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들의 전쟁 1 - 제1부 늑대족의 피
마이떼 까란사 지음, 권미선 옮김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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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부터 방학만 되면 개봉하는 환타지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이 그 세계로 흠뻑 빠져들곤 한다. 어린 아이든 청소년이든 심지어는 어른이든 상관이 없다. 일단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렇다면 그림이 없는 글로 된 책은 어떨까. 이미 영화로 나오고 책으로 나온 책들이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전례를 보면 아이들의 상상력에는 장애물이 없나보다.

언제나 선과 악의 대결은 재미있다. 비록 그것이 뻔한 내용에 예견된 결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해도 말이다. 거기다가 마녀들까지 등장한다면? 문득 중세 시대에 마녀 사냥을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것은 권력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한 허상이었으나 이 책을 읽다 보면 혹시 정말 그랬던 것은 아닐까하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사람들 속에 살고 있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는 오마르들과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며 살아가는 오디시들. 이 사실은 처음에 나오는 계보를 보며 알아낸 사실이다. 처음 이야기는 열네 살이지만 열살 정도 밖에 안 되어 보이는 아나이드가 엄마의 실종 사건을 겪는 것으로 시작한다. 비록 종잡을 수 없고 덜렁대고 이상한 행동을 하지만 어린 아나이드에게는 가장 소중한 존재인 엄마가 밤중에 흔적도 없이 사람만 사라진 것이다. 모든 물건은 그대로 둔 채로 말이다. 그러면서 주위의 사람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서고 심지어는  더 정신없는 이모할머니까지 아나이드를 돕겠단다. 그러나 알고 보니 모두 마녀였다. 착한 마녀인 오마르들. 

결국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어떤 사실을 직감하고 심지어는 날기까지 하면서 아나이드도 마녀라는 것을 안다. 그러면서 엄마가 마녀들의 홀을 가질 수 있는 선지자이며 나쁜 마녀들에게 잡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 후로 아나이드는 독학하면서 굉장한 지식을 쌓는다. 원래부터 아나이드는 한 번 읽은 것은 잊지 않고 한 번 들은 것도 절대 잊지 않는 굉장히 똑똑한 아이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말 이런 두뇌를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괜히 어린애 같은 유치한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아나이드는 때때로 그런 자신이 원망스럽다. 아무리 틀리려고 해도 틀릴 수가 없다나. 에고 부러워라. 결국 아무도 엄마를 구하러 가지 않는다고 원망하며 혼자 무슨 일이든 하러 그리스로 떠난다. 아, 혼자는 아니다. 나중에 극적으로 이모할머니가 동행한다.

이렇게 1권은 여기서 끝난다. 아마 이 시점에 오면 독자들은 모든 일을 전폐하고 2권을 집어들지 않을까. 사실 1권을 읽는 중간에도 몇 번 작가에게 배신을 당했다. 내가 예측한 것들이 어김없이 빗나갔으니... 너무 친절한 올라브가 나중에 엄마를 대신해서 무언가 해줄줄 알았는데 오디시였단다. 처음에는 읽으면서 오마르가 착한 마녀인지 나쁜 마녀인지 헷갈려서 계보를 자꾸 찾아봐야했다.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까 끝났단다. 이러니 아나이드의 그런 능력이 안 부러울 수가 있나. 

시간적 배경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더 종잡을 수 없는 반면 그 세계에 완전히 빠질 수 있다. 그나저나 책 속에서는 주변에 온통 마녀들이다. 하긴 마녀들의 세계를 그린 책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혹시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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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 2007-10-29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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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괴짜 기자들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7
필라르 로사노 카르바요 글, 배상희 옮김, 김중석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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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작가의 인지도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는 말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물론 상을 받았다고 다 재미있거나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그런 문구에 끌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도 처음에는 표지 그림이 좀 산만해서,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유치해서 안 읽을까 하다가 한쪽 구석에 씌어 있는 '수상'이라는 글자에 힘입어 읽기 시작했다. 게다가 많이 접해보지 못한 스페인 작가의 책이라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창 논술과 NIE라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방학만 되면 신문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되었다. 우리 아이들과 만들지는 않지만 다른 아이들과 만들기는 한다. 하지만 일일이 설명해 주고 알려주고 심지어는 지시하면서 만드는 신문으로 아이들의 논리력이 얼마나 향상될까가 항상 걱정이다. 그런 면에서보자면 이 책의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산교육을 하는 셈이다. 직접 신문을 만들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창간호가 나오기까지 숱한 고민을 하고 좌절도 하며 특종까지 얻어내니 말이다. 그 뿐만 아니라 진짜 기자들이 겪을 만한 일은 모두 겪는다. 권력집단의 회유와 협박, 정보 제공자 보호, 백지공포증까지!

그러면서도 이 책이 단순히 무언가를 알려주려는 인상을 받지 않는 것은 문장 안에 숨겨진 유머 때문일 것이다. 각자의 인물들이 하는 말들을 가만히 읽고 있으면 서로 자신의 말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려고 애쓰지 않으면서도 의견이 엇나가지 않는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일일이 설명하고 해명하려 애쓰는 우리의 작품과는 많이 구별된다.

주인공이자 편집장인 알레한드로의 경우 그야말로 '있는 집 자식'이지만 그것을 감추기 위해 과장하지 않는다.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조금 조심할 뿐이다. 그러면서 다른 때 같으면 전혀 관심도 없었을 친구들을 통해 자신의 환경을 돌아보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환경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웃사이더였던 친구들과 일종의 끈끈한 우정을 만들어 나간다.(어쩌면 이것이 가장 가슴 뭉클하고 뿌듯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이 그들을 시기하거나 모함하지 않는다. 우리 작품에서는 대개 있는 집 자식이면 도도하고 거만하다가 나중에 착해진다는 다소 뻔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데 반해 이 책은 처음부터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도 알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주지도 않는다. 아니, 애초부터 남들이 싫어하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런 게 바로 문화적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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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족보 책읽는 가족 57
송재찬 지음, 임연기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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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자리를 양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가 있다. 나도 무척 힘들고 피곤하고 특히나 몸이 안 좋을 때는 더욱 그렇다. 내 옆에 나이드신 분이 있으면 바늘방석이 따로 없다. 일어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계속 고민하다가 그래도 일어서면 마음이 편하지만 모른척하고 잘 때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뒤통수가 따갑기까지하다. 처음부터 망설이지 않고 자리를 양보하기라도 하면 왜 그리 마음이 뿌듯하고 기쁜지 모르겠다. 이로써 천당 갈 구실 하나를 마련한 것 같아서...

이 책의 주인공 은익이도 다른 사람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려고 하면 괜히 마음이 안 좋고 심지어는 아프기까지 한다.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모른척 할 때도 그렇고 지하철에서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때도 그렇다. 이 정도는 평범한 사람들도 느끼는 감정이다. 그러나 은익이의 경우는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안 좋은 마음을 먹을 때마다 겨드랑이에 엄청난 통증이 시작되고 심지어는 여덟 계단을 뛰어내리기도 한다. 거의 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겨드랑이의 통증은? 맞다. 바로 날개가 나오려고 뿌리가 자랄 때 느끼는 통증인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은익이 아빠가 공부하러 간 프랑스에서 급하게 돌아와 가문의 내력을 이야기 형태로 쓴 것을 보여주면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다. 즉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형태다. 또한 은익이가 생활하는 공간은 현대이고 아빠가 들려주는 공간은 아주 오래된 과거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넘나든다고는 할 수 없고 과거가 중간에 끼어 있는 형태다.)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제주도 사투리가 많이 들어 있어서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을 들은 셈이다.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는 많이 들어 보았고 주위에서도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제주도 사투리는 재미있어서 알게 된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나오는 수많은 사투리를 보면서 제주도를 관광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그곳에도 여기와 같은 사람이 치열하게 사는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나 솔직히 책을 읽으며 중간부분에서는 지루했다. 익모 할아버지가 자신의 비밀을 알 듯 알 듯 하면서도 결국은 노인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것이라던가 커다란 바위로 날개사람을 조각하는 부분도 몇 년의 세월을 동일하게 서술하며 넘어가는 것이 점점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 글쎄, 요즘의 빠른 문화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일까. 그래도 어쨌든 처음에 긴장하며 읽었던 것이 해를 넘기고 또 넘겨도 계속 비슷한 상황이 계속 되는 바람에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지나치게 설명하려 하고 가르치려 한 부분이 약간 거슬린다. 마찬가지로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된 은익이가 현실에서 펼치는 활약 또한 지나치게 정의감에 불탔으며, 작가는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이해시키는 데 '말'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좀 생략해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었을 텐데.

'아기장수'라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공간적 배경을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제주도를 택함으로써 이쪽 사람들이 흔히 접하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힘든 시기일수록 누군가가 나타나 세상을 바꿔주길 기대하며 어느 곳이든 있는 아기장수 설화. 아마도 작가는 현재의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벌어지는 부당하고 비열한 일들이 아기장수가 나타남으로써 사라지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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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도 날 수 있어! 좋은책어린이문고 5
에밀리 로다 지음, 박미낭 옮김, 노엘라 영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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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이들이 제법 커서인지 아주 엉뚱한 질문을 하는 단계는 지났다. 어른이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엉뚱한 질문은 한다던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왜 그러냐고 질문할 때면 정말이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런 엉뚱한 질문 대신 좀 더 논리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돼지가 하늘을 날고 있는 표지를 보면서 문득 데이비드 위즈너의 그림책이 생각났다. 개구리가 날아다니는 마지막 장면에서 다음에는 돼지가 날 것이라는 암시를 주며 끝났었기에. 그러나 이 책은 동화책이라는 것. 따라서 그런 시각적 이미지 보다는 언어적 이미지로 그리고 있다. 

환상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는 책이 그렇듯이 이 책도 환상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존재한다. 책 속에서 주인공인 레이첼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신기한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나중에는 다시 그 속에서 빠져 나와 현실로 안전하게 돌아온다는 전형적인 환상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분석적인 요소 말고 내용 자체가 재미있고 때로는 '정말 그럴 수 있겠구나' 내지는 '혹시 그랬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순간 만큼은 나와 레이첼과 작가가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어디까지일까. 간혹 생뚱맞은 이야기를 해서 핀잔을 하곤 했는데 어쩌면 그것은 내 상상력의 부족으로 인해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러나 샌디 아저씨와 같은 어른이 있다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기쁜 일일까. 레이첼처럼 말이다. 레이첼도 무엇이든 가능성이 있다고 격려해주는 샌디 아저씨 덕분에 그런 기묘하고 신기한 경험을 한 것일 테니까. 

외부인으로서 돼지가 날아다니는, 아니 돼지가 날아다니는 것으로 기상현상을 측정하는 세계로 가서 경험하는 일들이 전혀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지 않고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변화다. 그리고 레이첼 덕분에 오래전에 잃어버린 조카를 찾게 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며 내가 괜히 안도의 숨을 쉬었다. 사실은 혹시 글로리아가 레이첼의 엄마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며 읽던 중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샌디 아저씨에 대한 비밀이.

이 책의 매력이라면 무엇보다 레이첼과 샌디 아저씨가 서로에 대한 것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며 독자가 반 발짝 뒤의 상황을 알게 해주는 점이다. 그래서 더 신선하고 마치 영화를 다 본 뒤에야 앞의 상황들이 들어맞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지나치게 많이 간 경우고 여기서는 정말 딱 한 발짝씩만 앞으로 간다. 이제 레이첼은 생활이 따분하고 지루할 때면 병에 있는 공기를 조금씩 꺼내 놓으면 결코 지루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샌디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다면 독자들은 그런 공기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아마 마음속에 있는 상상력이라는 병에 담긴 것을 꺼내야 하는 걸까? 글쎄... 그런 것이 있기나 할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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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사쿠라 - 일본에서 건너온 서울대공원 인기짱 사쿠라 이야기
김황 지음,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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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유일한 프로그램이 바로 동물과 관련된 것이다. 워낙 아이들이 좋아하기에 보기도 하지만 요즘은 혹시나 강아지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지는 강아지 교육시키는 정보라도 얻지 않을까 해서 보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 그다지 많은 도움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서일까.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도 혹시 거기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지만 워낙 확신할 수 없는 기억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많이 보아서 그런 생각이 들겠거니 하고 넘겼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혹시나'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그러다가 사육사의 일기라는 부분에서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그래, 맞다. 전에 방송에서 본 그 코끼리가 맞구나. 그때는 그냥 나오는 수많은 동물 중 하나로 인식될 뿐이었기에 어디에서 왔는지 왜 사쿠라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그저 코끼리의 행동에만 집중했었다.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뭐, 그래도 이렇게 저간의 사정 이야기를 읽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봄이면 어김없이 온 천지를 하얗게 뒤덮는 벚꽃. 한때는 그 꽃이 일본의 나라꽃이라서 냉대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꽃이 예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기에 모든 이가 좋아한다. 그러다가 어느 때는 또 원래 벚꽃이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쎄, 어느 것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두 나라 사이의 친밀도 정도에 따라 변하는 속설에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암튼 그 벚꽃이 일본어로사쿠라다. 그런데 여기 사쿠라라는 이름을 가진 누군가가 또 있다. 바로 코끼리. 1965년 타이에서 태어나 7개월 때 일본의 타까라즈까 패밀리랜드로 가고, 그곳에서 30여년을 생활하다가 타까라즈까 패밀리랜드가 문을 닫는 바람에 한국의 서울대공원으로 오게 된 코끼리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사쿠라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가 사쿠라의 행방을 추적하게 되면서 두 나라의 코끼리 왕래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즉 단순한 코끼리 이야기가 아니라 두 나라 간에 얽힌 사연이 조금씩 드러나는 이야기다. 아마도 작가가 재일 한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 온 사쿠라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해서 더 애정을 갖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오게 된 사쿠라를 찾아 여러 자료를 조사하고 결국에는 서울대공원에서 사쿠라를 대면하는 긴 여정이 다큐멘터리처럼 묘사된다. 그렇다. 이 책은 일본아동문학자협회가 주최한 '어린이를 위한 감동 논픽션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아마도 협회의 의지와 내용이 딱 맞아떨어졌기에 그 상을 수여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여정이 사실이라 생생하며 사진까지 실려 있어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했다. 그리고 지금도 서울대공원에 가면 언제든지 사쿠라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이다. 물론 '아프리카 코끼리와 아시아 코끼리를 구별할 수 있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말이다.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일본과 한국이 코끼리를 어떻게 교류했는지, 창경원이 어떻게 지어지고 창경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 쯤에 두 나라에서 맹수 처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가감없이 그리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일본에 있을 때 사쿠라를 맡았던 에구사 씨의 마음이다. 사쿠라를 만나고 싶어도 사쿠라가 자신을 기억하면 혹여 한국의 사육사들이 힘들까봐 참는 모습을 보니 진정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언제 서울대공원 가면 꼭 사쿠라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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