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는 나‘라는 상상의 프레임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빠져 살다 보면 객관적으로 나를 보는 눈을 잃기 쉬운데, 그럴 때 남들이 나에게 어떤 기회를 주는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되곤 했다. 아무리 내가 원해도 털끝만큼의 진입도 허락하지 않은 곳이 있지만, 어쩌다 보니 내게 이런 기회가 생겼네! 하는 일도 있다. 그래서인지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이야기는 애석하게도 더는 믿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절실하면 상처를 입었다. 그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열정 코르셋을 입히는 일이었고, 이루지 못했을 때의 나에 대한 실망감과 절망스러움이 더 컸다. 되고 싶은 나에 사로잡히면 다른 쪽으로 방향을 트는 일도 미련 때문에 쉽게 하질 못한다. 지금은 생각만 많이 하는 일이 아닌,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정말 움직이고 있는 일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고민 없이 좋아하는 일 하나」에서

한 글로벌 회사에서 잠시 일했을 때 전해 들은 이야기. 직권남용을 남발하던 상사를 둔 프랑스인 직원이 있었나 보다. 그 프랑스인 직원이 상사를 고발하기 위해 상부에 계속 보고를 했는데, 한 번 말하는 걸로는 시정되지 않으니 충분히 말해야 한다며 "원스 이스 낫 이너프Once is not enough"라 말했다고, 역시 프랑스혁명의 후예다웠다. 그 인상적인 말은 내게 묘하게 변질되어 ‘불안하다면, 한번 점검하는 걸론 충분하지 않아‘로 나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

-「겁쟁이가 사는 법」에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오자히르」에서 발견한 이 세상에 작동되고 있다는 호의 은행. 사람 사이에서 호의는 입금 출금이 되는 일인데, 내가 해야 할 일을 남이 대신(아무리 가족이라도) 하게 했다면 그것은 장부에 기재해두었다 나중에 갚아야 하는 일이 된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호의를 계속 꺼내 쓰기만 한다면 언젠가 그 마이너스 통장은 부도처리될 것이고 그 관계는 끝난다. 갑자기 어떤 사람의 인생에서 차단당하고 쫓겨난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면, 그건 상대에게 인색했던 자신을 돌이켜 보아야 할 일이다.

-「독하게 바로 설거지」에서

인생에 비상구가 없다고 느낄 때, 지금 가진 게 전부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맹목적으로 되는 것 같다. 나는 그 절박함이 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나가면서 새로운 일에 조금씩 도전하는 방법으로 각각의 일에 조금씩 거리를 두는 법을 배웠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내게 언제든지 새로운 문이 열릴 것이라는 가능성을 믿으며.

-「멀티플레이어로 살기」에서

지인들에게 연락을 자주 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가끔 누군가 생각이 나면 아무 이유 없이 먼저 연락을 한다.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역시 목소리를 듣는것이 마음 가득 따스해진다. "잘살고 있음 되었지"라는 무탈함을 확인하고, 그렇게 우리가 여전히 서로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별일 없이 일상의 속도를 잘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안도한다.

-「소소한 루틴 리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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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6개월에 천 만원 모으기 : EBS 호모이코노미쿠스
이대표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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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이 책을 읽고 당장 줄여야 하는 비용이 뭘까 궁금해져서 몇 달 동안의 소비 패턴을 돌아보았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가장 먼저 줄여야 했던 커피값을 나는 줄인 지가 꽤 되었고(로스팅한 홀빈을 사서 갈고 핸드 드립으로 내려 마시는데 두 식구 기준으로 하루 한 잔 한 달 9천 원 정도 든다) 점심 도시락도 싸고 외식도 거의 안 하므로 식비보다 책값이 문제였다. 사서 바로 읽지도 않으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보상 심리로 매달 몇 권씩 의무로 사고 있었다. 전자책은 책들이 쌓이는 게 보이지 않으니까 종이책보다 오히려 더 많이 사는 것 같기도 하고. 책값부터 줄여 봐야 하나...? 그런데 그렇게 해서 돈을 더 모은들 나는 또 책을 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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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는 마음에 와 닿는 얘기도 있지만... 저자가 좋아하는 작가가 미시마 유키오, 가와바타 야스나리, 나츠메 소세키 등이라는 걸 알았다면 걸렀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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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볼 때는 세계가 존재하는 게 더 신기한 일이란다. 맨 처음 나오는 이 얘기가 신기해서 끝까지 읽었다. 빛이 전자기파라는 사실, 중력과 관성이 실은 같은 성질이라는 것, 질량 있는 것들에 작용하는 중력으로 인해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것. 이 세 가지 개념이 기억난다. 내가 말하고도 대체 뭔 소린지 1도 모르겠다.. 빛은 빛인 줄 알았지. 전자기파라니 생각도 해 본 적 없었다. 하긴 그러니까 뭔가 따뜻하게 데울 수도 있는 거겠구나. 며칠 동안 우리가 사는 세계가 누군가의 전자레인지 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파장이 긴 전자기파를 흔히 전파라고 부른다. 그보다 파장이 짧은 것으로는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이 있다. 발견된 경위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의 정체는 전자기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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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언어의 온도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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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엿보고 엿들은 관찰기를 아무렇지 않게 글감으로 쓰고 망상까지 보태서 사연을 짐작하며 궁금해 하는 일화가 종종 나온다. 솔직히 소름 끼친다. 내가 매일 타는 버스 지하철을 함께 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소름 두 배다. 남을 글감으로 쓸 때는 최소한 윤리가 지켜져야 한다. 이랬을 거라는 둥 저랬을 거라는 둥 누가 날 관찰하고 망상을 한다 해도 생각에 그칠 때는 그 사람 자유지만 그 망상을 글로 써서 파는 거는 다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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