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와 비만 혐오가 책 전반에 은은하게 깔렸는데 이게 너무 교묘한 솜씨라 씁쓸하다... 제시카는 ‘여성‘ 산타라서 한겨울에 치마 차림으로 미국 전역에 선물 배달을 하고... 크리스마스 당일에 화장하다가 7분 지각하는 얘긴 굳이 왜 하는지...? 그래, 취향껏 스커트 입을 수 있지. 제시카가 원해서 선택한 거였다면 말이야. 근데 웬걸 다른 남성 산타가 디자인을 해줬단다. 그것도 친절하게 ‘최대한 날씬해 보이게‘ 신경을 쓰셨다나. 그림은 좋은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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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록 2019-08-24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 보기를 잘한 것 같다. 이걸 선물했다가 나중에야 알았으면 돌이킬 수도 없고... 나도 모르는 사이 저 혐오들을 권하는 인간 됐을 거 아냐; 이래서 책은 읽어 본 것만 선물해야 해...
 
문학하는 마음 일하는 마음 2
김필균 지음 / 제철소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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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문학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이다. 그러므로 사실 문학은 꼭 책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 유튜브로 문학하는 시대 앞에 어쩌면 우리는 과거의 문학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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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상에 숨 전자책 나오는 거 기다리다가 숨 넘어가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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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 오사무는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창작법》에서 만화를 그릴 때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인권만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다음의 세 가지를 주의하라고 썼다. 전쟁이나 재해의 희생자를 놀리는 것. 특정 직업을 깔보는 것. 민족이나 국민, 그리고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꽤 명쾌하지 않은가. 이 정도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의 글을 굳이 읽어야 할지 의문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글에 대하여」에서

에세이의 시대는 그 ‘관계성‘에 방점이 찍힌 글쓰기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보통의 경험과 공감이 문제의 근본 해결책을 가르쳐 온 전문가의 조언보다 높은 선호를 받게 한다. 지식의 종언인가. 에세이는 원래 학술서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전문가의 시대를 누가 열었을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환자의 말을 듣지 않는 의사, 가짜뉴스 같은 지상파 뉴스, 환경파괴 정책을 자문하는 교수, 주례사 비평을 하는 평론가. 이전에 문자화된 지식을 만들고 유통할 수 있던 이들은 소수였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권위와 문자는 분리되는중이다. 읽고 쓰기, 혹은 쓰고 읽기는 이전 어느 때보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에세이 시대의 글쓰기」에서

파커 J. 파머는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라는 책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마음이 부서진 사람들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부서져 조각나 흩어진 게 아니라 ‘부서져 열린 것‘이라고 말이지요. 열린 마음을 통해 많은 것들이 들어옵니다. 이런 경험을 표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용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 역시 언젠가는 글로 옮기고 싶은, 아직은 용기를 내지 못해 쓰기를 망설이는 글이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경험이 글의 형태로 눈앞에 보여도 저 자신이 괜찮을지, 아직은 망설이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작업 자체가 용기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소소한 궁금증 클리닉 Q&A」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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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관련되었다고 믿고 싶은 것들이 사실 그 무엇보다 돈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취향이 그럴 텐데, 마치 타고난 어떤 것인 양 포장되곤 하지만 돈이 가져다주는 ‘구매 가능함‘ 의 너른 정도가 경험의 폭을 결정짓고, 결국 취향이라는 모호한 무엇을 형성한다. 《디자인의 탄생》은 18세기 중엽부터 현재까지 주요한 디자인의 특징들을 순례한다.
그리고 디자인이 탄생하고 변신하고 진화하는 매 순간, 자본과 생산성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대중의 취향에 관여하는지를 꼼꼼하게 드러낸다.

-「리뷰 쓰기 좋은 작품은 따로 있다?」에서

며느리와 손자가 방문했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음료수를 꺼내주는 사이, 손자는 바다에 다녀온 자랑을 늘어놓는다. "엄마, 할머니랑 또 가요!" "할머니는 힘들어서 못 가신다니까." 그 말을 들은 손자는 주머니에서 소라를 꺼내 건넨다. "바닷소리를 들려 드릴게요."
할머니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자는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단계에서 이미 죄책감 어린 뭉클함을 느낄 것이다. 나는 그랬다. 좋은 곳에 가서 좋아하는 할머니 생각을 하는 일은 쉽지만, 거동이 쉽지 않은 할머니를 모시고 실제로 여행을 다녀오는 일은 만만하지 않다.

-「한 권의 책, 두 가지 리뷰」에서

그림책 《수박 수영장》을 펴내기도 했던 안녕달 작가는, 이번 책에서 혼자 살고 있는 나이든 여성을 주인공으로 근사한 판타지를 펼쳐 보인다. 할머니가 메리와 함께 바다에서 보내는 휴가를 그림으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현실의 무더위가 살짝 가시고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아마도 이것은, 할머니를 두고 휴가를 떠났던 세상 모든 손자 손녀들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 장면이 첫 장면과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장면이 되는 마법. 누구라도 사랑 하지 않기가 어려울 그림책이다.

-「한 권의 책, 두 가지 리뷰」에서

자려고 한참을 노력하다가 실패하고는 일어나 앉아, 또 한 번의 새벽을 책을 읽으며 보냈다. 동이 터오는 동안 혼자 앉아 울며 책을 끝까지 읽었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 사이에 삶이 있고, 그 가운데의 모든 것이 우리 모두를 각기 다르게 만든다. 생사로만 말해지지 않는 개별의 삶과 고통이 있다. 시작부터 망한 연애를 하던 시절에 어울리던 독서였다. 뭐든 사랑하면 밤을 새지 않고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 것들을 위해서도 밤을 샐 줄 알게 되었다.

-「이제 영영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에서

성공하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테고, 그 노력이 또한 성공을 거두기도 하겠지만,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언젠가 자기 안에 있었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나‘라는 인간을 복원하고자 노력한다. 사적인 글쓰기가 간지럽거나 오글거리는 이유는 애초에 그런 이유로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좋은 대로 벅차게 솔직하게 쓰는 것을 언젠가부터 오글거린다고 한다. 공적인 글쓰기에서야 막무가내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좋다는 데 동의하지만, 당신 자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사적인 글쓰기라면 좀 더 오글거려도 좋으리라.

-「이제 영영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에서

《와일드》에서 내가 읽은 것은 용기다. 상처를 글로 옮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셰릴 스트레이드가 PCT를 완주한 때는 1995년이었고 책이 출간된 해는 2012년이다.
 어떤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언제가 되면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이기고 지는 배틀이 아니다.

-「상처를 글로 옮길 수 있다는 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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