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와 고전부』에 나온 추천 도서 『하늘을 나는 말』. 일본에서는 1989년에 나온 책인데 한국에는 2017년에 출간됐다. 헐 시대가 아예 다르잖아... 일상 미스터리의 고전이라고 해서 빌려와 봤다. 국문과 대학생과 라쿠고가 둘이서 콤비를 이루어 일상의 수수께끼를 푸는데 탐정 역할은 주로 후자가 한다. 주인공이 여자 대학생이라서 자꾸만 ‘여자답게’ 어쩌고를 강조하는 부분만 슬렁슬렁 넘기면 조금도 옛날 책 같지 않아서 살짝 놀랐다. 아무 양념하지 않은 가래떡을 참 좋아하는데 가래떡 같은 소소한 재미가 있는 책이다.

교수님은 겨울날 속눈썹에 내려앉은 눈송이만큼이나 희미한 망설임을 보이면서 말했다. - P27

비유나 추상은 현실에 접근하는 수단인 동시에, 또 가장 멀어지는 길이다. 현실의 고통을 직시할 때 그런 미사여구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절감하게 된다. - P174

기억 속에는 대양만큼의 희미한 부분과 작은 섬만큼의 선명한 부분이 있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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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도 한번 해 본 적이 없는데, 이제 나는 별들로 가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우주에서도 나는 허드렛일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초콜릿은 맛있었다. 우리 셋은 침묵 속에서 걸신들린 듯이 초콜릿을 먹었지만, 그건 다정한 침묵이었다.

대기권은 땅에서 멀어질수록 계속 얇아지는 담요처럼 점차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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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퀀텀 - 만화로 배우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한빛비즈 교양툰 6
로랑 셰페르 지음, 이정은 옮김, 과포화된 과학드립 물리학 연구회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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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우리는 이미 공중부양(...)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어요.
아니, 근데 진짜임. 밑줄 참고.
우리는 모든 사물과 접촉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함.
과학자들이 볼 때는 촉감이라는 단어가 말도 안 되는 개념일지도 모르겠네요.
이과 출신 친구 말로는 고등학교에서 배웠다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음;;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이럴 때 낯설어지는 거 같아요.

단단하다는 감각은 순전히 전자들이 전자기적으로 서로 밀어내는 힘 때문에 생기죠.
우리는 접촉하는 게 아니라 떠다니며 공중부양하는 겁니다.
발은 실제로 땅을 딛지 않죠. 10억만 분의 몇 밀리미터만큼 전자기적으로 떠 있는 겁니다.
앉아 있을 때, 우리는 사실 1나노미터보다 낮은 높이로 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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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그녀는 자신의 능숙한 살림과 보살핌과 헌신을 가족이 너무 당연시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떠나기 전에 윌리엄이 챙겨준 탐정소설이 있었다. (조앤은 그에게 고맙긴 하지만 탐정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녁식사로 오믈렛, 연어 카레, 달걀과 구운 콩, 통조림 살구를 먹었다. 그러고는 탐정소설을 펼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기 전까지 전부 읽었다.

"내가 그대에게서 떠나 있던 때는 봄이었노라."

"아, 조앤. 당신과 난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젊은 세대를 감화시키지 못해."

누군가 그녀와 같이 걷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잘 아는 사람이. 고개를 돌리면…… 조앤은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없었다.

흔히 ‘신경쯤이야’라고 말한다. 그녀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 그렇게 말하곤 했다. 하긴 그때는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알았다. 신경쯤이야 좋아하시네! 신경은 지옥이었다!

난 집을 떠난 적이 없었는지도 몰라. 집을 떠난 적이 없었어…… 조앤은 생각했다.

우리 사이에는 전기장처럼 갈망이 흐르고 있구나.

"휴가는 끝났어." 로드니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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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과학 관련 기획을 들고 오는 동료가 있었다. 천생 문과인 나는 그 친구가 신기해서 과학이 재미있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잘 모르는 분야를 동경한다고, 과학이 궁금하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가 대학원 출신 이과생 편집자보다 훨씬 흥미로운 과학 책을 기획하리라 확신한다. 많이 아는 것보다 궁금한 게 많은 편집자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출판이 재미있는 이유다.

‘열심히 하면 누군가는 알아준다’는 명제보다는 ‘내가 행복해야 내 책도 행복하다’는 명제가 좀더 진실에 가깝다고 믿으면 좋겠다. (중략) 100만 명이 사랑해주는 책을 만든다 해도, 만든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 책은 거짓말을 하는 중이다.

편집자가 글에 공감하고 저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스토리를 책으로 만들었을 때만 독자도 공감한다. 그러니 편집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공감력 기르기라고 볼 수 있다.

레슬리 제이미슨의 《공감 연습》에 따르면 공감이란 ‘관광객처럼 열람하는 태도’와 ‘상투적인 동일시’로는 가질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공감은 "그의 고난을 빛 속으로 끌어와 눈에 보이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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