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매거진 등 [RETRO] - 0호
등 편집부 / 알라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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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농수산쎈타님 경양식집 이야기 읽으면서 포크에 밥을 얹어 보려고 애썼던 기억이 생생히 났네요. 군침이 도는 글이었어요. 그리고 환상의 도시계획도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요. 서울숲 자리에 ○○○이 생길 뻔했다니! 그 계획은 환상으로만 남은 게 정말 다행인 듯. 광고마저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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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이 책을 읽는 시간이 글쓰기 수업과 같이 의미가 있었다(사실 지금까지 글쓰기 수업을 들어 본 적 없음). 그래서 문장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읽느라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까지 다섯 달(!)이 걸렸다.
2월에 단편소설을 썼는데 내 글을 써 본 게 처음이고 퇴고를 해 본 적도 없어서 참고할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한 거다.
체크 리스트와 핵심 질문들을 통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고칠 곳을 찾게 가이드라인을 잡아주어 정말 고마웠고, 그제서야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해소됐다.
늘어지는 1장을 과감히 날리고 2장을 1장으로 전환해 쓰는 법, 불분명한 시점 처리 방법, 원고에서 가장 약한 장면들을 골라 수정하는 법이 특히 도움이 됐다.
주인공을 너무 덜 굴리고 작가가 주인공을 친절하게 대하면 소설이 늘어진다는 진리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만 주인공을 더욱 굴리러 가 보겠습니다.ㅋㅋ

‘2장 전환’은 훌륭한 기법이다. 2장을 새로운 1장이라 여기고 상황을 얼마나 빨리 전개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자.

(중략)

나는 이 학생에게 2장을 새로운 1장으로 만들어보라고 제안했다. 꼭 필요한 정보를 1장에 배치했다면 이제 소설 전반에 그 정보를 뿌리면 되니 말이다. 나는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정보가 아니면 인정사정 보지 말고 삭제하라고 했다.

모든 장면에는 분명한 시점인물이 있어야 한다. ‘한 장면에 한 시점’이 원칙이다. 이 사람 저 사람 떠돌면 안 된다. 전지적 시점일 경우는 예외인데 여기에도 그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한 시점을 유지하자. 장면을 점검하고 처음 두 문단에서 시점이 분명히 드러나는지 확인하자.

원고에서 가장 약한 장면 10개를 고른다. 어떤 장면이 약한지 알아야 한다. 직감을 활용하자. 원고 전체를 읽었을 때 허술한 느낌이나 분명한 실망감이 드는 장면이 있었을 것이다.

(중략)

약한 순서대로 장면을 나열한다. 가장 약한 장면이 1번, 그다음으로 약한 장면이 2번이다. 포스트잇에 각 숫자를 쓰고 원고에서도 약한 장면 각각에 표시를 한다.

(중략)

•원고에서 1번 장면을 지운다.
•2번 장면으로 이동한다. 다음 세 질문에 대해 답한다.
•첫째, 이 장면의 목표는 무엇이며 누구의 것인가? 달리 말해 시점인물이 누구이며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둘째, 인물의 드러난 목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그는 왜 목표를 이룰 수 없는가?
•셋째, 장면의 ‘결과’는 무엇인가? 인물은 목표를 이룰 수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긴장감을 극대화하려면 어느 쪽이 나을까? 이루지 못한 경우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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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익숙한 감정이 있다. 선생님은 이를 ‘핵심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나는 무기력, 우울, 자책 등의 감정에 익숙했다. 핵심 감정은 상황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본 다음에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핵심 감정이 먼저 튀어나와 상황을 해석하기도 한다. - P124

선생님은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1. 벌어진 상황이 사실인가, 아닌가?
2. 내가 그 상황에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3. 그 감정이 상황에 적절한 감정인가? 아닌가?
4. 적절하지 않은 감정이라면,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싶은가?

내가 그동안 자연스럽게 해왔던 감정 인지, 상황 판단, 생각과는 다른 순서였다. - P125

어느 날 유튜브에서 ‘<대화의 희열> 인생의 의미 편’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았다. 여기서 한 출연진은 "질문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인생의 의미가 뭘까?’가 아니라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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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권과 2권을 읽고 3권에 기대했던 걸 종합선물로 받은 듯. 진짜 너무 재밌어요... 바구니에서 뭘 꺼내 먹어도 그냥 다 맛있는 그런 거 있죠. 한 발 한 발 나아가서 졸로 왕을 잡아 버리는 게 이제 뭔지 알 거 같다(만화로만 장기 배운 사람).
3권에서는 드라마로 치면 단역 배우들과 보조 출연자가 주인공이다. 힘든 일은 도맡아 하는데 비중 적고 있는지 없는지 존재감도 희미한 이들이 주역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와 악당을 물리쳤다! 새 세상이 짜잔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결말 또한 체리스와 제다오의 손을 떠나 모두에게 열려 있다. 게임은 끝났고 개인들의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이런 책을 또 언제 만나게 될까. 에필로그 좀 더 줘요...

"잔혹한 사건이 일어난다고 해서 개인의 삶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행복을 주는 단순하고 사소한 일에 몰두할 시간이 확보된다면, 목격했거나 혹은 직접 저질렀던 온갖 끔찍한 일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질 수 있어요. 그럼 좀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을 방법 대신 말이죠."

과거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명예롭게 전진하는 것뿐이다. 그 어떤 속죄로도 부족하리라는 사실을 마음에 깊이 새긴 채로.

자기 위로 연장자가 없을 만큼 나이를 먹고 더는 오를 계급이 없을 정도로 버티다 보면, 회의 정도는 원하는 곳에서 열 수 있다. 게다가 가장 편한 의자까지 독점할 수 있다.

헤미올라는 처음으로 인간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사실을 양날의 검으로, 자신이 휘두를 수도 있는 무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나는 네 총이지, ○○. 하지만 그게 내 전부는 아니야!"

"드디어 완벽한 장군을, 완벽한 총을 창조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 총에 영혼을 주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어."

"너희는 빌어먹을 나방만 보고 있었지."

"다음부턴 빌어먹을 인간을 보는 법을 익히라고."

때로는 지금처럼, 아주 사소한 것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법이다.

문명이 진보하기 위해선, 아주 사소한 일일지언정 이를 계속해나가는 사람들이 필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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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고 나니 2권이 신기하게 호로록 읽혔다(여전히 안내서는 안 읽음). 후반부는 사흘 밤을 새며 읽었는데 이런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2권은 등장인물들의 ‘선택’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이는 누군가의 설득으로, 어떤 이는 질문을 품었으나 지금까지의 자신을 증명하고자, 어떤 이는 새로운 시대상에 모든 것을 걸면서, 어떤 이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어떤 이는 시대의 흐름 앞에 지금의 안정보다 변화를 선택한다.
비슷한 상황이라도 이렇게나 각자 전혀 다른 선택을 내린다. 어떤 선택을 옳다거나 그르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 모두 그답게 최선의 선택을 했으므로.
그런 선택이 마침내 고였던 시대를 흐르게 한다.
선택의 기로에 선 그들을 지켜보며 끄덕이기도 하고, 반박하기도 하고, 안타까워도 하고, 나라면 어땠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책에 푹 빠져 보낸 며칠이었다.

"자네를 부른 건 자네의 해법이 내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야. 켈답지 않은 방법으로 켈의 정신을 견지했으니까. 자네는 규칙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동족에 대한 충성을 유지했지."

당신의 마음속에는 모든 일이 고통과 연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묘한 응어리가 있군요.

당신은 크게 웃을 때조차도 웃고 있지를 않아.

"브레잔, 저 작자는 이야기를 다시 쓰고 있는 거야. 문서고에서 끄집어내 읽거나 아무도 고증을 기대하지 않는 드라마에서 보는 것하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의 입에서 직접 듣는 것은 차원이 다르잖아."

"나는 자국의 시민을 학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오지 않는 사회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네."

"누군가는 주사위를 던져야 했으니까."

공포가 아니었다.
외로움이었다.
괴물에게도 동료가 필요하다. 쿠젠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동료가 아니라면 청중이라도.

‘자네들은 켈 이전에 인간일세. 선택할 권리가 있어.’

"그자가 부순 것을 고치려 하고 있을 뿐이야. 부순 기억이 남아 있으니까."

당신은 죽을 필요 없어요.
죽지 않겠다고 선택하면 돼요.

마지막 순간, 이스트라데즈는 …까지는 조금 지나쳤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도 멜로드라마가 켈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온 육두정에 알리고 … 나쁘지는 않았다.

"당신도 선택을 내렸군요, 미코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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