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닛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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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 책 그림책 판형이었구나. 전자책으로 읽으려다가 삽화를 제대로 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종이책 빌림. 오랜만에 커다란 책 책장 넘기면서 보니까 좋았다. 어릴 적에 이불 속에서 신데렐라 읽던 생각나. 어릴 때 이런 동화책이 나왔더라면 내 자신을 좀 더 일찍 아껴줄 수 있었을 듯. 조카한테 이 책 읽어주고 싶다. 연극처럼 실감나게 읽어줄 수 있는데!

가끔은 멀리 도망가고 싶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 가끔은 아주 피곤했어. - P7

그런데 사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란 있을 수가 없어. 왜냐하면 아름다움에는 여러 종류가 있거든. 어떤 사람은 둥글고 부드러운 선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 (중략) 사람은 많고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도 저마다 달라서 다 이야기하기도 힘드네. - P10

사랑도 마찬가지야.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 사람이 그저 사랑스럽게만 보이는 거란다. - P10

어느덧 신데렐라는 요리를 아주 잘하게 됐어. (중략) 기운도 세고, 솜씨도 뛰어난 요리사가 되었지. (7쪽) 신데렐라는 (중략) 커다란 주황색 호박 하나를 땄어. 자기 힘으로 들 수 있는 가장 큰 것을 골랐지. (14쪽)

호박 크기 보고 놀람. 신데렐라의 근력은 대체. - P14

"집에서 나와도 된다고 왜 진작 말해 주지 않으셨어요?" - P36

해방자는 불을 다루는 사람입니다. 마음의 불을 일으켜 꺼져 버린 줄 알았던 꿈에 불을 붙이고 자유를 찾아 나서며 다른 사람과 그 불의 온기를 나누는 사람입니다.

-김지은(아동문학 평론가), 『해방자 신데렐라』(리베카 솔닛 글), 「추천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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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와 고전부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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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담집이 정말 정말 재밌고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눠 좋다. 미스터리란 장르에 대한 작가들의 진지한 태도와 앞서 나온 고전 미스터리들에 보내는 애정과 존경을 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담집 뒤에 나오는 미스터리 용어집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나처럼 미스터리를 가끔 읽는데 아직은 뭐가 좋은지 취향을 잘 모르겠고, 재미있는 작품 추천 받고 싶고, 용어에 약한 미스터리 초심자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읽어 보는 입문서로 활용 가능하다.

특히나 요네자와 작가의 강연록(143쪽)은 미스터리 작가로서 이야기의 효용성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찰하는 코너다. 일상 속에서 어떻게 소재를 얻고 이야기의 얼개를 만드는 방법도 짤막히 소개한다. 미스터리를 쓰고 싶은 사람에게도 지침이 될 책이다.

요네자와 호노부와 기타무라 가오루가 나눈 대담 재미있다. 내가 꽂힌 건 『배추의 수수께끼(白菜のなぞ)』란 책 얘기 부분인데 요네자와 작가도 그랬는지 배추가 생존할 수 있는 한계가 그 지방이었느냐고 묻는데 나도 그게 궁금했던 차에 대신 물어봐줘서 시원한 기분이었다. ㅋㅋㅋ

https://www.heibonsha.co.jp/smp/book/b160638.html

저 책에 따르면 일본에는 배추가 에도시대 전까지는 없었고, 가장 먼저 수확을 시작한 지역은 미야기 현이라고. 그 이유가 무얼까 하는 수수께끼 얘기하다가 배추 생존 환경 한계 얘기까지 흘러간다. ㅋㅋㅋㅋ 미야기 현 온도가 고랭지랑 비슷한 거 아닐까.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작업실 보다가 좌탁에서 띠용함. 정좌를 하고 일이 가능함?? 👀 이건 혹시 일부러 고통스런(?) 자세로 일을 해서 그 시간 안에 최대한 뽑자는 마음가짐인 것인가. 좌탁은 무릎이랑 고관절이 아프고 일단 난 자꾸 눕고 싶던데 존경스럽다.

원래 이 시리즈는 청년층에 미스터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레이블에서 시작된 작품이니 과거의 명작 미스터리로 이어지는 가교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쁘죠.

-『요네자와 호노부와 고전부』, 「‘고전부’ 시리즈 15년의 궤적」

고전 명작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만큼 늘 경의를 잊지 않는 작가의 마인드가 굉장히 성실해서 호감이 갔던 부분. - P14

요네자와 호노부 : 미스터리에는 그런 ‘형태’랄까, 선진들이 쌓아온 유산이 굉장히 많은데 마치 보물산처럼 보여요. 그런 건 당연히 활용해야죠.

-『요네자와 호노부와 고전부』, 대담집 1 「온다 리쿠 - 이런 미스터리를 쓰고 싶다!」 - P69

온다 리쿠 : 본격 미스터리는 전통 예능이잖아요(웃음). 모방을 바탕으로 창조하는 풍습이 있으니까요.

-『요네자와 호노부와 고전부』, 대담집 1 「온다 리쿠 - 이런 미스터리를 쓰고 싶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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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매거진 등 [RETRO] - 0호
등 편집부 / 알라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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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농수산쎈타님 경양식집 이야기 읽으면서 포크에 밥을 얹어 보려고 애썼던 기억이 생생히 났네요. 군침이 도는 글이었어요. 그리고 환상의 도시계획도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요. 서울숲 자리에 ○○○이 생길 뻔했다니! 그 계획은 환상으로만 남은 게 정말 다행인 듯. 광고마저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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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이 책을 읽는 시간이 글쓰기 수업과 같이 의미가 있었다(사실 지금까지 글쓰기 수업을 들어 본 적 없음). 그래서 문장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읽느라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까지 다섯 달(!)이 걸렸다.
2월에 단편소설을 썼는데 내 글을 써 본 게 처음이고 퇴고를 해 본 적도 없어서 참고할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한 거다.
체크 리스트와 핵심 질문들을 통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고칠 곳을 찾게 가이드라인을 잡아주어 정말 고마웠고, 그제서야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해소됐다.
늘어지는 1장을 과감히 날리고 2장을 1장으로 전환해 쓰는 법, 불분명한 시점 처리 방법, 원고에서 가장 약한 장면들을 골라 수정하는 법이 특히 도움이 됐다.
주인공을 너무 덜 굴리고 작가가 주인공을 친절하게 대하면 소설이 늘어진다는 진리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만 주인공을 더욱 굴리러 가 보겠습니다.ㅋㅋ

‘2장 전환’은 훌륭한 기법이다. 2장을 새로운 1장이라 여기고 상황을 얼마나 빨리 전개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자.

(중략)

나는 이 학생에게 2장을 새로운 1장으로 만들어보라고 제안했다. 꼭 필요한 정보를 1장에 배치했다면 이제 소설 전반에 그 정보를 뿌리면 되니 말이다. 나는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정보가 아니면 인정사정 보지 말고 삭제하라고 했다.

모든 장면에는 분명한 시점인물이 있어야 한다. ‘한 장면에 한 시점’이 원칙이다. 이 사람 저 사람 떠돌면 안 된다. 전지적 시점일 경우는 예외인데 여기에도 그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한 시점을 유지하자. 장면을 점검하고 처음 두 문단에서 시점이 분명히 드러나는지 확인하자.

원고에서 가장 약한 장면 10개를 고른다. 어떤 장면이 약한지 알아야 한다. 직감을 활용하자. 원고 전체를 읽었을 때 허술한 느낌이나 분명한 실망감이 드는 장면이 있었을 것이다.

(중략)

약한 순서대로 장면을 나열한다. 가장 약한 장면이 1번, 그다음으로 약한 장면이 2번이다. 포스트잇에 각 숫자를 쓰고 원고에서도 약한 장면 각각에 표시를 한다.

(중략)

•원고에서 1번 장면을 지운다.
•2번 장면으로 이동한다. 다음 세 질문에 대해 답한다.
•첫째, 이 장면의 목표는 무엇이며 누구의 것인가? 달리 말해 시점인물이 누구이며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둘째, 인물의 드러난 목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그는 왜 목표를 이룰 수 없는가?
•셋째, 장면의 ‘결과’는 무엇인가? 인물은 목표를 이룰 수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긴장감을 극대화하려면 어느 쪽이 나을까? 이루지 못한 경우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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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익숙한 감정이 있다. 선생님은 이를 ‘핵심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나는 무기력, 우울, 자책 등의 감정에 익숙했다. 핵심 감정은 상황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본 다음에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핵심 감정이 먼저 튀어나와 상황을 해석하기도 한다. - P124

선생님은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1. 벌어진 상황이 사실인가, 아닌가?
2. 내가 그 상황에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3. 그 감정이 상황에 적절한 감정인가? 아닌가?
4. 적절하지 않은 감정이라면,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싶은가?

내가 그동안 자연스럽게 해왔던 감정 인지, 상황 판단, 생각과는 다른 순서였다. - P125

어느 날 유튜브에서 ‘<대화의 희열> 인생의 의미 편’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았다. 여기서 한 출연진은 "질문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인생의 의미가 뭘까?’가 아니라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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