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악기 피아노 지식과 정보가 있는 북오디세이 10
크리스토프 하임부허 지음, 하이케 프랑에 그림, 임정은 옮김, 김화영 추천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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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피아노 배우는 것이 필수 과목이다시피 한다. 모두가 배우니까, 그리고 악기 하나쯤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아이가 싫다고 해도 달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남들이 하는 만큼은 시키고자 한다. 오죽하면 주위에 피아노를 안 가르치는 부모가 있다면 굉장히 용기있다는 말을 하게 될까.

우리 아이들도 물론 피아노를 배운다. 때론 힘들어 하기도 하고 지겨워 하기도 하지만 가끔 피아노 앞에 앉아 치는 소리를 듣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대견하다는 생각과 그래도 배운 티가 나는구나(속된 말로 돈낭비는 아니구나)라는 안도감 때문인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큰 아이가 마음을 정리하거나 다스릴 때  피아노 치는 것을 보며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라는 생각 또한 든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기에 가끔은 힘들어 해도 억지로 이 고비만 넘기자고 꼬셔가며 가르치고 있다.

둘째가 한창 피아노 치는 것이 힘들다고 할 때 이 책을 보았다. 여기에는 피아노에 대한 모든 것이 나와 있다. 피아노의 역사, 피아노의 구조, 피아노가 발명되기 전의 악기, 피아노의 종류, 작곡가와 피아니스트 뿐만 아니라 음과 조, 그리고 피아노 치는 자세까지 총망라 되어 있다. 물론 그림책이라는 한계상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는 않아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은 다 들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판형이 커서 그림이 시원시원하게 그려져 있어서 좋다. 특히 피아노 구조를 들여다보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댐퍼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약간 헤매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이도 이 부분을 가장 흥미롭게 보았다. 사실 학교 다닐 때 음악을 배우며 부호 중 피아노가 있는데 그것이 왜 악기 이름과 똑같을까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의문을 잊고 지내다가 이제서야 풀었다. 처음에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이 악기를 발명했을 때는 이름이 '피아노 에 포르테'였다고 한다. 그것이 '피아노포르테'로 불리다가 줄여서 다시 '피아노'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그렇구나... 모든 것에는 역사가 있고 이유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있을 때보다 알고 보니까 훨씬 재미있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피아노를 위주로 다루다 보니 작곡가나 피아니스트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다루고 있다. 이제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다. 각 작곡가에 대해 궁금해지고 피아니스트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작곡가는 위인전이라던가 여러 책으로 나온 것이 있지만 피아니스트에 대한 것은 어린이책으로 보질 못했다. 따라서 이제는 피아니스트들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다. 이렇게 또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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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실험왕 1 - 산성.염기성 대결 내일은 실험왕 1
곰돌이 co. 지음, 홍종현 그림, 박완규.사이언피아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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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과학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커서 과학자가 된다나 어쩐다나... 오죽하면 7살 때

"난 7년을 사는 동안 현미경을 한 번도 못 봤다."

며 신세한탄(?)까지 했던 아이다. 그러면 큰 아이가 옆에서 톡 쏘아붙인다.

"야, 난 태어난 지 10년 돼서 현미경 처음 봤거든!"

그러던 차에 미생물 체험전에서 현미경을 보고는 엄청 좋아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처럼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실험 도구를 꺼내 놓으니 일단 무조건 실험을 하자고 조른다. 내 참... 시간이 없는데... 결국은 다음날로 간신히 미뤄두었다.

큰 아이는 책을 보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간다. 얼마나 깔깔거리면서 보던지... 궁금함을 참으며 아이가 읽은 다음에 내가 읽었다. 사실 내 경우에 만화는 아직 적응이 잘 안되어서인지 읽는 속도가 더 느리다. 아이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그래도 어쩌랴. 정신이 없는 것을... 그렇게 책을 다 읽으니 옆에서 큰 아이가 턱을 괴고 물어본다. 굉장히 재미있지 않는냐고... 마지막에 감동적이지 않았냐고... 뭐 그 정도는 아닌데, 아이는 감동까지 받았단다. 그래서 그냥 웃었다.

오후에 일이 있어서 늦게 들어오자 작은 아이는 무조건 실험 상자를 꺼낸다. 내일 하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전날 한 약속 때문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비누 가져와라, 식초 가져와라, 간장 가져와라 하면서 실험을 했다. 아이들은 리트머스 종이 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탄성을 지른다. 하긴 어른인 나도 신기했다. 분명 나도 어렸을 때 보았던 것인데 다시 봐도 신기하다. 그런데 간장이 문제다. 간장 색 자체가 있으니 무슨 색으로 변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중성인가 봐'로 결론을 내렸는데 마른 뒤에 보니 아무래도 아닌 것이다. 푸른색 리트머스지가 붉게 변했으니 산성인 것이다. 다음날 결론을 정정했다.(사실 이 때는 아직 책을 읽지 않았을 때였다.) 나중에 책을 읽다 보니 역시나... 간장은 산성이었다. 만약 이것을 무작정 외워야 했다면... 아마 돌아서면 잊어버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실험했던 리트머스 시험지를 종이에 붙여서 산성과 염기성, 중성으로 나누어서 정리해 놓으니 전혀 헷갈리지 않는다.

다음에는 지시약을 만들어서 실험을 해 봐야겠다. 지시약을 넣어서 각각 색이 변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다시 한번 탄성을 지르겠지. 상상만 해도 재미있고 뿌듯하다. 내가 너무 좋은 엄마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작은 아이는 비록 책은 읽지 않았지만 실험 하나만으로도 만족해 한다. 큰 아이는 벌써 책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정보 페이지도 읽느냐는 질문에 '당연하지!'라고 대답하는 걸 보면서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은 흥미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흡수하려고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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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쟁사 - 개정판,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이문열 지음, 조용준 그림, 박우현 논술 / 휴이넘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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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작가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작품이라는 것이 작가를 떠나서 따로 존재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책을 평가할 때는 역사와 사회를 같이 보고 평가하는 경우와 오로지 작품 하나만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긴 하던데... 기억이 잘 안난다. 여하튼 어느 한 가지 방법만을 가지고는 그 작품을 올바로 판단했다고 하기엔 뭔가 2% 부족하지 않을까. 어차피 작품이라는 것은 작가의 내면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고 작가가 그 사회를 살아가면서 체화한 것이 바로 삶이니까.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은 내가 온전히 책에 빠지는 데 많은 방해를 받았다. 물론 내가 이문열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궤적 정도는 알고 있다고 본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까 여기저기에 나오는 것을 종합해 보았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을까.

이문열의 작품은 좋아한다. 작품으로 대할 때는 역시 우리 나라의 몇 안 되는 훌륭한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책은 그의 작품을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도록 말을 조금 바꾸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원작은 어땠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사실 이 작품을 고쳤다고는 해도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단어도 어렵고 잘 안 쓰는 단어들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뭐... 그런 것쯤이야 따로 주석을 달아 설명을 해 주니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어느 부분에서는 너무 통쾌한 그의 일설에 나까지 가슴이 후련해지기도 한다.

아이들은(비록 청소년들이라 해도) 상황판단을 잘 못할 때가 있다. 오죽하면 작은 사실 하나를 가지고 상상을 덧붙여 만든 드라마를 가지고도 진실인 양 착각하지 않던가. 그러기에 이 책에서는 중간중간 책 내용이 허구임을 밝혀주고 있다. 하지만 거의 매 페이지마다 나오는 말풍선은 읽는데 방해가 된다. 물론 아이들은 좋아하겠지만...

만약 우리가 자주적으로 독립을 했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당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면, 고구려의 땅을 그대로 지킬 수 있었다면,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쟁을 겪었더라도 통일을 했더라면... 이런 가정이야 끝없이 할 수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우리는 현재 분단되어 있으며 자주적인 힘이 극히 미약하다. 작가도 그런 울분에서 이 책을 쓰게 되지 않았을까.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체 게바라가 생각났다. 남들은 게릴라니 어쩌니 해도 당사자들은 독립을 위해 싸운다는 신념을 가지고 숱한 어려움을 겪었던 체. 사실 게릴라라는 것은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게릴라가 될 수도 있고 독립운동가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것은 독립운동이고 남이 하는 것은 게릴라라는 이분법은...? 책을 덮고 나서 문득 이라크가 생각났다. 그들도 성전을 위해서 하나 뿐인 목숨을 건다. 그들을 우리는 게릴라라 부른다. 그러면서 애꿎은 사람들만 희생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구의 입장에서? 이것은 분명 우리가 그들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 우리는 전적으로 미국의 눈으로 보고 있다. 아마 작가도 그 쪽이 아닐까.(작가를 매도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긴 현재 우리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고 있지 못하는 것을 뭐. 자주라는 말은 때에 따라 그 기준이 변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뜻을 달리해서 사용하는 현재의 행태를 보면서 그들(기득권자들)이 진정 통일을 바라기는 하는 것일까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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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 세계 지도를 바꾼 바다의 신화 아이세움 역사 인물 3
로빈 S. 독 지음, 장석봉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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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전에 어떤 광고에서 콜럼버스의 달걀에 관한 일화를 인용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콜럼버스라는 인물은 세계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가 발견한 것이 사실은 인도가 아니라 아메리카의 일부 섬이었다는 것, 그래서 거기를 서인도 제도라고 부른다는 것, 거기에 사는 원주민들을 인도사람인 줄 착각한 데서 인디언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쯤은 이제 누구나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밖에 콜럼버스에 대한 것들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이처럼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실들로 미루어 그것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콜럼버스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 기회에 자세히 알게 되었다.

세계사를 다룬 책에서는 에스파냐의 아사벨 여왕이 콜럼버스의 탐험 계획에 적극 나선 것으로 나왔는데 그 과정에서 이처럼 험난한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그냥 바로 허락을 하고 지원을 한 것이 아니라 꼼꼼히 따져 보고 득실도 따지고... 그러다가 처음에는 반대했다니... 그리고 인도를 찾으려고 애를 쓰는 궁극적인 이유도 향료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여기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향료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그리고 왜 갑자기 향료를 직접 구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아, 그렇게 모든 일은 사실 자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원인이 있고 의도가 있는 법이다. 이것은 지금도 통용되는 법칙이기도 하다.

콜럼버스가 훌륭한 탐험가이기는 해도 훌륭한 통치자는 아니었으며, 허풍이 심하고 권력지향적인 인물이었다고 한다. 하긴 바스코 다 가마도 인격이 훌륭하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지. 사실 콜럼버스가 탐험에 나서게 된 이유도 순수하게 미지의 세계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공했을 때 보장되는 권력과 부를 위해서이니까. 어디 콜럼버스 뿐인가. 같이 동행하는 사람들도 모두 비슷한 목적을 가진 자들이었던 것을...

항상 책을 읽으면 독자는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한다. 물론 이 책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콜럼버스 입장에서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보며 왜 도와주지 않을까, 왜 공격을 할까 생각하면서 읽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런데 작가가 일깨워 준다. 콜럼버스가 원주민들을 무자비하게 대했고 이익만을 따졌다는 것을. 그제서야 원주민들 입장에서 에스파냐 인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동이었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는 서로 잘 대우해 주지만 결국 콜럼버스 일행이 원하는 것을 못 구하면 무자비하게 행동을 했으니까. 느닷없이 나타난 침입자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만 바라 보려 한다. 그나마 이 책처럼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완전히 객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콜럼버스가 항해를 하고 난 후 새로운 길이 열렸고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식민지 개척으로 번성을 했다. 그러나 반대로 아프리카나 인도,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의 입장에서는... 침략의 시작이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세계 지도를 바꾼 바다의 신화가 되었지만 그에 따른 그늘은 결코 작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콜럼버스를 우러러 보아야 할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서구인들이야 그럴 수도 있다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그의 용기와 모험심은 높이 평가할수 있지만 그가 이룬 성과는 선뜻 호의를 가지고 볼 수가 없다. 물론 콜럼버스가 아니었어도 누군가가 발견을 했을 테지만...

콜럼버스에 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의 좋은 점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쁜 점도 알려주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세계사와 맞물리는 부분도 설명을 해 주어서 정세를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특히 부록으로 나와 있는 '역사 마주보기'는 아주 유용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아이들이 읽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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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팔을 찾아 주세요 - 정리 정돈을 안 하는 아이 이야기 생활그림책 5
이상교 지음, 윤정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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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란 어지르기를 좋아한다. 어디 아이들 뿐인가. 어른도 어질러진 모습이 싫어서 정리를 할 뿐이지 실은 누구나 정리하기 보다는 어지르기를 좋아할 것이다. 겉표지가 분홍색인 것이 부드러움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제목은 삐뚤빼뚤 써져 있다. 방은 정신이 없는 상태로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아이들은 속으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

제목에 로봇 팔이 들어가는 걸 보니 남자아이들을 위한 책인가 보다. 책 표지를 넘기면 역시나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보트 그림이 나온다. 제목이 시작됨과 동시에 아이가 무언가를 찾는 그림을 보니 어째 심상치 않다. 본격적으로 책으로 들어가면 방안 가득 어질러진 그림이 나온다. 그림도 색연필로 대충 칠한 듯한 것이 더 정신이 없다. 사실 주인공인 찬수만 이런 모습을 하고 노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다. 심지어는 방을 넘어서 거실까지 장난감이 점령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럴 때는 발로 바닥을 쓸 듯이 하며 지나다녀야 한다. 발을 바닥에서 떼면 다시 어디에 내려 놓아야 할지 한참을 방황해야 하니 그냥 떼지 않는 것이 속편하다.

이렇게 신나게 놀고 나서 더이상 늘어놓을 공간이 없으면 대개의 아이들은 다른 곳을 찾아 나선다. 이때 맘 좋은 엄마라면 아이들을 살살 구슬러서 아이들이 정리를 하도록 유도를 하던가 같이 정리를 한다. 반면 성질 급한 엄마는 일단 소리를 지르고 정리를 하게 만든다. 결과야 똑같지만 역시 과정은 틀리다. 과연 나는 어느 쪽이었을까. 지금은 아이들이 그 정도 나이는 지났기에 잊어버렸다는 것으로 과거를 묻어두고 싶다. 그런데 이 책에서 찬수 엄마는 전자인가 보다. 설명을 차근차근 한 다음에 같이 치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시종일관 웃는 모습을 하고서...(어쩜 그리 나와 다를까.)

친구와 신나게 밖에서 놀다가 친구와 같이 들어온 찬수는 다시 원래의 그 혼돈의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무질서 상태로 가려는 성질이 있다니 당연하겠지. 그렇게 신나게 놀던 아이들은 로봇팔을 찾기 위해 정리를 시작한다. 외팔이 로봇인 상태로 가지고 놀고 싶지는 않다는 일념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어째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과연 이렇게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정리 정돈을 안 하는 아이 이야기'라는 생활 그림책이니까, 정리를 잘 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만든 책이니까 이런 결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수긍을 하면서도 이처럼 순순히 엄마의 의도대로 따라 주는 아이가 아이다워 보이지 않는다. 어른의 입김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다른 결론이 좋다는 애기도 아니다. 어쨌거나 아이의 숩관을 좋은 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책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니 말이다.

어른의 시각으로 보아 부자연스럽든 어떻든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 그냥 주인공 찬수에 자신을 대입한다. 이제 막 생활습관을 길들이는 아이라면 장난감을 정리할 때마다 '나도 찬수처럼 정리 잘 하지, 엄마!'하겠지. 그럼 이미 나이가 지나  버린 아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찬수 엄마처럼 우리 엄마가 했으면 나도 스스로 정리하는 아이가 되었을거야.'라고 스스로를 변명하지나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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