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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을 위한 저승길 여정 ㅣ 문화와 역사를 담다 29
임승범 지음 / 민속원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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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저승길을 경을 외워 닦아주고 배웅하는 내용이라 애도하고 싶을 때 읽어 보면 깊은 위로가 될 책. 딱딱한 학술서 느낌이 아니라 약간 옛날 옛적에 전래동화 같기도(동화책으로 각색해 내도 좋을 듯). 쉬운 풀이와 그림을 실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근 가능함. 올컬러에 종이도 매끄럽고 글자도 뚜렷해 눈이 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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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은 ‘원통한 마음을 푼다’는 뜻이며, 망자가 저승길 가는 노정기는 『황천해원경』에만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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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쪽 읽다가... 망자가 강가에서 통곡하고 있는데 수사 목사 태사관이 나타나서 열씨와 솔씨를 주면서 심고 길러서 다리 놓고 강을 건너라고 함. 망자가 기가 막혀서 어느 세월에 기르냐 또 슬피 통곡함.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수사 목사 태사관 너무 망자 멕이는 거 아닌가. 도와주려고 하는 거 맞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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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할미가 와서 땅을 갈아 씨를 뿌려줬지만 시간이 촉박한 것이다... 진짜 어느 세월에 길러서 다리를 놔;; 다행히도 이때 청의동자라고 남해용왕의 셋째 아들이 배 타고 와서 건너게 해줌. 근데 청의동자는 매번 이랬을지도 모름. ㄹㄷ월드 신밧드의 모험처럼 저승도 코스가 짜여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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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해원경』 속의 저승은 우리가 아는 저승 분위기랑은 조금 다른데 죄를 묻는 게 아닌 얼마나 착하게 살았느냐에 중점을 두는 게 특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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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왕은 망자에게 너는 무슨 선행을 했느냐고 묻는다. 나중에는 너 여행은 좀 다니고 한양도 가 봤니? 물어보는데 되게 인정 넘치는 느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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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왕이 하는 두 가지 질문은 각각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174쪽)와 “사람으로 세상에 태어나 한평생 세상재미를 충분히 즐겼느냐?”(176쪽)를 묻는 것으로 망자와 모든 이에게 던지는 질문과 교훈이라고. 개인적인 감상은 이 구간이 산 사람들을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잘들 살아, 하는.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015/pimg_7211031873158016.jpg)
이승에서의 고단한 삶을 살지 않은 이는 없다. 『황천해원경』은 그 삶을 마치고 사랑하는 사람들, 정든 이웃의 곁을 떠나는 망자를 위한 마지막 이별의 말이며, 배웅의 노래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이기도 하다. - P5
해원은 ‘원통한 마음을 푼다’는 뜻이다. 그러나 『황천해원경』의 해원은 ‘어떤 비극적 삶과 죽음이 지닌 분함과 억울함’을 푼다는 뜻보다는, ‘인간 실존의 유한성과 허무성이 갖는 원통함’을 의미한다. ‘특정한 원한’이 아니라 ‘보편적 원한’이다. - P14
여기에서 주목할 사안의 하나는 제목이 『황천해원경』’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그 내용에 있어서 해원에 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없다.
#아니, 『황천해원경』인데 해원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고요???? - P15
망자가 저승으로 갔다는 것은 이승에 회한과 미련을 남기지 않고 이승을 완전히 떠났음을 의미한다. 이승에 대한 어떤 마음이나 생각도 끊어버린 것이다. 이승으로부터 해탈한 망자만이 저승으로 갈 수 있다. 실제로는 망자가 저승으로 간 것이 아니라, 후손이 그러한 삶과 죽음의 조건을 갖춘 망자를 저승으로 보낸 것이다.
#아 이런 해석 재밌다. 관점을 이렇게도 바꿀 수가 있구나. 하지만 제사가 저승의 조상과 이승의 후손의 상봉식이라니;; 맞말인데 제사에 극렬한 거부감이 느껴졋 ㅋㅋㅋㅋㅋㅋ - P17
『황천해원경』에 나타나는 저승은 수평적 공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승은 천상 또는 지하에 있지 않고, 이승에서 멀리 떨어진 수평적 공간 그 어딘가에 있다고 관념된다. 저승길이란 낱말 자체가 그러한 수평적 공간관을 전제하고 있다. - P31
사자상에는 밥과 간장을 각각 세 그릇 차린다. 상 아래에는 짚신도 세 켤레 놓는다. 저승사자들이 3명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노잣돈 명목으로 동전도 조금 놓는다. 이들 사자를 먹이는 밥은 사자밥이라 부른다. 메라고 명명하지 않는다. 사자는 조상이나 신령이 아니기에 그러하다.
#사자에게 차려주는 밥을 사자밥이라고 하는구나. 사자들이 일가친척이 있느냐고 물을 때마다 망자가 없다고 딱 잡아떼니까 쩝 하고 아쉬워하던데 떨어질 국물이 없어서 그러는 거였어; 상 차려줄 사람들은 좀 있냐를 돌려 말한 거였구나. - P48
죽은 자에 대한 용서와 이해는 산 사람에게도 해원이 된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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