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을 잠갔나. 창을 모두 닫았나. 걸쇠를 모두 걸었나. 이 집은 창과 출입구가 너무 외졌으니 더 튼튼하고 더 완벽하고 더 철저한 자물쇠를 달아야겠다.

-「누가」에서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사람들이 왜 이렇게 하지. 대체 이 사람들이 나한테 왜 이렇게……

나는 평생 누군가에게, 하고 그녀는 계속 생각했다.

나는 평생 누군가에게 특별하게 해를 끼친 것도 없는 사람인데.

-「누가」에서

꿍.
꿍.
꿍, 하고 머리 위에서 발을 구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그게 반복되었다. 그녀는 잠시 서 있다가 가장 가까이 있는 것부터 집어 천장을 향해 던졌다.

-「누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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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동반자 관계’는 혈연이나 혼인으로 이뤄진 민법상 가족이 아닌 두 성인이 합의하에 함께 살며 서로 돌보자고 약속한 관계다.

‘고독’은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개인의 기분이 아니라 실재한다. 객관적 조건으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이 고독한 상태가 되면 그건 사회적 문제이자 정책적 과제다. 지속적인 고독을 해결하기 위해 돌봄을 제공하는 자원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돌봄 정책은 개개인의 선의에 기대어 유지되고 있고, 서비스 노동은 평생 돌봄 노동에 시달려 온 중장년 여성의 노동력과 돌봄 윤리를 착취한다.

믿고 의지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보겠다는 마음을 최대한 조직해내는 것이 고독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시작이다.

다른 유가족이 없는 경우 동거인이 있어도 무연고자로 처리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연고자로 판정이 되면 동거인은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지자체가 화장해서 보관한다. 동거인이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르려고 해도, 지자체 입장에서는 나중에 혹시라도 혈연가족이 찾아올지도 모르니 허가하지 않는다.

생활동반자법은 정체성과 무관하게 국민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는 법이다. 당신이 누구와 성관계를 갖든 갖지 않든, 결혼 적령기이든 아니든, 이혼한 경력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또 다른 방법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생활동반자법은 특정한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행복해지고 싶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 마음에 대한 법이다.

생활동반자법 입법 과정은 우리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는지를 한국 사회 전체에 묻는 과정이다.

우리 사회의 가족 사랑은 희생과 동의어다. 우리 사회가 생활동반자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사회로 가려면 ‘가족 부담이 높은 사회’에서 ‘가족 부담이 낮은 사회’로 가야 한다.

한국은 법적으로 인정되는 가족 밖에서 살기 어려운 사회다. 한국의 사회복지제도는 누구나 특정한 가족 안에서 살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런 사회에서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족들은 더 큰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회복지의 단계마다 예외적인 존재가 되고, 쉽게 사각지대에 빠진다.

생활동반자법은 바로 책임 있는 동거 관계라는 개념을 만드는 것이다. ‘생활동반자’라는 법적 개념을 만들고 나면 새로운 상상력이 깃든다.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차별금지 항목에 생활동반자 여부를 넣을 수 있다. 차별금지법은 노동, 사회복지, 교육, 행정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차별받지 않기 위한 가장 포괄적이고 기본적인 법이다. 차별 행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서 금지하고, 차별을 받았을 때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를 정한다. 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 기업 및 개인이 해야 할 일을 규정한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생활동반자 관계에 대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다음, 각종 법규와 정책으로 구체적인 평등을 이뤄 나가는 게 정석이다.

생활동반자법은 훨씬 더 폭넓고 광범위한 사람에게 필요하다. 심지어 시급하게 말이다. 우리 사회가 혈연과 혼인 외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상상을 허용하지 않을 뿐이다. 상상이 생기고 법이 생기고 사례가 생기면, 그로 인해 사랑이 생기고 더 많은 가족이 생길 것이다.

생활동반자법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아서 지어내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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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라인업 무슨 일이야 심채경, 정세랑, 최은영 작가님들 무슨 글 썼을지 궁금해서 꼭 사서 읽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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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녀 이야기 -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마녀들
방새미 지음 / 새앙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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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사람, 성장, 여자들의 연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책.
책에 나오는 ‘집’이란 틸리(주인공)에게는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이다.
아무것도 무리하거나 꾸미지 않아도 그대로 나를 받아줄.
그래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 곳.
그 집은 그 사람의 마법같은 말로써 ‘내가 나로 있어도 되는 곳’이 되었다.
그런 집을 틸리는 자기 힘으로 찾아냈고, 샤치는 틸리에게 이 집에 있으라고 말한다. 두 여자는 함께 살아간다.
숲에서 그 집을 발견했더라도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이었다면 틸리는 그 집에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아무리 아늑해도 말이다.
틸리가 정말 찾고 싶은 건 나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혼자가 되더라도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된 틸리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겠지.
나이든 여성이자 마녀인 눈썹 할머니의 이야기도 몹시 궁금하다.
두 번째 책이 기다려진다.

근데…
…그래도 돼요?

그래. 돼.
다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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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관심사. “이놈의 풀때기를 어떻게 요리해야 그나마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몇 년을 채식 지향(내 경우 고기, 생선, 달걀 다 먹되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우유는 안 맞아서 아예 끊음)을 해도 풀을 먹는 일은 즐겁지가 않다... 도대체 다른 사람은 어떻게 먹나 찾아보다가 모 SNS에서 『비건 자취요리 노트』 발견했는데 목차만 봐도 기대돼. 6개월 만에 사는 종이책.

+
오이 토마토 두부 무침 해 먹었는데 대박 맛있음. 내 최애 반찬 됨.

요즘에는 인터넷 검색 한번이면 쉽고 간단한 레시피를 잔뜩 찾을 수 있지만 자취요리라는 이름으로 올라오는 레시피들은 대부분 달걀이나 햄 등을 메인으로 사용해 채식하는 저에게는 맞지 않았거든요.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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