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퀀텀 - 만화로 배우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한빛비즈 교양툰 6
로랑 셰페르 지음, 이정은 옮김, 과포화된 과학드립 물리학 연구회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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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우리는 이미 공중부양(...)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어요.
아니, 근데 진짜임. 밑줄 참고.
우리는 모든 사물과 접촉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함.
과학자들이 볼 때는 촉감이라는 단어가 말도 안 되는 개념일지도 모르겠네요.
이과 출신 친구 말로는 고등학교에서 배웠다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음;;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이럴 때 낯설어지는 거 같아요.

단단하다는 감각은 순전히 전자들이 전자기적으로 서로 밀어내는 힘 때문에 생기죠.
우리는 접촉하는 게 아니라 떠다니며 공중부양하는 겁니다.
발은 실제로 땅을 딛지 않죠. 10억만 분의 몇 밀리미터만큼 전자기적으로 떠 있는 겁니다.
앉아 있을 때, 우리는 사실 1나노미터보다 낮은 높이로 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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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그녀는 자신의 능숙한 살림과 보살핌과 헌신을 가족이 너무 당연시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떠나기 전에 윌리엄이 챙겨준 탐정소설이 있었다. (조앤은 그에게 고맙긴 하지만 탐정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녁식사로 오믈렛, 연어 카레, 달걀과 구운 콩, 통조림 살구를 먹었다. 그러고는 탐정소설을 펼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기 전까지 전부 읽었다.

"내가 그대에게서 떠나 있던 때는 봄이었노라."

"아, 조앤. 당신과 난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젊은 세대를 감화시키지 못해."

누군가 그녀와 같이 걷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잘 아는 사람이. 고개를 돌리면…… 조앤은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없었다.

흔히 ‘신경쯤이야’라고 말한다. 그녀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 그렇게 말하곤 했다. 하긴 그때는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알았다. 신경쯤이야 좋아하시네! 신경은 지옥이었다!

난 집을 떠난 적이 없었는지도 몰라. 집을 떠난 적이 없었어…… 조앤은 생각했다.

우리 사이에는 전기장처럼 갈망이 흐르고 있구나.

"휴가는 끝났어." 로드니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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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과학 관련 기획을 들고 오는 동료가 있었다. 천생 문과인 나는 그 친구가 신기해서 과학이 재미있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잘 모르는 분야를 동경한다고, 과학이 궁금하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가 대학원 출신 이과생 편집자보다 훨씬 흥미로운 과학 책을 기획하리라 확신한다. 많이 아는 것보다 궁금한 게 많은 편집자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출판이 재미있는 이유다.

‘열심히 하면 누군가는 알아준다’는 명제보다는 ‘내가 행복해야 내 책도 행복하다’는 명제가 좀더 진실에 가깝다고 믿으면 좋겠다. (중략) 100만 명이 사랑해주는 책을 만든다 해도, 만든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 책은 거짓말을 하는 중이다.

편집자가 글에 공감하고 저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스토리를 책으로 만들었을 때만 독자도 공감한다. 그러니 편집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공감력 기르기라고 볼 수 있다.

레슬리 제이미슨의 《공감 연습》에 따르면 공감이란 ‘관광객처럼 열람하는 태도’와 ‘상투적인 동일시’로는 가질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공감은 "그의 고난을 빛 속으로 끌어와 눈에 보이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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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문을 잠갔나. 창을 모두 닫았나. 걸쇠를 모두 걸었나. 이 집은 창과 출입구가 너무 외졌으니 더 튼튼하고 더 완벽하고 더 철저한 자물쇠를 달아야겠다.

-「누가」에서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사람들이 왜 이렇게 하지. 대체 이 사람들이 나한테 왜 이렇게……

나는 평생 누군가에게, 하고 그녀는 계속 생각했다.

나는 평생 누군가에게 특별하게 해를 끼친 것도 없는 사람인데.

-「누가」에서

꿍.
꿍.
꿍, 하고 머리 위에서 발을 구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그게 반복되었다. 그녀는 잠시 서 있다가 가장 가까이 있는 것부터 집어 천장을 향해 던졌다.

-「누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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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동반자 관계’는 혈연이나 혼인으로 이뤄진 민법상 가족이 아닌 두 성인이 합의하에 함께 살며 서로 돌보자고 약속한 관계다.

‘고독’은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개인의 기분이 아니라 실재한다. 객관적 조건으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이 고독한 상태가 되면 그건 사회적 문제이자 정책적 과제다. 지속적인 고독을 해결하기 위해 돌봄을 제공하는 자원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돌봄 정책은 개개인의 선의에 기대어 유지되고 있고, 서비스 노동은 평생 돌봄 노동에 시달려 온 중장년 여성의 노동력과 돌봄 윤리를 착취한다.

믿고 의지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보겠다는 마음을 최대한 조직해내는 것이 고독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시작이다.

다른 유가족이 없는 경우 동거인이 있어도 무연고자로 처리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연고자로 판정이 되면 동거인은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지자체가 화장해서 보관한다. 동거인이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르려고 해도, 지자체 입장에서는 나중에 혹시라도 혈연가족이 찾아올지도 모르니 허가하지 않는다.

생활동반자법은 정체성과 무관하게 국민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는 법이다. 당신이 누구와 성관계를 갖든 갖지 않든, 결혼 적령기이든 아니든, 이혼한 경력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또 다른 방법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생활동반자법은 특정한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행복해지고 싶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 마음에 대한 법이다.

생활동반자법 입법 과정은 우리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는지를 한국 사회 전체에 묻는 과정이다.

우리 사회의 가족 사랑은 희생과 동의어다. 우리 사회가 생활동반자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사회로 가려면 ‘가족 부담이 높은 사회’에서 ‘가족 부담이 낮은 사회’로 가야 한다.

한국은 법적으로 인정되는 가족 밖에서 살기 어려운 사회다. 한국의 사회복지제도는 누구나 특정한 가족 안에서 살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런 사회에서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족들은 더 큰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회복지의 단계마다 예외적인 존재가 되고, 쉽게 사각지대에 빠진다.

생활동반자법은 바로 책임 있는 동거 관계라는 개념을 만드는 것이다. ‘생활동반자’라는 법적 개념을 만들고 나면 새로운 상상력이 깃든다.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차별금지 항목에 생활동반자 여부를 넣을 수 있다. 차별금지법은 노동, 사회복지, 교육, 행정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차별받지 않기 위한 가장 포괄적이고 기본적인 법이다. 차별 행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서 금지하고, 차별을 받았을 때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를 정한다. 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 기업 및 개인이 해야 할 일을 규정한다. 차별금지법을 통해 생활동반자 관계에 대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다음, 각종 법규와 정책으로 구체적인 평등을 이뤄 나가는 게 정석이다.

생활동반자법은 훨씬 더 폭넓고 광범위한 사람에게 필요하다. 심지어 시급하게 말이다. 우리 사회가 혈연과 혼인 외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상상을 허용하지 않을 뿐이다. 상상이 생기고 법이 생기고 사례가 생기면, 그로 인해 사랑이 생기고 더 많은 가족이 생길 것이다.

생활동반자법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아서 지어내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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