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용 출처: http://www.newsis.com/view/?id=NISX20200203_0000906269&cID=10899&pID=10800>

 

    

"살아서는 진천, 우한교민 포용한 진천답다. 2세기전 '예언'"

  

우한 교민 수용을 거부했던 진천에서 교민 수용을 환영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반색하며 나온 기사 중의 한 제목이다. 진천은 이미 2세기 전에 피난지(避難地)로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을 인용해 진천의 가치를 부각시키며 진천 주민들을 위로 격려하고 있다.

 

기사에서 기자는 성해응(1760~1839)『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에 있는 "생거진천 사장용인(生居鎭川 死葬龍仁, 살아서는 진천이 살기에 가장 좋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히는 것이 가장 좋다)"을 소개하고 있다(위 사진 참조). 그런데 성해응은 진천 주민들이 '생거진천 사장용인'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할 뿐, 기사 제목처럼, 진천을 결코 피난지로 '예언'하고 있지는 않다. 그가 언급하고 있는 것은 진천이 개활지(開豁地)이며 토질이 비옥하고 용인은 수려한 산들이 많아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언급할 뿐이다(아래 번역 부분 참조). 기사 제목은 왜곡 과장됐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기자의 진천 주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나쳤던 것 같다.

  

아울러 기자는 성해응의 언급과 더불어 『상산지(常山誌)라는 책에 나오는 '생거진천 사장용인'의 설화도 소개한다. 용인과 진천 두 곳에서 결혼해 자식을 낳은 여인이 있었다. 자식들이 서로 자신들이 사는 곳으로 어머니를 모시려다 판가름이 안나자 관아에 중재를 요청했는데 이 때 나온 판결이 '생거진천 사장용인'이다. 생전엔 진천이 살기에 좋지만, 사후엔 용인이 묻히기에 좋다고 한 것이다. 상산지에선 이 판결이 두 곳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부가설명한다. 그런데 이 설화는, 기자가 기사 말미에서 강남대 홍순석 교수의 언급을 인용했듯이, 어머니를 모시려는 자식들의 효가 강조된 설화이지 진천이나 용인이 양택(陽宅, 집터)이나 음택(陰宅, 묘터)에 적합한 곳이라는 것이 강조된 설화라고 보기 어렵다. 견강부회한 소개라고 할 만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과장된 가짜 뉴스가 많다고 한다. 진천 주민들이 우한 교민 수용을 거부했던데는 이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교민 수용에 환영의 뜻을 표한 것은 상찬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선양하려는 기사가 또다시 왜곡 과장되고 견강부회하니, 아니러니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진천 부분을 포함한 사진의 전문(全文)을 읽어보자. 어려워 보이지만 지리지(地理誌)라 의외로 쉽다.

 

 

北倉在州北二十里由月落灘上彈琴臺渡江而北是爲北倉有臨江巖石之勝卽灘叟李延慶之所居子孫至十世科甲相繼人稱上流名基(북창재주배이십리유월락탄상탄금대도강이북시위북창유림강암석지승즉탄수이연경지소거자손지십세과갑상계인칭상류명기)

 

북창은 충주에서 20리 되는 곳에 있다. 월락탄에서 탄금대 위쪽으로 강을 건너 북쪽으로 가면 바로 북창이다. 이곳에 강을 낀 거대한 암반의 승경이 있는데 탄수 이연경의 거처이다. 자손이 10대까지 이르렀는데 장원급제가 연이어 나와 사람들이 상류에 있는 최고의 집터라고 말한다.

 

木溪在州南二十里臨金遷下流下江魚塩船皆泊此東海之魚及嶺貨財皆湊焉居民以販賣致厚內倉在木溪北十里自古稱名塢峽中開野地廣而沃宜五糓與木綿土人以金遷嘉興內倉秣馬里爲忠州四大村(목계재주남이십리임금천하류하강어염선개박차동해지어급령화재개주언거민이판매치후내창재목계북십리자고칭명오협중개야지광이옥의오곡여목면토인이금천가흥내창말마리위충주사대촌)

 

목계는 충주에서 남쪽으로 20리 되는 곳에 있다. 금천 하류에 임해있는데 어염 선박들이 모두 이곳에 정박한다. 동해의 어물과 영남의 재화가 이곳에 모여 주민들은 장사로 치부한다. 내창은 목계 북쪽 10리 되는 곳에 있는데 예로부터 명오라 불렸고, 협중(峽中)에 평야 지대가 있는데 넓고 비옥하여 오곡과 목화 재배가 용이하다. 충주민들은 금천, 가흥, 내창, 말마리를 충주의 사대촌(四大村)이라고 부른다.

 

秣馬里在州西入聖山之麓卽十淸金世弼退休之地後孫至今居之閭閻皆饒給前有大川灌漑田甚沃故少歉世之患(말마리재주서입성산지록즉십청금세필퇴휴지지후손지금거지여염개요급전유대천관개전심옥고소겸세지환)

 

말마리는 충주 서쪽에 있는 입성산 기슭에 있다. 이곳은 십청 김세필이 벼슬에서 물러나와 산 곳인데, 후손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마을이 대단히 풍요로운데 앞에 큰 내[]가 있어 관개가 좋기에 토지가 비옥해 소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鎭川邑村臨大川野甚平衍宜稉稻可以忘歉荒土人謂生居鎭川死葬龍仁鎭川多肥土龍仁多佳麓故也(진천읍촌림대천야심평연의경도가이망겸황토인위생거진천사장용인진천다비토용인다가록고야)

 

진읍읍촌은 큰 하천가에 임해 있는데 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어 메벼와 수도작이 용이해 소출 걱정을 않는다. 지역민들이 "살아서는 진천이 살기에 가장 좋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데 진천엔 비옥한 토지가 많고 용인엔 수려한 산들이 많기 때문이다.

 

以上湖西(이상 호서)

 

이상은 호서 지방에 대한 언급이었다.

 

安東之歸來亭在府東三里瓦釜灘上故留守李硡所建也東有臨淸閣李氏居之與映湖樓爲府中名勝三龜亭之址在豊山縣西六里豊山安東屬縣也(안동지귀래정재부동삼리와부탄상고유수리굉소건야동유림청각이씨거지여영호루위부중명승삼귀정지지재풍산현서륙리풍산안동속현야)

 

안동의 귀래정은 안동부 동쪽 삼리에 있는 와부탄 위에 있다. 과거 유수를 지냈던 이굉이 세운 건물이다. 이곳 동쪽에 임청각이 있는데 이씨가 거처하던 곳이다. 영화루와 함께 안동부의 명승지로 꼽힌다. 삼귀정 터는 풍산현 4~6리 되는 곳에 있다. 풍산현은 안동부 속현이다. 정자는···.

 

낯선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보자.

 

(물 수)(어려울 난)의 합자이다. 여울이란 뜻이다. 로 뜻을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배가 운행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여울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여울 탄.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灘聲(탄성, 여울 물 소리), 淸灘(청탄, 맑고 깨끗한 여울) 등을 들 수 있겠다.

  

(뫼 산)(낄 협)의 합자이다. 두 산을 끼고 그 아래로 물이 흘러가는 곳이란 뜻이다. 골짜기 협.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峽谷(협곡), 海峽(해협) 등을 들 수 있겠다.

  

(벼 화)(끝 말)의 합자이다. 꼴이란 뜻이다. 로 뜻을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에는 분쇄의 의미가 있는데, 꼴이란 곡물을 분쇄한 것이란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꼴 말.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秣馬利兵(말마이병, 말에 먹이를 먹이고 병기를 날카롭게 간다는 뜻으로, 전쟁을 준비한다는 의미), 糧秣(양말, 군량과 꼴) 등을 들 수 있겠다.

  

(수풀 림)鹿(사름 록)의 합자이다. 산감(산을 지키는 관리)이란 뜻이다. 으로 뜻을 표현했다. 鹿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산에 사슴이 있듯이, 산에는 산을 지키는 산감이 있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산감 록. 지금은 본뜻에서 유추된 산기슭이란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산기슭 록.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短麓(단록, 길지 않은 산기슭), 南麓(남록, 남쪽 기슭) 등을 들 수 있겠다.

  

(부족할 결)(겸할 겸)의 합자이다. 먹은 것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로 뜻을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에는 '디시'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데, 다시 먹는 것은 먹은 것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한다. 지금은 본뜻에서 유추된 흉년들다란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흉년들 겸.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歉荒(겸황, 흉년이 들어 논밭에서 나는 곡식이 없음), 歉弊(겸폐, 흉년이 들어 곡식이 부족함)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담. '생거진천 사장용인'(장은 거()로 쓰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양택 음택의 선택지 의미보다 효심을 강조한 문구지만 본 의도와는 관계없이 오랫동안 양택 음택의 선택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특히 용인이 그러해서 용인에는 유명 인사나 그이와 관련된 무덤이 많다. 김대중 대통령의 부친 묘소도 이곳에 있다. 진천은 '생거진천'을 지역 브랜드로 적극 내세우는 반면, 용인은 '사장용인'을 적극 내세우지 못한다고 한다.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뿌리에서 나온 말인데, 어느 쪽은 적극 활용할 수 있고 어느 쪽은 그렇지 못하니 이 또한 아니러니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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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왕의 높은 누각 강가에 우뚝한데

옥소리 방울 소리 가무도 사라졌다.

아침에는 단청한 서까래에 남포의 구름이 날고

저녁에는 주렴을 걷고 서산의 비를 바라본다.

물에 어린 구름 그림자 언제나 유유한데

세상 바뀌고 세월은 흘러 몇 해나 지났던고.

이 누각의 주인은 지금 어디 있는가

난간 밖의 강물만이 부질없이 흐른다  (왕발(王勃, 647-674), 김달진 역, 등왕각(滕王閣))

    

옛 자취를 돌아볼 적엔 화려한 느낌보다 애틋한 느낌이 더해요. 위 시는 왕발이 등왕각 중수(重修) 기념식에 참석하여 지은 거예요. 기념식에 걸맞지 않게 무한한 자연과 유한한 인생을 대비하며 쓸쓸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어요. 왕발은 당시 화려했을 기념식도 먼 후일 언젠가는 후인들에게, 자신이 느끼는 과거 등왕각에 대한 생각처럼, 쓸쓸하게 회고되는 기념식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화려한 중수식에서 이렇게 생각했으니, 만일 폐허가 된 등왕각을 방문했다면 더 애잔한 심사를 노래했을 거예요

  

사진은 베트남 후에에 있는 티엔무 사원에서 찍은 거예요.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카이딘 황제(재위 1916-1925)가 티엔무 사원을 방문하고 지은 시와 서문을 새긴 비석인데, 티엔무 사원의 유래와 그곳에 있는 불탑 그리고 불탑에서 바라본 경치를 서술하고 이를 칠언율시로 노래하고 있어요.

  

御製 天姥寺福緣塔臨幸偶成一律 倂序

孟子曰 所謂故國者 非謂有喬木之謂也 有世臣之謂也 予續之曰 有名藍勝跡之謂也 奉我嘉裕皇帝 以橫山淸吟決計圖南 世傳 帝遇天嫗于此 贈香一株 囑帝持香沿江岸東行到香盡處可都 都成而寺興焉 勅建寺奉佛命名天姥山靈姥寺 奉我顯尊孝明皇帝 命崇修鑄大鐘 淸晨良夜 扣辰聲聞數十里外 蓋眞佛家醒世之洪寶也 奉我世祖高皇帝 中興之初 命工部大崇 修建前堂于寺 名大雄殿 曁我憲祖章皇帝 祈我順天高皇后八旬聖壽 因寺前築七層寶塔 屼出兜一座 莊嚴俯臨江渚 己未年季秋十五日 朕乘輦臨幸 命禮工二部將梯登 上有過去金身七尊七位 燦爛輝煌 光彩奪目 焚香瞻仰久之 四望躕踟 宛如身在雷音中 西望九陵 蔚葱佳氣 南望屛印 縹緲雲中 東望都城 樓臺盈視 北望巨壑 水色如藍 眞我國名藍之一奇境也 爰成一律 倂序 命勒于貞石以爲誌

天姥名藍駕晩來 登臨何啻到天台 七層寶塔冲霄立 一座空門特地排

伴奐當風澄俗慮 虛無對景淨塵懷 環瞻勝蹟欽前熱 善念功修幾肇培

啓定四年十一月二十七日

  

어제 천모사복연탑임행우성일률 병서

맹자왈 소위고국자 비위유교목지위야 유세신지위야 여속지왈 유명람승적지위야 봉아가유황제 이횡산청음결계도남 세전 제우천구우차 증향일주 촉제지향연강안동행도향진처가도 도성이사흥언 칙건사봉불명명천모산영모사 봉아현존효명황제 명숭수주대종 청신양야 구진성문수십리외 개진불가성세지홍보야 봉아세조고황제 중흥지초 명공부대숭 수건전당우사 명대웅전 기아헌조장황제 기아순천고황후팔순성수 인사전축칠층보탑 올출도일좌 장엄부림강저 기미년계추십오일 짐승련임행 명예공이부장제등 상유과거금신칠존칠위 찬란휘황 광채탈목 분향첨앙구지 사망주지 완여신재뇌음중 서망구릉 울총가기 남망병인 표묘운중 동망도성 누대영시 북망거학 수색여람 진아국명람지일기경야 원성일률 병서 명륵우정석이위지

천모명람가만래 등림하시도천태 칠층보탑충소립 일좌공문특지배

반환당풍징속려 허무대경정진회 환첨승적흠전열 선념공수기조배

계정사년십일월이십칠일  

 

황제께서 지으심. 천로사 복연탑을 찾았다 시 한 수를 짓다. 서문을 붙인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이른바 오래된 나라란 교목(키가 큰 오래된 나무)이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신(대대로 벼슬한 고명한 신하)이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보태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유명한 사찰에 뛰어난 승경 있는 곳을 오래된 나라라 말한다.” 태조인 가유황제께서 횡산 청음을 근거지로 남쪽 지역을 공략할 것을 도모하실 때였다. 세상에 전하길, 황제께서 이곳에서 천구(하늘에서 내려온 노파)를 만나셨다 한다. 그녀는 향나무 한그루를 주면서 그것을 갖고 강가를 따라 동쪽으로 내려가다 향기가 다하는 곳에 도읍을 정하라고 했으며 도읍이 이뤄지면 사찰이 흥성할 것이라 했다 한다. 황제께서는 칙령을 내려 절을 세우고 부처님을 모셨으며 절 이름을 '천모산영모사'라고 하셨다. 현존효명황제께서는 대신에게 명하여 대종(큰 종)을 주조케 하셨는바 맑은 아침과 이윽한 저물녘에 이를 치면 그 소리가 수십리 밖에 까지 들렸다. 참으로 세상을 깨우치려는 불가의 큰 보물이라 할 만했다. 세조고황제 중흥 초기에는 공부대신에게 명하여 절 앞에 건물을 짓도록 했고 대웅전이라 명명했다. 헌조위황제에 이르러 순천고황후의 팔순 생신에 장수를 기원하려 절 앞에 칠층보탑을 짓도록 했다. 보탑은 우뚝한 모습으로 장엄하게 강가를 조망했다. 기미년 가을 끝자락 십오일에 나는 가마를 타고 이 절에 이르렀다. 예부와 공부에 명하여 사다리를 가져오게 하여 탑 위에 올랐다. 그곳에는 과거에 안치했던 금신(금칠한 조각상)의 세존 일곱 분이 있었는데 휘황찬란하여 눈이 부셨다. 향을 사르며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사방을 조망하며 배회했는데 흡사 내 몸이 우뢰치는 소리 속에 있는듯하여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서쪽으로 구릉을 바라보니 아름다운 기운이 충만하였고, 남쪽으로 병인을 바라보니 청백(푸르고 흰)의 구름 속에 잠겨 있었으며, 동쪽으로 도성을 바라보니 누대들이 시야에 가득했고, 북쪽으로 큰 골짜기들을 바라보니 물빛이 쪽풀과 같이 푸르렀다. 참으로 아국(우리나라) 명찰(유명한 사찰)의 일대 장관이라 할 만했다. 이에 시 한 수를 짓고 서를 덧붙였다. 명을 내려 좋은 돌에 새겨 남기도록 했다.

  

천모산 유명 사찰 저물녘에 가마 타고 찾아왔네

올라서 굽어보니 천태산(불교 성지)에 오른 듯

칠층보탑 하늘 뚫고 장엄하게 서 있고

일곱 부처님은 공중에 앉아 계신 듯

이곳서 바람 맞으니 속된 생각 씻겨지고

풍경을 바라보니 세속 생각 사라지는 듯  

승경(멋진 경치)을 둘러보며 선대의 업적을 흠모하노니

선념과 공덕을 이어가리라

  

계정 사년(1919) 십일월 이십칠일

 

황제가 찬미했던 웅장한 불탑은 고색이 창연하고 화려한 금불상은 오간 데 없어요. 그가 바라봤을 강만이 여전히 유유하게 흐를 뿐이에요. 비문을 읽노라니 절로 애잔한 마음이 피어오르더군요. 왕발도 이러한 심정이었겠거니 싶었어요.

  

 

 

  

카이딘 황제는 우리나라 대한제국 시절의 고종이나 순종과 같은 황제였어요. 실질적인 지배권을 외세(프랑스)에 빼앗긴 꼭두각시 같은 황제였죠. 그가 시의 말미에서 노래한 다짐같은 것은 사실 실현할 길 없는 구두선에 불과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의 다짐은 기특(奇特)하기 보다는 애잔해요. 차라리 조롱(鳥籠)의 새같은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드러냈다면 덜 애잔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인생의 원초적 비애유한한 삶와 역사적 비애를 느끼게 하는 슬픈 비문이에요.

  

낯선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볼까요?

  

(여자 녀)(늙을 로)의 합자예요. 할머니라는 의미예요. 할미 모.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乳姥(유모), 老姥(노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입 구)(이을 속)의 합자예요. 부탁한다는 의미예요. 로 뜻을 나타냈어요.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나와 상대가 연결되는 행위가 부탁이란 의미로요. 부탁할 촉.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委囑(위촉), 囑望(촉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손 수)(입 구)의 합자예요. 두드리다란 의미예요. 로 뜻을, 로 음을 표현했어요. 두드릴 구.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打扣(타구, 치고 두드림), 扣琴(구금, 거문고를 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발 족)(목숨 수)의 합자예요. 머뭇거리다란 의미예요. 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오래 살다란 의미인데, 그같이 즉 오래도록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를 맴도는 것이 머뭇거리는 것이란 의미로요. 머뭇거릴 주.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躊日(주일, 지난번), 躊躇躊躇(주저주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발 족)(알지)의 합자예요. 머뭇거리다란 의미예요. 으로 뜻을, 로 음을 표현했어요. 머뭇거릴 지.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踟躕(지주, 머뭇거림), 隨絲踟蛛(수사지주, 거미 줄 따르듯. 둘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 (풀 초)(벼슬 위)의 합자예요. 제비쑥이란 의미예요. 로 뜻을, 로 음을 표현했어요. 제비쑥 위. 울창하다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유추된 의미예요. 제비쑥이 무성하다란 의미로요. 이때는 로 읽어요. 빽빽할 울.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蔚山(울산, 지역명), 蔚蔚(울울, 무성한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실 사)(의 약자, 떠다닐 표)의 합자예요. 옥색(의 옷감)이란 의미예요. 로 뜻을 표현했어요. 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떠다니는 가벼운 물체처럼 옅은 청백색이 옥색이란 의미로요. 옥색 표.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縹緲(표묘, 끝없이 넓거나 멀어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어렴풋함), 縹編(표편, 책가위를 옥색 빛깔의 천으로 엮었다는 뜻으로, 책을 이르는 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모자랄 흠)(쇠 금)의 합자예요. 공경한다는 의미예요. 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공경하는 것은 자신이 부족한 것을 인지하는데서 나오는 행위란 의미로요.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쇠처럼 진중한 태도로 대하는 것이 공경이란 의미로요. 공경할 흠.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欽慕(흠모), 欽命(흠명, 황제가 내리는 명령)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하나. 베트남 후에의 유명한 관광지 한 곳으로 카이딘 황릉이 있어요. 10년이 걸려 완성된 능으로 황제 제위 중반기에 시작에 그의 사후에 완성되었다고 해요. 황릉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왕릉을 연상하기 쉽지만, 전혀 다른 모양으로, 얼핏 보면 무슨 기념관 같은 모양이에요. 이곳을 보면서 속으로 비웃었어요. ‘망해가는 나라의 황제가 무슨 능을 이렇게, 그것도 살아 생전에 지었단 말인가. 티엔무 사원에서 했던 다짐이 겨우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 것이죠. 그런데 그곳을 나오면서 생각을 달리 했어요. ‘이 역시 꼭두각시 황제가 치러야 했던 수모의 현장 아닐까? 그가 원했다기보다는 어쩔수 없는 반강요의 상태에서 지은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프랑스 당국이 장려한 황릉 공사를 통해 베트남 국민들에게 황제를 배려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아울러 황제를 위무하기 위해 조성한 것 아닌가 싶었던 거죠(왕조 국가 시대 왕들은 자신의 무덤 공사를 생전에 시작한 경우가 많이 있죠). 비문도 그랬지만 황릉도 비애감을 안겨주는무덤 그 자체가 원래 비애감을 안겨주는 것이긴 하지만슬픈 장소였어요.

  

여담 둘. 비문 해석이 완벽하지 못해요(특히 시 부분). 대의는 큰 차이 없을 것 같지만 미세한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해 읽어 주셔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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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하루는 제자인 증삼과 대화를 하다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삼아 나의 도는 하나로 꿰뚫고 있다."

앞뒤 설명이 전혀 없는 말이었는데도 증자는 알아들었는지 라고 대답했다. 이쯤 되면 완전히 선문답 수준이다. 공자가 나가자 말귀를 못 알아들은 나머지 제자들이 증자에게 몰려왔다.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그러자 증자가 답했다.

"우리 선생님의 도는 오로지 '서'일 뿐이다." (이주희, 생존의 조건(MID:2017), 57~58)

 

 

괜찮은 방송국 피디가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갈무리하여 책으로 낸 내용 중 일부이다. 질문. 인용문 중 잘못된 부분이 있다. 어디일까?

 

'옥의 티'라는 말이 있다. 아쉬운 결점을 일컫는 말이다. 사실 는 애써 찾아야 보이는 사소한 결점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것이 전체 이미지를 흐릴 수도 있다.

 

생존의 조건』은 제자백가를 다룬 프로그램으로 세계 석학들을 인터뷰하여 만든 고품질 교양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압축해 책으로 낸 만큼 책의 품격도 이만 못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의 위 인용 부분을 읽고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기초적인 인용도 부정확한데 과연 이 프로그램이나 책을 신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 '옥의 티'가 전체 이미지를 흐리게 한 것이다.

 

, 질문에 대한 답을 안했다. 인용문의 마지막 부분, 증자의 말로 나온 부분이 틀렸다. 증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선생님의 도는 ()’()’일 뿐이다." '충' 한 글자가 빠졌다고 뭐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서는 충과 같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내외(內外) 관계이고 기본과 확장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내가 없는 외, 기본 없는 확장을 공자는 말하지 않는다. 내 안의 중심[]이 있을 때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진은 태안 의항에 있는 둘레길인 태배길에서 찍은 것이다.

 

 

先生何日去 선생하일거   선생께선 어느 날에 다녀가셨나

後輩探景還 후배탐경환   후진이 승경 보려 다시 찾았네

三月鵑花笑 삼월견화소   3월이라 진달래 활짝 피고

春風滿雲山 춘풍만운산   봄바람은 운산에 한가득

 

 

안내판을 보았다. 태배길은 태백길에서 유래한단다. 이태백이 경치에 반하여 걸은 길이란 것. 시는 이태백이 지은 것이란다. 아는 것이 죄라고, 한자를 조금 알다보니 도무지 안내판 내용이 성에 차지 않았다. 태배길이 태백길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민담이나 전설로 친다 해도 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태백이 지은 것 같지 않았던 것.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짐작대로, 이태백의 작품 중에 위 시는 없었다.

 

사실 검색을 해보지 않아도 위 시를 읽어보면 이태백이 지은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금방 눈에 띈다. 첫째 구와 둘째 구를 보면, 이 시는 사모하는 선생의 자취를 찾아온 후배가 지은 시임이 분명하다. 여기 후배를 이태백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태백의 자취를 찾아온 후배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시를 이태백이 지은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다.

 

일개 안내판을 가지고 뭐 그리 흥분하여(?) 말하냐고 타박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왕에 조형물을 만들어 놓을 때는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 만들어 놓아야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조형물은 옥의 티같다. 옥의 티는 전체 이미지를 흐린다. 태안군의 문화 수준을 낮춰 보게 만든다.

 

낯선 한자 두어 자를 자세히 살펴보자.

 

(수레 거)(의 약자, 늘어설 배)의 합자이다. 수레(전차)가 차례대로 제 위치에 도열해 있다는 의미이다. 많은 전차가 차례대로 도열해 있다는 데서 무리라는 뜻이 연역되었다. 무리 배. 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謀利輩(모리배), 暴力輩(폭력배) 등을 들 수 있겠다.

 

(의 약자, 손 수)(의 약자, 깊을 심)의 합자이다. 손으로 끌어 당긴다는 의미이다. 로 의미를 표현했다. 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한다. 끌어당기는 것은 먼 곳에 있는 것을 끌어당기는 것이란 의미로. 깊다[]에는 멀다란 의미도 내포돼 있다. ‘찾다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 된 의미이다. 찾을 탐.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探索(탐색), 探究(탐구) 등을 들 수 있겠다.

 

(의 약자, 물졸졸흐를 연)(새 조)의 합자이다. 졸졸 흐르는 물처럼 지속적으로 서럽게 우는 새란 뜻이다. 두견이 견. 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 鵑血滿胸(견혈만흉, 두견의 피가 가슴에 가득하다는 뜻으로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함), 鵑花(견화, 두견화(진달래)의 준말) 등을 들 수 있겠다.

 

여담. 의항은 태안에서 기름 유출 사고(2007)가 발생한 지역 중 한 곳이다. 본래 태배길은 차가 다니기 어려운 길이었는데 기름유출 사고 수습 시 차량 진입을 위해 넓히면서 현재처럼 넓게 만들어졌다. 태배길 중간에는 당시 수습 현장을 담은 기념관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태백 조상(彫像)보다는 당시 수습 현장과 관련된 현대시비를 만들어 놓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이태백도 반한 길이라니 과연 어떤 길일까 궁금할 것 같다. 사진을 한 장 올린다. 판단은 님들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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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01-09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치가 넘 멋지네요.찔레꽃님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찔레꽃 2020-01-10 08:11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 ^
 

 "오늘의 이 영광을 같이 고생한 모든 스텝들에게 돌리겠습니다."

 

 영화 시상식에서 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들이 흔하게 하는 감사말 중 하나죠. 겸손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일 수도 있을 거예요. 자신의 공을 애써 타인에게 돌리니 겸손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빛나는 주연을 만들기 위해 그늘속에서 일한 많은 이들을 생각하면 사실일 수도 있잖겠어요? 주목받는 이들이 자신뒤에 가려진 이들을 기억해주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자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사진의 한문은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글이에요.

 

 석재상고 결승이치 강급후재 역이서계 (서계)지흥 (흥)자힐황 조체일체 침수번창 미륜군사 통원달유 수훈기전 비필미수(昔在上古 結繩而治 降及後載 易以書契 (書契)之興 (興)自頡皇 肇逮一體 浸遂繁昌 彌綸群事 通遠達幽 垂訓紀典 非筆靡修)

 

 아득한 옛날엔 매듭을 지어 의사를 표현했다. 후대에 이르러 서계(초기 문자)로 대체되었다. 서계는 창힐이 처음 제작했다. 처음에는  간단했고 양도 적었지만 갈수록 복잡하고 양도 많아졌다. 덕분에 많은 일들을 두루 적고 멀고 외진 곳까지도 의사를 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삶의 교훈과 중대한 사실들을 후세에 남길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수행하려면 그것(문자)을 적는 붓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문자의 기원과 탄생 그리고 그것이 이룩한 성과를 말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문명의 핵은 문자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글의 핵심은 문자에 대한 찬양이 아니에요. 그 문자를 실어나르는 도구인 붓에 대한 찬양이에요. 문명의 핵인 문자의 공을 치켜 세운 것은 붓의 공로를 극대화하기 위한 배경일 뿐이죠. 주연도 훌륭하지만 그 주연을 있게 한 스텝들의 공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아니 어쩌면 스텝들이 있었기에 주연도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에요. 

 

 이 글은 당대(唐代) 구양순 등이 편집한 일종의 백과사전인 예문유취(藝文類聚)필(筆)편에 나오는 거예요. 『예문유취』는 해당 사실이나 사물에 대한 연원과 그에 관련된 역대 시문들을 수록해 놓고 있는데, 이 글은 붓에 관한 시문 중 하나예요(위(魏)나라 부선(傅選)의「필명(筆銘)). 붓의 의미와 가치를 새삼 일깨워주는 시문이라 수록한 것으로 보여요. 흔히 중국의 4대 발명품을 화약, 종이, 나침판, 인쇄술이라고 하는데 이 시문의 저자가 이 말을 들으면 왜 붓을 빼놓았냐고 항의할 것 같아요.

 

 사진은 모 대학 도서관에 들렸다 찍은 거예요. 책과 문자 그리고 그것을 실어나른 필기구에 대한 의미를 사색해 보라는 의미에서 써놓은 것 같더군요(더불어 그 미래도). 저는, 위에서, 이 글을 약간 다른 각도로 보았지만 이 액자를 건 의도는 방금 말한 것이 맞을 거예요. 도서관에 잘 어울리는 액자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를 위해 한쪽에 해설표를 붙여놓으면 좋겠다 싶더군요.

 

낯선 한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볼까요?

 

繩은 糸(실 사)와 黽(蠅의 약자, 파리 승)의 합자예요. 끈(줄)이란 의미예요. 糸로 뜻을, 黽으로 음을 나타냈어요. 끈(줄) 승. 繩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繩度(승도, 규칙이나 법도), 繩墨(승묵, 먹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契는 大(큰 대)와 丰刀(약속할 기)의 합자예요. 상호간에 맺은 중대한 약속이란 의미예요. 맺을(약속) 계. 契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契約(계약), 契員(계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肇는 본래 肈로 표기했어요. 시작하다란 의미예요. 시작할 때는 분발해야 하기에 무기를 들고 적과 싸운다는 의미의 戈(창 과)로 뜻을 표현했어요. 나머지는 음을 담당해요. 비롯할 조. 肇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肇國(조국, 건국), 肇春(조춘, 이른 봄. 早春과 통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繁은 말 갈귀 장식이란 의미예요. 糸(실 사)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나머지는 음(번)을 담당해요. 지금은 주로 번거롭다(번성하다)란 의미로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번거로울(번성할) 번. 繁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頻繁(빈번), 繁盛(번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綸은 糸(실 사)와 侖(생각할 륜)의 합자예요. 관리들이 허리에 두르던 끈을 의미해요. 糸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侖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끈을 제작할 적에는 정밀하게 사고하듯 일정한 순서를 지켜 꼬아야 한다는 의미로요. 허리끈 관. 지금은 주로 통괄하다란 의미를 담은 벼리(그물 코)란 뜻으로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벼리 륜. 綸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綸音(윤음, 임금의 말), 綸命(윤명, 임금의 명령)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靡는 非(아닐 비)와 麻(삼 마)의 합자예요. 분산하여 흩어지다란 의미예요. 분산하여 흩어지면 본 모습과 달라지기에 非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麻는 음(마→미)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가느다란 삼실처럼 분산하여 흩어진다는 의미로요. 지금은 '없다'로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없을 미. 靡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靡寧(미령, 병이 있어 몸이 편하지 못함), 靡他(미타, 다른 것이 없음. 無他와 통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붓은 진(秦)나라의 몽염이 발명했다고 하죠. 그러나, 일반적으로, 발명했다고 보기 보다는 개량했다고 보는 의견이 많아요. 주목받는 문명의 이기들은 대개 기존의 토대위에 가감한 것이 대부분인 것을 생각하면, 이 의견이 타당성 있어 보여요. 한문 원문에 괄호친 것이 있는데, 글씨를 쓴 분이 빼놓고 쓴 부분이라 보충해 넣은 거예요. 괄호의 내용이 없으면 문맥이 통하지 않아 보충해 넣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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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5 09: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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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5 1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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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5 14: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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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개정판 통감절요 인물 이야기』와 『당신을 위한 한자 자원 사전』이란 책을 냈습니다. POD 방식으로 출판했습니다. 혹 책을 주문하시면 1주일 정도 있어야 받으시게 됩니다.  POD 방식 출판은 주문을 받으면 그때 인쇄하는 출판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 도서 배송보다 시일이 길 수밖에 없습니다. 『개정판 통감절요 인물 이야기』는 기 출판했던 책의 표지 장정을 새롭게 하여 츌판한 것이고, 『당신을 위한 한자 자원 사전』은 그간 마이페이퍼 <길에서 주운 한자> 코너에서 연재했던 내용 중 한자 자원 설명 부분만을 모아서 펴낸 것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감히 권합니다.

 

 

그간 책을 내면서 책을 보내드리겠다고 광고해도 요청하시는 분이 없어서 이번엔 그냥 책광고만 합니다 ㅠㅠ  날씨가 춥습니다. 건강 유의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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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12-17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시, 옷을 벗다> 잘 보고 있는 중입니다. 후루룩 읽을 책이 아니기에 한 페이지를 여러번 읽기도 하고, 어떤 한시는 학교 다닐때 배운 기억이 어렴풋이 나기도 하고요. 나름대로 즐기며 읽는 중이랍니다. 그런데 또 새로운 책을 내셨군요. 부지런히 읽어야겠습니다. 축하드려요.

2019-12-18 08: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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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9 0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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