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주택에 막연히 관심이 있었는데 서울 시에서만 운영한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알았네. 이런 걸 학교에서 가르치면 좀 좋아.
청년 1인 가구 외에 예비 신혼 부부, 신혼 부부,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 등 가족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 해당하는 이들이 30분만이라도 집중해 읽는다면 금방 개념이 설 듯.
정말 유용한 책인데 내가 저 그룹들에 하나도 해당하지 않아서 씁쓸할 뿐. 주거 정책 사각지대에 내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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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

야속한 시간,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두려움을 자아내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중에서 (재인용)

-「프롤로그」에서

"저는 지루함을 좋아해요!"
농담이 아니다. 나는 지루함이 재평가받을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삶을 한 편의 시로 만드는 데에 가장 필요한 키워드는 놀랍게도 지루함의 대명사인 반복이다. 비슷한 음이 반복될 때 리듬이 만들어진다. 반복된 것 속에서 멜로디가 탄생한다.
잘 쓰인 시 속에서 노래가 들리는 건 비슷한 단어나 문장이 반복될 때 생기는 음악성 때문이다. 대구, 수미상관 같은 문학적 장치의 본질은 반복이다.
규칙적이라는 말이 가지는 무겁고 딱딱한 느낌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단순한 반복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반복을 지루함으로 인식하는 사람과 반복을 음악으로 인식하는 사람의 삶이 같을 리가 없지 않은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매직」 리뷰 중에서 (재인용)

-「일상을 시로 만드는 마법」에서

뉴욕 맨해튼 중심에 센트럴 파크가 있습니다. 구글맵에서 보면 직사각형 모양의 녹색 공간이에요. 맨해튼의 도시 설계자였던 로버트 모지스는 설계 도중 누군가에게 이런 조언을 듣게 되었어요.
"만약 맨해튼의 중심부에 큰 공원을 설계하지 않으면, 5년 후에는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을 지어야 할 것이다!"  
바쁠수록 우리에게는 빈 공간이 필요해요. 여유가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똑같은 일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어요. 동료의 실수를 그의 무능함이 아닌 피곤함으로, 짜증을 연민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죠.
만약 당신의 인생이 하나의 긴 문장이라면, 거기에는 반드시 쉼표가 필요합니다.

-「가끔은 쉼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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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존을 만나러 프린스턴에 갔을 때, 나는 그와 오랫동안 산책을 했다. 그의 목소리가 작아서 놓친 말들이 많았는데, 연로한 그에게 자꾸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할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이 세상에 없다. 나는 더 이상 질문을 할 수도 없고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도 없다. 그의 생각이 옳은 것 같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의 생각이 내 평생의 연구를 이끌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가 양자중력의 미스터리에 가장 먼저 근접한 사람이었다는 내 생각을 말할 수도 없다. 이제 그는 지금 이곳에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의 시간이다. 기억과 추억, 부재의 고통, 그것이다.

그렇다고 고통을 유발하는 것이 부재는 아니다. 고통은 애정과 사랑에서 시작된다. 애정이 없으면, 사랑이 없으면 부재의 고통도 없을 것이다. 결국 부재의 고통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성장하는 것이므로 선하고 아름답다.

-「08 관계의 동역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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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저는 그것이 사람이었든 물고기였든 혹은 네시였어도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그가 저한테 한 번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저는 집에 가서 엄마를 돌보며 필사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뿐이에요. 다음에는 정말 이런 일이 있으려야 있을 수도 없겠지만, 또다시 물에 빠진다면 인어 왕자를 두 번 만나는 행운이란 없을 테니 열심히 두 팔을 휘저어 나갈 거예요. 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프롤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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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률 20%라면 공급률 80%라는 뜻일까?;; 얼마 전에 읽은 한국 책방 에세이에서는 출판 쪽에 인맥이 없는 경우 공급률 90%인 곳도 있다고 하던데 (너무 충격) 독서 인구가 많은 일본도 저런 식이면 책 팔아 먹고살수 있을까? 먹먹하고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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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진심으로 회사를 그만두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회사를 그만두면 편해진다. 모두 끝난다. 이 동네에 오지 않아도 된다. 자영업자에게든 회사원에게든 프리랜서에게든 먹고사는 것의 지리멸렬함과 딜레마는 아주 공평하게 찾아오는구나. 이시이 씨의 다정한 말에 책을 읽다 눈물이 핑 돌았다. 씁쓸하면서도 위로 받은 기분.



책방에서 매출과 경영을 양립시키는 적정 재고란 어느 정도일까? 신간은 이익률 20퍼센트라는 경이로운 박리다매여서 책장의 회전율을 데이터화하거나 적극적인 이벤트를 개최하는 작업 등을 해서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 책방에 어울리는 책의 양」에서

스마트폰은 나도 가지고 있다. 무척 편리하고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찻집에서도 전철 안에서도 잠깐 틈이 있으면 대개 책을 펼친다. 내가 괴짜라 시류에 반발하거나 소수파의 우월감을 느끼려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에게는 아는 이가 없는 카페에서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350엔 정도의 커피를 천천히 마시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하루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시간이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책은 어디로 갔나」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책을 읽는 사람이나 책을 사는 사람이 줄었는데, 책을 만들고 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는 현상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민 아티스트 시대니 국민 평론가 시대니 하는 말들이 분분했는데 지금은 국민 미디어시대인 것 같다. 당연한 일이지만, 누구든 쉽게 미디어 놀이를 하기 쉬운 사회 관계망 서비스 등이 많이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편리한 가게에 없는 것」에서

가케쇼보 후기 5년간 나는 잠을 자도 깨어나도 매일 즐겁지 않았다. 원인이 무엇일까. 첫째는 돈, 나머지는 개인적인 것.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얽매여 있었다. 이제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진심으로 가게를 그만두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게를 그만두면 편해진다. 모두 끝난다. 사쿄구에 오지 않아도 된다. 잡지에 실렸을 때의 처신 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니 우선 해방감에 빠졌다. 어딘가 전혀 알지 못하는 지역으로 이사해서 전혀 다른 직업을 고르고 정사원으로 월급을 받으며 정시퇴근 후 시간이나 주말 여가를 자신의 취미 시간으로 마음껏 쓰자고 진지하게 그려 보았다.

-「가케쇼보의 미래」에서

매달 주어진 일에 종사하면 정해진 금액을 받을 수 있다니 회사원이 부러웠다. 인간관계만 참으면 된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래도 그건 상상 속의 회사원이다. 실제로는 지금 생활보다 힘든 문제가 또 생겨나겠지. 일이란 기본적으로 인간관계다. 이전에 나도 회사원을 해 봤는데 좋은 인간관계의 직장운은 없었다. 그런 것을 정말 다시 견뎌 낼 수 있을까?

-「가케쇼보의 미래」에서

나는 이시이 씨에게 가게를 접으려 한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리고 자학적으로 어느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시이 씨는 그러냐며 술을 들이켠 후,
"그러면 나도 소설로 먹고살 수 없어지면 같은 편의점에서 함께 일하지, 뭐. 나랑 야마시타가 일하는 편의점이면 정말 재미있는 편의점이 될 거야" 하고 말했다.
항상 처음으로 돌아갈 각오가 이 사람에게도 있다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그의 다정한 말에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했다.

-「가케쇼보의 미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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