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느님의 아들이요, 물의 신 하백의 손자다! 사정이 여의치 못해 쫓기고 있다. 도와줄 수 있겠는가?"

 

주몽(고구려의 시조)이 부여군의 추격에 쫓겨 강가에 이르렀을 때 물을 바라보며 한 말이에요. 화급한 처지지만 당당하게 말했어요. 이 말에 물고기와 자라들이 감응하여 순식간에 다리를 만들어 주몽은 무사히 강을 건너죠. 추격군이 뒤쫓아 왔을 때, 물고기와 자리들은 다시 흩어졌구요. 『삼국유사』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물고기와 자라들이 주몽의 말에 감응하여 다리를 만든 것은 필경 주몽을 도왔던 그 어떤 세력의 신화적 표현일 거에요. 더불어 그들을 감동시킨 주몽의 비범함을 나타낸 것이기도 할테구요.

 

그런데 이 대목을 액면 그대로 해석해도 무리 없어요. 주몽의 비범함은 물고기와 자라들을 감동시켜 도움을 받을 정도였다고요. 주몽의 말이 전하는 기본 메시지는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점이니, 이 점만 부각시킨다면 어떤 해석이든 무방할 거예요.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魚龍)이 감동하고(誓海魚龍動) / 산에 맹세하니 초목도 알아주네(盟山草木知)"

 

이순신 장군이 지은 시중에 나오는 구절이에요. 자신의 맹세가 어룡과 초목도 감동시킬만 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장군의 맹세가 실제 어룡과 초목을 감동시켰는지 여부는 확인할 길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맹세에 자신감을 가졌던 것만은 확실해요. 형태는 다르지만 저 주몽의 말 그리고 그에 감응한 어별(魚鼈)의 모습과 대차 없어요. 이순신 장군의 비범함을 보여주는 시구라고 할 수 있어요.

 

사진의 한자는 '일서해산립강상어백대(一誓海山立綱常於百代)'라고 읽어요. '한 번 바다와 산에 맹세하니 백대에 변치 않을 떳떳한 윤리를 세웠도다.'라고 풀이해요. 현충사 주련(柱聯)중 하나예요. "한 번 바다와 산에 맹세하니"는 위에 든 장군의 시 내용을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고, "백대에 변치 않을 떳떳한 윤리를 세웠도다."는  시의 의미를 부연한 것이에요. 어룡과 산천이 감동하고 알아줄 정도의 맹세였기에 백대의(영원한) 가치를 지니는 윤리를 세울 수 있었단 의미로요. 여기 맹세는 당연히 구국진충(救國盡忠, 나라를 구하고 충성을 다함)의 맹세일 거예요.

 

우리도 맹세를 하죠. 그러나 그 맹세가 어룡과 초목을 감동시키지는 못하죠. 아니, 감동시킨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죠. 왜 그럴까요? 그건 아마도 우리의 맹세가 일신의 향상을 위한 맹세이지 그것을 넘어선 큰 가치를 지향하는 맹세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맹세는 지켰을 경우 자신에 대한 만족에 그칠 것이고, 지키지 못했을 경우 자신에 대한 불신에 이를터이니 어찌 어룡과 초목을 감동시킬 수 있겠어요? 장군이 자신의 맹세가 초목까지 감동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은 평소 자신에 대한 만족과 신뢰를 구축했음은 물론 이를 넘어 더 큰 가치- 구국진충 -를 지향했기 때문이라고 할 거예요. 이순신, 확실히 비범한 인물이었어요.

 

 

낯선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誓는 言(말씀 언)과 折(꺾을 절)의 합자예요. 맹세한다는 의미예요. 言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折은 음을 담당하면서(절→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과거에 맹세를 할적엔 약속의 증표로 부절이란 것을 만든 뒤 이를 반으로 쪼개 나눠 가졌어요. 하여 부절을 쪼개 나눠갖는 것은 맹세의 상징이 되었지요. 여기서 折은 이런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주고 있어요. 맹세할 서. 誓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誓約(서약), 宣誓(선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綱은 糸(실 사)와 岡(언덕 강)의 합자예요. 벼리(그물의 위쪽에 코를 꿰어 잡아당길 수 있게 한 줄)란 의미예요. 糸로 뜻을 표현했어요.  岡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언덕처럼 높은 곳에 위치한 것이 벼리란 의미로요. 벼리 강. 위 시에서 綱은 이차 의미로 사용되었어요. 핵심이 되는 윤리란 의미로요. 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紀綱(기강), 大綱(대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常은 巾(수건 건)과 尙(숭상할 상)의 합자예요. 존귀한 신분의 사람들이 내세웠던 깃발이란 의미예요. 巾은 뜻을, 尙은 의미와 음을 담당해요. 지금은 떳떳하다란 뜻으로 주로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유추된 뜻이에요. 떳떳할 상. 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常規(상규), 正常(정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이순신 장군을 바라보는 시각에  전환점을 제공한 작가는 김탁환 씨예요. 그는 자신의 작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을 '칼을 든 사대부'의 모습으로 그렸어요. 이전까지 이순신의 모습은 훌륭한 장수인 '영웅'의 모습으로 그려졌지요. 이는 시대 변화와 상관성이 있어요. 영웅의 모습은 군사정권하에서였고, 칼을 든 사대부의 모습은 문민정부하에서였거든요. 이순신은 우리 역사의 물줄기가 크게 바뀔때마다 구원의 상징처럼 등장하죠. 앞으로 통일시대가 온다면 그때는 또 어떤 인물로 그려질 지 자못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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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이병욱 2018-06-18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찔레꽃님의 글은 항상 알차고 좋습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짧은 글이라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저 무심은 감동합니다

찔레꽃 2018-06-18 08:42   좋아요 0 | URL
무심 선생님, 격려 감사합니다. ^ ^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눈 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속으로 중얼거려요. 때로는 소리내어 외치기도 하구요. 사연이 있어요. 영상을 보고난 뒤 부터예요.  두 유리병에 갓 지은 밥을 담아놓고 한 쪽에는 좋은 말을, 한 쪽에는 나쁜 말을 들려 줬어요. 일주일이 지난 후 두 병의 밥 상태를 살폈어요. 좋은 말을 들려준 곳은 밥 상태가 깨끗했고 나쁜 말을 들려준 곳은 밥 상태가 안좋았어요. 거의 썩은 상태였어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지만 실제로 입증된 현상이에요. 욕설의 해로움을 알리기 위해 만든 영상이었어요.

 

욕 혹은 불만에 찬 말은 상대에게 내뱉기전에 내가 먼저 말하고 내가 먼저 듣게 돼죠. 따라서 욕 혹은 불만에 찬 말은 상대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 전에 내게 먼저 나쁜 영향을 주지요. 반대로 생각해 보면, 비록 상대가 밉더라도 좋은 말을 한다면 상대에게도 내게도 좋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외친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비판적인 말을 많이 하다보니 매사 불만이 많고 감사하는 마음이 적어진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무조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되뇌보기로 한 거예요.

 

그런데 확실히 효과가 있어요. 상대에 대해 이해하려는 마음이 넓어지는 느낌이에요. 불만스러운 상황이 있어도 속으로 이렇게 말해요. "그래, 뭔가 사정이 있겠지?" 운행중 새치기 하는 차가 있으면 전에는 화를 내거나 상스런 말을 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말해요. "그려, 급한 사정이 있겄지. 조심허게~" 마음이 여유있어지니 얼굴에 미소가 절로 머물더군요. 전엔 거울을 보면 심각한 얼굴이었는데, 요즘엔 환한 얼굴이에요.

 

사진의 한자는 "자리이타여조양익(自利利他如鳥兩翼)"이라고 읽어요. "스스로를 이롭게 하고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은 새의 양 날개와 같다"란 뜻이에요.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며,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란 의미를 새의 양 날개에 견줘 설명한 내용이에요. 앞서 소개한 영상의 내용이나 제 경험으로 볼 때 결코 틀리지 않은 말이에요. 예산 수암산에 있는 법륜사 주련(柱聯) 중 하나예요.

 

 

낯선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利는 禾(벼 화)와 刂(刀의 변형, 칼 도)의 합자예요. 벼를 수확한다[刂]란 의미예요. 이롭다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벼를 수확하니 이로움이 많다란 의미로요. 이로울 리. 利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利潤(이윤), 利益(이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他는 본래 佗로 표기했어요. 佗는 人(사람 인)과 它(蛇의 옛 글자, 뱀 사)의 합자예요. 짐을 짊어지다란 뜻이에요. 人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它는 음을 담당해요(사→타). 후에 '다르다'란 뜻이 추가됐어요. 동음을 빌미로 뜻을 차용한 경우예요. 다를 타. 他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他人(타인), 他鄕(타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如는 본래 '따른다'는 의미였어요. 과거 여성은 순종을 미덕으로 여겼기 때문에 女(계집 녀)를 주 의미로 사용했고, 여성이 따르는 것은 부모와 남편 자식의 말이었기 때문에 口(입 구)를 보조 의미로 사용했어요. '같다'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부모나 남편 자식이 말하는대로 똑같이 행동하고 따른다란 의미로요. 같을 여. 如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如一(여일), 如此(여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兩은 본래 좌우 대칭의 저울을 그린 것으로, '똑같이 나눈다'란 의미였어요. '둘'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똑같이 나눈 두 개란 의미로요. 두 량. 兩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兩立(양립), 兩面(양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翼은 羽(깃 우)와 異(다를 이)의 합자예요. 날개란 뜻이에요. 羽로 뜻을 표현했어요. 異는 음을 담당하면서(이→익)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異에는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란 의미가 내포돼 있는데, 날개가 그같은 형태란 의미로요. 날개 익. 翼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左翼(좌익), 右翼(우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최근 남북 북미 관계가 해빙 무드를 맞고 있죠. 이것도 자리이타의 한 예가 아닐까 싶어요. 자리이타란 그저 개인의 심성수양을 위한 특정 종교의 가르침이 아니라 세상사를 통찰한 지혜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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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kalsanja/220949136884>

 

필사는 정독중의 정독입니다.”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에 들렸을 때 보았던 문구예요. 이 문구가 있는 공간에는 조정래 씨의 작품 『태백산맥』을 필사한 독자들의 원고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더군요. 대단한 열성이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혹자는 필사의 무의미함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눈으로만 읽는 것 하고 직접 써가며 온 몸으로 읽는 것 하고는 확실히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내용은 눈으로 보고 지나치기보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이런 마음을 확대하여 전(全) 내용을 필사한다면 그 충족감은 배가(培加)될 것이 틀림없어요.

 

사진은 명필로 알려진 안평대군 이용(李瑢, 1418-1453) )의 소원화개첩(小苑花開帖)이에요. 인터넷을 뒤적이다 우연히 얻었어요. 명첩을 임서한 것이 아니고, 타인의 시를 자신의 필체로 작품화한 것이에요. 시 내용에 공감 가는 바 있어 쓴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어요. 무슨 내용의 시 일까요?

 

小苑花開爛熳通   소원화개란만통      작은 동산 꽃 피어 찬란하게 빛나는데

後門前檻思無窮   후문전함사무궁      후문 난간 앞에 서니 생각이 새록새록

宓妃細腰難勝露   복비세요난승로      복비처럼 가는 허리 이슬조차 무거울 듯

陳后身輕欲倚風   진후신경욕의풍      진후처럼 가벼운 몸 바람에 하늘거리네

紅壁寂寥崖蜜暗   홍벽적요애밀암      고요한 홍벽 석청 말라가고

碧簾迢遞霧巢空   벽렴초체무소공      아득한 숲속 안개 집(벌집을 비유) 비어있네

青陵粉蝶休離恨   청릉분접휴리한      푸른 언덕 흰 나비야 이별 아쉬워 마렴

定是相逢五月中   정시상봉오월중      오월 중엔 반드시 서로 만나리니

   

이 시는 이상은(李商隱, 813-858)이 벌[蜂]을 두고 지은 영물시예요두구(頭句)에서는 벌을 바라보는 장소를, 함구(頷)에서는 벌의 외형적 특징을, 경구(頸句)에서는 벌의 생태를, 미구(尾句)에서는 벌의 말[言]을 빌어 시인의 마음을 가탁했어요. 전고(典故)를 통해 벌의 외형적 특징을 묘사하고 벌의 생태를 화려한 색감의 시어를 동원해 그린 것이 특징이에요.

 

표면적으론 벌의 외형과 생태를 그렸지만 은연중 자신의 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어요. 이슬도 이기지 못할 것 같은 가는 허리나 바람에 하늘거리는 몸매는 시인의 어려운 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보여요. 말라가는 석청과 비어있는 벌집 역시 시인의 힘든 상황을 가탁한 것이라 볼 수 있고요. 이런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단서는 두구에 있어요. 난만하게 피어있는 정원의 꽃들을 바라보며 기쁨을 느끼기보다 복잡한 생각으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힘든 처지 때문이지요. 하지만 시인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요. 미구에서 벌의 입을 빌어 나비에게 하는 말은 바로 시인 자신에게 들려주는 희망의 메시지예요. 이상은은 정치적 좌절과 생활고를 많이 겪었던 사람이에요. 이 시를 그의 삶과 연계해 이해하는 것이 단순한 영물시로 이해하는 것 보다 심도 있는 이해일거라 생각해요.

 

이런 시를 작품화한 안평대군도 상기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거라고 추정해 볼 수 있어요. 화려한 왕실 생활이지만 정치적으로 곤경 형 수양대군과의 갈등 에 처한 자신의 처지가 오버랩되어 작품화한 것이 아닐까, 싶은 거죠. 당연히 그러한 곤경을 벗어나고자 하는 희망도 가탁 했을 테구요. 이 작품의 창작 연대는 언제인지 알려져 있지 않아요. 추정이 틀리지 않다면 이 작품의 창작 연대는 그의 생애 후반기가 될 거예요.

 

 

낯선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爛은 火(불 화)와 闌(가로막을 란)의 합자예요. 익히다란 뜻이에요. 火로 뜻을 표현했어요. 闌은 음을 담당해요. 익힐 란. 빛나다란 뜻으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빛날 란. 爛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燦爛(찬란), 爛熟(난숙)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檻은 木(나무 목)과 監(살필 감)의 합자예요. 짐승을 가둬놓은 우리란 뜻이에요. 木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監은 음을 담당하면서(감→함)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우리란 가둬놓고 살펴보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란 의미로요. 우리 함. 난간이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난간 함. 檻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檻車(함거, 죄인을 호송하는 수레), 檻欄(함란, 난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倚는 人(사람 인)과 奇(기이할 기)의 합자예요. 타인에게 의지한다는 뜻이에요. 人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奇는 음을 담당하면서(기→의)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의지는 보통 특별한 사람에게 한다는 의미로요. 의지할 의. 倚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倚子(의자), 寄倚(寄依와 동일, 의지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寥는 원래 廖로 표기했어요. 廖는 广(큰집 엄)과 膠(학교 교)의 약자가 합쳐진 거예요. 비어있다란 뜻이에요. 广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膠는 음을 담당하면서(교→료)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膠는 옛날의 대학 이름이었어요. 대학은 많은 학생을 수용해야 하기에 크게 비워둔다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하고 있어요. 비어있을 료. 쓸쓸하다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寥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寂寥(적요), 寥落(요락, 쓸쓸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迢는 辶(걸을 착)과 召(부를 소)의 합자예요. 멀다란 뜻이에요.  辶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召는 음을 담당하면서(소→초)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소리쳐 불러야 할 정도로 거리가 멀다란 뜻으로요. 멀 소. 迢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迢遙(초요, 멀어 아득함), 迢(초초, 먼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遞는 辶(걸을 착)과 虒(뿔범 사)의 합자예요. 오고 간다란 뜻이에요. 辶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虒는 음을 담당하면서(사→체)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虒는 상상의 동물로 수륙(水陸)을 병행하는 동물이에요. 그같이 양쪽에서 오고간다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주고 있어요. 갈마들 체. 遞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遞信(체신, 우편이나 전신, 전화 등의 일을 통틀어 이르는 말), 郵遞局(우체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蝶은 나비란 뜻이에요. 虫(벌레 충)으로 뜻을 나타냈고, 나머지는 음을 담당해요. 음을 나타내는 글자는 얇은 나무 조각이란 뜻이에요. 이 뜻으로 본 뜻을 보충해주고 있어요. 그같이 얇은 날개를 가진 곤충이 나비란 뜻으로요. 나비 접. 蝶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胡蝶夢(호접몽, 물아의 분별을 잊음), 蜂蝶(봉접, 벌과 나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蜂은 虫(벌레 충)과 夆(逢의 약자, 맞이할 봉)의 합자예요. 벌이란 뜻이에요. 虫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夆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이 벌의 특성이란 의미로요. 벌 봉. 蜂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蜂蜜(봉밀, 벌꿀), 蜂起(봉기, 벌떼같이 일어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하나. 작품의 글씨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어 인용 자료로 대신해요. 국보 제238. 세로 26.5, 가로 16.5. 견본(絹本). 56자를 행서로 썼으며, 필치는 원나라의 조맹부(趙孟頫)에 핍진(逼眞: 실물과 아주 비슷함)하면서도 웅혼(雄渾)하고 활달하여 개성이 잘 나타나 있다. 소품이면서도 작품에서 우러나는 기품은 안평대군 글씨의 특징을 대표하고 있어,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늠연함이 엿보이는 대작이다일본 덴리대학[天理大學]에 수장되어 있는몽유도원도발(夢遊桃源圖跋)과 더불어 소원화개첩은 행서를 대표할 뿐 아니라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진본이다. 소원화개첩의 원시(原詩)는 당나라의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봉시(蜂詩)로 원문과 대조하였을 때 여덟 곳이 다르다. 2001년 도난당해 현재는 소원화개첩의 진적을 볼 수 없다(인용 출처: 다음(Daum) 백과).

 

여담 둘. 위에서 소원화개첩은 원시와 여덟 곳이 다르다고 했는데, 원시는 다음과 같아요. 대구(對句)는 원시가 좋으나, 시의(詩意)는 개작시가 더 나은 듯 해요.

 

 

小苑華池爛熳通  소원화지난만통      작은 동산 화려한 연못 찬란하게 빛나는데

後門前檻思無窮  후문전함사무궁      후문 난간 앞에 서니 생각이 새록새록

宓妃腰細才勝露  복비요세재승로      복비같은 가는 허리 이슬 겨우 견딜 듯

趙後身輕欲倚風  조후신경욕의풍      조비연같은 가벼운 몸 바람에 하늘거리네

紅壁寂寥崖蜜盡  홍벽적요애밀진      고요한 홍벽 석청은 말라가고

碧簾迢遞霧巢空  벽렴초체무소공      아득한 숲속 안개 집(벌집을 비유) 비어있네

青陵粉蝶休離恨  청릉분접휴리한      푸른 언덕 흰 나비야 이별 아쉬워 마렴

長定相逢二月中  장정상봉이월중      이월 중엔 반드시 서로 만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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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은퇴자들이 독서를 취미로 꼽았다. 좀 더 다양한.”

 

언젠가 읽었던 신문 기사의 한 대목이에요. 은퇴자들의 취미가 너무 획일적이며 비생산적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이 기사를 접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옛 사대부들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전통 사회의 지식인이었던 사대부의 일은 출사(出仕)와 독서였죠. 둘은 상보 관계를 이뤘어요. 독서를 해야 출사할 수 있었고 출사 후 역량을 발휘하려면 독서가 뒷받침되어야 했기 때문이죠.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사가독서(賜暇讀書)는 이를 방증하죠. 이런 사대부들에게 독서의 가치를 폄훼하는 듯한 저 말은 틀림없이 공분을 샀을 거예요.

 

하지만 저 기사를 쓴 분이 비판한 독서는 전통 사회의 지식인들이 했던 독서와는 다른 독서일거예요. 생산적 독서이기 보다는 비생산적 독서를 염두에 두고 비판한 것이라 생각해요. 그저 소일거리 시간 때우기 식의 독서 말이지요. 공분하는 옛 사대부들에게 저간의 사정을 말한다면 화를 풀 것 같아요. “그렇구먼. 그런 독서는 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하지 않을까요?

 

독서와 짝을 이룬 것이 출사라고 했는데, 출사의 핵심은 문장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이었어요. 보국(輔國)할 수 있는 문장을 쓰는 거였지요. 여기 문장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문학 관련 심미적 글이 아니고 전고와 설득력이 겸비된 실용적인 글이에요. 이런 문장보국의 대표적인 글은 외교 관련 문서지요. 삼국사기』「열전강수(强首) 편을 보면 문무왕이 강수의 업적을 치하하며 전쟁에서 실제 전투를 했던 장수 못지않은 공이 있다고 평가하는 내용이 나와요. 그가 작성했던 외교 문서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지요. 강수의 경우가 문장보국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어요.

 

사진은 정사문웅진세명 만고처사강성청(精舍文雄振世名 萬古處士講聲淸)’이라고 읽어요. ‘정사(학문을 연마하는 곳, 여기서는 조정의 의미로 봐도 무방할 듯)의 문호 되어선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만고의 처사되니 강경 소리 청아하네라고 풀이해요. 앞은 출사하여 문명을 날리는 모습을, 뒤는 은둔 수양하며 독서하는 모습을 그렸어요. 얼핏 보면 양자의 다른 면모를 부각시킨 것 같지만 실제는 사대부의 둘이면서 하나인 모습을 그렸어요. 출사해서는 문장보국으로 문명을 날리고, 퇴사해서는 수양 독서하는 사대부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린 것이지요.

 

은퇴한 분들이 옛 사대부의 전통을 되살려 생산적인 독서를 한다면 본인도 좋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봐요.

  

  

낯선 자를 좀 자세히 살펴볼까요?

 

(새 추)와 厷(팔뚝 굉)의 합자예요. 厷에는 힘이 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암컷에 비해 힘이 센 수컷 새란 뜻이에요. 수컷 웅. 뛰어나다란 의미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뛰어날 웅.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雌雄(자웅), 雄壯(웅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의 변형, 손 수)(의 약자, 벼락 진)의 합자예요. 타인을 구해준다는 의미에요. 로 뜻을 표현했어요.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타인을 구해주려면 벼락이 치듯 용기와 힘을 내야 가능하다는 의미로요. 구할 진. 떨치다란 뜻으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타인을 구하여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란 의미로요. 떨칠진.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不振(부진), 振興(진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뒤져올 치)(안석 궤)(범 호)의 합자예요. 두 다리를 오므리고 안석에 앉는다는 뜻이에요. 는 음을 담당해요(). 머무를 처. 곳이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앉는 이란 뜻으로요. 곳 처.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處理(처리), 處所(처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말씀 언)(얽을 구)의 합자예요. 화해시킨다는 의미예요. 화해시킬 때는 좋은 말이 우선이기에 으로 뜻을 삼았어요. 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튼튼하게 얽어놓은 목재처럼 둘 사이를 튼실하게 만드는 것이 화해시키는 것이란 의미로요. 화할 강. ()하다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강할 강.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講解(강해), 講和(강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귀 이)磬(경쇠 경) 약자의 합자예요. 소리라는 뜻이에요. 소리는 귀에 가장 민감하게 접수되기에 로 뜻을 표현했어요. 磬의 약자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귀에 잘 포착되는 소리는 경쇠같이 크고 맑은 소리라는 의미로요. 소리 성.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音聲(음성), 聲量(성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사진은 한 식당에서 찍었는데 식당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에요(게다가 대구 내용도 약간 미흡하고 어휘나 문법도 어색해요). 타산지석으로 사용하라고 걸어놓은 것은 아닐 테고. 식당 주인 분께 미운 소리 하려다, 그만 뒀어요. 괜스레 주인 마음 상하게 할까 봐서요. 한자() 문맹이 많아지다 보니 이따금 장소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액자를 걸어놓는 경우를 봐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바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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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cik22&logNo=221091709390>

 

 

 

주량에 한계가 없으셨지만 난잡한 행동은 없으셨다(唯酒無量 不及亂).”

 

『논어』에 나온 공자의 음주 습관이에요. 공자의 제자들은 공자를 '성인(聖人)'으로 여기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으로 남겼어요. 이 기록도 그 중의 하나지요. 이 기록을 남기며 제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말 특별한 분이다. 보통은 만취하면 말이든 행동이든 어느 하나는 실수하는 법인데….'

 

확실히 일반인들은 술이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말이든 행동이든 실수를 하지요. 그런데 그 실수가 의도였든 그렇지 않든간에 상대에게 폐를 끼치는 경우가 있어요. 이른바 추태지요. 특히 이성에게 보이는 추태는 대부분 성추행 성폭행이지요. 최근 미투 운동으로 곤욕을 치르는 인사들의 추태도 대부분 주석에서 발단이 됐지요.

 

문제는 타인과 함께 술을 마시는데서 비롯된다는 거예요. 혼자서 마신다면 아무 문제 없겠죠. 당연히 타인에게 폐를 끼칠 일도 없구요.

 

사진은 어느 중국 음식점 인테리어예요. 이백(李白, 701-762)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이란 시에요. 그런데 순서도 맞지 않고 빠진 내용도 있어요. 순서를 바로 잡고 빠진 내용도 보충하여 읽어 볼까요?

 

 

花間一壺酒   화간일호주      꽃 사이 한 동이 술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친한 이 없이 홀로 마시네.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 맞이하고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그림자 대하여 셋이 되었네.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달은 술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그림자는 그저 나만 따를 뿐.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잠시 달과 그림자 벗하나니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때는 봄 행락 철.

我歌月徘徊   아가월배회      내 노래하니 달은 배회하고

我舞影凌亂   아무영능란      내 춤추니 그림자는 어지러워.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깨어선 함께 즐기고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취한 뒤는 제각기.

永結無情遊   영결무정유      길이 무정한 사귐을 맺어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기를.

 

 

달과 자신의 그림자를 벗하여 술 마시는 풍경을 그렸어요. 그러나 실제로는 혼자서 마시는 것이죠. 시인은 혼자 취하여 노래하며 춤추고 있어요. 추태를 부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추태는 추해 보이지 않아요. 외려 고아한 느낌마저 줘요. 게다가 타인에게 폐도 끼치지 않고요. 이런 추태라면 아무리 부려도 문제가 될 것 없지요. 이백의 음주 습관은 공자의 저 '유주무량 불급난'의 도가적 변용이라고 평가할 만 해요(실제 이백은 도가 사상에 심취했었어요).

 

음식점 주인과 인테리어 하는 분은 하고 많은 시중에 왜 하필 이백의 「월하독작」을 택했을까요? 혹 조용히 술을 마시고 추태를 부리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바램을 담은 것은 아닌지…. 꿈보다 해몽이 좋은가요?

 

 

낯선 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볼까요?

 

는 병의 모양을 그린 거예요. 윗부분은 뚜껑, 아랫부분은 몸체예요. 병 호.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投壺(투호), 壺中物(호중물, )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의 옛 글자, 술 주)(구기 작)의 합자예요. 상대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마시기를 권유한다는 뜻이에요. 따를 작.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對酌(대작), 添酌(첨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걸을 착)敫(부를 교)의 합자예요. 오라고 요청하다, 란 뜻이에요. 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상대를 불러 오게 한다는 의미로요. 맞이할 요.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招邀(초요, 불러서 맞이함), 邀擊(요격, 맞이하여 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걸을 착)(와 통용, 떨어질 타)의 합자예요. 따라가다란 뜻이에요. 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떨어지는 것은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것이듯, 따라가는 것도 뒷 사람이 앞 사람을 자연스럽게 좇아가는 것이란 의미로요. 따를 수.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隨筆(수필), 隨行(수행)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날 일)(벨 참)의 합자예요. 잠시, 잠깐이란 뜻이에요. 로 뜻을 표현했어요.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물건을 벨 때 단박에 베듯 그같이 짧은 시간이 잠시, 잠깐이란 의미로요. 잠시(깐) 잠.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暫時(잠시) 暫定(잠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걸을 척)(아닐 비) 합자예요. 천천히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는 뜻이에요. 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제대로 걷는 것[직진]이 아니란 의미로요. 노닐 배.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徘徊(배회)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걸을 척)(돌 회)의 합자예요. 제자리에서 맴도는 물처럼 한 곳에서 왔다 갔다 한다는 뜻이에요. 노닐 회.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彽徊(저회, 머뭇거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의 옛 글자, 술 주)(별 성)의 합자예요. 술이 깨다란 뜻이에요. 로 뜻을 표현했어요.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밝고 분명한 빛을 발하는 별처럼 술이 깨면 그같이 정신이 맑고 분명하다는 의미로요. 술깰 성.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覺醒(각성), 醒寤(성오, 잠이 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걸을 착)(모양 모)의 합자예요. 왕래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멀다란 뜻이에요. 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해요(). 멀 막.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邈然(막연, 근심하는 모양 혹은 아득한 모양), 邈志(막지, 원대한 뜻)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하나. 문인들의 주사는 관대하게 보는 것이 그간의 우리 정서였죠. 외려 주사를 부려야 문인답다는 생각까지 했지요. 하지만 미투 운동 후로는 이런 정서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괜찮다보다는 추하다고 보는 경향으로. 고은 시인의 거대한 문학적 성과가 성추문 폭로로 무너지는 것을 보면 이것을 알 수 있죠. 현대 문학사에서 고은 시인을 뺀다면 과연 남는게 무엇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도 말이지요.

 

 

여담 둘. 한 때 이백의 「월하독작」을 흉내 내느라 달밤에 산 정상에 올라가 막걸리를 마신 적이 있어요. 그러나 말 그대로 흉내만 냈을 뿐 이백의 시에서 느껴지는 고아한 감흥까지는 이르지 못했어요. 월하독작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만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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