결심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 할 때에는 나를 설득할 수 있는 아이만의 계획표를 나에게 보여달라 말을 했다.


아이도 고민중이겠지만 나 역시 다양한 대안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러종류의 책을 읽고, 정보를 수집하고, 대안학교를 고민하고, 홈스쿨링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중학교 졸업 후 6개월간 세계여행을 다녀왔다는 딸아이 또래의 학생이 쓴 책을 읽으며 내 아이의 여행 계획을 고민해봤으며, 다양한 사이트에 접속해 홈스쿨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함은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난 아이가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받으며 평범한 일상을 보낼때에도 늘 아이의 미래에 대한 고민들로 불안해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린시절부터 남달라 보이는 준규의 학교생활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어긋나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끝에 홈스쿨을 시작하게 된 준규는 행복했지만 그런 준규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또한 주변의 시선 역시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행히도 홈스쿨을 시작한 준규의 행복함을 이해해준 아주머니의 예쁜 말 덕분에 첫 자랑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지만 이후 소개되는 어르신들의 한마디는 어린 준규에게 상처가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온 가족이 고민하며 계획을 짜고, 잘못된 부분들을 수정하고,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들이 어느것 하나 쉬워보이지 않았다. 계획대로 진행되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때론 하루 일과를 잊은 채 종이접기의 매력이 푹 빠지기도 하고, 총만들기 작업을 하기위해 온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엄마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엄마는 준규의 이런 모든걸 이해할 수 있을만큼의 인내심이 있었다. 또한 준규의 느림을 기다려줄줄 아는 엄마였다. 그렇기에 준규가 자신이 원하는 엉뚱한 모든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돈을 좋아하는 준규가 돈을 벌기 위해 했던 준규의 도전은 때론 실패를 하기도 하고 성공의 기쁨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가장 대단해 보였던건 100만원짜리 로봇키트를 사기위한 준규의 도전이었다. 이정도야 부모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사줄 수 있는 금액의 키트였지만 준규는 자신의 힘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1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성공했다. 그렇게 장만한 로봇키트는 그 어떤 소장품보다 더 소중하고 애틋함이 묻어나는 물건이 되었다.


부모의 도움이 있었다면 더 쉽게 성공할수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 도중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준규의 도전들이 모두 성공한건 아니었지만 실패마저도 준규에겐 큰 경험이 되었다. 6개월 여행을 떠났던 소녀의 결정을 보며 감탄을 했었는데, 홈스쿨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준규의 모습에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자기 삶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이끌어 가는 아이들의 선택과 고정관념에서 당당히 벗어나 한발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그저 부럽기만 하다.


문득 딸 아이가 홈스쿨 계획표를 들이밀며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한다면 난 어떤 반응을 보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아이의 뜻을 존중하며 아이의 선택을 따를지 아니면 나름 꼬투리를(?) 잡아 그만두면 안되는 이유들을 일장연설을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누구나 다 가는 그런 평범한 길을 간다면 아이도 나는 편하겠지만 아이의 행복은 보장할 수 없기에 나 역시 여전히 아이의 상황을 지켜보며 고민중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준규 엄마만큼 아이를 느긋하게 봐줄 수 있는 진득함이 나에게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저 아이의 행복만을 바란다면 아이의 생각에 긍정의 한표를 보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긍정의 한표는 이 책 덕분에 생긴듯 하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준규의 이 영특함이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정규교육을 받게되더라도 아이의 빛남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며, 준규의 행복감이 하루하루 커질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로봇공학자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그날까지 화이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딱 일 년만 놀겠습니다 - 범생이 은재는 왜 학교를 떠났을까? 나의 한 글자 4
이은재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발짝 물러서니 더 많은 것이 보였다. 열일곱 은재 행복을 발견하다


딱 일 년만 놀겠습니다

최근 딸 아이가 사춘기와 더해진 학업스트레스로 인해 자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리곤 했다. 방치하고만 있을 수 없어 많은 대화를 시도해보고, 아이가 학교가 아닌 홈스쿨링을 도전해보면 어떨까를 고민했다.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대안학교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덴마크를 떠올리며 1년의 휴식기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를 생각했다. 당장 눈앞에 둔 방학 한달만이라도 내가 살고있는 이 지역을 벗어나 생활해 보면 어떨까를 고민했다. 너무 바르게 커온 딸 이기에 느닷없이 찾아온 아이의 방황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나의 딸 아이와 한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소녀인 은재는 마치 나의 딸 아이인듯 느껴졌다. 학업스트레스와 부족한 체력, 공부에 대한 욕심으로 인한 압박감을 느끼는 것 까지 마치 나의 딸 아이를 보는듯 했다. 그런 중3 소녀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남들처럼 평범한 고등학교 진학이 아닌 일년의 휴식기간을 선택했다. 딱 일 년만 놀겠다며 6개월의 세계여행과 6개월의 자기자신을 찾는 자유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평범함을 벗어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결심이라 느껴졌는데, 알찬 계획까지 짜는 은재를 보며 부럽기도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2018년 3월 18일 일요일. 드디어 은재가 출국하는 날이 다가왔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6개월의 여행의 시작날 은재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아 보였다. '하반하 세계여행 학교' 를 통해 시작된 은재의 여행, 6개월 후 은재의 모습에 기대감이 생긴다.


하반하 세계여행 학교는 단순히 여행만 하는 그런 단체가 아니었다. 매일 일기 쓰기는 기본, 매일 영어 단어를 외우고 간단한 테스트를 본다. 영어회화, 세계사, 오카리나 수업도 있으며, 창작시간과 연극, 마임을 짜거나 동영상 제작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일반 학교처럼 시험을 보고 성적으로 평가를 하는 대신 매주 자신이 한 활동을 정리해 그 결과에 합당한 용돈을 받는 '정산 제도' 가 있다. 시작은 모두 같은 0 이지만 한달이면 부자와 빚쟁이로 나뉘는 빈부 격차가 심한 곳이라고 한다.


매 끼니를 만들어 먹어야 하며, 자기 옷은 손수 빨아야 한다. 숙소 이동에는 자동차가 아닌 도보를 이용하며, 여행용 캐리어가 아닌 자신의 몸집만한 큰 배낭과 작은 배낭을 메고 다닌다. 은재가 대한민국을 떠날 당시 배낭의 무게는 15kg 이었으며, 이로인해 한참이나 고생을 해야 했다고 한다. 모자람보다는 넘치는게(?) 마음이 편해 가득 담아온 배낭의 짐들!! 얼마 후 배낭을 비우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것을 선물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난 저질 체력으로 인해 가방을 메는 것 조차 힘겨워 했던 은재는 손수 밥을 지어먹고, 할당량의 일을 해내고, 다함께 하는 운동을 조금은 느리게 완수하며, 아주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았으며,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남들보다 느리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무척이나 대견스러웠다.


6개월의 여행 후 한국으로 돌아와 남은 6개월을 보내는 은재의 모습은 무척이나 의젓했으며,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모습들은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엄친딸의 모습인듯 느껴졌다. 매일 수영과 근력운동을 하고, 성인들만 배울 수 있는 한자반에 당당히 들어가 공부를 하고, 다시 학교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무기력했던 은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없었다.


은재는 일년의 갭 이어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것도 무척이나 좋은 모습으로. 문득 나의 아이들에게도 자신을 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돌아볼 수 있었던 은재의 일년이 나의 두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된다. 물론 엄청난 결심을 하고 결정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말을 한다면 나 역시 과감히 아이의 선택을 따르고 싶다.


아이들에게 일독을 권한 후 좀더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과연 아이들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들이 가득한지, 어떤 고민들로 힘들어 하고 있는지, 이번기회를 통해 아이들을 좀더 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학교가 싫어 떠나겠다는 방황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면 한번쯤 틀에박힌 생활에서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싶다. 본인들의 인생을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긍정의 표시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