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 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 01 - 픽시하우스 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 1
유자키 사카오미 지음, 이하니 옮김 / 픽시하우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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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 제곧내임. 옆 옆집 사람이랑 같이 밥을 해 먹는 것뿐인데 재밌다! 둘이 나누는 대화라든가 일상에서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 등 공감 가는 에피소드들. 사람이 먹는 모습을 대상화하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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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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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읽은 eBook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과 이유를 남겨주세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작인데 조금 늦게 읽었어요. 이 책을 읽고 나보다 나이 많은 여성들이 지나온 궤적들을 떠올렸어요. 가까이는 엄마부터, 외할머니, 산책하며 마주치는 이름 모를 할머니들.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깊이 간직하고 묵묵히 살아가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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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8
왜인지 저때 달았던 댓글이 지워져 있었다. 오늘 다시 달았는데 이번에도 지워지면 문의 넣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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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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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BL] CLUE (네게 새겨진 단서) 1 [BL] CLUE 1
밀보란 / 도서출판 팝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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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일러스트에 홀려 구매하였고, 현재 1권 읽고 쓰는 100자평. 사건물이라 끊임없이 주인수가 여러 사건에 휘말리고 본인도 물불 가리지 않는 타입임. 주인공은 알면 알수록 모르겠는 미스터리한 인물인데 그게 또 매력임. 내용 전개가 흥미진진해서 다음 권도 계속 읽어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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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래 전 읽었던 이 책에 얽힌 일이 떠올라 기록한다. 읽고 싶다는 말을 기억한 친구가 그때 도서관에서 빌려다준 책. 흐릿한 사진들이 실린 책장을 넘기면서 눈물이 고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이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위로를 많이 받았다. 책 제목처럼 돌아보면 언제나 그 친구가 있어서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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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생명체만이 지닌 최고의 방어 프로그램이다. 고통이 인간을 살게 했고, 고통이 인간을 성장시켰다.

삶이 이따금씩 의사도 묻지 않고 제멋대로 방향을 틀어버린다고 할지라도, 그래서 벽에 부딪혀 심한 상처가 난다고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방향을 잡으면 그만인 일이라고. 우리에게 희망이 1%라도 있는 한 그것은 충분히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때때로 어떤 일들은, 만연해질수록 법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그 일에서 손을 놓아버리고는 했다.

콜리는 연재가 하는 말들, 제 몸이 될 부분들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유독 빛나는 연재의 눈을 보았다. 사람은 아주 가끔, 스스로 빛을 낸다.

"너도 나도 알아서 잘 살아갈 수 있는데. 반드시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처럼, 도움받지 못하면 살아가지 못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기들 멋대로 생각하는 게 꼴 보기가 싫다. 우리 엄마는 내가 좋은 대학에 가서 남들에게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당당하게 보여주라고 하는데 나는 왜 굳이 그렇게 멋있게 살아서 내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있지, 나는 그냥 여행을 다니며 살고 싶어. 카메라 들고 밟지 않은 땅이 없을 만큼 아주 많이."

"이 세상에서, 아니 이 우주에서 사람만 이렇게 잔인한 거 같아요."

보경이 은혜에게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이 사소한 불편이 너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할 때마다 은혜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정상적인 사람에게 너의 정상성은 괜찮은 것이고, 그것이 너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은혜도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보경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가끔은 자신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났음을 확인시키는 차갑고 날카로운 창살 같다는 것을.

"그리고 아까 못 들었어."
연재가 한 숨 내뱉고 말을 정정했다.
"아니, 듣기는 들었는데 제대로 안 들렸어. 그러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신경 안 썼어. 들어도 상관 없었고."
연재가 잠시 머뭇거렸다.
"그런데 내가 들었으면 했다면 나한테 그냥 말해도 돼."
"뭐?"
"들을 수 있어. 적절한 답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언니는 하루도 안 빼고 경마장에 가. 투데이라는 말을 보려고."
"어? 어어… 그렇구나."
"어렸을 때부터 투데이가 달리는 걸 좋아했어. 나도 그 자세히는 모르지만 언니한테는 그게 위로였나 봐. 아니면 군더더기 없는 행복이었든가."

인생이 수면 위의 파동 같았다. 넓고 잔잔한 파동이 끊임없이 교차되고 연속되는, 그 에너지가 끝내 물살을 만들어버리는.

"내 시간은 멈춰 있어."

보경이 매일 일찍 일어나 쉬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그 지긋지긋한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음을,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달리기였음을 인정해야 했다. 시간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정적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수면 위에 돛을 펼치고 있었다.

"흐르게 하는 법을 잊었어."

슬픔을 겪은 많은 사람들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것일까. 사실은 모두 멈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지구에 고여버린 시간의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 시간들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렇다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겠네요."

(중략)

"당신이 말했던 그리움을 이기는 방법과 같지 않을까요?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길 수 있다고 했잖아요. 아주 느리게 하루의 행복을 쌓아가다 보면 현재의 시간이, 언젠가 멈춘 시간을 아주 천천히 흐르게 할 거예요."

"연재는 실수가 기회와 같은 말이래요."

"신경을 어떻게 안 써?"
"…그럼 조금만 써."

떨린다. 행복에 휩싸인 연재의 몸이 진동으로 떨렸다. 연재는 살아 있었다. 늘 살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었다. 무엇이 연재를 이토록 가슴 뛰게 만드는 것일까.

이해에는 한계가 있고, 횟수가 있고, 마지노선이 있다. 그 선을 넘으면 이해해주던 사람은 어느 순간 상대방의 이기심을 지적했다.

"언니는 자유롭고 싶은 거지?"
"나는 이미 자유로워."

콜리는 인간의 구조가 참으로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때때로 생각과 말을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숨기다가 모든 연료를 다 소진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고, 다른 것을 보고 있어도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으며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시간이 맞았다. 어렵고 복잡했다. 하지만 즐거울 것 같기도 했다. 콜리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 모든 상황이 즐거웠으리라. 삶 자체가 연속되는 퀴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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